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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1

       헉, 하고 누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배를 깨끗하게 관통당한 동료가 앞으로 쓰러지면 그런 소리를 낼 법도 했지만— 그것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뒤쪽의 인간도, 그리고 그 뒤쪽의 인간도. 동시에 옆으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판금 갑옷에는 모두 총알 자국이 있었다.

        

       투캉! 투캉!

        

       이 투박한 총기 특유의 격철 때리는 소리와 동시에 고막을 찢어버릴 듯 울리는 총소리.

        

       나는 추기경이 있는 방향으로, 리볼버형 탄창이 다 빌 때까지 연속으로 사격했다.

        

       제대로 조준하지도 않았다. 제대로 맞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마르마로스탄은 충분했다. 한 발 쏠 때마다, 적이 화염에 휩싸이고, 갑옷 앞이 얼어붙고, 바람에 휩쓸려 날아갔다.

        

       들려오는 반응은 경악 그 자체.

        

       하긴, 마르마로스는 굉장히 중요한 자원 중 하나다. 그런 것을 고작 총알 한 발 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낭비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리폰에게 사격한 것 한 발을 제외하면 이 총에 남아있던 총알은 다섯 발.

        

       한 발씩 쏘면서 신중하게 총알 수를 센다. 적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시야를 확보하고,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땅 속성의 마르마로스 탄이 그대로 적 세 명을 관통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그대로 소총을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쉴 틈 없이 겨드랑이 아래 있던 자동권총을 양손으로 잡아들고 복도 옆으로 뛰어들었다.

        

       한 박자 늦게 내가 있던 자리에 몇 개의 검격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숨어든 장식품 쪽으로도 날아들어서 돌조각이 몇 개 튀었다.

        

       나는 그 상태 그대로 손만 내밀어서 총을 몇 발 쏘아보았다.

        

       “아……!”

        

       그리고 손이 잘려 나갔다.

        

       못 맞춘 모양이네.

        

       다시.

        

       *

        

       내가 전장에서 상대에게 공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보지 않고 쏘아도 상대를 맞추고, 무언가 날아올 곳이 있다면 전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뭐, 전장에서 진짜로 싸워본 건 엄밀히 따지면 한 번뿐이지만, 내 시선으로 보자면 ‘한 번’ 만에 성공한 것도 아니긴 했다.

        

       시간을 돌리기 전에 한 번, 그리고 시간을 돌린 뒤에도 한 번 성공 했고, 그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 그 전장을 연습 삼아 돌아보고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냈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나는 나이에 비해서는 ‘베테랑’이라고 부를만한 인물이라는 소리다.

        

       성당 기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훈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절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결국 기사 대부분은 ‘실전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제국과 법국이 싸우면 법국은 반드시 질 수밖에 없다. 제국은 북부 전장에서 살아남은 베테랑들을 추려서 법국으로 보낼 테니까. 개인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수천 명의 병사를 상대하기에는 법국의 성당 기사는 그 수가 적었다.

        

       단순한 기술격차, 병기의 강력함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로도 주인공들이 황제를 베지 않았다면 전쟁은 제국의 일방적인 유린으로 끝났을 것이다.

        

       적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저 갑옷 안에 들어있는 인간은 분명히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2층에 감도는 냄새는 메케한 화약 냄새와 비릿한 피 냄새. 뭔가 탄 것 같은 냄새 사이에서 희미하게 신선하게 나는 흙냄새.

        

       “히, 히익……!”

        

       내가 천천히 걸어서 추기경 쪽으로 다가가자, 추기경은 황급히 기어서 나에게서 멀어지고자 했다. 한쪽 팔 없이, 부러져서 뼈가 튀어나온 다리로 필사적으로 기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웠다.

        

       나는 이마에서 흐른 피를 닦았다. 아까부터 자꾸 피가 시야를 가려서 불편했다.

        

       1층 쪽에서는 여전히 칼 소리와 그리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무사할까?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보다는 저 추기경의 가슴에 있는 물건을 멈추는 게 우선이었다. 게임에서야 어떻게든 HP만 깎으면—반대로, 이쪽 입장에서는 HP가 ‘0’만 되지 않으면—어떻게든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이 적이었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영구적인 장애는 시간을 돌리지 않는 이상 되돌릴 수 없고, 죽은 사람은 되살릴 수 없다. 전투에서 ‘그저 쓰러진다’라는 선택지는 없다.

        

       탕, 탕.

        

       앞으로 나아가면서, 일어나 검을 집으려고 애쓰는 검사들을 쓰러뜨렸다.

        

       “커, 헉…….”

        

       이내 추기경 근처까지 간 내가 추기경의 등을 짓밟자, 그의 입에서 그런 소리와 함께 피가 울컥 쏟아져나왔다.

        

       “어째서.”

        

       추기경은 그런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게.

        

       그건 내가 당신한테 묻고 싶은 것이었는데.

        

       그래도 죽지는 않았으니 어떻게든 치료해서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늦었다……! 내가 이미 저 문 바깥에 짐승과 마물 무리를……!”

        

       “이것만 없으면 그것들도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될 테죠.”

        

       나는 그대로 허리를 숙여서 추기경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뜯어냈다.

        

       “대체…….”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나를 어떻게든 고개를 돌려 올려다보려 애쓰며, 추기경이 힘겹게 말을 뱉어냈다.

        

       “만약 여신이라는 존재가 있고, 정말로 이곳을 굽어살피고 있다면, 그 여신이라는 존재들이 당신을 선택하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나는 목걸이를 바닥에 툭 떨어뜨린 뒤, 추기경을 짓밟고 있던 발을 들어서 그대로 그 물건을 짓밟았다.

        

       콰직, 하고, 그 섬세한 목걸이는 허무하게 바스러졌다.

        

       “앗!”

        

       아래쪽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그리폰에게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모양이지.

        

       하지만 격렬하게 부딪히던 칼 소리가 한순간 잦아든 것을 보면, 우리 쪽에 마냥 나쁘기만 한 변화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비상용으로 챙겨둔 붕대를 꺼내 들었다. ……넣어둔 곳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옆구리 쪽의 황동판이 없는 쪽에 넣어두었는데, 하필이면 거기도 검격을 맞아 붕대가 너덜너덜해졌다. 더불어 아래쪽에서 피가 새어 나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붕대’의 역할은 상실한 것 같았다.

        

       뭐, 그래도 지금 쓰려는 목적으로는 쓸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그 붕대를 추기경의 입 안에 쑤셔 넣었다. 혀라도 깨물면…… 뭐, 죽지는 않겠지만 증언을 듣기 몹시 고달파질 게 뻔하니까.

        

       “죽지 않으려고 노력해 주십시오. 상황을 끝내고 나면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추기경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는 것을 잠깐 보다가, 나는 발길을 돌렸다.

        

       2층, 이라고는 하지만 2층은 그야말로 복도만 있는 수준이었다. 전체적인 모습을 보자면 커다란 홀의 형태였다. 그러니 이쪽에서 1층의 상황을 제대로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리폰이, 고개를 푹 숙이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조금 전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숨을 거칠게 내쉬는 모습.

        

       그렇겠지.

        

       몸에 그렇게 많은 종양을 달고, 눈의 핏줄은 전부 터지고, 여기저기 베인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는 그저 서 있는 것으로도 괴로웠을 것이다.

        

       추기경이 끝내 자리를 피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였으리라. 일반적인 짐승은 그저 그 종양의 힘만으로 알아서 움직일 수 있었겠지만, 그리폰은 ‘그저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힘이 필요했을 테니까.

        

       물건이 어떤 물건인지는 알고 있다. 설정집에서 몇 번이고 읽었고. 그러니 부숴도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아직이다! 끝까지 검을—”

        

       그 수가 거의 줄지 않았던 성당 기사 중 하나가 그런 소리를 하다가, 그대로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내가 쏜 총소리와 함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커다란 총을 들 힘도 없었다. 다만 아직 슈트의 마력석이 힘을 다하지 않았고, 슈트 자체도 어느 정도 파워 어시스트가 가능했기에 이렇게 앉아쏴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지고 온 마르마로스 탄은 아직 한 탄창이 남았다.

        

       추기경까지 쓰러뜨린 뒤, 떨어져 있던 총에 총알을 장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 위에는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인간이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아직 다섯 발 남았다.

        

       아래쪽의 검사는 다섯 명 이상이긴 했지만—

        

       “…….”

        

       이쪽을 올려다보는 앨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앨리스뿐만이 아니다. 클레어, 레오, 샤를로트, 미아, 레나, 제이크, 로티.

        

       ……그리고 나를 조금 두렵다는 듯 올려다보고 있는 소피아까지.

        

       아직 싸울 수 있는 모습이었다.

        

       모두 크고 작은 상처 하나씩은 있었지만,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다. 위쪽에서 내가 몇 번이나 시간을 돌리는 와중에도— 그런 방해에도 꿋꿋하게 서서 싸우고 있었다.

        

       그리폰을 상대로.

        

       전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렇죠.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끝나고 싶다면 끝까지 덤비도록 하십시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권해드리는 바입니다만.”

        

       나를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던 기사 중 하나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침묵에 휩싸인 방 안에, 떨그렁, 쇳덩어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공연히 크게 울려 퍼졌다.

        

       그 뒤로도 몇 번, 그런 소리가 들렸다.

        

       내가 두렵기라도 한 걸까.

        

       멍청하긴.

        

       진짜 그리폰과 맞서 싸운 ‘팬그리폰’은 당신들 앞에 있는 그 아이들일 텐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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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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