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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1

       “집 안에 뭐가 이리 없는 것이냐.”

       

       지도를 찾기 위해서 집 안을 뒤적거린 내가 구한 것은 기껏 해봐야 상비약 몇 개와 이미 썩어버린 음식들. 그리고 찢어진 옷가지들 뿐이었다.

       

       무언가 가져갈 거라도 있었으면 옷을 찢어 보따리라도 만들었을 터인데.

       

       가져갈 것이 없으니 그런 고생을 할 이유가 없었다.

       

       – 아포칼립스니까.

       – 집 여러 개 뒤져 봐야지.

       – 아님 마트 ㄱㄱ

       – 파밍도 안 됐는데 뭔 마트여.

       

       “마트?”

       

       호오.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나.

       

       어설프게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고생을 할 바에 마트를 한 번 들려서 필요한 물건을 챙기는 편이 낫지 않겠나.

       

       설령 마트가 아니더라도 편의점이나 상점 같은 곳을 둘러보는 편이 효율적이겠지.

       

       – ㄴㄴㄴㄴㄴ

       – 지금 마트 가면 뒈져요!

        – 이 사람이면 괜찮지 않을까?

        – 뭐가 괜찮아!

       

       집에서 빠져 나오니 집이 잔뜩 늘어서 있는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도심과는 이질적인 부분이 많구나.

       

       땅을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쓰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것이 한국이었다면 이 곳은 여유가 넘쳐.

       

       건물의 높이도 낮고, 각자마다 정원도 존재하고, 거기에 저 멀리 보이는 공원 같은 것은 또 무엇이냐.

       

       “허어. 이 곳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인 것인가?”

       

       – ㅇㅇ.

        – 미국 쪽 외각 배경일 걸.

       

       “이런 곳에도 상점은 있겠지?”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라면 곤란하다만.

       

       – 요즘 세상엔 아무리 깡촌이어도 있을 건 다 있음.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원래는 적당히 높은 빌라 옥상까지 올라가서 주변을 파악할 생각이었다만 이래서야 그럴 순 없겠고 일단은 무작정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나.

       

       거리로 나오니 어기적어기적 돌아다니는 죽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들의 기운은 무척이나 이질적이구나.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존재하는 느낌이야.

       

       강시가 죽은 이의 존엄을 빼앗았기에 불쾌하다면 저들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

       

       이 육신이 너무도 허약하야 도가 그려지는 게 잘 안 보이는 것이 다행이구나.

       

       저것이 선명히 보였다면 분명 구역질이 나왔을 테니.

       

       보는 것만으로도 거슬리는 것들이다만 그래도 앞으로 계속 상대해야 하는 적인만큼 미리 알아두는 게 필요하겠지.

       

       발소리와 기척을 줄이고서 죽은 자의 뒤로 접근했다.

       

       따로 냄새를 감추기 위해 무언가를 해두지 않은 만큼 후각이 민감하다면 본인을 눈치 챌 터이나 상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냄새는 별 상관이 없나 보구나.

       

       그렇다면 소리는 어떨까.

       

       방금까지 의도적으로 감추었던 발소리를 들려주자마자 죽은 자가 고개를 돌렸다.

       

       흐음. 귀는 그대로 있는 모양이야.

       

       눈으로 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보면 시각도 있기는 한 것 같고.

       

       신체능력은 정확히 어떨까.

       

       나를 덮치려는 좀비의 움직임을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가볍게 피해낸 후 거리를 벌려 적당한 속도로 뛰었다.

       

       이 정도면 그리 빠르지도 않아.

       

       이미 죽은 몸을 지닌 자라 지침을 모르는 것 같긴 하다만 그 뿐.

       

       충분히 뛰어서 따돌릴 수 있다.

       

       역시 하나하나는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구나.

       

       그 모든 것을 확인한 후에 주먹을 내지르자 좀비의 머리가 터지고 그 몸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 비리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주변! 주변에!]

       

       “안다. 이 놈아. 그대들이 보는 것을 내가 보지 못할 리가 있느냐.”

       

       내가 여러 가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낸 소란에 이끌린 것일까.

       

       좀비들이 거리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확실히 많기는 많구나.

       

       대충 주변에 보이는 것만 해도 수십이고 기척으로 느껴지는 이들은 그것보다 더욱 많으니.

       

       “각각의 능력은 부족할지언정 그를 숫자로 해결하는 게로구나. 괜찮은 전략 중 하나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말고 도망쳐요!]

       

       – 이 사람 왤케 여유로워?!

       – 좀비들 뭉치니까 겁나 징그럽네.

        – 도망쳐!

        – 아. 이건 망했다.

        – 화령 1호기는 좋은 실험대상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화령 2호기가 계승할 예정입니다.

       

       “괜찮대도. 이 정도가 본인에게 위험이 될 듯 싶더냐.”

       

       땅을 가벼이 밟아 적당한 담 위에 올라서고 그리고 재차 그것을 밟고서 뛰어 건물의 지붕 끝을 붙잡았다.

       

       그리고서 몸을 끌어올려 지붕에 올라오니 본인을 쫓던 죽은 자들이 개가 되어 땅 아래에서 손을 내젓고 있었다.

       

       저들을 모두 쓰러트리는 것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그랬다간 엔리를 만나기도 전에 해가 질 테니 말이다.

       

       후일 엔리를 만나 합류한 후에 처리를 하겠다 생각을 하고서 반대편 지붕에서 아래로 뛰어 내렸다.

       

       – ㅁㅊ

        – 화령 1호기 생존.

        – 움직임 겁나 깔끔하다.

        – 어디 와이어 달려 있는 줄.

        – 감히 천마님을 의심한 불신자 없제?

       

       “대충 어찌해야 할지 감이 잡히는 구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각은 그리 좋지 못한 녀석들이라면 이야기가 쉽지.

       

       결국 소리를 죽이고 돌아다니기만 하면 그만이지 않으냐.

       

       무언가를 처리할 적에도 일격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면 된단 것이고.

       

       “좋아. 그럼 이제 마트에 가보도록 할까.”

       

       방금 전 옥상에 올라갔을 적에 저 멀리에 커다란 간판을 보았다.

       

       내 보기에 그는 분명 마트의 입간판이었다.

       

       *

       

       어디선가 구해 온 야구 방망이로 유리창을 깬 엔리는 창 위에 두꺼운 천을 올려 유리에 찔리지 않게 조치한 후 주인 없는 집 안으로 침입했다.

       

       그 후 두 손으로 야구 방망이를 꼭 쥔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아무런 기척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으으. 이런 게 뭐가 재밌다는 거야…”

       

       – 개꿀잼인데?

        – 지금 시청자 계속 늘어나는 데?

        – 좀비 만날 때마다 기겁하는 게 ㄹㅇ 재밌음.

       

       “나쁜 사람들같으니.”

       

       엔리가 입으로 투덜거리는 했지만 방 안을 탐색하는 그녀의 움직임은 능숙했다.

       

       먼저 방 안의 서랍을 뒤지며 쓸모 있는 물건이 있는지 확인.

       

       다른 방에 들어갈 적엔 우선 귀를 대고 안에 좀비가 있는지 체크.

       

       혹여 기척이 느껴진다면 한 손으로 조심스레 문을 연 다음 방망이를 꾹 잡고 기습.

       

       좀비가 무얼 하기도 전에 그 머리를 깨버린다.

       

       “흐읍. 흡.”

       

       좀비를 쓰러트린 그녀는 방망이 끝으로 시체를 쿡쿡 찔러 죽었단 걸 확인하고 나서야 울상을 지은 채 수색을 이어나갔다.

       

       던 이스케이프를 시작하고서 어느새 30분.

       

       처음에는 좀비를 볼 때마다 기겁을 하던 그녀지만 결국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무서운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그를 꾹 참고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도다.”

       

       바라던 물건을 찾아낸 그녀는 다급히 그를 펼쳤다.

       

       지금 내 위치는 여기고 모이기로 한 목장은 여기니까.

       

       – 자동차도둑엔리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조지셨네요?]

       

       엔리는 후원 음성에 답할 말이 마땅치 않았다.

       

       그 말은 그녀의 현상황을 정확히 꼬집은 말이었으니까.

       

       너무 멀어.

       

       단순히 걸어서만 가더라도 두어시간은 걸릴 거리야.

       

       근데 나는 좀비를 뚫고서 가야 하는 거잖아.

       

       과연 내가 저기까지 도착이나 할 수 있을까.

       

       – 좀악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차 구해야 할 듯?]

       

       “그러게요…”

       

       차를 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을 따고 자동차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보정기능이 알아서 해결을 해주니까.

       

       문제는 그를 위해선 좀비들이 그득그득한 도로에 나가야 한다는 거겠지.

       

       막막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고 있던 중 영상 후원이 날아들었다.

       

       나 이거 기능 끄는 거 깜빡하고 있었구나.

       

       이 겜을 해야 한단 사실에 정신이 팔려서 뇌를 놓고 있었네.

       

       – 같은게임다른반응님이 57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일단 보내주셨으니까 보긴 할 텐데 이거 이후로는 영상 후원 안 받을 게요.”

       

       시청자가 보내 준 영상의 주인공은 아라였다.

       

       “화령 씨 왜 마트에 있어요?”

       

       그녀는 마트의 일부가 찢어진 구획도를 보면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지도를 구하려면 어디에 가는 게 좋을까.’

       

       “지금 뭐 하나 구한 것도 없는데 파밍하겠다고 마트 들어간 거에요?!”

       

       분명 마트가 파밍을 하기 좋은 장소인 건 맞다.

       

       그렇지만 안에 가치 있는 물건이 많은 만큼 저 안에 도사리는 좀비들의 수도 많다.

       

       그 때문에 마트에 들리는 것은 최소한 제대로 된 총이나 방어구를 파밍하고 저 안에 있는 좀비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고 안에 들어가봐야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저러다 죽으실 텐데.”

       

       지금 아라의 몸은 일반인의 것이다.

       

       거기에 더해 가진 무기는 아무것도 없다.

       

       저런 상황에서 좀비 무리를 마주하게 된다면 아무리 아라라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터.

       

       자신의 상황조차 잊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영상을 보던 엔리는 아라의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좀비를 발견했다.

       

       “위험해.”

       

       아라는 지도를 살피느라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저런 상황에서 기습을 당한다면 분명 치명적인 상처를…

       

       “엑?!”

       

       허나 엔리의 걱정은 무의미했다.

       

       아라는 등 뒤에도 눈이 달려있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팔만을 움직여 좀비를 후려쳤다.

       

       그러자 좀비의 머리가 터져나가며 그 육신이 바닥에 널부러졌다.

       

       ‘일단은 도서류를 구비해 놓은 곳에 가볼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한 아라의 어투와 함께 영상이 끝났고 엔리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뭐야. 저게.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장르가 다른데?]

       

       – ㅋㅋㅋㅋ

        – 왜 저기만 무쌍물이야.

        – 화령은 여기서도 화령이구나.

        – 엔리 박탈감 오지는 표정인데?

       

       “아니.”

       

       누구는 좀비 한 마리 상대하는 데에도 목숨을 걸고서 발악을 해야 하는데 왜 저 분은 날파리 잡듯이 좀비를 잡고 있는 거야.

       

       아무리 아라 씨 자체가 치트키라지만 저건 좀 너무하지 않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죠. 아라 씨와 합류할 수만 있다면 저런 실력을 지닌 보디가드가 생기는 거잖아요.”

       

       저 모습을 보아 하니 아라 씨는 별 어려움이 없이 목장에 도착하실 거야.

       

       그러니까 나만 거기에 도착하면 돼. 그러기만 하면 더 이상 이렇게 고생할 일도 없을 거 아냐.

       

       “우선은 차를..”

       

       쿠당탕!

       

       “히이익?!”

       

       방 바깥에서 들려온 굉음에 허리를 쭉 편 엔리는 좀비가 침입했음을 확신하고 두 손으로 방망이를 꾹 쥐었다.

       

       “여긴 지옥이야.”

       

       *

       

       “마트는 천국이 따로 없구나.”

       

       지도는 물론이요 괜찮은 옷과 신발.

       

       거기에 더해 여러 식량까지 챙길 수 있다니.

       

       시청자들이 조언해주는 바에 따라서 안에 있는 것들을 챙기니 가방이 두툼해졌다.

       

       – 원래 지금 올 수 있는 데가 아닌데.

        – 고인물도 목숨 걸고 뒤지는 곳인데 왜 이 사람은 여유롭지?

       

       – 화령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 게임의 장르는 좀비 서바이벌이 아니라 화령입니다.]

       

       “자아. 그럼 이제 목장으로 가보자꾸나.”

       

       – 걸어서 가게?

       

       “그럼 걸어서 가야지.”

       

       – 그러기엔 멀지 않음?

        – 그러려면 밤새야 할 걸.

       

       지도로 보기엔 그리 멀어보이지 않았다만 시청자들의 의견이 한결 같은 걸 보면 지도로 보는 것과 실제 거리에는 차이가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다 한들 다른 방법이 있느냐?”

       

       걷는 것 이외에 무언가 방법이 있는가? 여기에는 대중교통도 없고 택시도 없지 않나.

       

       그를 운전해 줄 이들이 모두 죽어버린 세상에서 최선은 꾸준히 걷는 것 아닌가.

       

       – 좀악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차 구해서 운전하면 됨]

       

       “운전?”

       

       본인이 직접 차를 움직이란 것이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 운전하기!

    좀비보다 차를 다루는 게 위험해 보이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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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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