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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1

     바토리 소장이 오고, 멘테 경이 선전포고를 하고 돌아온 날로부터 약 일주일.

     준비는 끝났다.

     

     면검부는 생각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이 팔렸다.

     어머니가 만들어놓은 사교계 인맥은 단순히 어머니를 통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부인들이 주변으로 면검부에 대한 이야기를 퍼뜨리며 수요가 더욱더 늘어났다.

     간혹 검에 아버지의 서명을 검신에 넣어달라거나 하는 부탁도 있었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의 체면을 위해 흔쾌히 그 부탁을 들어줬다.

     그리하여, 면검부 판매를 통해 예산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나중에 들어올 돈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만큼 돈이 들어오지 않겠지만, 우리가 승리하고 난 뒤에는 과연 안 사고 버틸 수 있을까.

     예산의 확보.

     

     그리고 열흘이라는 시간.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전권을 위임받은 바토리 소장은 백작성과 지브롤터 역을 오가는 마도자동선을 마음껏 개조했다.

     외부에 붉은 페인트를 덕지덕지 발라 가시성을 높이고.

     그 붉은 페인트 아래에 마법진을 깔아둬서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방어마법을 설치하고.

     바퀴를 여러 개 더 달아서 일반 도로를 달리다가 바퀴가 빠져서 망가지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

     갑판 위로는 유선형의 덮개를 씌워서 상공에서의 강습 및 포격을 막아내고.

     마도자동선 내부에 타고 적진에 침투할 기사단은 아버지의 참가 하에 철저한 기준으로 선발되고.

     그리고 아직은 대외적으로는 공개할 수 없는 ‘두 가지 비책’까지.

     이름하야, [붉은 충격].

     단 하루, 아니 몇 시간.

     어쩌면 후작성까지 가는 시간이 더 길지도 모르는 마도자동선의 준비가 완료되었다.

     남은 것은 하나.

     승리를 가져오는 것뿐.

     그렇다.

     지금, 우리는 떠날 준비가 끝났다.

     어쩌면 준비하는 기간이 싸우는 것보다 더 길지도 모르는 그 전투의 승리를 가져올 준비가.

     “다녀와라.”

     출격 직전, 아버지는 기사단을 모아둔 자리에서 아주 짧게 말했다.

     “이상.”

     그리고 끝났다.

     “아버지. 그걸로 끝입니까?”

     “가서 죽을 것도 아니고, 다칠 것도 아닌데 더 할 말이 필요하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기를 끌어올리고 연설을 하고, 목숨을 걸라거나 그런 말은 전부 강적을 상대로 하는 것. 고작 바르셀 후작가 따위를 상대로 내가 기사단의 사기를 끌어올리거나 할 필요가 있나?”

     아버지로서는, 승리는 당연한 일이었다.

     “걱정할 부분이 있다면 제국의 그림자들…폐세자들이 바르셀 후작가를 돕는다는 것 정도가 될 것 같기는 한데.”

     아버지가 승리를 확신하는 이유.

     “네가 함께 가지 않느냐.”

     “…….”

     그게, 나라는 점이 조금 쑥쓰럽다.

     “네가 간다. 너를 보좌할 기사들이 간다. 멘테 경도 함께 하니, 무엇이 걱정되겠느냐.”

     “저 포함해서 고작 30명이 후작성을 향해 진격하는데,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딱 좋은 숫자로군. 바토리 소장이 그랬지. 이 배의 이름이 [붉은 충격]이라고.”

     “이미 배가 아니라 배였던 무언가가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만….”

     “아무렴 그게 중요하겠느냐. 중요한 건 이 영지전이 끝난 뒤.”

     아버지가 내 어깨를 한 손으로 움켜쥐더니,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왕국 전체에 크나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명심하거라.”

     “……아버지?”

     “네가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는데,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우리? 아버지. 누구랑 도대체 무슨 모의를 하시는 겁니까?”

     “적어도, 네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모의.”

     아버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기사들을 바라봐도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아마 도착하고 난 뒤, 승리를 한 뒤에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을테니까.”

     “…약혼식 문제라면, 무슨 상황이든 놀라지 않을 겁니다.”

     “약혼식보다 어쩌면 더 충격적인 상황일 수도 있겠지.”

     아버지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다녀와라. 돌아오면 아주 깜짝 놀랄만한 선물도 준비해뒀으니, 기대하고.”

     “예.”

     “그리고.”

     마도자동선의 출구를 향해 걸어가던 아버지가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그대로 기사단 모두를,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치지 마라. 이상.”

     그리고는, 그대로 마도자동선에서 내렸다.

     처음 올라올 때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는 게 조금, 어딘가 이전의 아버지와는 다른 것 같다는 기분에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이전의 아버지라.

     회귀 전도 그렇고, 회귀한 직후도 그렇고.

     여동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부드러워진다고 한다면, 지금의 아버지를 만들어낸 건 내 역할이 클까. 아니면 어머니의 역할이 클까.

     끼이익, 쿵.

     마도자동선의 출입구 문이 닫혔다.

     배를 개조한 거라 나무로된 문이지만, 밖에는 제법 두꺼운 철판이 덧붙어 있어 상대적으로 그 소리가 육중하다.

     “…지브롤터 기사단, 전원.”

     나는 마도자동선 내부, 좌우로 펼쳐진 좌석을 가리켰다.

     “좌석에 착석 후, 안전벨트 착용. 실시.”

     “””실시ㅡㅡ!!”””

     아.

     참고로 하나 말하자면.

     로버트와 카를로스 경도 있고, 거기에 멘테 경까지 있기는 하지만.

     서열정리는 다 끝났다.

     이번 작전에 참가하는 기사는 내가 다 선발했고, 나와 전부 1:1로 대결하기도 했으니.

     “예상 도착시간, 약 3시간 20분.”

     

     나는 기사단이 앉아있는 전방, 모두가 볼 수 있게 쭉 펼쳐진 지도의 붉은 직선을 가리켰다.

     “후작성 도착 20분 전부터 벨트 풀고 갑판으로 올라갈 예정이니, 3시간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자고 싶으면….”

     딸칵.

     “한숨 자든지.”

     실내의 발광석에 흐르는 마석의 마나를 차단하는 스위치를 누르자, 곧 실내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창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실내.

     과거 이 배가 바다를 달릴 때는, 이곳에 제국의 노예나 범죄자들이 타서 좌우로 노를 젓고는 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나름 편도 3시간 30분 가량의 이동거리를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의자만 있을 뿐이다.

     어둠 속.

     기사들은 저마다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 * *

     출발 이후, 거의 3시간 정도 가까워진 시간.

     “후.”

     덜컹거리는 마석 엔진 소리가 귀를 시끄럽게 울리지만, 나는 전갑판 내부에 마련되어 있는 외부 관측용 창을 통해 주변을 훑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따라붙었군.”

     평야를 달리는 마도자동선의 옆.

     “쫓아라ㅡㅡㅡ!”

     “저, 저거 뭐야! 젠장, 보고드려! 어서!!”

     말에 탄 기사들이 우리의 뒤를 황급히 쫓아온다.

     육중한 황금갑옷을 입은 채, 손에는 제각기 랜스를 들고 우리를 어떻게든 쫓아오려고 말의 허리를 차며 말을 재촉한다.

     카ㅡㅡ앙!

     배의 좌현 후미에서 큰 소리가 울린다.

     가까이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랜스 하나가 바닥을 데구르르 구르고 있었다.

     “어떻게 멈춰보겠다고 랜스도 던지고 그러는 모양인데, 안 되지.”

     바퀴를 망가뜨리려고 해도, 바퀴 위로 철판 프레임을 달아놓아서 바로 망가지지는 않는다.

     바퀴도 무려 12쌍이나 달았기에, 한두 개가 망가지더라도 다른 바퀴가 멀쩡하다면 굴러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마도자동선-캐러벨 정도의 크기기는 해도, 내부에 들어있는 물체가 사람 30명과 그들이 타고 갈 의자, 그리고 마석엔진 뿐이라서 그다지 무겁지도 않다. 

     구구구구구.

     마석엔진이 마석을 태우며 바퀴를 굴릴 때마다 기사들이 멀어진다.

     뒤로 급하게 봉화가 피어오르며 후방에도 [붉은 충격]호의 출현을 알리지만, 봉화가 새로 피어오르기도 전에 우리 배는 후작성 외부 초소를 지나 후작성 중앙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직선으로.

     심지어ㅡ

     촤르륵!!

     가는 길 길목에 있는 강?

     원래 배였던 물건인 만큼, 물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바퀴가 앞으로 굴러가는 것도 있지만, 바퀴 말고도 다른 동력장치가 계속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기 때문.

     “도련님. 안 쉬어?”

     “멘테 경은 더 쉬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이 정도 쉬었으면 됐지. 슬슬 밖에서도 우리 쫓아오느라 시끄러운데.”

     멘테 경이 기지개를 켜며 내게로 다가왔다.

     “이게 그 풍석이야?”

     “예.”

     촤르륵!

     강을 순식간에 지나, 다시 육지를 달리기 시작하는 마도자동선에 우리를 쫓아오는 기사들이 당황한다.

     “저 친구들, 다리로 우회해서 오려면 시간 꽤 걸리겠다.”

     “말로는 쫓아올 수 없죠. 말도 생명체니까.”

     마석을 씹고 불태우며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마도자동선을, 그것도 이미 말이 달리는 최고속도를 넘어선 속도를 중갑을 착용한 기마가 쫓아온다?

     그런 말이 있다면 그건 말이 아니라, 저기 전설 속 켄타우로스 같은 마물이리라.

     즉, 우리가 지나친 이들은 우리를 쫓아올 수 없다.

     말들을 재촉하고 5분 쉬고 다시 달리고 그렇게 하여 후작성까지 달려와도, 그 때는 이미 우리가 적진에 도착하여 승리를 쟁취한 순간일 터.

     “다른 기사들도 슬슬 오겠지?”

     우리를 막는다면, 마법으로 소식을 전하여 먼저 길을 막는 수밖에 없다.

     “늦을 겁니다.”

     그러나,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일부는 철길을 막고 있고, 대부분은 후작성 안 성벽에 처박혀있을테니.”

     “철길이라….”

     이미 첩보를 통해 바르셀 후작령의 수비병력은 철도에 몰려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심지어 바르셀 후작령은 바르셀 역까지 들어오는 일부 노선을 스스로 불태워 없애기까지 하는 치졸함, 아니 치밀함을 보였다.

     이기기 위해 정말 별 짓을 다하는 구나, 싶기도 하면서도-

     ‘우리라고 다를 건 없기는 해.’

     우리도 이들을 이기기 위해, 여론전이나 정치 싸움에서 이기려는 게 아닌 ‘순수 군사력’으로 이기기 위해 작정을 했으니까.

     “……! 도련님, 저기.”

     “이런.”

     멘테 경이 가리킨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붉게 칠해진 천장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그 너머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감각은 분명히 이쪽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다.

     “나설까?”

     “아니요. 실드마법 깔아뒀습니다.”

     콰ㅡ앙!

     “칫.”

     순간적으로 자동선이 크게 휘청거릴 뻔한 충격.

     “방금 그거….”

     “최소, 중급 익스플로젼 마법입니다.”

     “안 좋은 추억인데….”

     “궁정마법사 부대가 비룡을 타고 날아온 모양이군요. 저지하려고 했겠습니다만, 어림도 없죠.”

     하늘에서 떨어진 마력 덩어리는 마도자동선을 넘어뜨릴 뻔 했으나, 마도자동선이 가볍기는 해도 이 정도 충격으로 인해 자빠질 만큼 종이배는 아니다.

     “예전부터 왕궁과 마탑의 마법사들을 폼으로 영입했던 건 아니니까.”

     이 배에 마법사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바토리 소장과 함께 배의 외벽에 온갖 마법을 덕지덕지 발라놨다.

     붉은 페인트에 가려져서 그렇지, 마법이 날아오면 즉시 마법진이 반짝이며 실드 마법을 펼쳐진다.

     “도련님!”

     아래에서 기사들이 뛰쳐나온다.

     “아직 좀 더 쉬어도 되는데.”

     “이미 후작령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더 그럽니까. 실전인데.”

     “실전이니까 하는 이야기야. 타이밍은 내가 재고 있으니, 그대들이 활약할 시간은 이 배가 후작성에 처박히고 난 뒤거든.”

     “그래도.”

     “그래도, 라고 하지만 그대들이 할 건 하나밖에 없어.”

     콰ㅡㅡ앙!

     

     “이 배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기술자들을 믿고, 충격에 흔들려서 넘어지지 말도록.”

     “으, 으으…!”

     “흐흐.”

     그러길래 그냥 얌전히 안전벨트 착용하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 벨트 풀고 뛰어나오면 될 것을.

     “좀 더 속도 높일 건데, 다들 괜찮겠나?”

     “괘, 괜찮습니다!”

     로버트 경이 크게 외치며, 검을 뽑았다.

     “도련님!”

     “왜.”

     “이거, 검으로 버텨도 되는 겁니까?!”

     “어.”

     푸ㅡ욱!

     “갑판에 검 꽂아서 버티는 건 좋은데, 검날에 사람 베이거나 검 놓쳐서 나한테 날아오면 그 녀석은 평생 나한테 시달릴 줄 알아라.”

     “예ㅡㅡ!!”

     기사들이 갑판에 검을 꽂아넣으며 검으로 몸을 지탱한다.

     

     안전벨트보다는 어쩌면 저게 더 기사들에게 익숙하지 않을까 싶은 모습에 웃음이 나오지만-

     ‘이럴 때 보면 역시 노스트럼 사람은 노스트럼 사람 답다니까.’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그걸 기술로 극복한 게 제국이다.

     하지만 노스트럼은?

     “우오오오!”

     “칼 수평으로 박아! 그러면 버틸 수 있잖아! 수직으로 찍으면 바닥 결 따라서 베는 거잖아!”

     “다리 벌리고 버티면 돼!!”

     

     아무리 단련된 상급 기사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런 인간들로만 골라서 왔다고는 하지만.

     시속 약 100km가 넘는 자동선 갑판 위에서, 하늘과 땅에서 마법과 화살이 날아오며 충격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저렇게 한 명도 넘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참 노스트럼답다.

     -몸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면 머리가 고생할 필요가 없다.

     그래.

     제국과 노스트럼이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바로 이런 부분이겠지.

     “그러면, 제군들.”

     나는 아직 켜지지 않은 스위치를 향해, 레버를 붙잡았다.

     “달릴 준비됐나?”

     

     고오오.

     레버가 나의 손에 흐르는 마나를 빨아들이며, 곧 갑판 후미에 연결된 대형 ‘풍석’이 빛나기 시작했다.

     풍석은 바람이 아래로 향하게 만들면 부유석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지만.

     수평으로 놓고 바람을 일으키면, 앞으로 무한히 나아가는 동력이 된다.

     “출력, 2배로.”

     “뭐야. 이거 그냥 마나 흘리면 되는 거야?”

     “……3배로.”

     좌우로 달린 풍석에서, 에어로 블래스터가 방출됨과 동시에.

     “아.”

     고오오오ㅡㅡㅡㅡ!!

     “차체, 살짝 앞이 들릴지도 모른다?”

     [붉은 충격]호가, 더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후작성, 적의 본거지를 향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문제1. 다음 중 [붉은 충격]호의 분류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5점]

    1.로켓
    2.수륙양용 강습형 전차
    3.마도공학 패트리어트 미사일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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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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