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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1

       

        

        

        

        

        

        단연컨대, 자리라는 건, 그리고 환경이라는 것은 결국 무수히 많은 사람,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의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스트리머 대항전.

        

        일곱 개의 글자, 그리고 두 개의 단어로 이뤄짐으로서 이는 단순한 문자 나열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았으나, 이는 함축적인 동시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게끔 자동으로 한계가 규정되었다.

        

        수십 명의 스트리머들이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니고 경기에 참가하고자 신청서를 내었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요컨대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함이기도 했고,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새로운 시청자들을 유입시키고자 맘먹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 개별적인 목적이 도합 24개. 비슷한 갈래끼리 어거지로 묶거나 합치할 수는 있어도, 완벽하게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패배하는 순간 죽는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서로 합칠 수는 없어도, 어느 한 사람의 각오와 그로부터 기인한 결과가 다른 사람 또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압도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장 먼저, 팀명이 변했다. 이번 대항전에서 뜨거운 감자…도 아니고, 화제성 원탑으로 떠오른 당사자의 이름은 카토그래퍼를 손쉽게 밀어내고 팀을 이끄는 자리에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밀어넣었다. 아니, 조금 다른가. 밀어넣은 게 아니라 밀어넣어진 것일 수도. 그런 걸 논하기엔 좀 늦었지만.

        

        두 번째로, 팀이 변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이야기는 ‘아래는 위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을 그 기저에 함축하고 있었으며, 그로부터 촉발되는 결과는 사실상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다. 마치 테세우스의 배가 진행되는 과정을 수십 배 이상 앞당기듯, 그녀는 일주일도 안 되어 배의 외장과 엔진을 모두 갈아치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맞붙는 팀이 변했다.

        

        

        

       ‘….’

        

        

        

        변화에는 거대한 압박이 따른다.

        

        그런 점에서 비춰보자면, 김부장을 포함한 팀원들은 연습도 아니고 실전에서 무지막지한 성장을 한…건 아니고, 사실상 강요당했다. 당사자의 저력을 정면에서 얻어맞음과 동시에, 모두의 머릿속에는 이리 처참한 형태로 질 수 없다는 한 가지 위기의식이 떠올랐다.

        

        이들의 성장은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김부장은 자신이 현역으로 있었을 때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필사적인 지휘를 몸소 행하며 팀원들의 전력 감쇄를 실시간으로 늦추고자 분투하였고, 팀원들 역시도 이에 화답하였다. 아무리 평소에 느긋하다고 한들 폭풍우가 덮쳐와도 한가로울 사람은 없었으므로.

        

        단지,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아쉬운 점을 하나 논하자면….

        

        

        

       “스크림 같은 걸 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러게요.”

        

        

        

        조금 더 이를 대비할 합법적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어땠을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상의 영역. 스트리머 대항전 자체가 상당히 짧은 시간 동안 준비된 대회였던만큼 실현 가능성은 적었겠지만…뭐어, 아쉽다는 소리 한두 마디 정도는 할 수 있잖은가. 어차피 지금 와서 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더군다나, 그 자신들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하모니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사고의 지평도 그만큼 넓어진다는 소리였으며, 어쩌면 김부장 그 너머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그릇은 아직 채울 만한 것들로 가득할 것이었다.

        

        당장 두 판 전 하모니는 김부장의 특기였던 유기적인 분대 운용을 낼름 훔쳐갔고, 이를 통해 B에 돌입했던 아군을 말 그대로 회쳐버리며 전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강탈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 번째 판부터는 막상막하의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점 정도인가. 물론 졌지만.

        

        그리하여, 네 번째 판.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판. 팀은 벼랑 끝에 몰린 상태였지만, 반대로 – 이제 퍼즐이 다 모였다.

        

        

        

       -[알림 : 네 번째 경기까지 30초 남았습니다.]

        

        

        

       “이번 판이 분수령이 될 겁니다. 갈 땐 가더라도 한 번은 상처를 내야지요.”

        

       “할 수 있을까요?”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하지만 가정을 시작하면 IF는 끝도 없죠. 앞으로 남은 판 동안 상대 팀을 내리 꺾고 전설이 되거나, 이번 판에서 지거나. 중요한 건 목표에의 집중입니다. 가장 필요한 공상을 현실로 끌어오기 위해 필요한 노력 이외에는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짤막한 정적.

        

        철컥. 날카로운 금속음이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귓전을 울렸다. 더 이상의 준비는 필요하지 않았다. 하모니가 일으킨 마지막 변화는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휩쓸었으며, 이제부터는 정면 승부만이 남았다.

        

        할 만큼 했고, 손쓰지 못할 정도로 처참한 패배는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낼 것이었으니.

        

        차디찬 뉴욕의 겨울 공기를 찢어내는 육중한 로터음과 함께, 두 대의 블랙호크가 인기척 없는 대도시의 한복판에 착륙했다.

        

        시간초가 제로로 수렴하기 직전, 김부장은 입을 열었다.

        

        

        

       “갑시다.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죠.”

        

        

        

        그리하여 세 번째 판이 시작되었고, 마지막 분전이 그 서막을 올렸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분전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순간, 승리의 결정타를 박아넣은 것은 하모니와 돌, 리밋, 그리고 호떡으로 이뤄진 A팀의 주공 분대였습니다! 따라서 토탈 스코어 4대 2로, 이번 스트리머 대전의 승리자는 하모니 그룹입니다아아아아-!!!

        

        

        

       “아, 너무 아쉽다. 진짜로 너무 아쉽다….”

        

       “정말, 모든 분들께 너무나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지시를 따라주셔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4대 2.

        

        그들이 마지막으로 받아든 성적표에 승리가 찍혀있지는 않았으나, 이들은 어쩌면 승자들보다도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될 예정이었다.

        

        아시아 예선전 이후 치뤄진 스트리머들 간의 짧은 대항전은, 그러한 형태로 종결되었다.

        

        

        

       

        

        

        

        

        

        

        

        

        

        

        

        

       “여섯 번의 경기 이후, 단 한 판의 경기도 치뤄지지 않았을 때  진행되었던 사전 인터뷰 이후, 그로부터 네 시간이 지난 끝에 – 드디어 오늘 경기의 모든 참여자 분들을 이 자리에 모실 수 있었습니다. 다들 열렬한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아-!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이고 환호성과 박수가 이어졌건만, 점점 세를 불려 어느덧 40만에 다다른 토탈이 일제히 보내는 관심은 사람을 정면에서 압박하고도 충분할 정도로 거대하였다. 

        

        스물 여섯, 이번 스트리머 대항전의 참여자 24명과 각각 캐스터와 해설 역을 맡은 언리얼과 러스. 이 모두가 한 무대에 나와야 했기에, 무대가 자연스럽게 넓어지며 시설의 배치도는 어느덧 공중파의 대형 토크쇼를 연상하게 만드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었다.

        

        모두의 앞에 자연스럽게 놓여진 마이크. 비록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자리에 앉아있는 모두는 전부 시청자와의 소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직종이었고, 그리하여 모든 이들의 표정에는 부담보다는 기대가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부채꼴로 퍼진 좌석의 앞, 그 중심점. 각자 팀을 대변하듯, 하모니와 김부장이 팀원들의 가장 앞에서 MC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한 차례 박수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문답이 이어질 차례.

        

        그 시작은 당연히 오늘 이어진 경기를 견인하는 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두 명의 그룹 리더로부터였다.

        

        

        

       “오늘의 경기를 이끈 두 분이 이렇게 가까운 자리에 모인 건 몇 시간 전 이후로 처음이군요. 그렇죠?”

        

       “네. 맞습니다. 불과 몇십 분 전에는 전장에서 만났었지요.”

        

       “하하, 서로 친밀한 대화를 나누기에 전장은 좀 많이 부적합한 곳이니까요. 이런 평화로운 곳에 두 분을 다시 모실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자, 그러면 다른 분들이 궁금해하기 전 빠르게 본제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을 건네드릴 테니, 이에 대해 부담 없이 답변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두 명은 고개를 끄덕였고, MC로 직종을 변환한 전 캐스터 및 해설은 손에 들린 홀로그램 스크립트를 빠르게 훑어나갔다.

        

        첫 번째 질문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대항전에서 승리를 거둔 측의 대표인 스트리머 하모니에게 먼저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대회에 참여하여 우승하셨는데, 이에 대한 소감을 먼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정말, 상상 이상으로 힘들고 거칠었던 것 같네요. 특히 상대팀이 말 그대로 매 판마다 강해져서 돌아와서, 세 번째 판부터는 이에 대해 대처하느라 몇 번이고 한계를 마주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확실히 이번 대회 내내, 김부장 팀은 대회 시작 전 호언장담했던 분대의 유기적 운용을 확실히 보여주었죠. 조금 식상한 발언일지 몰라도, 보는 저로서는 강과 유의 대결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언리얼쉑 아는 미사여구가 무협지밖에 없는wwwwwwwwwwww

       -그래서 오늘 본 경기가 무림대전이었다고요?

       -요즘 무공 초식은 납탄이랑 총이랑 세열수류탄 필수 구비인가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마 이름이 녹묘ㅋㅋㅋㅋㅋㅋㅋㅋ

       -김부장 어리둥절하는 표정 여기까지 보이죠??????

        

        

        

        물론, 시청자들이 기관총처럼 쏘아대는 개소리들과는 다르게, 이들의 인터뷰에는 한 치의 거짓도 들어가있지 않았다.

        

        진심으로, 하모니는 머리가 아직도 지끈지끈할 지경이었다. 매 초마다 급변하는 전장을 읽고 그에 대해 대처하는 건, 마치 왼손으로 체스를 두는 와중 오른손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뇌를 혹사시키는 것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 물론 언제는 안 그랬냐만은 – , 하모니의 머릿속에서는 유진에 대한 존경심이 무럭무럭 샘솟는 중이었다. 그녀 자신과 합방을 하던 초창기 시절, 유진은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을 메인 미션에 투자하며 끊임없이 논리정연한 지시를 내려대었으니까.

        

        비록 그때와는 인원수나 맵이 좀 다를지 몰라도, 결국 기본적인 골자는 비슷했다. 그리고 다르게 말하면, 자신이 걸었던 길은 유진이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가고도 남은 루트란 말이었고.

        

        

        한편, 당연하게도. 두 번째 질문은 당연히 그 옆에 앉아있는 김부장에게로 향했다. 대회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온 몸에서 포스를 줄줄 뿜어내던 그는 온데간데없었고, 녹초가 된 가장 한 명만이 의자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런 갭은 당연하게도 대화의 포문을 열기에 가장 좋은 요소였다.

        

        

        

       “하하, 선생님.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 거의 다 끝났어요!”

        

       “…아, 잠시 정신이 저 멀리 갔다왔습니다. 그래서 제게 물어볼 질문은 어떤 것일까요?”

        

       “하하,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대항전에서 김부장 및 팀원 분들이 정말 굉장히 고군분투하셨고, 실제로 그에 걸맞는 승리도 두 번 정도 하셨죠. 소감이 어떻습니까?”

        

       “─개인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정말…작년 도미네이션 공식 대회 준비할 때보다도 훨씬 힘들었습니다. 낙석을 우산 하나로 막아내는 듯한 느낌이었지요. 하모니 씨가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게임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극찬’

       -하모니 그녀는 신인가?하모니 그녀는 신인가?하모니 그녀는 신인가?하모니 그녀는 신인가?하모니 그녀는 신인가?하모니 그녀는 신인가?

       -녹껄룩쉑 이제 어디가서 자기 게임 못한다 소리 뒤져도 못할듯 ㅋㅋㅋ

       -팩트)얜 10일도 안 되서 언랭에서 그마를 찍었다

        

        

        

        연달아 이어지는 칭찬. 오직 하모니만이 ‘내가 진짜 그 정도야?’ 하는 괴상망측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뒤에 앉아있는 대부분의 인원들도 연달아 긍정의 의사를 표했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이어진 발언권 요청. 맨 앞에 앉은 두 명이 무슨 소리인가 하여 고개를 휙 돌아보자, 거기에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카토그래퍼가 있었다.

        

        그가 무어라 해석해야 할지 미묘한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사실 전 하모니가 유진 씨랑 친밀하게 지냈다는 걸 알았을 즈음부터 이렇게 될 것 같았어요. 제가 그 분한테 좀 많이 얻어터진 적이 있어서.”

        

       “하하! 그렇군요.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때가 대회 랭크 기간이었었나요? 저도 유어스페이스 영상을 올리려 관련 자료를 조사하던 와중 그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네, 그렇죠. 좀…그래도 다행히, 전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그러자 사방팔방에서 터지는 헛웃음. 수십 만에 달하는 시청자들 중에선 당연하게도 카토그래퍼의 정규 시청자 역시도 있었고, 이들 중 대부분은 두세 달 가량 전 AP 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고 있었다.

        

        어쩐지 시큰거리는 목을 쓰다듬으며, 카토는 자신의 발언을 종료하였다.

        

        하모니와 김부장이 한 번씩 질문을 받은 이후에는 휘하 팀원들에 대한 질문 – 사실은 청문회에 가까운 – 이 이어진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를 자랑하고 겨루기 위해 여념이 없는 상태였다.

        

        

        

       “…팀 카토그래퍼가 팀 하모니로 바뀐 당일에 연습을 하러 모였죠. 이 중 우승하고자 나온 사람이 있냐는 말에, 그래도 호승심이 있으니까, 팀원들과 함께 번쩍 손을 들었어요. 다른 분들도 전부 손을 들었고요. 그랬는데 갑자기 증거사진을 찍지 뭐예요.”

        

       “하하하, 증거사진이요?”

        

       “네. 그 이후에는 이제, 어…좀 심하게 굴렀죠. 사실 그 정도도 굉장히 절제된 표현이구요. VR 기준으로 하루에 8시간 정도는 사격장에서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와 그리 단절되지 않은 훈련소에 다시 온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와 동시에 허공으로 팝업되는 사진.

        

        그 스크린샷 안, 비록 한참 전 검은 모자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군대 조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새빨간 모자를 쓴 네 명의 인원이 사격장과 트레이닝 센터를 이리저리 활보하며 팀원들을 봐주고 있었다.

        

        가장 어이없는 것은, 그 중 두 명의 모자 위에는 고양이 귀와 백호의 귀가 뿅 하고 튀어나와 있는 상태였고. 물론 선명한 녹색 머리카락이 치렁치렁 내려온 리밋도 만만찮게 눈에 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당연히 그걸 놓칠 사람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저 녹색의 숙녀 분은….”

        

       “아이, 야! 누가 저거 저렇게 찍었어!?”

        

       “우리 귀염둥이 리밋이에요. 예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바타 꼬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수하면 해녀분들이 머리 떼가게 생겼네 ㅋㅋ

       -오인사격은 뒤져도 안 당하겠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축)리밋아바타40만명앞에서전격데뷔(하

        

        

        

        남이 골탕먹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끝은 아니었고, 각 팀이 대회 전까지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는지에 대한 엠바고가 저절로 해제됨에 따라,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썰들이 해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은 다소 소극적인 이들이었지만, 그것이 발언권 획득을 위한 빨간 버튼 누르기 경쟁으로 변질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앞으로는 프로게이머 분들에게 상당히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길래 좋은 줄로만 알았더니, 부트 캠프가 갑자기 시작되더라고요. 저희도 하루에 열 시간은 기본적으로 연습했던 것 같아요. 연습생들의 비애를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은 몰랐죠.”

        

       “아, 우리도 마찬가지였는데. 어떤 연습 주로 하셨어요? 저흰 사격장에서 계속 뺑뺑 돌았죠.”

        

       “아하, 그러셨구나. 저희는 그냥 끝도 없이 명령 하달 반복만 연습했었는데. 진짜 힘들었어요.”

        

        

        

        그리고 그런 발언이 이어질수록, 하모니와 김부장의 고개는 점차 아래로 숙여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바닥을 뚫을 정도가 되어갔다.

        

        물론 그 두 명이 잘못한 건 당연히 아니었지만, 뭐어. 원래 지휘자들이란 밑의 사람들이 구시렁거리는 걸 적당히 받아줄 줄도 알아야만 했다. 지금은 사실상 공개처형에 가까웠지만, 그 또한 없을 수는 없는 법.

        

        어떻게 보면, 실로 참관인 많은 디브리핑이었다.

        

        또한 이를 다르게 말하면, 막바지.

        

        

        

       “그래도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실전 캠프에 갑자기 입소한 것 같아서 깜짝 놀라긴 했는데, 그래도 실력도 많이 상승했던 것 같고.”

        

       “끄윽….”

        

       “저도 그래요. 프로게이머 분들한테 상당히 둘러싸여서 상당히 굴렀거든요. 그래도 피드백도 굉장히 많이 받아서 보람찬 시간이었죠.”

        

       “큽….”

        

       “하하, 그만. 그만하겠습니다. 이러다가 앞에 계신 두 분이 각혈할 것 같네요. 역시 팀전이기에 어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되는군요. 두 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물론 이 들은 뒤늦은 내상을 치유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아무튼, 클로징 멘트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대가 다시금 변형되며 선수들끼리 악수와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MC로 전향한 그 둘 역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후, 이내 웃으면서 시청자들을 돌아보았다.

        

        

        

       “자, 말도 많고 탈은 없었던 이번 스트리머 대항전,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오늘만을 기다려왔던 분들에게, 그리고 오늘을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쏟아부었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즐거움은 짧고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만, 언젠가 같은 대회로, 또는 다른 대회로 여러분들에게 다시금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인사 마치겠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 비율을 따져본다면 분명히 아쉬움이 대다수를 차지하겠지만, 시간은 흐를 것이었고, 이곳에 모인 수십만 명의 시청자들은 몇 개월 내에 이번 년도에 있는 가장 거대한 이벤트를 경험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새로운 대회의 막이 오를 거고.

        

        그렇게 스트리머 대항전이라는 하나의 고비이자 축제가 닫힌다. 무대 위에서 풀지 못했던 썰을 풀기 위해, 또는 뒷풀이를 위해 퇴장한 스트리머를 따라 방을 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대항전만을 위해 마련된 방의 시청자 수가 서서히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공간 자체가 증발한다.

        

        그리고-

        

        

        

        

        

        

        

        

        

        

        

        

        

        

       -[하모니 : 선생님~~~~!!!!]

        

       -[하모니 : 제가 기가막힌 호텔 잡아놨는데 나중에 썰풀이 방송 같이 하실래용ㅎㅎ?]

        

        

        

       “…엥.”

        

       “그럴 것 같았어요.”

        

        

        

        하여튼 선생님바라기 같으니라고.

        

        물론 다이스가 할 말은 아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짤막한 휴식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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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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