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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1

       

       

       

       

       

       “알렉스 네가 휴가도 나와?”

       “그러니까. 너 같은 일벌레가 휴가도 다 나오고…. 술이 덜 깨서 처음에 잘못 본 줄 알았네.”

       

       레키온과 데보라는 갑작스런 친구의 등장에 놀라 소파에서 일어나면서도 비틀거렸다. 

       레키온은 자기도 비틀거리면서 그 와중에 데보라의 허리를 잡아 부축해 주려 했다.

       

       “덜 깬 건 맞는 거 같은데.”

       

       그 광경에 알렉스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휴가를 나온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뭐,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에 일이 좀 숨통이 트여서. 내가 부지런히 움직인 것도 있지만, 일 자체가 꽤나 많이 줄었어. 상부에서도 나 보고 이번 기회에 휴가 좀 다녀오라고 하더라.”

       

       알렉스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 음지에서 질 나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던 조직의 윗대가리가 꽤나 많이 검거되었다고 했다. 

       

       자잘한 놈들이야 황실 직속 암살자들이 일일이 관여할 수 없기도 하고, 검거해 봐야 비슷한 놈들이 우후죽순 다시 생겨날 뿐이지만.

       

       ‘수뇌부를 잡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긴 하지.’

       

       음지의 큰손들 같은 경우 가만히 놔두면 세력을 확장하고 영주들과 합세해 굉장히 귀찮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말이다. 

       

       ‘제국이 뭐 좀 커야지.’

       

       말이 제국이지, 페룬 대륙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 중 가장 넓은 곳이 카란트라 제국이다. 

       

       제국이라는 이름을 붙인 다른 국가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 규모로 보면 카란트라 제국의 커다란 원격 도시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렇게 제국이 넓다 보니 황실에서 모든 도시들의 사정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속속들이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황실 정보부에서는 내란이 일어나거나 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원작에서는 알렉스가 이렇게 휴가까지 나올 정도로 일이 줄어든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나는 알렉스의 바로 다음 말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무트교와 헤카르테교. 두 조직이 제국 내에서 힘을 잃고 와해된 덕분에 그와 얽혀 있던 놈들도 쉽게 잡을 수 있었어. 다시 말해….”

       

       알렉스는 아르와 나, 실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것도 아르와 이 분들 덕분이라고 볼 수 있지.”

       

       그 말에 살짝 멍을 때리고 있던 아르의 귀가 쫑긋 섰다. 

       

       “또 아르가 잘했어여? 히히.”

       

       지금까지 제국을 돌아다니며 칭찬이란 칭찬은 한 몸에 받았지만, 칭찬은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듯 아르가 헤헤 웃으며 가슴을 쭉 폈다.

       

       “특히 서부에 있던 헤카르테교는 굉장히 물밑에서 조용히 행동하던 놈들이라 존재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수준이었는데, 지난번에 레온 님이 헤카르테교에 대해 말해 주신 내용들을 기반으로 조사를 계속해 보니 단서가 줄줄이 연결되어 나오더군요.”

       

       아하.

       그렇게 된 거였구만.

       

       ‘헤카르테교에 대한 정보는 나도 파이어 브레이슬릿을 얻으려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거니까….’

       

       특히 알렉스는 하무트교의 바냐스 마을 습격 사건 이후, 그 배후에 대해 조사해 달라던 레키온의 부탁으로 대륙 동부를 위주로 활동해 왔다. 

       

       그러니 아무리 알렉스라고 해도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대륙 서부의 물밑에서 활동하던 헤카르테교의 존재까지 파악할 수는 없었던 거고.

       

       ‘게다가 동부에서도 내가 하무트교 지부의 위치를 알고 있었던 덕분에 원작보다 훨씬 빠르게 놈들을 잡을 수 있었지.’

       

       특히 이호르 지역의 블러드 구울이 있던 숲.

       그 자리로 레키온이 오도록 우리가 유도해서 발견한 뒤, 그곳에 있던 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하무트교 지부의 위치까지 알아냈었다. 

       

       즉, 원작이었으면 각각 대륙의 동부와 서부에서 활개치던 나쁜 놈들을 아직 못 잡고 있었을 텐데 우리가 싹 쓸어 버린 덕분에 일찍 해결할 수 있었다는 소리.

       

       ‘캬. 그럼 매번 바빠서 휴가도 못 갔던 알렉스가 내 덕분에 이렇게 휴가를 나올 수 있게 된 거네?’

       

       후후, 역시 나야.

       

       아, 물론 아르와 실비아가 곁에 있었기에 헤카르테교도 잡고 하무트교도 잡을 수 있었던 거기도 하다.

       

       ‘파이어 브레이슬릿 얻으러 갔다가 헤카르테교랑 만났을 때 실비아 씨가 지부장을 묶어 두고, 아르는 천 년의 힘까지 사용해서 날 지켜 주지 않았다면 난 벌써 이 세상에 없었겠지.’

       

       가진 거라곤 유일 등급 특성, 「신뢰의 계약」 하나뿐이었던 내가 지금 이렇게 드래곤의 계약자로서 호사를 누리며 살 수 있는 건 누가 뭐라고 해도 아르와 실비아 덕이다. 

       

       ‘처음에는 특성도 잠김 처리되어 있어서 그런 특성이 있는 줄도 몰랐지.’

       

       게다가 「신뢰의 계약」의 해금 조건은 사역마가 될 상대방이 나를 백 퍼센트, 온전히 신뢰하는 것.

       

       ‘말이 백 퍼센트지,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잖아.’

       

       아르가 조금의 의심도 없이 나라는 사람에게 온전히 기대고, 나를 온전히 믿어 주지 않았다면 「신뢰의 계약」이라는 유일한 초 사기급 특성은 개화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아르야.’

       

       뭘 하든 기승전 아르 최고다. 

       우리 아르 너무 예뻐.

       

       내가 흐뭇한 얼굴로 아르를 바라보자, 내 시선 하나는 기가 막히게 알아채는 아르는 금방 똘망한 눈으로 나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뭔가 속으로 아르를 예뻐하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이쪽으로 다가와서 나를 안고 볼을 부볐다. 

       

       “뀨우.”

       

       알렉스는 그런 우리를 보며 씩 웃었다. 

       

       “여전히 참 사이가 좋군요.”

       

       그리고 숙취에 찌든 서로를 부축해 주려고 하다가 우스꽝스럽게 어깨동무를 한 레키온과 데보라를 보면서도 한마디 했다. 

       

       “너희도 참 사이가 좋고.”

       

       살짝 음흉해진 미소에, 레키온이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어깨동무는 풀지 않았다. 

       

       “크흠, 우리 사이야 뭐 원래 좋았지. 그치, 데비?”

       “그, 그래. 원래 좋았는데 뭐.”

       

       데보라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로 시선을 피했다. 데보라 역시 어깨동무를 풀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알렉스는 둘의 맛있는 반응에 더더욱 입꼬리를 올렸다. 

       

       “크으, 이 반응이지. 사실 내가 휴가 쓰고 온 건 너희들 보러 온 것도 있거든. 내가 뭐 여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휴가 같은 건 안 써도 딱히 상관 없었는데, 이걸 어떻게 참냐.”

       “…평소엔 잘 참으면서 이럴 땐 안 참네.”

       “어쩐지 일벌레 알렉스가 휴가 준다고 할 때 냉큼 받아서 왔다 싶었어.”

       “일벌레라니. 내가 일을 열심히 하는 건 맞지만, 나도 어? 예쁜 여자친구 있고 와이프 있고 했으면 휴가 꼬박꼬박 나왔어. 근데 그런 것도 없지, 신분 때문에 아무나 사귈 수도 없지, 소꿉친구라고 둘 있는데 그동안 서로 좋아하면서 눈치도 없이 중간에 있는 나만 괴롭히면서 말하지 말라고 염병을 하지…. 너네 같으면 휴가를 나오고 싶겠냐? 차라리 잡생각 안 들게 일이나 하지.”

       

       미소를 머금고 있던 알렉스는 일벌레 이야기가 나오자 그라데이션 분노를 시전하더니, 마지막엔 따발총처럼 막힘 없이 쏘아 붙였다.

       레키온과 데보라는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함께 바라보던 아르는 내 손을 꼬옥 잡았다. 

       

       ‘쌓인 게 많긴 했나 보네….’

       

       솔직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 저건….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레키온과 데보라를 이어 주고 알렉스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준 것도 아르 덕분이네?’

       

       역시, 우리 킹갓황르야.

       

       “에휴, 됐다. 더 얘기해 봐야 뭐 하겠냐. 즐기자고 휴가 나왔는데 열 올리지 말고 쉬기나 해야지.”

       

       알렉스가 한숨을 내쉬자, 레키온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서 들어와서 푹 쉬어. 여기 진짜 시설 장난 아니야. 없는 거 빼고 다 있어.”

       

       또각, 또각.

       

       “손님…? 주문하신 룸 서비스 나왔습니다.”

       

       마침 룸 서비스로 주문해 뒀던 아침 식사가 도착했기에, 우리는 어서 알렉스를 안으로 들였다. 

       

       “이야…. 푸짐하네. 그러니까 너희는 이런 시설이랑 이런 식사를 이제 옆에 아르만 있으면 그냥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거지?”

       

       역시 정보부답게 아르의 증표 소식은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자여! 알렉쓰 삼쵼두 마니 머거여! 히히.”

       

       아르는 내 옆에 꼬옥 붙어 앉아서 두툼한 포테이토 피자 한 조각을 냉큼 집어 들었다.

       

       “그래, 고맙다. 잘 먹을게, 아르야. 그거 맛있어 보인다?”

       “쀼움. 이고 마시써여! 핫 쏘쓰도 뿌려 먹음 더 마싰구여. 아르는 매운 거 잘 못 머거서 쪼끔만 뿌려여.”

       “음, 오오. 진짜 맛있는데? 역시 이런 데서 나오는 피자는 또 다르구나. 임무 수행하면서 먹었던 압축해 말린 빵쪼가리랑은 차원이 달라.”

       

       알렉스는 과자에 가까운 퍽퍽한 밀가루 덩어리의 맛을 설명하며, 감동 받은 표정으로 피자를 먹었다.

       

       “…알렉쓰 삼쵼 평소에 구런 거 머거여…?”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아르가 묻자 알렉스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장 적에게 들킬 수도 있는데 맛있는 냄새가 나는 피자빵을 품에 숨겨 놨다가 먹을 수는 없잖아? 무미 무취에 가까우면서도 최소한의 배는 채울 수 있는 걸 먹는 편이지.”

       “맙소샤…. 아르는 구러케는 못 할 거 가타여….”

       

       먹는 즐거움이 삶의 절반인 아르는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슬퍼 보였다. 

       

       “하하. 뭐 이 정도 가지고. 정보부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단다.”

       “별의별 일이 다 이써여?”

       “응. 궁금하니?”

       “네엥! 레키온 삼쵼이랑 데보라 온니 얘기는 쫌 들었는데, 알렉쓰 삼쵼 얘기는 마니 못 들었어여. 레온, 그 단어 모여찌? 아! 썰! 썰 푸러 주세여!”

       

       아르는 알렉스의 이야기를 궁금해했고, 알렉스는 피식 웃으며 아르가 재미있어할 만한 얘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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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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