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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1

    “하하, 살았구나. 아직 이 작업은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다. 음, 그걸 그렇게 입력하는 게로구나.”

    “그래, 이건 네가 로그인 할 때 사용할 문자를 쓰면 돼. 그리고…….”

     

    그렇게 입력을 도와주던 와중.

    시루드는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다가 문득 무언가를 발견하고 말했다.

     

    “뭐야, 루크. 곧 생일이잖아? 왜 말 안했어?”

    “딱히 말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생일이잖아, 파티 안해?”

     

    시루드는 들뜬 듯이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생일인 당사자는 별 흥미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애초에 생일이란 마법사에게 기량과 행운이 최고조에 이르는 날, 따라서 그저 집안에 틀어박혀 연구나 명상정도만 계획을 해 두었다.

     

    뭐, 5000년 전의 자신의 10살 맞이 생일은 꽤 성대하게 열기는 했지만, 그 때는 다들 어렵고 힘든 상황속에서 뭐라도 핑계로 잡아 행사를 열기 위해서 했던 것이지 딱히 생일이라고 무조건 잔치를 벌여야 하는 의무는 귀족들 사이에도 없었다.

     

    “안한다. 집에 그냥 있을 생각이다만.”

    “그래도, 10살 맞이 생일이잖아?”

     

    뭐, 확실히 생일 중에서도 10살에 맞이하는 생일은 특별하다.

    10이라는 숫자가 ‘온전함’을 상징하며,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나이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5000년이 지난 지금도 딱히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루크는 1년 월반하여 2학년을 다니고는 있지만 따지면 원래 1학년을 다니고 있어야 할 나이.

    과거엔 10살이면 준 성인으로 대우를 받게 된다고도 했지만, 아무래도 이 시대에서 기대할 수는 없겠지.

     

    “뭐, 그래도 말이다. 집이 좁고 재산도 부족해 딱히 파티를 열 여력이 없다.”

     

    결국 잔치도 여유가 되어야 열 수 있는 법.

    예르나도 요즘 이사를 준비한다고 돈을 최대한 아끼는 중이고, 현재 자신이 예르나와 함께 지내는 집은 여러명이 들어와 파티를 벌이기엔 턱없이 좁다.

    따라서 파티는 열고 싶어도 열 수 없다.

     

    하지만 시루드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자신의 가슴께를 두드리며 말했다.

     

    “뭐 그런 걸 걱정해. 장소야 빌리면 되고, 돈이야 모으면 되지! 나도 도와줄게!”

    “흐음……. 정말인가?”

    “물론이지! 나도 모아 놓은 용돈 꽤 많아! 이럴 땐 놀아야지!”

    “흠…….”

     

    뭐, 파티를 딱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즐거워하는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솔직히 말해서, 파티를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다.

    아무래도 5000년 전에 그 엄청난 규모로 파티를 열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지금이기에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파이리스나 디아나도 꽤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고.

    루크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 같자, 시루드는 흥분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루크 너도 집에 돌아가서 엄마랑 상의…….”

     

    그러다 문득 입을 멈춘다.

    루크에겐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렸기 때문이다.

     

    “음, 미안. 그 엘프는 엄마가 아니었지.”

    “괜찮다. 이제 예르나는 나의 어머니이니까.”

    “……어?”

     

    루크는 되묻는 시루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들었잖느냐. 예르나는 이제 정식으로 나의 부모라고. 그러니까 딱히 너는 실수를 한 것이 아니다.”

     

    시루드는 잠깐 멍하니 입을 뻐끔거리다가 환히 웃으며 축하를 건넸다.

     

    “와, 와아! 축하해! 그럼 더욱 더 생일을 축하해야지! 안그래? 새 출발이잖아!”

     

    ‘새 출발’이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시대에서 눈을 뜨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생일이니까.

    그리고 확실히, 시루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명상과 연구만 하고 보내기엔 아까운 느낌이 들기도 하다.

     

    “흠, 역시 그런가?”

    “당연하지!”

     

    ——

     

    다음날, 루크는 메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고맙다, 메리. 네가 알려준 방식대로 말하니까 바로 사과를 받아주더구나.”

     

    메리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럼, 당연하지.”

     

    사실 루크는 상대방을 ‘올려다보며’ 이야기하는 것 말고도, 메리에게 대략적으로 들어가야 할 말에 대한 코칭도 받았다.

    아이의 마음은 역시 같은 아이가 더욱 잘 아는 법인걸까?

    메리가 ‘본격적인 사과를 하기 전에 먼저 얘기해’라고 했던 이야기는 꽤 들어맞았다.

    말을 읊는 것 만으로도 시루드의 화가 풀리는 것이 즉발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시루드는 싫어하지 않는다. 정말로 좋아하고 있다.

    ‘다른 형태로’, 그러니까 친구로 또는 제자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거짓말이 아니다.

    헌데 고작 그 몇마디 했다고 이렇게 단번에 화가 풀릴 줄이야.

     

    아이들은 역시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준다는 사실을 생각보다 더 크게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루크는 그런 메리의 모습을 대단하다는 듯 지켜보며 말했다.

     

    “그런데 너는 시루드가 어째서 화가 났는지 어찌 알아차린게냐? 그 감이라는 것은 정말 신통방통하군.”

    “오히려 그런거 모르는게 더 이상해! 평소에 드라마도 좀 보고 그래봐.”

     

    메리는 루크에게 조금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흐음……. 한번 고민해보지. 추천하는 거라도 있느냐?”

    “정말? 그럼 ‘베리체의 오후’부터 봐! 진짜 재밌어!”

     

    솔직히 드라마 좀 보라는 이야기는 진심이었다.

    루크가 드라마를 본다면 함께 할 이야깃거리가 늘어나는 것이니 안 좋을 것은 전혀 없으니까!

    메리는 신이 나서 곧장 자신이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의 제목을 읊기 시작했다.

     

    이제는 곧 TV도 구매할 예정이니까, 시간이 된다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시대와 문화, 인간에 대한 공부도 할 겸.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어느새 등교한 시루드가 살갑게 다가와 인사부터 건넨다.

     

    “안녕, 좋은 아침이야, 루크.”

     

    꽤 드문 일이다.

    시루드가 먼저 인사를 건네온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루크는 그만큼 시루드가 자신과 친해진 거라고 생각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래, 좋은 아침이다. 시루드.”

    “루크, 엄마랑 이야기해봤어?”

    “예르나는 좋아하더군. 있는 힘껏 도와주겠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역시 장소가…….”

    “역시 그렇겠지?”

     

    루크와 시루드가 자신은 모르는 주제로 이야기를 잇는 모습에 메리는 살짝 질투심이 느껴졌다.

    루크는 방금까지 자신과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빼앗겼다는 느낌도 조금 든다.

     

    물론 자신이 ‘조금’ 친해질 수 있게 도와주긴 했다지만, 너무 갑자기 친해지지 않았나?

    이상할 정도다.

    대체 루크가 사과를 ‘어떻게’했길래 저렇게까지 확 가까워졌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대체 둘이서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하는 거야?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건데?”

     

    메리가 조금 불평스러운 듯 끼어들자, 시루드가 조금 의문스러운 말투로 묻는다.

     

    “아, 메리. 혹시 루크가 말 안 해줬어?”

    “뭘? 뭘 안해줘? 무슨 얘긴데?”

    “루크, 다음주 주말이 생일이더라. 파티를 어떻게 할까에 대해 얘기하던 중이었어.”

    “뭐어? 진짜야?”

     

    처음 들어보는 사실에 메리는 화들짝 놀라 루크를 바라보며 외쳤다.

     

    “그럼 10살 생일파티잖아. 엄청 근사하겠는데! 왜 나한테는 말 안해줬어!”

     

    메리의 약간 원망이 섞인 말투에 루크는 조금 멋쩍은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게 말이다, 하하. 조금 더 뭔가 정해지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뭘 더 정해야 하는데?”

    “아직 장소를 정하지 못했다. 그, 너도 알다시피. 내가 사는 집은 파티를 하기엔 별로 적합하지 않아서 말이다.”

    “아-. 그렇겠구나.”

     

    메리는 금세 일전에 한번 가본 루크의 집, 그러니까 ‘아파트’라는 형태의 집을 떠올렸다.

    하긴, 그런 곳에서는 막 떠들썩한 파티를 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 순간, 메리는 무언가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얘들아. 혹시 장소가 필요한 거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걸?”

    “응? 어떻게?”

     

    시루드의 물음에 메리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집! 계속 말했잖아, 루크가 한번 우리 집에 놀러 왔으면 좋겠다고! 우리집은 꽤 넓으니까, 큰 파티를 해도 전혀 문제없어! 반 애들 전부 초대해도 다 들어갈 테고!”

    “뭐?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이냐?”

    “응! 우리 집의 경치를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나야 좋지! 그럼 나도 부모님한테 연락 한번 드려봐야겠다.”

    ——-

     

    “내일 봐, 루크! 내일 더 자세히 얘기하자!”

    “그래, 잘 가거라.”

     

    그렇게 하루종일 생일 파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시간은 참 빨리도 지나갔다.

     

    루크와 이야기하지 않고 피해다닐 때는 하루가 엄청 길었던 것 같은데, 참 신기한 일이었다.

    시루드는 어제부터 꽤 기분도 좋았다.

    루크가 자신에게 ‘남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으니까.

     

    이건 뭐, 거의 고백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

     

    덕분에 한껏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길을 걷다가 문득, 집에 가져가서 풀어야 할 숙제들을 반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른 교실로 돌아가 숙제를 챙기기 위해 발길을 돌리자, 루크는 여전히 교문 앞에 서있었다.

     

    “어? 왜 아직 집에 안 갔어? 혹시 누구 기다려?”

    “그래, 바래다줘야 할 사람이 있어서 말이다. 헌데, 너는 왜?”

    “숙제를 놓고 와서…….”

    “저런, 얼른 가서 챙겨오거라.”

    “응!”

     

    그렇게 숙제를 챙기고 나오자, 루크는 기다리던 사람을 만났는지 자리에서 사라져 있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귀갓길에 오르려던 순간, 시루드는 시야 끄트머리에서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어라? 저거, 루크 아니야?’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루크처럼 보이는 여자아이가 엄청나게 험악하게 생긴 사람과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 사람은 대체 누구야?’

     

    형인지, 아니면 아저씨인지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지만, 입은 옷이 교복인걸로 봐서 분명 불량한 형이 틀림없다.

    혹시 루크는 지금 위험에 처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루크는 분명 자신보다 강한데…….

     

    그러다 문득 시루드는 루크가 방학 중에 만났을 당시 꽤 몸을 가누는 것도 힘겨워 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자신의 손목을 잡은 그 때도 악력이 예전같지 않았고 말이다.

     

    혹시, 지금은 루크가 저항을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

     

    만약 그렇다면 큰일이지 않나!

    그런 거라면 지금 당장 달려가서……!

     

    ……하지만, 그렇다고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엔 조금 무섭다.

    자신은 3서클 마법사인데도, 저 남자한테서 느껴지는 느낌은 조금 이질적이다.

     

    시루드는 곧장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정말로 정말 위험하면…….

    그때 내가 나서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루드가 보기엔 협박당하고 있는 루크의 뒤통수….!

    루크가 개학하고 처음으로 등교를 했을 때, 서드도 일생처음으로 등교를 했었죠!
    서드 시점의 학교생활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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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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