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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1

       “느엥, 느에엥! 느에에엥!!!”

         

       귓가로 절로 느엥하고 느엥하며 느에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빛가람.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처럼 촐랑거리던 그녀는, 후다닥 달려와 나를 끌어안았다.

         

       “대단해요. 후배님!”

         

       체통 없이 부서지라 끌어안는 신빛가람.

       여기저기 민망한 부분이 닿았지만, 애써 넘어가기로 하였다.

         

       “성공이에요. 성공이라고요 후배님! 막아냈어요! 막아내고 있다고요!”

         

       평소 차분하고 진중한 신빛가람답지 않은 언행.

         

       자세히 보니 조금이지만,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일에 심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는 방증이었다.

         

       나는 작게 웃었다.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한 성전사들을 향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그들이 죽지 않고 무사함에 안도했다.

         

       내 자신의 본성이 대하여 안도했다.

         

       최소 20년이 넘는 세월이다.

         

       내가 살아온 환경과 살면서 받아온 교육은 누군가의 ‘희생’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해야 현재를 살고, 내일을 기약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는 기억도 나지 않는 한 사내로서의 기억도…’

         

       아마, 나라는 자아를 형성하기 이전의 멀고 먼 삶 속의 기억에서도…

         

       필시 쫓고 쫓기며, 누군가를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등가교환의 세월이었을 거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천성을 당연히 피를 부르는 것이라 여겼다.

       나라는 존재는 언제나 누군가의 죽음으로 삶을 연명했으니까.

         

       이것은 내가 천살성(天殺星)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살아남지 않았다.

         

       어깨가 작게 흔들렸다.

         

       묵묵히 뒤에 서 있던 팽진아가 놀랐는지 다가왔다.

         

       “유세하 생도. 괜찮나?”

       “…아, 네. 괜찮습니다.”

         

       그래.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걸지도 모른다.

       겨우 작전 하나 무사히 마친 거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것은 정말로 큰 의미였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아닌 모두가 이겨내는 것을 선택한 길.

         

       덕분에 다시금 나를 돌아 볼 수 있었다.

       내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미래의 나는 더는 피를 부르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그 사실에 어딘지도 모를 곳을 향해…작게 감사를 올렸다.

         

       *

         

       한편, 수옥빈은 눈을 감고 안도하는 유세하를 향해 감탄했다.

         

       정확하게는 그가 내린 작전에 대해서 감탄했다.

         

       유세하가 처음 내린 명령은 전선에서 싸우는 B급 성전사 150명을 후방으로 옮기는 거였다.

         

       “후, 후배님! 그래서는 삽시간에 전선이 무너질 겁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여기서 더 싸우라고 하는 건 사실상 죽으라는 의미입니다. 이미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하, 하지만…”

        “압니다. 기린을 토벌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분은 더 걸린다는 것을. 따라서 그동안 전선을 막아줄 이들이 필요하지요.”

         

       그것에 대한 작전을 지금부터 내리겠습니다.

         

       유세하가 선택한 방식은 바로 종기사와 수습 사제로 페어를 짜, 전선에 돌입시킨다는 기상천외한 작전이었다.

         

       각자 하자가 있는 탱킹, 회복력을 갖춘 구성원.

         

       그렇기에 보통은 전선에서 물자를 나르고, 여차할 때 나서는 용도로만 썼던 존재들.

         

       이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전선에서 활약시켰다.

         

       추가로 부족한 저항력은 보급품으로 충당하였다.

         

       “수옥빈 누님. 협회는 물자를 보급해 주려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물자 지금 바로 써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쓰십시오.”

         

       가장 먼저 종기사들에게 나눠준 것은 [번개막이 반딧불] 포션이었다.

       이번 S급 괴수는 황룡이 아니라, 기린일 거라는 걸 미리 간파한 유세하가 요청.

       그것을 받아들인 수옥빈이 대량으로 챙겨온 거였다.

         

       효과는 다른 속성 저항력은 50%를 낮추는 대신, 번개 저항력을 최대 300% 올려주는 대 번개 속성 특화 효과.

         

       텅텅빈, 시바새키 류코의 지랄지랄 때문에 쓰지 못했던 물건을 드디어 사용하였고.

         

       이렇게 멋진 결과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만약, 깐깐미가 지금 유세하의 작전을 보았다면 그녀답지 않게 눈시울을 붉히며 손뼉을 쳤을 정도로 빼어난 전략이었다.

         

       ‘훌륭합니다. 유세하님.’

         

       수옥빈이 열심히 전선을 지휘하는 유세하를 향해 호감에 가까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쿠구구구-!!!

         

       전황을 다시 뒤집어엎을 재앙의 기둥 4개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유세하를 포함한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왔나.’

         

       ‘기린’의 전매특허이자, 사실상 <교단>을 전멸의 위기로 몰아넣은 <사신수 패턴>.

         

       지금 다시 한번 그 악몽이 펼쳐졌다.

         

       *

         

       -캬아아아악!

         

       원소로 형성된 기둥 안에서 사신수가 걸어 나왔다.

         

       백호, 청룡, 현무, 주작.

         

       총 네 개의 힘의 형상들이 종기사들을 위협하듯 이빨을 드리웠다.

         

       한번 전멸시켰던 패턴.

         

       공포에 질릴 만도 한데 종기사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누군지 모를 선두가 메이스를 들어 올렸다.

         

       모두가 들을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백호, 백호부터! 작전대로 간다! 백호부터 먼저 공격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일사불란하게 ‘백호’를 향해 화력이 집중되었다.

         

       -크워어어어!?

         

       집중 화력에 당황한 백호가 10초 만에 으스러졌다.

         

       기린에게 가하던 화력이 백호로 향한 거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곧, 모두의 머릿속에 신빛가람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모두, 잘 해주셨습니다! 다음은 청룡입니다!”

       “우와아아아!”

       “가자, 가자! 이기는 거야!”

         

       나는 차례차례 순서대로 공략되어 사라지는 사신수를 확인하며, 천공 위 다급하게 번개를 내뿜는 기린을 바라보았다.

         

       S급 괴수. 사신수황(四神獸皇) <기린>.

         

       녀석은 ‘고스라’가 오픈한지 약 4년이 지나고 나타난 기념비적인 레이드 보스였다.

         

       당시에 처음 등장한 기린은, 지도관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보통의 레이드 보스는 강해지는 한도가 2배까지인 것에 반해, 기린은 무려 10배나 강해질 수 있었다.

         

       따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도전하면, 말 그대로 전멸당하기 일쑤였고, 그중에서도 쿨타임만 되면 나타나는 <사신수> 기믹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모르면 맞아야지의 전형적인 보스.’

         

       하지만 어디까지나 몰랐기에 어려운 거였지.

         

       막상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패턴을 파악하자 충분히 할만한 보스로 격하되었다.

         

       ‘사신수’는 자세히 보면 어디서 본 듯한 방향으로 나타난다.

         

       흔히 동서남북이라 불리는 방향.

          

       이는 우백호, 좌청룡, 남현무, 북주작이라는 순서로 등장하며, 이 순서대로 각각 신속히 처치해야 했다.

       

       일부러 좌우 반대로 뒤집어 헷갈리게 만드는 악질적인 수단.

         

       그리고 처치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3분을 넘어서는 안 되었다.

       3분 안에 네 마리를 모두 잡지 못할 경우, 사신수는 기린에게 흡수되어 폭발적인 능력치 증가를 이룩한다.

       그리고 이것은 무한에 가깝게 중첩됐다.

         

       방법 자체는 쉬우나, 제한 시간이 빡빡한 패턴.

         

       그렇기에 운영진도 양심적인 부분은 넣어두었다.

         

       -꺼으이이익!!!

         

       “후배님! 기, 기린이!”

         

       아까와 달리 그 어떤 사신수도 흡수하지 못한 기린은 크게 발광했다.

         

       곧, 뿔과 비늘에 감돌던 빛을 잃으며 천공 위에 매달린 것처럼 축 늘어졌다.

         

       전형적인 그로기 상태이며, 완벽한 딜 타이밍.

         

       운영진이 만들어 둔 기린의 약점 패턴이었다.

         

       “선배님!”

       “모두 지금입니다!”

         

       신빛가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전사와 사제들. 쇠창 대신 투석용 돌을 장전한 발리스타 등.

         

       온갖 화력이 기린에게 퍼부어졌다.

         

       콰콰콰-!!!

       퍼버벙-!

       쿠콰-!!!

         

       “빛의 이름으로!”

       “주신이시여! 부디 미약한 종에게 힘을!”

       “뒤져, 뒤져, 뒤져!!!”

         

       -꺼으이이익!!!

         

       기린의 몸에 무수히 많은 폭발이 터져 나왔다.

         

       녀석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조금씩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지금 끝을 내야 했다!

         

       기린은 이미 강해질 대로 강해진 상태.

         

       나온 지 5분도 안 되었다면, 퍼붓는 화력을 버티지 못하고 소멸했겠지만, 이미 녀석은 세상에 적응을 마친 지 오래였다.

         

       이걸로는 안된다.

         

       -꺼으으으이이익!

         

       기린의 두 눈에 푸른빛의 전격이 감돌았다.

         

       그로기 상태에서 벗어나 의식을 되찾고 있다는 증거였다.

         

       상처가 회복되어 간다.

         

       최소 3개는 넘어가는 [회복, 재생] 계통 스킬을 발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대로는 소모전만 반복된다.

         

       녀석의 숨통을 끊고 마무리 지을 존재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맡은 것은…

         

       “스승님!”

       “제자여!”

         

       나와 팽진아의 몫이었다.

         

       촤아악-!!!

         

       외침은 곧 신호가 되었다.

         

       내 발밑에 끈적한 피가 파도처럼 퍼지며 뭉쳐지기 시작했다.

         

       곧 핏빛을 머금은 말 두 필이 바닥에서 솟아났다.

         

       “휘이이잉!”

         

       ‘혈법’ 계통의 유니크(Unique) 등급 스킬.

         

       [블러드 호스]였다.

         

       소환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수옥빈.

         

       허공에 수십 개의 피 구슬을 생성한 그녀는 우리를 바라보며 예쁘게 윙크하였다.

         

       “세 분 여기는 저에게 맡기고 어서 가세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분 뒤에 한편 더 올라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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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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