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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2

     

    서드의 첫 등교는 꽤 무난했다.

    이미 입학절차를 위해 한번 방문했기에 교무실을 다시 찾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선생의 안내를 받으며 반에 도착한 뒤로는 더욱 순조로웠다.

     

    “서드다, 잘 부탁한다.”

     

    짧은 자기소개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어색한 공기가 무겁게 반 전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딱히 무슨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자, 서드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그것은 평소 틈이 날 때마다 수면을 취하던 버릇이 몸에 배어버린 것이다.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고, 휴식은 취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쉬어주어야 부족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잠시 후, 서드가 잠을 자는 것을 확인한 아이들은 그제서야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전학생 쟤 정말 우리랑 같은 나이 맞아? 유급 당했다던가, 그런 거 아니야?”

    “얼굴은 또 왜 저래? 혹시 어디서 싸우고 왔나?”

    “무섭게도 생겼네…….”

    “아까 웃는 거 봤어? 진짜 소름이 다 돋더라.”

    “……쟤는 되도록이면 건들지 말자.”

     

    그렇게 아이들은 한동안 서드를 피해다녔다.

     

    하지만 서드 역시 그러한 취급이 싫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든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일단 너무나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분명 ‘친구’를 많이 만들어 보라고 하셨으니, 결국 이 반에 녹아들기는 해야 한다.

     

    적당히 상황을 보고 어떤 식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갈 지 행동방침을 정하는 것이 좋겠지.

     

    서드는 자신이 그래도 눈치는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으니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수업은 들어봤자 별 이해는 되지 않는다.

    애초에 기존의 교과내용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서드가 곧바로 학습진도에 맞출 수 있을 리 없었으므로.

    덕분에 흥미도 딱히 생기지 않아, 수업시간은 모조리 수면을 취한 서드.

     

    그 모습은 아이들에게 ‘불량아’적인 이미지를 주입하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서드에게 관심을 주는 아이들은 더욱 사라졌다.

     

     

    하지만 결국 사건은 벌어진다.

     

    쉬는시간, 혈기를 주체하지 못한 몇 아이들은 교실 뒷켠의 좁은 공간에서 공놀이를 즐기곤 했다.

    딱히 별다른 규칙도 보상도 없이 서로가 위치한 벽면을 맞추기 위해 서로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할 뿐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는 ‘공놀이’이지만, 정말 공을 차는 것 자체가 너무나 좋아서 그 잠시도 참을 수 없는 아이들이 있는 법이었다.

     

    교실에서 공놀이를 하는 것은 분명 선생들에게 그다지 좋게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소년들도 이미 알고 있지만, 어쩌면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그 작은 일탈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평소라면 그저 그렇게 지나가겠지만, 이번엔 그 혈기가 문제가 되었다.

     

    “받아라, 회전– 회오리- 슛!”

    “그게 대체 뭔 슛이야!”

     

    -뻥!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공을 차올린 한 소년.

    그 모습에 공을 받아야 할 아이는 웃음보가 터져버려 발을 놓을 위치를 실수하고 만다.

     

    “……!”

     

    그 찰나의 순간, 공이 향하는 궤적을 읽은 소년은 화들짝 놀랐다.

    너무나 정확하게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서드를 향해 축구공이 쇄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대로라면 분명 공이 곧 서드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칠 것이고, 그 후에는 그것을 찬 자신이 무시무시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서드의 드래곤하트는 자신에게 닥친 위협을 감지했다.

    그것은 정말 오랜 ‘경험’으로 단련된 감각이었기에, 수면을 취하는 중에도 문제없이 작동했다.

     

    다른 모든 감각보다도 그 ‘위협감지’라는 감각만은 전적으로 신뢰하는 서드는 곧장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을 시작했다.

     

    축구공이 딱히 대단한 위협은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서드의 고개가 축구공을 피하듯 돌아가고, 팔짱을 끼던 손을 풀어 주먹을 쏘아냈다.

    그야말로 몸이 반응하는 반격.

     

    -빵–!

     

    하지만 축구공은 서드의 그 ‘반격’조차 버티지 못 할 정도로 약했다.

     

    -툭.

     

    마치 폭발하는 듯한 소음과 함께 나가 떨어진 축구공은 더 이상 공의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여 튀어오르지도 못하고 축 늘어진다.

     

     

    커다란 소음은 반에 있던 모든 아이들의 시선을 모았고,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경악했다.

     

    대체 어떻게 저게 ‘자던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자고 있던 건 맞을까? 혹시 자신들이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쩌지?

     

    그렇게 공포스러운 침묵이 내려앉은 교실에서, 서드의 정신은 뒤늦게 자리를 잡았다.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여 반격을 하긴 했지만, 그것은 머리를 거치고 한 행동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서드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자리에 펼쳐진 광경은 상황을 너무나 손쉽게 유추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서드는 천천히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주저앉은 소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으, 어……. 저기……. 미, 미안해요. 고의는 아니었어요……!”

     

    뭐가 그리도 미안한지 과도한 긴장으로 몸을 떨며 울상을 짓고 있는 소년을 향해 서드는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한번쯤은 실수할 수도 있지. 안 그런가?”

     

    스승님이 일전에 말씀하셨던,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히, 이익! 죄송해요!”

     

    ————

     

    루크는 문득, 서드가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처음으로 가본 학교는 어땠는가? 괜찮았나?”

    “아주 좋았습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다들 호의에 넘치더군요.”

    “그렇군. 그렇다면 웃음은 어땠나? 다들 괜찮아 하던가?”

    “예, 딱히 문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거 다행이로군.”

     

    서드가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들기는 했는데, 자신이 말한 대로 잘 하면서 나름 헤쳐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한결 안심이 된다.

     

    학교에 가기전, 서드는 이정도로 호의적인 관심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모두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데 어떠한 폭력적인 수단이나 위협도 동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들 웃으며 ‘평범’한 사람처럼 대한다.

    ‘평범’한 생활을 전에 누려본 적이 없던 서드로서는 그러한 방식으로 굴러가는 단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서드의 표정은 그닥 밝지 않았다.

     

    “흠, 그런데 왜 아직도 그런 표정인게지? 뭔가 문제라도 있었느냐?”

    “이상해서 말이죠, 어째서 다들 제게 그렇게 호의적이었던 걸까요?”

     

    이것이 문제였다.

    어째서 그들은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것일까? 무슨 대가를 바라고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일까?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뒷골목에선 절대 이유없는 호의 따위는 없었다.

     

    타인과 부대껴봤자 느는 것은 그저 눈치와 맷집 뿐.

     

    말 실수만 해도 발길질이 난무하는 세계.

     

    갑자기 타인의 호의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다.

     

    서드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상합니다. 그냥 웃으며 손을 내밀었을 뿐인데 갑자기 음식을 사준다거나, 뭔가 불편한 건 없냐고 물어본다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에요.”

     

    루크는 생각보다 그 학교 아이들이 전학생에게 굉장히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딱히 이상할 것은 없다.

    자신 역시 이유모를 호의를 많이 받으며 살고 있지 않던가?

    과거엔 누구에게든 권력과 능력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이유없는 선행’이라는 것이 만연한 사회였으니까.

    서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자신이 처음에 그랬던 것 처럼.

     

    “그런 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거라, 네 생각보다 아카데미는 단순한 곳이야. 그렇게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게다. 호의는 호의로 받는 것이 좋다. 어차피 그곳의 학생들은 다 너와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이니 말이다.”

    “그렇군요……. 역시, 그렇겠지요?”

     

    서드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들이 아무리 살아 봤자 자신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보았겠는가?

    그동안 겉과 속이 다른 능구렁이 같은 자들만 존재하는 뒷골목에서, 수없이 많은 의도와 암투에 둘러 쌓인 채로 지내서 의심이 완전히 몸에 익어버린 모양이다.

     

    “그럼, 그렇고 말고.”

     

    그렇게 잠시 후, 루크는 서드의 은신처에 도착했다.

    나름대로 정리를 했는지 난잡하게 어질러진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청결하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의 주거환경.

    하지만 서드 자신이 그 환경에 만족하고 있기에 루크가 무어라 할 처지는 아니다.

     

    “조금 난잡하지만, 어서 들어오십시오.”

    “그럼 실례하지.”

     

    그렇게 집 안으로 발을 들인 루크는 가방을 내려 한켠에 치워 두고는 본래 목적을 떠올렸다.

    영혼 치료제의 레시피가 유효한지, 또 효과가 얼마나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 때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자, 그럼 이제 너의 상태를 좀 보자꾸나. 어디, 윗옷을 좀 벗어보겠느냐?”

     

    본래는 상체 전체가 녹아내린 흔적으로 가득했으니, 그 쪽을 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서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럼 잠시 앉아서 기다려주십시오.”

    “그러지.”

     

    루크는 그렇게 소파에 앉았다.

     

    “오, 소파는 그래도 꽤 푹신하지 않느냐. 누우면 완전히 침대같겠어.”

    “누우셔도 됩니다. 스승님이 편하신대로 하십시오.”

    “그런가? 그럼 잠시 실례하겠네. 너는 계속 옷을 벗고 있거라.”

    “예.”

     

    그렇게 누워서 잠시 쉬며 서드가 넥타이를 풀고, 조끼를 벗으며 상체를 감싼 붕대를 풀어내는 것을 보던 순간, 루크는 불현듯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에 기묘함을 느낀다.

     

    ‘무언가가 영향력을 행하고 있군.’

     

    또 서드의 ‘질 나쁜 친구’들인가?

    루크는 서드를 침입자가 들을 수 없게 조용히 불렀다.

    그러자 서드는 셔츠의 단추를 풀다 말고 루크의 입가에 귀를 가져갔다.

     

    “목소릴 낮춰, 그리고 조심하거라. 침입자가 있어. 이때까지 내가 알아채지 못한 것을 보면……. 꽤 능숙한 마법사인 것 같다.”

    “뭐, 그게 정말입니까?”

     

    ‘……!’

     

    그렇게 침입자를 의식하는 순간 느껴지는 위험신호.

    서드는 곧장 몸을 움직였다.

     

    “위험합니다!”

     

    -쾅-!

     

    서드는 피할 수 있었음에도 위협으로부터 루크를 보호하기 위해 팔을 들어 막았다.

    난데없는 화염의 폭발이 서드의 팔을 덮쳤다.

     

    “큭!”

     

    서드는 타오르는 고통을 무시하고는 곧장 몸을 돌려 서클로부터 전격을 끌어올리며 위협이 느껴지는 방향을 바라보며 외쳤다.

     

    “침입자! 무슨 목적이지? 여긴 어떻게 찾아왔나!”

     

    위치를 들킨 침입자는 이글거리는 불을 양손에 가득 담은 채로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서드는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작은 체구, 또 생각보다 높은 완성도의 마법이다.

    만만한 상대는 아닐 터…….

     

    “루크한테서 떨어져, 이 변태자식!”

     

    하지만, 침입자의 모습을 본 루크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당황했다.

     

    “아니, 시루드? 네가 대체 왜 여기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외모로 차별당하는 서드…

    그나저나 루크가 기르는(?) 파이리하고 피카츄가 드디어 만났네요.

    포켓몬 배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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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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