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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0

   리미트가 풀린 성녀.

   아스트리아가 터무니없는 사건을 저지르고 나서 크라슈는 프리만을 떠나는 당일날까지 아스트리아를 보지 못했다.

     

   참고로 뒷이야기를 하자면 폭주한 아스트리아는 그 뒤로 바로 도망쳤다.

   그러고 나서는 크라슈와 마주칠까 싶으면 줄행랑을 쳐버리니 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저지른 돌발 행동이 본인도 그만큼 부끄러웠다는 거겠지.

     

   ‘그렇게나 부끄러운 주제에 잘도 저지르네.’

     

   크라슈는 어이없음을 느끼며 자기 입술을 매만졌다.

   아직까지도 다짜고짜 입술 박치기를 한 그녀의 입술 촉감이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회귀 전 아스트리아가 이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크라슈는 저번 회차와 자신의 다른 점을 떠올렸다.

     

   그야, 많은 게 달라지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이성 관계 쪽으로 유달리 달라졌다고 한다면.

     

   ‘……약혼?’

     

   크라슈는 여전히 유지 되는 약혼을 떠올렸다.

     

   원래 회귀 전 아스트리아와 만나게 된 시점에서 크라슈는 약혼을 파기한 상태였다.

   애초에 지금보다도 후에 시기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비앙카와의 약혼은 끝나 있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약혼했기에 이런 일이 더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

     

   비앙카와 식을 올리면 별문제 없을 거로 생각했던 크라슈다.

     

   그러나 아스트리아를 보니 마냥 그것이 해결 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람이란 건 원래 넘기 힘든 벽일수록 더더욱 불타오르는 법이다. ]

     

   크림슨가든의 쓸데없는 소리는 크라슈는 귀담아듣지 않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이제는 돌아갈 시간.

   사태가 워낙 컸다 보니 신들의 축제도 어수선한 상태로 조기 종결하였다.

     

   덕분에 시민들은 아쉬워하긴 했으나 떠들기 좋은 사건이 터져서인지 너도나도 밤새 떠드느라 바빴다.

   자기 나라 돌아가는 이야기만큼 가십거리도 없으니까.

     

   채비를 챙긴 크라슈가 다시금 돌아가고자 신전을 뜨려 했을 때였다.

     

   똑똑-

     

   크라슈는 자신이 머물던 방문을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들어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들어 오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뜻밖의 인물이었다.

     

   푸른색의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사제 복장의 여성.

   최연소 추기경, 미레이 베아키스.

     

   그녀가 크라슈의 방을 찾아왔다.

   크라슈는 조금 의아함을 담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야, 그녀가 자신을 찾아올만한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동시에 크라슈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물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크라슈 님, 프리만에서 이번 일을 해결해주신 크라슈 님께 보내는 선물입니다.”

     

   크라슈의 얼굴에 황당함이 서렸다.

   그야, 그녀가 들고 온 선물은 꽤나 터무니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성검을 말입니까?”

     

   10대 천검 중 하나이자 프리만의 보물.

   성검.

     

   그것을 자신에게 주겠다고 미레이가 찾아온 것이다.

     

   “어찌 된 겁니까?”

     

   분명 프리만 쪽에서 일이 이렇게 된 거 차라리 크라슈를 이용하기로 했었다.

   새롭게 이루어진 종교 혁명에서 자신들의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니까.

     

   크라슈 또한 구태여 거기에 관해 무어라 하지 않았다.

     

   그 또한 똑같이 프리만을 이용해 먹기는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마하니 성검을 줄지는 몰랐다.

   크라슈의 반응을 본 미레이는 살짝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떻게든 프리만의 상징성을 옆에 쥐여주고 싶은 걸 겁니다.”

     

   미레이는 크라슈와 함께 아스트리아를 지켜내고자 반대파에게 맞섰다.

     

   그 행동은 분명 아버지에게 맞서는 것이었으나.

   그녀 스스로 자신의 신념을 위해 행동한 것이기도 했다.

     

   ‘상징성.’

     

   그 말대로 프리만이 원하는 것은 하나.

   프리만의 상징 중 하나인 성검을 쥐고 크라슈가 전설을 남겨 주는 것이었다.

     

   ‘영악하긴.’

     

   그것만으로 프리만은 향후 100년간은 크라슈와 성검을 우려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종교 혁명이니 새로운 종교이니 해도 결국 같은 사람이 운영하는 거니까요.

   결국 방법과 수단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미레이의 눈에는 반대파나 기존 신성 왕가나 딱히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듯싶었다.

   크라슈는 그런 미레이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그렇게 말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녀 또한 신성 왕국의 프리만 소속.

   이번에 한 행동으로 분명 주의를 받았을 터.

     

   “괜찮습니다. 크라슈 님이 성검을 받아 주시면 다 없던 일로 해주겠다 하셨거든요.”

   “미레이 추기경님도 꽤 영악하셨군요.”

   “아버지를 닮았기에.”

     

   빙그레 웃는 그녀의 웃음은 확실히 언뜻 테르사다가 보였다.

     

   크라슈는 잠시 동안 손에 쥔 성검을 바라보았다.

     

   우뢰성과는 다른 의미로 새하얀 검에는 금으로 된 자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성검에서는 신성한 기운이 절절하게 흘러나왔다.

     

   “성검을 다루는 자는 예외 없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검에 오러를 불어 넣으면 신성력으로 치환되니까요.”

     

   미레이의 부가 설명에 크라슈는 확실히 성검의 가치를 체감했다.

     

   신성력은 아우라를 제외하면 가장 세계 침식의 힘에 강력하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이다.

     

   신이 빌려주는 스킬과는 별개로 신이 부여해주는 그 자체의 힘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신성력은 지금 전부 성검에 깃들어 있었다.

     

   ‘이것도 일종의 스킬이라고 봐야 하지 않나.’

     

   인간이 아닌 검에 부여한 스킬 말이다.

     

   ‘혹시.’

     

   크라슈는 성검을 쥐지 않은 손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혹시, 성검에도 블랙 후드가 통하지 않을까.

     

   ‘가능성은 있지.’

     

   크라슈는 세계 침식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힘인 아우라가 있는 만큼 신성력이 그리 중요치 않으나.

   신성력 또한 아우라와 세계 침식과는 별개의 그릇이다.

     

   일종의 스킬과 같은 신의 힘이니까 말이다.

     

   ‘사계에게 먹인다면.’

     

   어쩌면 그릇의 크기를 더 늘리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 뭔가 또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

     

   탁자 위에 앉아 있던 크림슨가든이 슬쩍 질문해왔다.

   크라슈는 대답하지 않고, 성검을 허리춤에 넣었다.

     

   뭐든 시험해볼 가치는 있는 법이니까.

     

   어찌 되었든 10대 천검 중 하나에 속하는 성검이다.

     

   우뢰성을 다루는 크라슈 입장에서는 마냥 필요한 건 아니지만 성검은 붉은 마녀 아델라를 끌어내는 데 최고의 미끼였다.

     

   ‘아서가 다루는 검이었으니까.’

     

   아서가 지닌 모든 것들을 사랑하던 아델라 입장에서는 반드시 놓치고 싶지 않은 무구겠지.

   크라슈는 후를 대비해서라도 잘 받아 두기로 했다.

     

   “성검은 때때로 신을 만나게 해준다는 기연이 있다고 합니다.

   성검을 지닌 크라슈 님께서도 언젠가 좋은 기연과 신의 가호가 있겠지요.”

     

   미레이는 추기경으로서 할 수 있는 축복을 크라슈에게 내렸다.

     

   “빚진 목숨, 앞으로도 잊지 않겠습니다.”

     

   흑마녀의 종 이야기에 크라슈는 짧게 웃었다.

   서로 둘 다 뒤끝 없이 깔끔하게 끝낸 일 처리였다.

     

   “그럼 가까운 시일 내에 아카데미에서 다시 뵈어요.”

     

   그녀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그리 떠나갔다.

   그녀의 말대로 조만간 아카데미에서 다시 마주할 날이 있겠지.

     

   짐을 챙긴 채 자리에서 일어난 크라슈는 이만 아슬란과 합류하기로 했다.

     

   프리만의 뜻밖의 선물까지 얻었으니.

   이건 이거 나름대로 크게 득을 봤다.

     

   그렇게 크라슈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의 창문 밖.

     

   여기저기에서 단풍들이 슬그머니 피어올라 있었다.

     

   신들의 축제는 9월에서 10월이 넘어가는 날에 시작되는 만큼.

   벌써 10월이 되었기 때문이다.

     

   ‘벌써 가을인가.’

     

   그 단시간에 사건이 뭐 그리 많은지.

     

   ‘성장 속도도 불이 붙었고.’

     

   라헬른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 크라슈는 정말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물론 그만큼 살과 뼈를 깎아야 하는 고난의 행군이었지만.

   이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왔다.

     

   ‘그럼에도 모자란다고 느끼는 건.’

     

   지난 전투에서 연마와 부딪쳤기 때문이겠지.

     

   전심전력이 고작해야 화상에 그친 것.

   연마가 익시온에서 손꼽히는 강자라고는 하나 나름대로 꽤 충격이었다.

     

   ‘자만할 기회를 안 주는구만.’

     

   세계에 퍼지지 않았지만, 익시온은 지금도 각지에서 활동 중일 것이다.

     

   알아본 바로 연마가 훔친 것은 다름 아닌 성배의 도안.

   그것으로 무엇을 하려는지는 몰라도 이로운 게 아니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모자르다.’

     

   크라슈의 눈에서 다시금 독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동년배에게서는 이제 사실상 샬롯을 제외하면 따라올 수 없는 위치에 이르렀음에도 그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으로 또 나아가야 해.’

     

   크라슈는 자신의 재능의 한계를 안다.

     

   그러니 그가 강해질 방법은 딱 하나.

   블랙 후드를 이용해 무언가를 훔치는 것이었다.

     

   그런 크라슈가 걸음을 옮기던 찰나였다.

     

   창문 밖, 프리만 신전의 정원 쪽.

     

   새까만 생머리를 늘어트린 본적도 없는 복장의 여성이 손에 떨어진 단풍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라슈는 그곳에 시선이 닿자 왜인지 모르게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시에 크라슈의 머릿속에서 어느 날의 기억이 스쳐 가고 있었다.

     

   라헬른 아카데미의 양호실.

   재능도 없는 주제에 악바리를 쓴 대련으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그가 현실을 욕하던 날.

     

   「그렇게 치료하면 덧날걸?」

     

   그녀는 창문에서 홀연히 나타났었다.

   태양을 등진 채 새하얀 얼굴 위 음영이 진 그녀는 왜인지 모를 차가운 미소를 그렸었다.

     

   「아니, 이미 어떻게 치료해도 어쩔 도리 없이 덧난 걸까.」

     

   그 말은 크라슈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본 거 같았다.

     

   그날 본 그녀가 지금 프리만의 정원에 있었다.

   그것도 본래 교황이 자주 다녔다던 정원에 말이다.

     

   이미 몇 번이고 정원을 와봤다는 듯이.

   그녀는 무척이나 익숙하게 정원 경치를 구경 중이었다.

     

   크라슈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가 누군지 크라슈는 똑똑히 알고 있었으니까.

     

   라헬른 아카데미의 재학 중이던 자신에게 유일하게 스킬, 블랙 후드를 건넨 신.

     

   여타 다른 신들과 계약 방식조차 다른 이름 모를 소녀가 그곳에 있었다.

     

   왜?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조금 전 미레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성검은 때때로 신을 만나게 해준다는 기연이 있다고 합니다.」

     

   설마 성검 때문인 걸까.

   잘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크라슈는 블랙 후드를 지니고 있고, 저 이름 없는 신과 이 시점에서 만나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녀이기 때문일까.

   크라슈의 발은 어느새인가 그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복도의 창문을 타고 넘어 크라슈가 정원에 들어선 순간.

   뒤늦게 그녀도 이쪽을 알아차리고 돌아보았다.

     

   여전히 인간 같지 않은 새하얀 얼굴을 지닌 그녀는 크라슈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입에 천천히 웃음이 그려졌다.

   그 웃음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고혹적이었다.

     

   “시간을 거스르니 상처가 좀 아물었니?”

     

   그리고 다음 말은 크라슈의 몸을 굳게 했다.

     

   이름 없는 소녀.

   크라슈에게 블랙 후드를 준 신이 회귀를 알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으아아아 업로드 깜빡해서 지각이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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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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