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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0

       “저 좀 살려주세요. 아라 씨.”

       

       며칠 만에 만난 엔리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내 손을 붙잡았다.

       

       살려달라고 비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도 간절해서 얼핏 죽음을 앞에 둔 시한부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 엔리와 알고 지내면서 이처럼 필사적인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분명 그 때는 엔리가 공포게임을 하기로 약속했을 때였지?

       

       “엔리. 공포게임하기로 했어요?”

       

       내가 그리 묻자 엔리가 눈을 슬며시 돌렸다.

       

       “공포게임은 아니고. 그 비스무리한 건데요.”

       

       어쨌든 간 그대에게 무서운 게임이긴 한가 보구나.

       

       내가 말없이 바라보는 것으로 설명을 요구하자 엔리는 주저리주저리 게임에 대한 정보를 늘어놓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강시들 한 가운데에 던져져서는 살아남는 게임인 것 같은데.

       

       “그게 재미있나요?”

       

       비꼴 의도는 없다만 의아함이 드는 건 어찌할 수 없구나.

       

       무력한 인간의 몸으로 생존을 위해 발악하는 것이 재미가 있느냐?

       

       비슷한 짓을 해 본 입장에서 그는 살아남기 위한 투쟁일 뿐 거기에서 재미를 느낄 요소는 없을 듯 하다만.

       

       “몰라요. 그치만 인기는 있어요.”

       

       흐음. 그게 왜 인기가 있지?

       

       진짜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과 그를 재미로 소모하는 측의 차이인가.

       

       하긴 VR에서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니 살아남기 위해 발악한다는 일련의 과정 자체를 오락으로써 즐길 수도 있겠구나.

       

       여전히 거기에 무슨 재미가 있는 건지 이해하긴 어렵다만서도.

       

       “분명 화령님 방송 시청자 분들도 즐거워 해주실 거에요! 이거 요즘에 방송 치트키거든요!”

       

       엔리는 나를 어떻게든 끌어들이고 싶은 것인지 필사적이었다.

       

       혼자서 강시들이 가득한 세상에 떨어지기 싫은 것이냐?

       

       본인은 그대가 부탁한 것이라면 어지간해선 들어줄 의향이니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만.

       

       그리고 애초에 말이다.

       

       “그렇게 싫으면 안 하면 되지 않아요?”

       

       진지하게 의아해서 묻는 것이다.

       

       왜 싫은 것을 굳이 하려 하는 게야?

       

       이번에도 또 무슨 잘못을 저질렀느냐?

       

       본인이 방송을 킬 적에 시청자들에게 듣기로 이갈리는 방송을 한단 소리밖에 못 들었다마는.

       

       “편집자님한테 혼났어요. 편집할 게 없다고. 이제 편집으로 커버하는 것도 한계라고. FPS좀 작작하라고.”

       

       FPS게임을 하기 위한 명분을 위해서라도 ‘던 이스케이프’라는 게임을 해야한다는 엔리의 말에선 일종의 집착이 느껴졌다.

       

       대체 그 FPS라는 것이 그대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기에 이러는 게야.

       

       “아라 씨. 도와주실거죠? 그쵸?!”

       “네. 그럴게요.”

       “정말 고마워요! 제가 이건 나중에 꼭 보답할게요!”

       

       *

       

       “그래서 오늘 방송은 던 이스케이프라는 게임이다.”

       

       – ㅁㅊ

       – 엔리. 화령 방송의 수호자.

        – 화령과 함께하는 아포칼립스 여행이라니.

        – 천마님 좀비사냥하신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과연 좀비는 화령을 해치울 수 있을 것인가!]

       

       – 화령이 악당이야?

        – 좀비가 지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어!

        – 좀비의 영압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슬슬 엔리에게 연락을.”

       

       하려고 하자마자 엔리에게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친구 엔리가 초대를 요청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라는 단어를 누르자 엔리의 아바타가 내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넵! 연락하시려던 엔리입니다!”

       “방송을 보고 있었느냐?”

       “옆에 켜두고 있었죠! 난입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아니군.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좋아 보이는 체를 하고 있는 것인가.

       

       사실은 손이 벌벌 떨려서 도저히 게임을 시작하고 싶지 않은데 그를 자각하면 게임을 하지 못할 듯 싶어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 것이야?

       

       과연 방송을 업으로 하는 이 답구나.

       

       지난번에 인형을 만나러 갔을 적에도 저랬다면 덜 귀찮았을 터이다만.

       

       “그럼 먼저 게임을 어떻게 할지 설명할게요!”

       

       던 이스케이프라는 게임에서는 함께 게임에 들어가더라도 같은 장소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함께 게임을 할 경우엔 합류 장소를 정해 놓고 그 곳까지 어떻게든 모이는 것부터 시작을 하는 모양이다.

       

       이외에도 엔리는 많은 공부를 한 듯 게임 시스템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지만 그는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다.

       

       결국 배고프면 먹고, 다치면 치료하고, 지치면 쉬란 소리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던 이스케이프 내에서 수면을 취할 때는 같이 잠에 들어야 시간이 빠르게 스킵되거든요? 각자 따로 있어도 밤 11시에는 자는 거에요? 아시겠죠?”

       “그래. 알겠다. 그럼 그것으로 설명은 끝이냐?”

       “네! 그럼 시작을 해볼까요?”

       “네가 시작 버튼을 누를 게냐?”

       “…아뇨. 눌러주세요.”

       

       차마 자기 손으로 저 버튼을 누르지 못하겠다는 엔리의 말은 꼭 자신의 손으로 독약을 마셔야 하는 죄인처럼 들렸다.

       

       겨우 게임을 시작할 뿐인데 뭐 저리 호들갑인지.

       

       눈을 꾹 감은 채 빨리 눌러달라는 엔리의 요청에 따라 시작버튼을 누르니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여기는 평범한 가정집의 한 방이구나.

       

       안의 여러 가구들이 난장판이 되어 있는데다가 바깥에서 괴이한 것의 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엔리. 바깥에…”

       

       거기까지 이야기를 하다 게임 안에 들어오는 바람에 엔리와 떨어졌음을 깨달았다.

       

       맞다. 그녀는 지금쯤 다른 곳에서 생존을 위한 발악을 시작했겠군.

       

       그러니 그녀에게 말을 해주는 것은 의미가 없나.

       

       나는 방 안을 둘러보면서 내 몸의 안을 관조했다.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 중 하나에 불과하구나.

       

       이런 몸으로 죽은 자들을 상대하라니.

       

       과연 엔리가 홀로 이 곳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나를 만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 비명횡사 하지 않는게 문제일 것 같다만.

       

       빨리 엔리를 만나러 가야겠구나.

       

       그녀가 이야기를 하길 우선은 지도를 구하고 그를 통해 길을 알아내라고 했지.

       

       이 곳은 평범한 가정집인 듯 하니 잘 뒤져보면 지도 하나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말이다. 요즈음의 집에 보통 지도를 구비해 두더냐?”

       

       – 아뇨.

        – 지도가 뭐임?

        – 요샌 스마트 폰으로 다 해결 되니까.

       

       “집을 아무리 뒤져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단 것인가.”

       

       흐음. 쓸데없이 귀찮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방문을 열었더니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정한 것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눈이 마주쳤다는 표현은 이상하군.

       

       저 놈은 눈이 없지 않은가.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달려들었고 나는 나를 향해서 뻗은 그 팔을 붙잡아서 그대로 업어쳐 버렸다.

       

       움직임에 이성이 없구나.

       

       이래서야 실력 있는 무인이 보기에 장난감밖에 되지 않을 터인데.

       

       나는 그리 생각을 하면서도 발을 움직여 좀비의 팔을 짓뭉갰다.

       

       그리 강하게 밟지도 않았거늘 좀비의 팔이 나가 떨어졌다.

       

       흐음. 신체의 강도도 나약하군.

       

       이 정도면 일반적인 사람보다도 허술한 것 같아.

       

       죽은 자의 몸이니만큼 산 자보다 약한 게 맞기는 하다만.

       

       – 키에에엑.

       “시끄럽다.”

       

       계속 괴음을 내는 것이 거슬려 머리를 박살내 주었더니 좀비가 움직임을 멈췄다.

       

       연기인가? 이 놈에게 그럴 만한 지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설마 머리를 부순 것으로 움직임을 멈췄다고?

       

       진심으로?

       

       “아해들아. 하나 묻자꾸나. 이 세상의 강시는 머리를 부수면 죽는 것이냐?”

       

       – 당연한 거 아님?

        – 머리 부쉈으면 죽어야지.

        – 뭘 생각한 거야.

       

       “아니. 무림에서의 강시는 팔다리를 다 잘라 놔야 하지 않았느냐.”

       

       본인은 이 곳의 좀비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을 했다마는.

       

       – 엌ㅋㅋㅋ

        – 그 정도 난이도였으면 사람들 이 겜 안 했을 듯?

        – 팔다리를 잘라야 하는 좀비가 몰려 온다? 재앙인데?

       

       “다른 좀비들도 다 이런 것이야?”

       

       – ㅇㅇ.

        – 당연하지.

       

       “그럼 너무 쉽지 않으냐?”

       

       처음에 엔리가 이야기를 할 때에 어렵다고, 힘들거라고 호들갑을 떨기에 내 무림에서 보았던 것들과 비슷한 게 나오는 줄 알았지.

       

       그런데 나오는 적들이 하나같이 이따위 것 들 뿐일 줄이야.

       

       – 좀악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플래그 ON]

       

       – 좀비 수백마리 몰려오는 걸 봐야지.

        – ㄹㅇ 그거 공포인데.

        – 근데 플래그 맞아?

        – 화령이면 그냥 돌파하지 않을까?

       

       “이 따위 것들 수백이 몰려온다 한들 그게 위험하더냐?”

       

       아무리 내기 하나 없는 몸이라 한들 본인이 저런 것들에게 상처를 입을 것 같지는 않다만.

       

       – ㄷㄷ

        – 자신감 넘치네.

       

       – 아스파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보통 스트리머면 X돼바라 ㅋㅋ 인데.]

       

       – 바로 업보각이지.

        – 바로 발언 클립따서 죽을 때 보낼 준비함.

        – 난 좀비들 믿어. 좀비는 할 수 있을 거야.

        – 좀비 파이팅! 화령 놀릴 수 있게 해줘!

       

       “응원하는 곳이 잘못되지 않았느냐?”

       

       하여간에 자그마한 놀릴 거리라도 찾고 싶어 하는 꼬맹이 같은 녀석들이구나.

       

       무어. 일단은 더 이상 이 집 안에는 괴상한 녀석은 없는 듯 하니 천천히 뒤져보도록 할까.

       

       *

       

       – 피해망상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혼자 남았구나.]

       

       “시끄러워요.”

       

       엔리는 옆에 있던 화령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 빌어먹을 게임 같으니. 그냥 시작하는 순간부터 같이 하면 어디가 덧나?

       

       왜 굳이 떨어졌다가 만나야 하는 건데.

       

       왜 내 든든한 보디가드를 빼앗아 가는 거냐고!

       

       엔리는 혼자서 중얼중얼거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일단은 무기가 될 만한 것부터 챙기라고 했지?

       

       여기서는 의자겠네.

       

       두 손으로 의자를 집어 든 엔리는 자신의 손에 무기가 들려있단 사실에 자그마한 안심을 얻었다.

       

       “괜찮아. 아무런 문제도 없어. 좀비라고 해봐야 시체일 뿐이잖아. 다른 분이 공략을 적어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 ㅋㅋㅋㅋㅋ

        – 진짜 겁쟁이다.

       

       – 아무것도몰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 분 좀비 만나지도 않았는데 왤케 쫄아있음?(진짜 모름)]

       

       “모르세요? 그럼 닥치고 있어요.”

       

       – ㄷㄷㄷ

       

       일단은 두꺼운 옷이랑 가방. 붕대가 될만한 거랑 지도부터 챙기라고 했지.

       

       대충 봐도 이 방은 먹을 게 없을 것 같고 방 바깥을 뒤져야 하려나.

       

       그리 생각한 엔리가 문을 연 순간 문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좀비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끼야아아아아악!”

       

       패닉에 질린 엔리가 무작정 의자를 휘둘렀다.

       

       그러자 게임 내에 내장되어 있는 보정 시스템이 엔리의 움직임을 그럴 듯하게 만들어 주었고 의자가 좀비의 머리를 강타하며 좀비를 넘어트렸다.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

       

       몇 번이고 의자로 좀비를 내려 찍던 엔리는 좀비가 움직임을 멈추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폭력을 멈췄다.

       

       “하아. 하아. 그. 별 거 아니에요!”

       

       – ㅋㅋㅋ

        – ㅋㅋㅋㅋ

        – 여기 비명 맛집이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눈나. 이래서 목장까지 갈 수 있겠어?]

       

       “…여기가 목장이랑 가까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리스폰 되는 장소는 랜덤이니까.

       

       운 좋게 한 5분 거리 쯤에 목장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엔리가 간절한 희망을 담아서 그리 중얼거렸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뿐이었다.

       

       “이 집에 좀비가 더 있진 않겠죠? 그렇겠죠? 하나 뿐이겠죠?”

       

       – 파트라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 유리창 바깥에 보셈.]

       

       “유리창이요?”

       

       후원음성이 말해주는 대로 시선을 돌린 그녀는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는 좀비의 모습을 발견했다.

       

       “흐그야아아아악?!!”

       

       – 엔리 내일 목 나가서 방송 못 키겠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게임을 방송하지만 분위기는 정반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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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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