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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2

       *

         

         

         에퀴타니아 동북부 국경선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는 포르타벨라였다. 그 즈음 국경 도시가 으레 그렇듯, 이곳은 군사 도시라기보단 무역 도시에 가까웠다. 북부로 향하는 무역로와 맞닿은.

         

         따라서 포르타벨라의 성벽은 실용적이라기보단 퍽 과시적이었다. 화려하지만 수성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리고 적들에겐 화포가 있었다.

         

         투석기를 사용하던 시절과 달리, 화포는 실제로 성벽을 꿰뚫는다. 대전쟁을 거치며 열차와 함께 보급된 이 병기는, 그 자체로 공성전의 구조를 뒤틀었다.

         

         

         “제기랄.”

         

         

         성벽의 갤러리 위에 서서, 한 기사가 한탄하듯 말했다. 국경 너머 지평선에서 군기가 펄럭이는 것이 보였다.

         

         왕관을 쓴 사슴, 엘스로스의 군기다. 그 아래에 있는 휘장들로 보건대 적어도 3개 이상의 백작이 참전한 대군이다.

         

         본격적인 군세다. 웃기는 점이라면, 저것이 놈들의 전력이 아니란 것이다. 저것들은 고작해야 선발, 즉 이쪽의 전력을 가늠하기 위한 척후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남부육국의 다른 나라들이 성전군을 편성하지 못했으므로, 본격적인 성전이 시작되기에 앞서서 소소하게라도 전공을 챙기자는 정도의.

         

         정말 가벼운 군사 마찰이다. 고작해야 위력정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의 기사들은 그 위력 정찰에게 죽기 위해 모여있다.

         

         

         “진짜 인생 거지같군. 그래.”

         

         

         적들이 아국의 전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도록.

         

         엘스로스가 아무런 경계심 없이 더 깊은 지역까지 진군할 수 있도록.

         

         적당한 선의 공적을 던져주며, 평화에 찌든 약자로 보일 수 있도록.

         

         

         “카발칸티 경, 굳이 경께서 직접 나서실 필요가 없습니다.”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던 젊은 기사가 말을 걸었다. 정규 서임을 받은 지 얼마되지 않은 어린 녀석이다.

         

         

         “제가 가도 됩니다. 하다못해 그 누가 가도 됩니다. 적당히 갑옷을 입혀두면 그 자가 왕실기사단 소속인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적에게 필요한 것은 전공이지 사실확인이 아니었다. 사살한 적이 귀족이며, 심지어 왕실기사단이라는 전공을 제공해야 했지만, 정말 왕실기사단이 직접 희생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희생을 위해 검을 수련한 것이 아니었다. 명예로운 전투를 위해, 오직 명예를 위해 검을 익히고 삶을 바쳤으니.

         

         무력하게 죽으라는 명령은, 너무나 불명예스럽지 않은가.

         

         카발칸티는 피식 웃으며 젊은 기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갑옷을 농노에게 입히기라도 하자는 뜻인가?”

         “그렇게 살아서 후일을 기약할 수만 있다면요. 경께선 더 나은 전장에서 더 훌륭한 전훈을 남기실 수 있으십니다.”

         “하하하, 로베르토. 살기 위해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카발칸티는 쓰게 웃으며 투구를 눌러썼다. 열린 바이저 아래에선 밝게 웃는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약자의 목숨을 대가로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 명예인가?”

         “하지만, 경…!”

         “우리는 이 나라의 방패가 되기 위해 맹세하지 않았나? 약자를 지키고 명예롭게 죽겠노라 다짐하지 않았던가?”

         “이보다 더한 불명예는 없습니다!”

         “전공에서 명예를 찾지 말아라. 마지막 가르침이다. 로베르토. 명예란 오직 너 자신이 품는 마지막 등불이여야 한다. 누군가를 죽여 얻은 전공이 아닌, 누군가를 지켜 살린 목숨들에서 명예를 찾아라.”

         

         

         그는 빙긋 웃으며 바이저를 내렸다. 철컥, 하는 마찰음과 함께 갑주를 온전히 차려 입은 기사가 장대한 몸을 일으켰다.

         

         

         “군기를 가져와라. 성문을 열라. 기병대, 나를 따르라.”

         “경…!”

         “그대는 서부 전선으로 가서 내 말을 전해라. 리카르도 데 카발칸티가 작전을 시작했노라고.”

         

         

         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성벽 아래로 내려가 말에 올랐다. 종자가 다가와 그에게 군기를 건넸다. 검을 쥔 독수리의 문장, 왕실근위대를 상징하는 군기가 그의 어깨 위에서 펄럭였다.

         

         한쪽 손을 들어 군기를 쥐고, 다른 손에 기병창을 들었다. 성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기병대!”

         “에퀴타니아를 위하여!”

         “델라 토레 왕가의 영원한 영광을 위하여!!”

         

         

         기병대는 제각각 경례를 올리며 창을 들었다. 뿔나팔을 불며, 열차와 화포가 자리하는 이 시대에 저물어가는 기병들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에퀴타니아의 방패들이여!!”

         

         

         선두에 선 말이 군기를 곧게 올렸다. 독수리의 인장이 크게 펄럭이며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부서지러 가자!!”

         

         

         다각, 다각. 열린 성문으로 한 무리의 기병대가 빠져나갔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던 젊은 기사는 성호를 그으며 속삭였다.

         

         

         “주께서 우리를 지켜보지 않으실 지라도, 그대의 의로움은 전해질 겁니다. 스승님.”

         

         

         기사는 곧 말에 올라 반대 방향을 향해 달렸다.

         

         

        *

         

         

         포르타벨라와 그 인근 모든 백성들은 완전히 소개되었다.

         

         ‘수성 지대’로 계획된 최종 방어선 뒤까지 그들 모두를 인도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왕실기사단의 고위 기사들이 벌어낸 시간과 같았다.

         

         에퀴타니아의 동북부 일대에선 청야전술이 시작되었으며, 드넓은 농경지가 불타고 도시는 저항하지 않았다.

         

         많은 기사들이 죽어야 했다.

         

         이에 더 많은 민간인들은 큰 피해 없이 온전히 전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

         

         

         “포르타벨라에서 급전. 리카르도 데 카발칸티 경이 교전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그 이름을 기억하겠다.”

         

         

         이반은 종자의 말에 대답하며 좌중을 훑었다. 불만스럽게 그를 바라보는 기사도 있었고, 겁에 질린 마법사도 보였다. 군용 지도가 펼쳐진 막사 테이블의 가장자리엔, 그의 일행들이 모여 있었다.

         

         이반은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자리의, 그리고 동부의 가능한 모든 이름을 기억해라.”

         

         

         떠난 이들을 위한 기도는 언제나 무의미하다. 죽은 이들을 위해 바치는 수천 송이의 꽃은 그 자가 살아서 지을 수 있는 한 번의 미소보다 무가치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대신해 살아가는 이들은 응당, 떠난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특히, 용사라면 더욱.

         

         이반은 짧게 말을 마치고 다시 그를 바라보는 이들을 둘러 보았다. 이 자리에 지휘관은 없다. 전술 지휘는 그의 역할이 아니었으므로.

         

         그의 역할은 언제나 그렇듯, 지휘가 아닌 실천이다. 야전사령관보단 기병대장에 더 어울린다 자평해도 좋았다.

         

         누군가에게 대단한 전략이나 위대한 전술을 가르칠 수는 없었다. 전략 게임에 빙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때때로 그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아있다.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에, 아군을 이끌고 앞장서는 일이다.

         

         

         “복수를.”

         

         

         이반은 연설에 능하지 않았다. 그는 지도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동부의 도시들, 포르타벨라, 카스텔로, 비아라토, 루카벨라, 팔라조네. 앞으로 차례차례 넘어갈 그 영토들, 그리고 그 위에서 백성들을 대신해 죽어갈 기사들의.

         

         

         “복수를.”

         

         

         다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쿵, 강철 건틀릿을 찬 손이 목재 테이블을 두드리며 절그럭거렸다. 피냄새를 닮은 쇠 비린내가 짙게 풍겼다.

         

         오랜 시간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며 살아온 사람만이 풍기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학자에게서 나는 종이 냄새, 대장장이들의 매캐한 탄내, 농사꾼에게서의 거름 냄새와 같이.

         

         그 사람 자체를 대변하는 냄새, 분위기, 시선, 자세, 그리고 기세.

         

         그런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반이 가진 분위기는 오직 하나만을 상징했다.

         

         전쟁.

         

         그의 삶 전반, 이 세상에 떨어진 뒤 30년이 흐를 때까지.

         

         십대 초반의 어린 농민병으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쟁, 그 하나에 살아온 자가 풍기는 분위기란 이토록 어둡고, 짙고, 음험하다.

         

         피냄새를 닮은 쇠 비린내, 격철이 부딪치는 듯 으르렁거리는 목소리, 그 자체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차가운 눈과 곧은 자세까지.

         

         

         “복수를.”

         

         

         이반의 목소리가 고요한 좌중을 훑었다. 어두운 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마음 속에 횃불을 들었다. 죽은 영웅들을 위한 복수를.

         

         무의미하지만.

         

         무의미하게 죽어간 이들에게 바치는 헌화로는 이보다 더 적당한 것을 찾기 어려우리라.

         

         

         ““복수를!””

         

         

         이반의 말에 좌중이 답했다. 쿵, 쿵, 쿵. 각자 테이블을 치고 바닥을 박차며 외쳤다. 작은 중얼거림이 거대한 고함이 될 때까지 외치며 발을 굴렀다.

         

         

         ““복수를!!!””

         

         

         복수를 위해, 가자.

         

         이반은 말을 맺으며 투구를 들어 썼다. 그와 함께 전원이 투구를 쓰고 무기를 들었다. 막사가 열리며, 대기하던 병력 전원이 무장을 시작했다.

         

         서북부 전선. 알비니아-에퀴타니아 국경선. 아르젠토.

         

         에퀴타니아는 기습적인 선제 공격을 가해, 아직 소집 중이던 알비니아의 성전군을 타격했다.

         

         

        *

         

         

         “이, 이놈들이 미치기라도 한 것인가?!”

         

         

         알비니아의 국왕 도메니코 델라 비살레는 다음날 아침 전선에서 돌아온 급사의 말을 듣고 경악하며 신하들을 바라보았다.

         

         

         “선제 공격? 적어도 여름까지 어차피 지연될 전쟁에 자기들이 먼저 불씨를 놨다고?”

         “군세를 이끄소서, 폐하! 이단에게 본때를 보여야 합니다!”

         “소신을 전선으로 보내주소서! 전사한 군인들의 넋을 이단의 핏물로 기리겠나이다!!”

         

         

         신하들은 격분하며 저마다 충성을 증명하려 애썼다. 왕은 옥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제 아무리 군세가 준비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해가 그렇게 크지만은 않다. 일정 이상으로 진군하지 못하고, 고작해야 군영 몇을 부순 것이 전부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에퀴타니아의 전쟁은 수성에 치중될 수 밖에 없다. 남부육국 전원을 적으로 돌리고도 공세에 군비를 낭비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나라가 아니니까.

         

         하지만 뭐란 말인가. 이 찜찜한 기분은.

         

         놈들이 감히 공세를 펼쳐? 수성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더라도 올 여름을 보낼 수 없을 나라가?

         

         왕의 침묵 속에서, 다른 급사 하나가 어전에 당도해 무릎을 꿇고 외쳤다.

         

         

         “폐하!! 엘스로스의 급전입니다! 에퀴타니아 국경을 넘어 포르타벨라를 함락! 남진을 시작한다 합니다!”

         “아직 교황청의 지원이 없지 않던가?”

         “저, 전언으로는… 자국의 자원으로도 충분하다고….”

         “미친 소리!”

         

         

         왕은 분개하며 외쳤다.

         

         

         “성을 타격했다면 이토록 빠르게 국경을 넘을 수 없다! 회전을 벌였다면 적어도 두 차례는, 그리고 적어도 열흘은 더 고착이 되었어야 하지 않나!”

         “에퀴타니아가 당초 예상보다 더 무능하다면….”

         “적의 무능함을 믿고 군세를 움직여? 군략은 언제나 유능한 적을 가정하고 수립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적이 그토록 무능했다면, 지금 남부전선에 진군한 우리 병사들은 그보다 더 무능했다는 의미인가?”

         

         

         왕의 분노 아래에 신하들은 가만히 고개를 조아렸다. 왕은 씩씩거리며 외쳤다.

         

         

         “남부군단에 이르라.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진군을 개시하라고! 엘스로스 그 나약한 것들보다 우리가 더 늦는다면, 우리가 더 무능하단 뜻이거나…!”

         

         

         왕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을 맺었다.

         

         

         “아니면, 우리가 받지 못한 지원을 다른 누군가는 이미 받았다는 뜻이 되겠지.”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질문 취합 결과, 스포일러가 아닌 선에서 답변 드립니다!!
    다소 길고 장황합니다.
    과거 말씀드렸듯이, 본디 소설이란 내용으로 증명해야 하는 바.
    설정 QnA는 모두 잡설과 설정딸에 불과합니다. 읽지 않으셔도 소설을 읽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긴 QnA는 원치 않으신 분들은 스킵하셔도 무방합니다!

    *

    Q1) 만일 인간이 칠용장의 저주를, 즉 ‘축복’을 모두 받아내고도 견딜 수 있다면 무엇이 되나요?
    A1) 신이 됩니다.

    Q2) 이반의 감각차단은 감각에 관여하는 축복을 무효화할 수 있나요?
    A2) 불가능합니다. 축복은 육체가 아닌 영혼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Q3) 막타를 친 게 아닌데 엘피헤라는 왜 축복을 받았나요?
    A3) 세나스게오르의 본체는 마일스톤이었습니다. 마일스톤을 정지한 것이 엘피헤라였고, 분체를 처치한 것이 이반이었으며 그것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처치가 가능한 존재였으므로, 둘 모두 막타 판정이 났습니다. 보스가 둘 나오고 둘을 동시에 처치해야 클리어 되는 기믹의 던전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Q4) 힐링 포션은 정체가 뭔가요?
    A4) 연금 학파가 만든 일반적인 군용 치유물약의 원액을 이반이 상식적으로 농축/배합 시킨 뒤 붉은 색을 내기 위해 추가 재료를 섞었습니다. 힐링 포션이 붉은 색을 내는 것은 상식이니까. 이건 이반이 군복무 시절 원액으로 치료 받았던 끔찍한 기억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용액입니다. (치유 효과는 매우 뛰어났음). 사족으로 이반이 섞은 ‘붉은 색’은 매운 맛이 납니다! 식용 색소를 구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라 어쩔 수 없는 합의점이었죠!

    Q5) 칼리온에서 연결을 끊은 신이 인간들의 신이었나요?
    A5) 작중 초반에 짧게 언급하고 암시했던 말이 있습니다. ‘수많은 손’이라고. 세상엔 많은 신이 있으며, 그 중 인간이 믿는 신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관련 묘사로는, 유진의 상태창이 이따금 ‘다른 어투’로 말을 걸었던 것이 있겠습니다.

    Q6) 마력과 신성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나요?
    A6) 가능합니다만, 신성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사제들이 굳이 마법을 익히려 노력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간혹 마법을 쓸 줄 아는 사제도 있기야 하지만, 대부분 그 시간에 기도를 드리는 것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Q7) 칼리온에서 ‘인공 신’을 만들었던 것처럼, 인간들의 신, 즉 인간들의 칠용장을 만들 수 있나요?
    A7) 가능합니다.

    Q8) 이반이 도끼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8) 초반에 짧게 언급한 적 있습니다. 다른 병장기와 달리 도끼는 일생 상활에서도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문따개, 병따개, 화단 가꾸기, 사람 목 따기 등의 용례가 있습니다.

    Q9) 가장 공들인 캐릭터와 가장 좋아하는 회차가 무엇인가요?
    A9) 가장 공들인 캐릭터는 이반이며, 가장 좋아하는 회차는 틸레스편 ‘상 마틸렌느 공성전’이었습니다.

    Q10) 결말까지 구상이 되어 있나요?
    A10) 얼개와 플롯까지 끝나 있습니다.

    Q11) 소재들은 어디서 구하시나요?
    A11) 제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이신 지구작가님이 많은 레퍼런스를 무료로 공개하고 계셔서 감사하게도 그 부분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Q12)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이 무엇인가요?
    A12) 기본적으로 저는 대부분의 소설들을 항상 재밌게 보는 편입니다. 최근엔 아집숨을 읽고 있는데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정말 글을 어떻게 이렇게 쓰지.
    제 평생으로 범위를 넓히고 하나만 꼽으라신다면, 그 중에서도 판타지 소설로 범위를 한정 짓고 말씀 드리자면, 피를 마시는 새입니다. 지금도 제가 글 쓰는 환경에 항상 도서 거치대를 두고 막힐 때마다 한 챕터씩 읽고 있습니다.

    Q13) 유진의 상태창이 주는 퀘스트는 최대 성공이 가능한가요?
    A13) 가능합니다. 대단히 어려워서 항상 불가능급을 명시해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손실 없이 문자 그대로 완벽한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이건 유리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 유리도 대응할 수 없습니다.

    Q14) 작중 전쟁 묘사에 관하여. (220화의 묘사)
    A14) 이 부분은 작가의 무지와, 작가가 주로 참고하는 사료 탓으로 보입니다.
    제가 레퍼런스로 잡은 사료들은 대부분 백년전쟁기의 것입니다. 이를테면 필립 데 마지에르의 몇몇 참전 수기와 같은 옛 사료들을 기계 번역해서 확인한 정도입니다. 이는 대단히 파편화된 정보이며, 제가 역사적 사실에 대해 통찰하고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당연히 저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양판소를 쓰는 작가에 불과합니다.

    제가 이런 묘사를 삽입하게 된 경위를 말씀드리자면, 제가 확인했던 몇몇 사료 중에서 대단히 인상적인 언급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리처드 2세 당시 징병 기록에선, 영국 각지에서 징집한 징병과 무장, 병기, 그리고 이동 과정에서 탈영병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약 6천명의 병력을 파견하는 데에 16톤 가량의 은(6만 파운드)가 지불되었다는 기록인데, 이에 대한 재정 적자와 군비 소모로 인해 직간접적 세금(타유세, 소금세 등)이 신설되었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다소간의 작가적 상상력(망상)을 섞어 만든 묘사였습니다. 대륙 전체를 말아먹기 직전까지 갔던 대전쟁이 끝난 직후, 왕실이 보유할 수 있는 ‘1~2계급’ 즉, 직업군인의 수가 감소하고, 제3계급군으로 분류되는 ‘노동자’ 계급은 일상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이 상황에서 다시 전쟁을 시도한다면 재정비용을 최대한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상비군을 제외한 다른 병력을 직접 전투가 발생하는 전역 이전에 소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당연히 현실의 전쟁은 토탈워와 다릅니다. 저는 전쟁을 토탈워로 배운 사람이 아닙니다! 사실, 전쟁을 배운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제 부족함 탓에 묘사에 불쾌하셨던 분들이 계셨을 수 있습니다. 모두 제 무지 탓입니다. 부디 모든 비난은 저를 향해 해 주시길 바랍니다…

    Q15) 이 소설의 장르는…
    A15) 저는 연재를 시작한 이후 이 소설의 태그를 단 한 번도 바꾼 적 없습니다.

    Q16) 왜 이렇게 소설이 암울한가요?
    A16) 제 묘사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저는 분명 희망찬 소설을 쓰고 있는데 필력이 부족해서 계속 그렇게 느끼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

    Q17) 완결까지 얼마나 남았나요? 몇화 완결을 예상하고 계신가요?
    A17) 처음 소설을 쓰기 전 플롯을 짤 때 까지만 해도 이 소설은 200화 완결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분량에 대한 감이 없었다고 말씀 드릴 수 밖에 없겠습니다…
    즉, 저도 확답드리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어쨌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이야기는 모두 푼 뒤에 완결을 치겠습니다.
    제 능력 부족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이야기는 되지 못하더라도, 제가 훗날 돌이켰을 때 그래도 만족스럽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마무리를 짓고 싶습니다.

    Q18) 최근 개인사에 대하여… (휴재 공지에 올라왔던 질문입니다)
    A18) 제 사업과 직장에 대한 번잡한 변명을 제외하고, 개인적인 한탄을 굳이 말씀드리자면.
    그으… 제 소설과 굉장히 유사한 제목과 플롯과 전개를 가진 신작이 어딘가 다른 플랫폼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PD님이 가르쳐 주셔서 찾아봤습니다!)
    그건 정말, 느낌이 이상하더군요. 그 소설이 만일 굉장히 흥한다면, 소재는 분명 좋았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그 좋은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말아먹은 작가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참 복잡하고 미묘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다행히 모두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인터넷 디톡스 덕분입니다. 저는 최근 인스타 아이디도 삭제했습니다! 디톡스는 정말 대단해!

    *

    마치며, 진심을 담아,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이 계셨기 때문에 제 소설이 망상과 일기에서 벗어나 인터넷에 공개된 소설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겁니다.
    언제나 여러분이 제게 주셨던 사랑과 관심을 상기하며 글을 씁니다. 이건 의무감이나 책임감이라기보단 사회윤리에 가깝습니다.
    우리 모두는 선의를 선의로 답하라는 것을 아주 어린 시절에 배우며 자랐으니까요!
    모든 분들께 그렇게 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여러분이 제게 주셨던 관심과 사랑을 고스란히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빚쟁이, 공장노동자, 실패한 자영업자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이 지금, 저는 여러분 덕에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제 부족한 글에도 항상 성원을 주신 여러분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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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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