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아앙!
나는 제다하크의 공격을 피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뭔가…….
“처음 보는 패턴이었는데?”
– ㅇㅇㅇㅇ
– 2페 들어가면 패턴 추가됨.
– 신규 패턴임.
– 맞아영.
“끙!”
시청자들의 대답에 나는 신음을 흘렸다.
한 번의 사냥에서 갑자기 새로운 패턴이 추가되는 몬스터는 처음이다.
나는 즉시 내 캐릭터의 무기를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제다하크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 ?
– ??
– ?
– 뭐 하세요?
– ??
“뭐 하긴? 새로운 패턴을 숙지해야 하지 않느냐?”
현실에서도 처음 보는 생물을 만났을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그 생물이 육식동물이라서 나에게 달려들 수도 있고, 독을 내뿜을 수도 있고, 사실은 미끼였을 수도 있으며, 순간 이동 능력이 있어서 갑자기 나에게 다가올 수도…….
– 아닠ㅋㅋㅋ
– 누가 그렇게까지 경계해욬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왜 우리 동네 누렁이가 날 그렇게 경계하는지 알겠넼ㅋㅋㅋ
– 앜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크흠! 어쨌든 현실에서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다.”
그렇게 오랫동안 대상을 관찰하고,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그러다가 충분히 판단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냥에 나서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때때로 목숨이 여러 개인 생물도 있긴 한데, 그런 생물들도 자기 목숨을 함부로 소모하는 법은 없지.”
– 목숨이 여러 개인 생물이 있긴 했구나.
– ㅎㄷㄷ
– 진짜 고양이는 목숨이 9개인가요?
–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요점은 이것이다.”
현실에서도 사냥감을 사냥하기 위해선, 아주 오랫동안 대상을 관찰하며 최대한 많은 변수를 차단하려 한다.
그런데 패턴이 정해져 있는 게임에서는 안 그럴 이유가 있을까?
“난 오히려 그러지 않는 경우가 특이할 것 같은데?”
– 너무 지루함.
– 패턴 파악은 원래 맞으면서 하는 거임.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정론이기는 한데, 너무 지루해요.
– 게임 그렇게 하면 너무 피곤함.
그런가?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게임이라는 것은 즐기는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니, 그냥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즐기면 된다.
퍼어엉!
그러는 사이에도 내 캐릭터는 제다하크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아무리 처음 보는 패턴이라고 하더라도, 무적 시간이 넉넉하게(?) 0.08초나 되는 회피를 사용하면 피하는 것 자체는 쉬웠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을 피해내며 새롭게 추가된 패턴들을 확인한다.
“3개의 새로운 패턴이 추가되었구나. 그리고 2개의 패턴이 조금 다르게 변형된 것 같고 말이다.”
변형된 패턴의 경우, 움직임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공격이 피격 시에 검은 입자가 피어오르는 효과가 추가되었다.
본래 저 패턴들은 그냥 앞발로 때리는 패턴이었는데, 이제는 그 성가신 상태 이상도 유발하는 공격으로 변경된 것이겠지?
“좋다. 그럼 다시 사냥을 시작해 볼까?”
– 오오오!
– 숙지 빠르네요.
– ㄱㄱㄱㄱ
– 패링 마스터!
– 사냥 마스터 라나!!
– 가즈아!!
내 캐릭터가 다시금 방패를 들고, 제다하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패링!
팅! 팅! 휘리릭! 팅! 팅! 팅!
패링할 수 있는 것들은 전부 패링하고, 패링이 불가능한 것들은 가드 하거나 굴러서 회피한다.
그렇게 얼마나 공격을 했을까?
= 조심해!
쿠구구구궁!!
제다하크가 허공으로 날아오르자마자 화면이 떨리기 시작한다.
이어서 화면 위로 몬스터 연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 적이 강력한 공격을 하려 하고 있어!
= 저 바위 뒤로 숨자!
쿵! 쿵! 쿵!
지진 때문일까? 주위로 바위가 떨어진다.
나는 캐릭터를 움직여 바위의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하늘에서 제다하크의 검은 브레스가 대지에 뿜어지고, 그 위로 불이 붙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어마어마한 화염이 몰아친다.
내 캐릭터가 피한 바위의 뒤쪽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화염으로 뒤덮인다.
“일종의 즉사 패턴인 것이냐?”
– 넹.
– ㅇㅇㅇㅇ
– ㅇㅇㅇ
– 맞아영.
– ㅇㅇㅇㅇㅇ
쿠우웅!
모든 패턴이 끝나자마자 제다하크는 힘없이 대지로 내려앉았다.
숨을 헐떡이며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아하니, 딱 봐도 그로기 상태에 진입한 모습이었다.
현실이라면 저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움직이려 했을 테지만, 이것은 게임!
“이거, 공격할 기회인 것이냐?”
– ㄱㄱㄱ
– 폭딜!
– 딜찬스임!
– 가즈아!!
= 하압!
즉시 ‘버파 어택’과 연계 강공격을 욱여넣는다. 그것도 두 번이나.
즉사 패턴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그로기 시간이 제법 길었기에 가능했던 공격이었다.
쿵!
결국 제다하크는 쓰러졌다.
아무리 인간보다 강대한 몬스터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이다.
그리고 내 캐릭터는 이 게임의 주인공.
“드디어 복수를 끝냈구나.”
이것으로 마을을 위협하던 몬스터들의 혼란도 멈췄고, 주인공 역시 선배들의 복수를 이루어냈다.
어찌 보면 이것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되었다고 봐도 될 터.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과연?
– ㄷㄱㄷㄱ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응?”
다만 시청자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내가 그들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던 그때, 화면이 전환되며 컷신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 수고했어 신참.
= ?!
몬스터 연구가가 등장했다.
그는 주인공을 지나치더니, 쓰러진 제다하크의 시체로 다가간다.
= 굉장해. 정말로 제다하크를 사냥할 줄은 몰랐어.
= 정말로 다행이야.
= 마을의 헌터들이 전멸했을 때만 하더라도 실패인 줄 알았는데, 네 덕분에 이걸 얻을 수 있었어.
무언가 의미심장한 대사와 함께, 몬스터 연구가는 제다하크의 시체에서 ‘검은 입자’를 채취한다.
그런 몬스터 연구가를 향해, 주인공의 사냥을 서포트하는 ‘소꿉친구’가 소리친다.
= 당신! 그게 무슨 말이죠?
그 말에 몬스터 연구가가 대답한다.
= 아아……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모르겠군.
= 사실 몬스터들의 이상 현상은 제다하크의 짓이 아니야.
= 모든 것은 나의 짓이지.
뒤를 돌아본 몬스터 연구가의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주인공과 ‘소꿉친구’가 당황한다.
= 마을에서 떨어진 ‘고대의 사원’에는, 오래전 잠든 고대의 몬스터가 존재하지.
= 고대인들은 그 고대의 몬스터를 조종하여 세상을 지배했다고 전해진다.
= 나는 오래전 잠든 고대의 몬스터를 깨우는 방법을 찾았다!
= 고맙군! 핵심 재료인 제다하크의 독을 구해 줘서 말이야!
= 아하하하하하!!
그렇게 떠들어댄 몬스터 연구가가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몬스터들의 이상 현상은 사실 저 몬스터 연구가가 반쯤 깨운 ‘고대의 몬스터’의 태동을 일반 몬스터들이 감지했기 때문이고, 제다하크 역시 그중 하나인 것이냐?”
– ㅇㅇㅇㅇ
– 맞음.
– 맞아영.
– 엄청 차분하시네요?
– 놀라실 줄 알았는데.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예상하셨나요?
“예상하지는 못했단다.”
다만 이런 일로 놀라기엔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
게다가 워낙 다양한 차원을 돌아다녔다 보니,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지 않는 몸이 되어 버렸다.
– 아닠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하는 채팅창.
그러는 사이에도 스토리는 흘러가기 시작한다.
= 고대의 몬스터.
= 오르바트.
= 전설에 나오는 그 몬스터가 깨어나면 모든 것들이 끝장이다.
모든 사정을 알게 된 마을은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주인공이 모두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그동안 주인공의 활약을 보아온 마을 사람들은, 이내 주인공에게 마지막 희망을 건다.
=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
= 오르바트를 사냥한다!
= 신참…… 부탁한다!
마을의 모든 이들이 함께 힘을 합치며, 마침내 스토리는 최종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오르바트라는 고대의 몬스터가 진짜 보스이지 않으냐?”
그런데 왜 게임 패키지에는 ‘제다하크’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이냐?
그런 내 질문에, 시청자들이 웃으며 답해주었다.
– 원래 그럼ㅋㅋㅋㅋ
– ㅋㅋㅋㅋ
– 시리즈 전통임.
– ㅋ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이 시리즈가 원래 페이크 보스, 진 보스 두 종류가 나옴.
– 패키지에는 항상 페이크 보스만 그려요.
“그렇구나.”
원래 그렇다는데, 그럼 할 말은 없지.
나는 새로운 장비를 만들고, 무기를 강화한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마침내 최종 보스전으로 향한다.
– ㄷㄱㄷㄱ
– 기대되네.
– 과연 라나님은 이번에도 무쌍을 찍을 수 있을 것인가!
– 그런데 진짜 빠르게 진행하셨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흠.”
방송 종료까지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만약 이번 사냥에 실패할 경우, 내일 이어서 게임을 이어나가야 할 정도로 말이다.
뭐, 그 때는 내일도 계속 게임을 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만약 내일도 게임을 하게 된다면, 내일은 다른 이들과 이 게임을 해볼까?’
이 게임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아는 스트리머가 있으려나?
최강물소나 살랑미미에게 연락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아니면 아예 시청자들을 부르거나.
쿵!
= 하앗!
사냥은 ‘고대의 사원’이라는 개별적인 필드에서 진행되었다.
필드에 들어선 순간, 바로 컷신이 진행된다.
= 왔느냐?
어떤 제단 위에서 무언가를 하는 몬스터 연구가.
그런 몬스터 연구가를 향해, 주인공과 소꿉친구가 나타난다.
= 그만둬!
= 하! 그만둘 리가 있겠냐?
날카로운 말이 오고 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빛을 내뿜고 있던 제단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 광경에 몬스터 연구가가 광소하기 시작했다.
= 으하하하하하!
= 온다! 고대의 몬스터!
= 오르바트가!!
콰아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거대한 황소를 닮은 형태였다.
크기는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게임 속 몬스터들 중 가장 거대했다.
6개의 뿔을 달고 있고, 육중한 껍질로 몸을 보호한 몬스터.
그 몬스터의 머리에 올라탄 몬스터 연구가가 소리쳤다.
= 오르바트여! 저들을 죽여라!
크워어어어어어어어!!
거대한 오르바트의 울부짖음과 함께, 사냥이 시작되었다.
“웅장하군.”
– 최종전이 다 그렇죠 뭐.
– ㅋㅋㅋㅋㅋ
– 파이팅!
– 힘내세여!
– 라나님 화이팅!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는 컨트롤러를 잡았다.
자. 방송 종료까지 시간이 없다.
과연 드래곤님은 방송 종료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이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