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2

     

    “얘들아, 대박!”

     

    쾅, 문을 열고 마샤가 헐레벌떡 오두막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야? 그렇게 급하게.”

     

    오두막 안에서는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개구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주문술사의 괴짜들이라고도 불리는 연금술사 동호회였다.

     

    생선이 특산품인 제7 부두다. 생선의 비린내를 어릴 때부터 너무 싫어했던 나머지 냄새를 없애려고 연금술 주문을 연습하던 마샤를 시작으로, 어린 연금술사들이 모이기 시작해 지금은 열 명이 넘었다.

     

    “이거, 이거 봐!”

     

    그들을 향해 한 장의 명함을 보여주는 마샤.

    연금술사들이 그녀를 중심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뭔데, 뭔데?”

    “병원장 라스 고트베르크.”

    “후국의 병원장인 그 사람?”

    “그 위험한 약 팔아다 돈만 버는 수전노잖아!”

     

    마샤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고는 주머니에서 아스피린을 꺼냈다.

     

    “이거, 이 사람이 연금술로 5초 만에 변형하고 강화한 거야.”

    “뭐야, 이게?”

    “말도 안 돼.”

    “원래 다른 약이었지? 어떻게 이렇게 변해?”

    “우리나라에 팔리는 약은 가짜래. 그거 파는 사람 누구냐고 물어보더니 지금 싸우러 갔어!”

     

    마샤의 이야기를 들은 연금술사들이 서로 쳐다보더니 심각한 얼굴로 변했다.

     

    “그거… 재밌겠는데.”

    “놓치면 손해 아닐까.”

    “뭘 기다려.”

     

    약속이라도 한 듯 우르르, 연금술사들이 오두막 밖으로 뛰어나갔다. 각자 손에 포션이 담긴 플라스크를 몇 개씩 챙긴 채였다.

     

     

     

    ***

     

     

     

    “누가 찾아왔다고? 면담 요청? 귀족이야?”

     

    “옷차림은 거지꼴이었습니다만, 풍기는 분위기가 도무지 이상해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연합군에서 나온 듯한데….”

     

    제7 부두 상인 길드장은 부하의 보고를 별일 아니겠거니 무시했다.

     

    제국이나 왕국 같은 대국에 비하면 작은 도시 하나 규모의 소국에서 물건을 팔아먹는 입장이지만 이 지역의 상권을 꽉 쥐고 있는 그였다.

     

    “혹시 그 건이 문제 된 건 아니겠지요? 연합군의 보급품을 빼돌렸다고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정말 곤란해질…”

     

    “어허, 입조심 하게.”

     

    약품 밀매 건은 무슨 일이 있어도 들켜선 안 된다. 워낙 외곽 지역인 이 나라이고, 원료가 같은 가짜 약을 유통하고 있기에 들킬 가능성이야 적다고 생각했지만.

     

    길드장도 나름 짬바가 있었다. 같잖은 시정잡배의 시비는 수도 없이 겪어봤다. 어지간한 문제야 위기도 아니었다.

     

    “돌려보내. 실적도 오르고 만사 잘 풀리는 시기야. 서신도 없이 왔으면 별놈들 아니겠지. 약품 밀매는 시작이야. 나중에 발각되도 가짜 약을 마족이 퍼트렸다고 뒤집어씌우면 빠져나가기 간단하지. 그러면 어떻게 되겠나?”

     

    “저희는 안전하게 돈을 버는군요.”

     

    “그건 푼돈이잖아. 그것뿐만이 아니야. 마족의 침공을 빌미로 무역하는 모든 물건을 우리 길드에서 관리할 수 있게 돼. 생선 한 마리까지 유통비를 걷을 명분이 생긴다고. 죽이지?”

     

    “아무리 소국이어도 7부두에서 대륙 전역에 수출하는 어류만 해도 상당한데, 그걸 저희가 일일이 관리할 수 있을까요?”

     

    “멍청하기는. 다른 상인 길드에 일을 준다고 하면 되잖아. 그럼 내게 아부할 놈이 줄을 서겠지. 권력까지 딸려오는 거지.”

     

    길드장이 킬킬 웃으며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했다.

     

    “아이템박스.”

     

    그가 중얼거리자 별안간 공중에 새까만 구멍이 뚫렸다. 부하가 그것을 보고 감탄했다.

     

    “볼 때마다 신기하군요. 아이템박스, 안에 뭐든지 넣어 저장할 수 있는 마법이지요.”

     

    “그래. 귀속형 마법이야. 내가 상인으로 성공한 것도 옛날에 이 아이템박스를 유명한 상인에게서 뺏은 덕분이었지. 이건 심지어 닫은 동안 내부의 시간이 정지하는 최상급이야.”

     

    길드장이 서류를 손에 들고 자랑을 이어갔다.

     

    “나처럼 성공하고 싶나? 큰 그림을 보란 말이야. 사업은 이렇게 키우는 거야.”

     

    길드장의 탐욕은 풍선처럼 부풀어 사무실을 가득 채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팽팽해진 그것은 예상치 못하게 단숨에 터져버렸다.

     

    ―콰앙!!

     

    단단한 사무실 문이 단숨에 박살나며 건장한 야만인이 푸른 장발을 휘날리며 들어왔다.

    도끼를 붕붕 휘두르며 씨익 웃는 그녀를 보고, 길드장과 부하는 공포에 질려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거참, 이 길드는 손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네.”

     

    “다, 당신 누구야!”

     

    “아, 마침 들고 있네.”

     

    백의를 휘날리며 들어온 남자는 만반의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으, 으윽!”

     

    길드장이 허겁지겁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열려있던 아이템박스에 넣으려 했다.

     

    ―콰직!

    야만인이 도끼를 다시 휘두르니 책상이 박살났다. 그 풍압에 길드장이 넘어지며 자리를 굴렀다. 홱, 백의의 남자가 그의 손에서 서류를 낚아챘다.

     

    “미, 미친! 당장 돌려주지 못해! 경비병!”

     

    “음, 다 적혀 있네. 가짜 약품 제조한 내역서와 밀매 판매대금 장부. 어이구, 원대한 계획도 세우고 있었구만. 야.”

     

    의사가 품에서 사탕을 꺼내 입에 물고는 서류로 길드장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이름으로 쓰레기를 팔면 안 되지.”

     

    “뭐, 뭐…?”

     

    길드장은 그제야 그가 누군지 깨달았다. 그 신묘한 의사의 인상착의는 먼 이곳까지 소문으로 전해져왔다.

     

    새하얀 옷과 머리, 범인 같지 않은 비범한 분위기, 손가락에 칼날이 달렸다고도 했고, 사탕을 좋아하는 어린아이라는 기괴한 소문도 돌아다녔지만.

     

    라스 고트베르크.

     

    그가 바로 죽어가던 제국의 황제도 살려냈다고 하는, 기적의 손을 가진 전 내의원 주치의, 현 후국의 병원장임이 틀림없었다.

     

    “마, 마, 마족의 짓이다!!”

     

    길드장이 냅다 변명하며 외쳤다. 그 말을 들은 라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뭐라, 마족이라고! 심각한 사태로군! 당장에라도 대처해야겠어.”

     

    어라, 먹혔나? 길드장이 긴가민가한 순간, 라스가 턱 그의 어깨를 짚었다.

     

    “이봐, 자네. 인간계의 위기야. 협조해 주겠어?”

     

    “어? 무슨 협조를….”

     

    “모습을 숨긴 마족을 유인해야 해. 미끼 역할을 자처해준다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라스가 말을 마치자마자 기슈타가 길드장의 뒷목을 잡아 창밖으로 힘차게 밀었다.

     

    쨍강! 창문이 깨지고 그가 3층 상공에서 대롱대롱 매달렸다.

     

    “히이익! 잘못! 잘못했소!”

     

    “잘못?”

     

    “거래! 거래를 하지! 아이템박스를 주겠소! 내가 가진 것 중 천금으로도 구할 수 없는 희귀한 것이오!”

     

    라스가 아직도 길드장의 오른편에 열려 있는 검은 구멍을 슬쩍 쳐다보았다.

     

    “호감 가네. 일단 줘봐.”

     

    “으윽…!”

     

    당장 다리를 버둥거리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 길드장은 이것저것 가릴 입장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저지른 범죄를 가장 들켜선 안 될 상대에게 들켰다.

     

    그가 아이템박스를 닫고 손끝에서 마나를 방출했다. 세 겹의 마법진이 팔찌 형태로 길드장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그것을 받아 팔에 차는 라스.

     

    “아이템박스.”

     

    그가 짧게 중얼거리자 슉, 검은 구멍이 나타났다. 물건을 저장할 수 있는 만능공간이었다.

     

    라스가 길드장을 내려다보며 자비로운 성자처럼 미소를 지었다.

     

    “자비로운 여신께서 그대의 죄를 사하신댄다.”

     

    “그, 그게 정말이오?”

     

    “그래. 대가만 치르면.”

     

    기슈타가 망설임 없이 손을 놓았다. 다음 순간 길드장이 몸에 가해지는 중력을 느끼기도 잠시, 커다란 충격이 그를 덮쳤다.

     

    “아이고, 내 다리!”

     

    그의 머리 위로 진통제가 떨어졌다. 그가 풀었던 가짜 약이었다.

     

    “그거 먹어봐. 나을지도 모르잖아.”

     

    라스가 창밖에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상인 길드가 벌인 밀매의 증거가 담긴 서류를 첨부해 서신을 작성한다. 나중에 상단주에게 발송할 것이었다.

     

    “이걸로 충분하겠냐, 라스.”

     

    “그래. 이 정도면 앞으로는 상단에서 직접 관리하겠지. 내 약은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서신을 품에 넣은 라스가 문 밖으로 나가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소란이 일어나 구경 온 상인 길드원이나 일반인이었다.

     

    “와우.”

     

    그중에 섞여있는 마샤를 발견하고 라스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주변에 뭉쳐있는 젊은이들은 로브를 입거나 두꺼운 안경을 입은 게 누가 봐도 학구열이 높아 보였다.

     

    “맞춰볼게. 연금술사들.”

     

    “맞아요. 병원장님을 뵈러 왔는데요.”

     

    “마침 잘 왔어. 부두에 풀린 약들을 전수조사하려고 해. 연금술을 써서 진짜 약으로 합성해야 하는데, 같이 할 사람?”

     

    라스의 제안에 마샤가 제일 먼저 번쩍 손을 들었다. 다른 연금술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 참고로 주문은 내가 알려줄 거야. 잘 하면 고트베르크 제약공장에 스카우트 해보려고 하는데, 관심 있으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연금술사가 손을 들었다.

     

     

     

    ***

     

     

     

    전수조사에는 꼬박 이틀이 걸렸다. 비협조적인 주민도 있었으나 어부들이 경비대와 연결해줘서 기어이 제7 부두에 퍼진 모든 가짜 약을 뿌리 뽑을 수 있었다.

     

    연금술사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한 인재가 많았는데, 이들과 만난 건 꽤나 천운이었다.

     

    다들 사정도 있고 해서, 진짜 제약공장에 바로 갈 수 있는 인원은 마샤를 포함해 여섯 명. 나머지 여덟 명도 언제든지 찾아오면 일자리를 주겠다고 하고 명함에 사인을 해서 넘겨줬다.

     

    이들을 신약 개발에 투입하면 포션도 양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정이 며칠 더 걸리긴 했지만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또 하나의 수확.

     

    “아이템박스.”

     

    그 길드장이 꽤 괜찮은 마법을 가지고 있었다. 귀속형인 아이템박스는 자체로 완성되어 있어, 가지고만 있으면 시전할 수 있다.

     

    이제 백의 안에 주렁주렁 약병을 달고 다니지 않아도 편리하게 약품이나 장비를 넣고 다닐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내부의 시간이 정지하는 원리야.”

     

    안에 고대룡의 비늘을 넣어놓으니 유통기한 문제도 해결됐다.

     

    기슈타가 멋모르고 머리를 넣었다가 몸이 축 늘어지는 사고가 생겨서, 빼내느라 고생했다.

     

     

     

    후국으로 돌아와서는 며칠 휴식한 후 다시 병원 일을 병행하면서 연금술사들을 가르쳤다.

     

    물론 썰매도 탔다. 여기가 내의원도 아니고, 일에만 치어 살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네리아가 태도가 굉장히 이상했는데 뭔가 답답한 게 있는 모양이었다.

     

     

    몇 달이 더 지나, 서신이 날아왔다.

     

    마왕군 본대와 전쟁이 개시됐다는 소식이었다.

     

     

     

    다음화 보기


           


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주치의는 악녀를 고치고 도망쳤다
Score 3.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coming the physician of the villainess who brought about the world’s destruction, I tried to escape to survive, but the reactions were strang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