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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2

       백우진과 금여울은 아침 식사까지 든든하게 챙겨 먹은 뒤에 객잔을 나섰다.

         

       그는 노점상 사이를 거닐며 무언가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와중 발견한 한 노점을 향해 나아갔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그곳은 다름 아닌 대나무로 엮어 만든 죽립을 판매하고 있었다.

         

       백우진은 꼼꼼한 눈으로 가장 촘촘하게 엮인 죽립 두 개를 구매하여 하나는 제 머리에, 다른 하나는 금여울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그녀는 제 머리에 비딱하게 얹어진 죽립의 위치를 바로잡으며 의아하다는 투로 물었다.

         

       “죽립은 왜 쓰는 거야…?”

       “너희 가문을 습격한 자객들이 널 아직도 찾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들은 내가 마경으로 들어간 걸 확인했는데도?”

         

       그녀의 말에 의하면 가문을 습격한 이들은 복면을 뒤집어쓴 자객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응당 자객들을 보낸 흉수가 존재할 터.

         

       백우진은 그 흉수가 황금상단의 고위 간부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짐작했다.

         

       중원 제일 상단의 대행수라는 자리, 한 번쯤 노리고 싶어질 만한 매력적인 자리 아닌가.

         

       “자객들은 네 생각보다 훨씬 더 집요한 것들이야.”

         

       권력을 새로이 틀어쥐려는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게 무엇인 줄 아는가?

         

       바로 후환을 없애는 것이다.

         

       자객들은 금여울이 마경으로 도망치는 것을 보았지만, 죽는 모습을 확인하진 못했다.

         

       그들을 움직이는 흉수가 의심이 많은 자라면 지금도 그녀를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백우진의 설명에도 금여울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네 말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녀는 제 무지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백우진을 전보다 더 많이 믿게 되었다.

         

       그 두 가지가 겹쳐 백우진의 말이라면 철석같이 믿게 된 것.

         

       죽립을 깊게 눌러 쓴 두 사람은 곧장 청해성을 빠져나왔다.

         

       여정의 시작에 앞서, 백우진은 그녀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어제 말했다시피 곧장 호북으로는 갈 수 없어.”

         

       청해성에서 호북성까지 가기 위해선 다양한 지역을 거쳐 가야만 한다.

         

       백우진은 거쳐가는 길로 섬서를 택했다.

         

       그녀의 사정도 딱하지만, 자신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동료들을 안심시켜 주고 싶었기에.

         

       “학관이랑 본가에 들른다고 했었지?”

       “맞아.”

       “난 괜찮아! 오히려 그렇게라도 데려다주는 걸 고맙게 생각해.”

         

       제법 의젓한 대답에 백우진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깐 사이에 좀 컸어.”

       “히힝! 몰랐을 뿐이지, 배움이 느린 건 아니라구.”

         

       칭찬 한 번에 콧대를 드높이는 그녀의 모습이 썩 귀엽다.

         

       철없는 부잣집 아가씨 속성 때문인지 여자라기보단 여동생의 느낌이 더 강해서 그런가.

         

       ‘몸매는 훌륭하지만.’

         

       근데 그것도 얼굴까지다.

         

       목 아래로 내려가면 펑퍼짐한 의복으로도 숨길 수 없는 훌륭한 몸매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생각과 함께 시선이 내려가고 말았다.

         

       제 흉부로 향하는 백우진의 시선을 느낀 금여울이 제 가슴을 두 팔로 끌어안으며 볼을 부풀린다.

         

       “…변태.”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해.”

         

       남자는 기본적으로 전부 변태기를 가지고 태어난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 밤에 잘 때 멀리 떨어져서 자!”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는 금여울의 모습에 백우진이 히죽 웃으며 되물었다.

         

       “언제는 몸으로 갚는다더니?”

       “그, 그건 우리 집이 없어졌을 때 얘기고!”

         

       통통 튀는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어 자꾸만 놀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이제는 기나긴 여정의 첫발을 떼어야 할 때다.

         

       “그럼 네 몸은 그때 가서 실컷 감상하도록 하고, 이제 슬슬 출발하자.”

         

       그리 말하며 백우진은 앞서 걸음을 떼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예기치 못하게 오래 떨어져 지내게 된 이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보고 싶다.’

         

       백우진의 걸음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가, 같이 가아!”

         

       금여울도 덩달아 속도를 높여 따라붙어야만 했다.

         

         

       * * *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산맥을 타고 넘어온 눈구름에서 쏟아진 눈은 정무학관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겨울은 사용인들이 가장 힘들어지는 시기다.

         

       손발이 차갑다 못해 시린 날씨에 눈을 쓸고 또 쓸어야 하기에.

         

       “어휴, 어제 그렇게 쓸었는데 또….”

         

       올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내렸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곳이 새하얗다.

         

       단 한 곳만 빼고.

         

       “저쪽 사용인은 또 꿀 빨겠구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신룡조의 연무장.

         

       지난 새벽 그토록 많은 눈이 내렸음에도, 그곳에는 눈이 조금도 쌓여 있지 않았다.

         

       이유인즉, 사용인보다 앞서 연무장을 밟은 무인들의 훈련 열기에 바닥에 있던 눈들이 모조리 녹아버린 탓이었다.

         

       “후욱, 후우…!”

       “하악, 하악!”

         

       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망치로 쇠를 두드리듯, 제 몸을 두들겼다.

         

       무공을 펼치는 바탕인 제 몸을 단련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련까지.

         

       특별할 것 없는 지루하고 괴로운 수련.

         

       그들은 느리지만 묵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매일 땀범벅에 흙투성이로 돌아다니는 조원들을 바라보는 생도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정말 지독한 녀석들이야.”

       “어떻게 저렇게까지 몸을 혹사시킬 수가 있지?”

       “강해진다고 해도 난 저렇게까진….”

       “나는 아직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그들처럼 될 수 없을 거라며 포기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을 따라잡겠다고 훈련에 몰두하는 이들 또한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들의 약진으로 인해 학관의 교수진 및 세간에서는 그들이 포함된 연차를 이리 불렀다.

         

       “그야말로 황금의 세대로다!”

       “정파의 미래가 밝다 못해 찬란하구나!”

         

       항간에서는 그들의 기량이 만개할 무렵이면 팽팽하게 동수를 이루고 있는 사파와의 힘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까지 하고 있을 정도.

         

       대부분의 생도들이 그들을 칭송하거나 질투했다.

         

       어떤 식으로든 커다란 관심을 받게 되면 행실이 흐트러질 법도 하건만, 그들의 하루 일과는 놀라우리만치 똑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입이 마르도록 칭송하는 그들은 스스로를 패잔병이라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대장을 잃고 염치없이 살아 돌아온 패잔병 말이다.

         

       ‘아직 부족해.’

       ‘마교 놈들을 쓸어버리기 위해선 더 강해져야만 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백우진의 말을 믿고 언제든 그가 편히 등을 맡길 수 있게끔 강해지는 것 말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허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에게도 옅은 불안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유는 무려 석 달이 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는 백우진에 대한 이야기로 학관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한동안 그의 소문은 뜸했다.

         

       정확히는 신룡조의 눈부신 발전과 그들에게 감화되어 훈련 열풍이 불어닥친 탓에 잠시나마 지워졌다고 봐야겠지.

         

       그런데 우습게도 그들의 눈부신 발전 때문에 없던 행사 하나가 생겨나게 되면서 백우진에 대한 소식이 다시금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 행사가 무엇인고 하니.

         

       “다가오는 봄에 흑사무관과의 교류전이 있지 않은가.”

       “맞네. 흑사련에서 먼저 제의를 했다더군.”

       “말만 교류고, 친선이지 사실상 정사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터인데, 과연 우리 학관 대표로는 누가 나가게 될까?”

       “그거야 당연히…!”

         

       정파의 미래가 밝다며 떠들썩하게 떠들어대는 분위기에 사파는 위기감을 느꼈다.

         

       대체 정무학관의 생도들이 얼마나 강하기에 저렇게 난리란 말인가.

         

       이를 확인하기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은 직접 붙어보는 것.

         

       사파는 흑사무관을 통해 그들에게 친선 교류전을 제안했다.

         

       정무학관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흑사무관과의 교류전에 나설 정무학관의 대표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생도들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독고천, 백무혁, 당선영 등.

         

       익숙한 이름들 사이에 백우진의 이름 또한 당연히 거론되었고, 그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이 난무했다.

         

       “내 듣기로 백우진이 크게 다쳐서 병상에 누워 있다던데?”

       “아니야, 내가 듣기론 주색잡기에 미쳐서 여자랑 시시덕거리느라 바쁘다고….”

       “사실 백우진이 죽었다는 얘기도…?”

         

       부상설, 염문설, 사망설까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 나가는 소문에 신룡조는 한 차례 홍역을 앓아야만 했다.

         

       격렬한 수련 도중 주어진 잠깐의 휴식.

         

       숨을 헐떡이며 널브러져 있던 구왕수와 장삼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봐, 삼이.”

       “왜 그러나, 수.”

       “나 가끔 기루가 그리워.”

       “나도 그렇네. 특히 조장이 데려가 주었던 금양루가….”

       “오오, 금양루…!”

         

       아.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닫았다.

         

       백우진의 이름은 최근 신룡조 사이에 금기어가 되었다.

         

       당선영은 나무 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님께서는 언제쯤 오시려나….”

         

       슬슬 압박감이 거세지고 있다.

         

       흑사무관과의 교류전.

         

       단순히 친선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곤 하지만, 모두가 안다.

         

       제안한 쪽도, 제안받은 쪽도 이번 교류전에 사활을 걸고 임할 것임을.

         

       이제는 생도들뿐 아니라 교수진에게서도 백우진의 행방을 묻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저 휴식을 취한다는 말만을 앵무새처럼 내뱉고 있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에 다다른 상황.

         

       ‘보름쯤 남았나….’

         

       보름 뒤면 시작된다.

         

       흑사무관과의 교류전에 나설 대표를 뽑는 비무.

         

       그 자리에 백우진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에 대한 기대는 순식간에 실망으로 뒤바뀔 터.

         

       물론 그가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들어도 아랑곳하지 않을 테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이따금 생각한다.

         

       비무를 앞두고 아슬아슬한 시간에 짠 하고 나타나 익살스럽게 웃는 그의 모습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독수공방하게 만든 만큼 쥐어 짜내야겠지.”

         

       호호호!

         

       음기 짙은 웃음소리에 조원들의 몸이 한 차례 바르르 떨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연재 이후에 한 차례 휴재 소식을 전해드렸어야 했는데, 비몽사몽한 상태로 업로드 하느라 빼먹었단 사실을 집필 도중에야 알게 되었네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꼼꼼하게 소식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셨을 분들께 사죄 말씀 전합니다.

    저는 내일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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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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