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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1

       이예나와 J. Dox의 합방 내용은 크고 작은 부분에서 나름대로 합의된 상태였다.

        

       1부- 인터뷰. 

       2부- 일대일. 

       3부- 장례식.

        

       딱히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무려 3부작이었다. 대작이 으레 그렇듯이.

        

       그리고 마찬가지로 의도된 건 아니었지만, 당시 나름대로 합의되었던 작은 부분들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1.5부로 개입한 음주 탓이었다.

        

       어, 이거 위스키 되게 좋네요. 아따먹님은 안 드세요?”

        

       “……나중에 마시려고요. 그보다……도적 사지를 정성스럽게도 잘라낸 이유에 대해서 아직 대답을 못 들은 것 같아요. 기분 탓인가. 술도 안 마셨는데 이상하네요.”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어떤 이유에선지 이예나는 술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일까.

        

       함께 술을 주거니 받거니 마시고 있었다면, 화면에 잡힌 둘의 모습은 전혀 다른 그림이었으리라. 당연히, 시청자들의 반응도 단순 화재 수준이 아니었겠으나-

        

       『그래…속탈만하지…』

       『사장님 힘내세요ㅠㅠㅠㅠ』

       『이야 이마가 어디까지 빨개지냐』

       『나라면 원샷하고 그냥 대가리 박는다』

       『표정 존나 무섭네 진짜.』

       『알몸 도게자를 원하는 표정』

        ㄴ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술 땡기긴 하겠어ㅋㅋㅋㅋ』

       『눈빛 진짜 미친』

       『저도 매도해주세요 눈나… 저도 매도해주세요 눈나… 저도 매도해주세요 눈나… 저도 매도해주세요 눈나…』

        ㄴ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갈구는 거 PTSD오네 ㄹㅇ』

        

       묘한 곳에서 감이 좋은 걸까. 아니면, 운이 좋은 걸까.

       

       그녀는 그저, 빈 잔만 손으로 하염없이 굴릴 뿐이었다.

        

       “……공식적인 답변만 드릴 겁니다. 도적은 통계상 승률이 급상승 중이었어요. 사제와 궁수 전투시간 통계는 급락 중이었고요. 특히 사제 유저들은 뭐, 전투에 참여하는 시간보다 사망하고 합류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건 사제들이 건방지게 생존기를 1개밖에 안 드니까 그런 거잖아요. 원거리 힐 같은 거 안 찍고 사렸으면 도적이 그렇게 날뛸 수가 없는데. 3개 다 찍으면 안 죽어요.”

        

       “……진심입니까? 생존기 3개 다 들면 특성 트리 다 꼬입…… 아,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 패러데이에서는, 창의적인 빌드 자체는 너무나 환영하고 권장합니다. 단지, 특성 맵에는 어느 정도의 철학과 구조가 담겨있습니다. 무리해서 비틀면 자칫 고의 트롤로 의심받을 수 있어요!”

        

       『의심이 아니고 고의 트롤맞자너 ㅋㅋㅋ』

       『생존기 3개 = 메즈기 0개』

       『저걸 저렇게 포장해주네』

       『겜을 안 하면 뒈지지도 않는단 소리랑 뭐가 다른 거죠 센세』

       『아재 좀 취한 거 같은데』

        

       어딘가 몹시 불만족스러운 표정이기는 했으나- 어디에서 오는 불만족인지는 알 수 없었기에.

        

       시청자들은 ‘저 미친년이 그래도 처음보는 남자랑 단둘이 술먹방을 찍는 미친짓까지는 안 하는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더랬다.

        

       조금 더 가까운 팬들은, ‘저 텐련 왜 또 그 표정 나오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었지만.

        

       “……고의 트롤……이요.”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나이트 오브 나이츠는, 팀원들과 소통해가며 전투에 임하는 팀게임이니까요! 오, 그나저나 영어 시청자도 많이 늘어났네요! 오자마자 꼬우면 너도 도적해라……라고 채팅 치는 분들 보이는데, 도적은 난이도가 매우 높은 대신 제대로 사용했을 때 리턴이 큰 캐릭입니다. 그런데, 여기 이 분 때문에 난이도가 급락하면서 동시에 리턴은 급등했어요! 그러니 전체적인 밸런스를 위해 너프는 필요했습니다……까지가, 공식적인 답변입니다. 네.”

        

       이런 저런 불협화음 섞인 애드립이 위태롭게 오가길 몇 차례.

       

       드디어 사전에 합의된 큐사인이 날아왔다.

        

       도적의 너프는 필요했다는 게 공식적인 답변이라는 J. Dox의 대사에, 이예나가 ‘아니다, 중형 이상의 방패를 든 기사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데 운영법이 덜 개발되었던 거다’고 응수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일대일 한판으로 이어지면서 텐션을 끌어올리며, 성장한 도적도 사실 그렇게까지 못 막을 상대는 아니라고 어필하는-

        

       “사제로 생존기 3개 다 들면 팔다리 잘린 도적은 짓이겨져요.”

        

       그런 타이밍이었더랬다.

        

       “……잠깐, 그렇게까지 얘기하기론, 아니. 그런 말은 안 하지 않았어요? 우리 도적이 뭐요?”

        

       “사제로 생존기 3개 들 수 없다는 얘기도 원래 없었잖아요. 난이도가 높다, 도 아니고 고의 트롤이라니. 도적 이해도 높은 척해놓고……실망했어요.”

        

       아니, 못 들잖……들 수 있나? 어, 될 것 같기도……아니, 역시 못 들 거 같은데요. 아니, 이건 저도 사견이기는 합니다. 개발자가 아니라 유저로서요. 저도 빌드 짜고 노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근데 생존기 3개는 설계상 안 돼요. 상대 조합 보고 종류 고르는 거지, 다 고르는 건…….”

        

       “……쓰레기 같은 패치 당한 도적은 이겨요.”

        

       아까보다 말이 심해지지 않았어요……?”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각……2부 넘어갈 시간 된 거 같은데. 그냥 몸으로 느끼시는게 어떨까요.”

        

       이예나는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VR장비를 손에 들어 살랑거리며, 가벼이 미소지었다.

        

       여전히,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 * * *

        

       [실시간 화제 게시글 순위]

        

       1위 [얘들아, 이거 JD 아니냐?]

        

       [트위트 나이트 오브 나이츠 카테고리 시청자순 전체 4등이 뭔 아저씨가 위스키 처먹는 썸네일이어서 들어가봤는데

        

       이거 오른쪽에 앉아있는 남자 JD 같은데 맞음?]

       –     맞네? 사장되더니 외부활동 좀 많이 하나봐

       –     ㄴ 결국 머리 더 빠졌구나. 내 저주가 통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도적 너프라니 좆이나 까라지. 매일 한웅큼씩 빠지길.

       –     ㄴㄴ 넌 지옥에 갈 거야 정말로

       –     ㄴㄴㄴ 마중나올 파트너가 있으니 상관없어. 내 도적은 이미 지옥에 있거든.

       –     근데 왼쪽은 누구야? 케이팝 아이돌?

       –     ㄴ 저거 ATM이라던데. 애초에 ATM 방송이야.

       –     ㄴㄴ ??? 저게 ATM이라고? 지랄하지마. 내가 계집애한테 대가리 저글링을 당했다고?

       –     ㄴㄴㄴ 걱정하지마, 니가 사는 브론즈 시궁창에서 진짜 ATM을 만났을 확률은 0이니까. 넌 그냥 가슴 크기만 비슷한 고도비만 초등학생한테 뒈졌을 뿐이야

       –     ㄴㄴㄴㄴ 아니 진짜라고 개놈아 ATM이 유럽서버에서 부캐키울 때 다이아 구간에서 만났다고

       –     오 시1발 뭐야 드디어 패치하나? 보러 간다. 영어지?

       –     ㄴ 번역기 돌아가고 있음

       –     ㄴㄴ 굿

       –     ㄴㄴㄴ 난 그냥 가슴만 보고 있는데 언어란 거 참 부질없구나 어차피 말소리는 들리지도 않아

       –     ㄴ 패치 발표면 공식 방송에서 하겠지 상식적으로

       –     카테고리 저렇게 해놓고 술 먹어도 돼? 저스트 채팅으로 안 바꾸나? 시청자수 많다고 편파 운영하면 안 되지.

       –     ㄴ 원래 저스트 채팅이었음 이제 나오나 킨다고 방금 바꾼거야.

       –     ㄴㄴ 근데 둘이 나오나로 뭐 한다는 거야? 사장 접대 듀오?

       –     ㄴㄴㄴ 아니 둘이 지하빵 뜬다던데?

       –     ㄴㄴㄴㄴ 진짜로???

       –     근데 저게 대체 뭐하는 방송이냐? 나는 저 둘이 무슨 조합인지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     ㄴ 나도 지금 들어가봤는데 지금 둘이 지하에서 붙는다는데 

       –     ㄴㄴ ㅋㅋㅋㅋㅋㅋㅋㅋ JD 정신 나갔어? 한국 프로들도 저 미친년한테 다 대가리 따였다던데

       –     ㄴㄴㄴ 한국 프로씬 병신된거 하루이틀인가? 롤 시절이면 몰라도

       –     ㄴㄴㄴㄴ 응 시즌1 우승자 어느 나라?

       –     ㄴㄴㄴㄴㄴ 날빌 도적빨 우승 아무도 인정 안 하는데? 그게 2지하 빨이지 한국팀 실력으로 우승한 건가?

       –     ㄴㄴㄴㄴㄴㄴ 응 그래 그 빌드 개발한 건 어느 나라?

       –     홍보효과 하나는 미쳤네 카테고리 불문 글로벌 트위트 시청자수 1등임 지금

       –     ㄴ 이게 레딧이지

       –     확실히 젊은 회사라 그런지 홍보 행보가 파격적이긴 하네

       –     ㄴ 회사가 승인한 건 맞겠지?

       –     ㄴㄴ 사회생활 안 해봤냐 사장이 움직이기 전에 의사결정 단계가 몇 갠지 알아?

       –     ㄴㄴㄴ 아니 근데 JD는 인디게임 커뮤에서도 진짜 고집 미친 꼴통으로 유명했고……

       –     잘은 못 알아들었는데 뭔가 사제 빌드 얘기하더니 그냥  모르겠고 한판 뜨자는 거 같은데ㅋㅋㅋㅋ ATM 씹상남자 그 자체네

       –     ㄴ ??? 사제 대 도적으로???

       –     ㄴㄴ 그 정도 페널티는 주긴 해야지

       –     ㄴㄴㄴ ATM이라면 사제가 아니라 병사를 잡아도 내가 질 자신 있다

       –     ㄴㄴㄴㄴ 근데 왜 ATM임?

       –     ㄴㄴㄴㄴㄴ 한국어로 A-Tta-Meok이기도 하고, 1등런 달릴 때 베팅 사이트에서 쟤 승리에 돈걸면 그냥 ATM처럼 돈이 쏟아져나왔음.

       –     ㄴㄴㄴㄴㄴ 아 그때 프로 상대한다고 배당도 괜찮아서 돈 복사 기계였는데..다시 안 하려나

        

       * * * *

        

       계획은 계획이다. 

        

       그러니, 큰 틀에서 망칠 생각은 없었다. 절대로.

        

       그럼에도, 도저히 반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더랬다.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반박을 한 이상,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정말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얼핏 확인한 시청자 수가 무려 8만명에 육박하고, 채팅창에 한글보다 외국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게……이런 기회는, 정말로 두 번 다시 안 오겠더라. 지나쳐 보내고, 나중에 보여줄 일이 아니었다.

        

       원래 계획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괜찮겠지. 응. 

        

       결국 요지는, 도적이 OP인게 아니고 너희가 딴 캐릭을 못하는 거였고……도적을 너프하는 건 오히려 밸런스를 무너트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거니까. 

        

       달라질 건 없다.

       

       그리고……이건, 다시 생각해도, 확실하다.

       

       시간을 돌이켜도 마찬가지로 참을 수 없었을 거야.

        

       쿵쾅거리는 가슴을 애써 다스리며 사제를 선택하고, 기억을 더듬어 차분히 특성 트리를 찍어 나갔다.

        

       플레이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족히 수십 번은 리플레이를 돌려보며 분석한 빌드다. 혹시라도 다시 만나 상대하게 될 때를 대비해야 했으니. 운영법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안티캐리 사제.

        

       남들보다 세월의 풍파를 5배로 맞기라도 하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피지컬이 급격하게 떨어져가던 친구가 마지막으로 만든 빌드다.

        

       ……그 피지컬로도 고작 3판 만에, 방금 그게 백조의 노래였다고 웃으며 떠나갈 정도의 활약을 하게 해준 빌드고.

        

       고의 트롤이라니…….

        

       사장……에게, 정말 고마워서. 도적 욕이나, 정말 많이 봐줘서 2지하 욕까진 참으려고 했는데, 이건 안 되겠어.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다. 정말로.

       

       하지만, 침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빌드가 트롤 취급을 받은 상황이니.

       

       내가 가져다 쓴 여러 빌드의 원저작권자에 대한 존중의 의미에서라도, 대변인을 자처할 수밖에.

        

       너프된 거 가정하고 특성 찍어 둘게요. PBE는 한국에서 접속하면 렉이 심할 거라서, 본섭에서 해야 할 겁니다.”

        

       “그냥 하셔도 괜찮아요.”

       

       “……제가 이기면 대참사 아니에요? 제가 배 좀 나와서 그렇지, 이래 봬도 미국 본토에서 마스터 찍었습니다?

       

       

    “괜찮아요. 정말로.”

       

       정말로, 괜찮았다. 오히려 좋지 않을까. 너프되지 않은 도적도 카운터 칠 수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줄 수록, 너프를 시키는 게 얼마나 이상한 밸런싱인지도 명확해질 테니.

       

       그리고……마스터 정도야, 응. 나도, 그 친구도, 무려 그 시절의 한국 서버에서 꾸준히 찍었으니까.

       

       애초에, 이 바닥에서 ‘본토’라 하면 원래 한국이다. 최소한 전생엔 그랬고- 앞으로는, 여기서도 그럴 거다.

       

       미국 서버가 본토라니.

       

       게임이나 만든 곳인데……게임사가 뭘 알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미르르 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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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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