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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0

    <220 – 우는 소리는 내지 않아>

     

    아카디아가 떠난다면.

    오크노디를 지켜줄 사람이 하나 줄어든다면.

    지금까지처럼 오크노디를 지키는 것이 가능한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지젤은 확신했다. 암흑상회의 회원들의 반 이상은 아카디아의 이름값을 믿고 있다고.

    그녀가 떠나는 순간, 오크노디를 둘러싼 정보망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린다.

    구멍이 커지는 것을 손으로 틀어막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거대한 구멍이.

     

    ‘시간이 없어.’

     

    아카디아 세비체를 구해야만 한다.

    자신과 암흑상회, 그리고 오크노디를 위해서라도.

    정식탄원서가 날아오고 끝내 아카디아가 아카데미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 *

     

     

    중간고사가 끝나고 여유를 되찾은 아카디아.

    그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과회를 즐기고 있었다.

     

    “후후. 이번 다과는 고향에도 즐기던 저만의 비장의 컬렉션이랍니다.”

    “와아! 비장의 컬렉션!”

    “여덟 가지 서로 다른 단맛이 나는 팔감치즈번八甘Cheeze bun. 우유와 계란, 치즈로 단맛의 풍미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죠.”

    “우와아!”

    “어떤가요?”

    “먹고 싶어요!”

    “후후. 아카디아 언니 감사합니다를 복창하면 기꺼이 허락해드리죠.”

    “아카디아 언니 최고! 완전 사랑해요!”

     

    아카디아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감돌았다.

    정말 고생한 보람이 있는 아이다.

    이 간식을 가져오려고 며칠간 검소한 생활을 하며 포인트를 모아왔는지 오크노디나 다른 추종자들은 절대로 모르겠지.

     

    “으으음~! 치즈의 풍미가 입에 확 퍼져요.”

    “후후. 알아주는군요. 팔감치즈번의 참맛을?”

    “꼭 색이 다른 구름을 베어 무는 것 같아요!”

    “후후. 재밌는 표현이네요. 오크노디의 미식에 대한 이해도는 공녀인 저로서도 배울 점이 있어요.”

     

    피렌체 왕국에서 탄생한 비장의 제빵답게 그 가격은 적지 않게 강하다.

    그러나 혹자들은 근본 없는 잡탕문화의 상징이라고 매도하며 피렌체 왕국다운 한심한 음식이라고 매도하고 폄하하기도 한다.

    오크노디는 그런 남을 상처주기 위한 목적의 말이나 기색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다.

    진심으로.

    순수하게.

    그저 맛을 즐기고 기뻐할 뿐.

    그 순수함에 아카디아는 지친 마음을 진심으로 치유 받았다.

     

    ‘다른 아이들도 이 아이만큼만 순수하면 좋을 텐데.’

     

    자신의 추종자라는 아이들이 앞과 뒤가 다른 말을 하다가 걸릴 때마다 얼마나 큰 실망과 상심을 느꼈는지 오크노디는 모른다.

    알 필요도 없고, 알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순수함이란 때 묻지 않은 백지와도 같다.

    더러운 것을 가까이하면 때가 끼고, 언젠가 곱고 하얀 도화지는 더러운 오물로 범벅이 된다.

    쓸어내면 오물은 닦을 수 있지만 도화지에 물든 묵은 때는 벗겨지지 않는다.

    마음이 더럽혀지는 것이다.

     

    ‘참 신기해.’

     

    오크노디는 순수할 수가 없는 아이였다.

    와이히엠하이 재단.

    소문의 절반만이라도 진실이라면 학대에 가까운 교육으로 재능이 보이는 아이들을 굴리고,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아이들을 더욱 험하게 사용하고, 반항하는 이들은 창관과 노예시장에 팔아치우는 조직.

    그 악랄함은 마왕에게 충성을 바치며 악을 퍼뜨리는 마의 권속, 악마족과 다를 바가 없다.

    마인들의 조직도 아닌 주제에 그들을 능가하는 악명을 지닌, 어쩌면 그들 또한 마인의 지배를 받는 마의 조직일지도 모르는 무리들이다.

     

    그런 조직의 최고의 걸작.

    수석장학생 오크노디.

    그녀가 대체 어떻게 순수함을 간직할 수 있는가.

    아카디아는 줄곧 그녀를 지켜보았지만 여전히 답을 알 수 없었다.

    보이는 것보다 많은 것을 알고, 그럼에도 귀여운 아이가 되고 싶을 뿐인 아이.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될 수 있는 아이의 순한 모습에 치유를 받지 않는다면 무엇에 치유를 받을까.

     

    이 시간을 조금 더 소중히 하고 싶다.

    언제까지고 다과회를 즐기고 싶다.

    소동물을 기르듯이 새로운 다과로 유혹하고, 입에 물리고, 조금씩 길들이고 싶다.

    여느 때와 같은 음습한 욕망을 조금씩, 오크노디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실현해왔던 아카디아.

    그녀와 오크노디의 시간을 방해하는 불청객이 테라스에 들이닥쳤다.

     

    “큰일이에요, 공녀님!”

    “…다과회의 시간을 방해하다니, 너무하네요 티토소가.”

     

    별 일 아니기만 해봐.

    아주 혼쭐을 내줄 테니깐.

    야속하다며 째려보는 시선에도 티토소가는 아랑곳 않았다.

    솔직히 쫄기는 했지만 주 2회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경험은 천하의 겁쟁이에게도 나름의 담력을 늘려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담력이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저 겁쟁이 티토소가가 두려움에 얼어붙으면 안 된다고 눈물을 꾹 참으며 말하는 것부터 보통 사태가 아니었음을 알리는 징조였다.

     

    “공녀님의 가문의 치부를 담은 장부가 공개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본국에서 공녀님과의 관계를 즉시 단절하라는 급보가 들어왔어요!”

     

    봄과 가을은 언제나 그렇듯 갑작스레 끝이 난다.

    어느새 여름이 오고, 어느새 겨울이 오는.

    바람결에 흩어지는 계절처럼 두둥실 떠올랐던 감정이 단숨에 가라앉았다.

    피가 얼어붙는다.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는다.

    다과회를 즐기며 꽃밭을 누비던 아카디아의 머릿속에 차가운 겨울이 도래했다.

     

     

     

    * *

     

     

     

    아카데미에는 통신실이 존재한다.

    면회와 달리, 아카데미 외부에서 학생의 보호자나 후견세력에 문제가 생겼을 시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설이다.

    유사시에 대비한 시설이니만큼 비용은 막대.

    차라리 웃돈을 조금 더 얹어서 면회에 사람을 보내는 편이 나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정말로 급한 소식은 면회를 갈 여유조차도 없기에 통신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간혹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상시라면 사람 하나 없을 통신실에 수많은 학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지금은 보통 큰일이 난 것이 아니었다.

     

    “여러분? 혹시 제 가문에 대해 무언가 들으신 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초조함을 담은 아카디아의 물음에 여느 때라면 당연히 답했을 추종자들은 매정하리만치 차가운 눈으로 아카디아를, 그리고 서로를 돌아보았다.

    감정 하나조차도 숨기며 웃는 낯으로 위장하기 바빴던 이들이 감추어온 민낯이었다.

     

    “죄송해요, 공녀님.”

    “급한 용무가 있어서 이만…”

     

    버림받았다.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기에 최소한의 예의는 차린다는 것처럼 존대와 인사를 잊지 않는 추종자들.

    그러나 그 태도만으로도 아카디아는 알 수 있었다.

    넌 이제 끝이야.

    파멸이 머지않았어.

    공녀 놀이는 즐거웠지?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다른 인생이 시작될 거라고 말하듯이 은근한 비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흩어진다.

    그곳에는 아카데미 생활 내내 제국파벌로부터 변방파벌을 지켜온 파벌보스를 향한 예우나 존경심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저런 나쁜 녀석들!”

    “걱정 말아요, 공녀님. 저흰 저런 배신자들이랑은 달라요!”

     

    곁에 달라붙으며 듣기 좋은 말을 하며 위로하는 이들의 눈에는 교활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공녀의 눈을 속이기에는 너무나도 얄팍하고 가벼운 욕심이었다.

     

    “아, 저, 저는…”

     

    말을 절며 이 갑작스러운 사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황하는 그녀를 누군가가 뒤에서 불렀다.

     

    “아카디아. 널 찾는 사람이 있다.”

    “지고쿠? 당신이 제게는 무슨 일로…”

     

    둘의 사이는 좋은 편이 아니다.

    지고쿠는 알고 있다.

    피렌체 왕국에 해적들이 판을 치게 된 이유가 세비체 공작가문 때문임을.

    동시에 세비체 공작가문의 업보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보려는 이가 아카디아 공녀라는 사실도.

    정부에 붙어먹은 사략해적도 결국은 해적.

    세비체 공작가문이 없었다면 생계가 흔들리는 일도 없고, 해적이 될 일도 없었을 지고쿠였다.

    아카디아는 그런 원수들의 가문에 속한 인물이자 한편으로는 가문에서도 별종이자 이단 취급을 받을 정도로 가문의 과거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자.

    데면데면한 사이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네 동업자인 실눈쟁이가 널 찾고 있어. 여기에 있어봤자 네 상황이 나아질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한시라도 빨리 자신을 찾아오라던데.”

     

    그러던 와중에 벌어진 세비체 공작가문의 위기를 업신여김하며 비웃을 법도 하건만, 지고쿠는 금방 태도가 바뀌는 추종자들과 달리 사무적인 태도로 응했다.

    부탁을 받았으니 말을 전할 뿐이라며.

    그런 담백함이 아카디아에게는 도리어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해주었다.

     

    “공녀님. 저희도 들은 소식이 있어요.”

    “저희 가문이 공녀님을 지켜드릴게요.”

     

    듣기 좋은 달콤한 소리를 하는 소녀들.

    그녀들이 노리는 바가 아카데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흡수하기 위한 것임을 간단히 간파해낸 아카디아는 양팔을 부축한 손을 가볍게 떨쳐내었다.

    이것은 유혹이다.

    궁지에서 널 지켜주겠다고.

    대신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우리에게 바치라고.

    부모 잃은 아이에게 접근해 유산을 빼앗는 친척과도 같은 정을 이용하는 잔혹한 짓이다.

     

    “고마워요. 여러분의 배려는 잊지 않을게요.”

    “공녀님? 어디 가세요. 어서 저희와 대책마련을…”

     

    아카디아는 자신을 얕잡아보며 팔을 잡아끄는 이들을 가볍게 떨쳐내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세비체의 이름은 무겁지만 아카디아의 이름이라고 가벼운 것은 아니랍니다.”

    “…!”

     

    그럼 이만.

    당당하게 지고쿠의 뒤를 따르는 공녀의 모습은 가문이 아닌 인간 자체의 강함을 보여주었다.

    가문의 위세에 의존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당당할 수는 없었겠지.

    하지만 아카디아는 달랐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다른 누군가의 권위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씩씩하게 인생을 헤쳐 나가는 아이의 존재를.

     

    ‘오크노디가 겪은 불행한 과거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야. 이 정도로 우는 소리는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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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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