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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2

       

       

       

       

       

       

       “황실 정보부에 소속된 암살자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정말 뭐든지 할 줄 알아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해.”

       

       알렉스는 피자 두 조각을 더 먹고 나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었다. 

       

       “방금 말했듯, 만약 목적이 누군가를 놓치지 않고 미행하는 거고 절대 들키지 않아야 한다면, 좋은 냄새가 나는 음식은 먹을 생각조차 하지 못해. 이런 빵 쪼가리로 집중력 및 신체 능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허기만 채워야 하지.”

       

       알렉스는 지금도 품에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빵 쪼가리를 하나 꺼냈다. 

       

       “…이게 빵이에여?”

       

       아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체불명의 연갈색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응. 믿기지 않으면 한번 먹어 볼래?”

       

       아까는 기겁을 했던 아르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니 호기심이 동한 듯, 아르는 알렉스의 빵 쪼가리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분명 빵이라고 한 것 같은데, 씹는 아르의 입 안에서 뽀득, 소리가 났다.

       

       “쀽…!”

       “어때?”

       “맛 업써여…. 말 먹이랑 비슷한 맛 나여….”

       

       예전에 마차를 끄는 말에게 먹이를 주다가 궁금해서 한번 먹어 본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하하하! 그게 꽤나 압축돼 있는 거라 부피에 비해 또 허기는 잘 채워 준단다.”

       “…그럼 아르는 지금 마싰는 음식 머글 수 있는 배를 엄청 손해 본 거 아니에여?”

       “뭐, 그런 셈이긴 하지.”

       “삐유우우!”

       

       아르는 낮은 비명을 질렀다. 

       

       “안니야, 아르는 더 머글 수 이써. 마싰는 거….”

       

       아르는 배가 불러도 기어코 맛있는 건 다 먹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피자 한 조각을 더 집어들었다. 

       

       여튼 알렉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만약 미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면, 변장이나 위장, 그리고 심지어는 특정 직업을 연기하면서까지 적진에 잠입해야 할 때도 있지. 예를 들면….”

       

       알렉스는 거실 한쪽에 있는,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공간에서 아르가 가지고 놀다가 내버려 둔 고무 탱탱볼 몇 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능숙한 솜씨로 저글링을 해 보였다. 

       

       “우아!”

       “오….”

       

       무려 공 다섯 개로 쉴 새 없이 저글링을 하자, 아르뿐 아니라 우리 입에서도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알렉스는 마무리까지 탁탁 완벽하게 공을 받아 들고,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던져 넣었다. 

       

       “이런 기술은 내가 서커스단의 단원으로 위장하고 잠입해 들어가야 했을 때 연습했었지. 여기서는 보여주기가 좀 힘들지만 외줄타기 같은 것도 연습했었는데, 좀 빡세긴 하더라.”

       “대, 대단해여 삼쵼! 아르 서커스 한 번두 본 적 없는데 관심이 생겼어여.”

       “하하, 나중에 한번 제대로 된 공연을 보러 가렴. 이것보다 훨씬 신기하고 멋진 기술을 볼 수 있을 거야.”

       

       알렉스는 눈을 빛내는 아르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지금 뭔가 더 보고 싶구나? 그럼….”

       

       그리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다. 

       

       “대신 내가 마술사로 위장했을 때 썼던 마술을 좀 보여줄게. 자, 잘 봐, 아르야.”

       “쀼우!! 넹! 잘 보구 있어여!”

       

       아르는 마술을 보여 주겠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 알렉스 가까이 갔다. 

       

       알렉스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동전을 왼손으로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양손을 쥐어 아르의 눈앞에 내밀었다. 

       

       “자, 아르야. 동전이 어디 있게?”

       

       아르는 눈을 끔벅이더니 알렉스의 왼손을 젤리로 터치했다. 

       

       “당욘히 요기여!”

       

       그러자 알렉스가 빙긋 웃으며 왼손 손가락을 하나씩 펴 보였다. 

       

       “쀼우?! 분명히 아르가 옮기는거 밨는데, 옮기는 척했던 거예여?”

       

       아르는 눈을 크게 뜨며 알렉스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천천히 편 오른손에도 동전은 없었다. 

       

       “삐유우?!”

       

       양손에 전부 동전이 없자 아르의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그리고 그때.

       

       “아르야, 네 왼손을 펴 볼래?”

       

       알렉스의 말에 자신의 왼손을 편 아르는 동전이 자기 손에 있는 걸 보고 비명을 질렀다. 

       

       “삐유우우! 사, 삼쵼. 공간 이동 시키는 마법 썼어여? 아, 아닌데, 마법 쓴 흔적 가튼 거 하나두 없는데…?”

       

       마법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자 아르는 알렉스를 의심했다가도, 코앞에서 마법을 썼으면 마나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음에 혼란스러워했다. 

       

       “자, 이번엔 카드 마술이야. 아르야, 나는 저쪽을 보고 있을 테니까 맘에 드는 카드를 하나만 골라 볼래?”

       

       알렉스는 곧 품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뒷면만 보이는 상태에서 아르에게 카드를 고르라고 했고.

       

       아르는 굉장히 고민하다가 신중하게 하나를 고른 뒤 우리에게도 카드를 공유했다. 

       카드는 스페이드 3이었다. 

       

       “됐으면 여기 카드 뭉치 아무 곳에나 직접 끼워 넣어 주고, 그렇지. 그리고 카드를 섞을 거야.”

       “잠깐만여! 아르가 직접 섞을래여!”

       

       아르는 이제 알렉스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손을 들며 외쳤고.

       

       “그래, 아르야. 직접 마음껏 섞으렴.”

       

       알렉스는 흐뭇한 얼굴로 카드 뭉치를 내밀었다. 

       

       그리고 잠시 뒤.

       

       “삐유우우우! 어떠케 맞힌 거예여!!”

       

       아르는 알렉스가 카드뿐만 아니라, 카드가 있는 정확한 위치까지 맞히고, 심지어 스페이드뿐 아니라 다른 모양의 3 숫자 카드까지 찾아내자 또 다시 절규했다. 

       

       혹시 투시 마법이라도 쓴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정말 썼다면 이 가까운 거리에서 아르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나 역시 감탄하며 말했다.

       

       “와, 진짜 신기하네요.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마술사도 수요가 충분히 있나요? 그러니까, 마법사가 있는데 마술사가 따로 있다는 게 신기해서요.”

       

       내가 살던 세계에는 마법이 없으니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신기해했지만, 마법이 존재하는 대륙에서 마술이 그렇게 인기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레키온 사가」를 하면서 딱히 마술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못 본 거 같고.’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걸 수도 있긴 한데, 여튼.

       

       “하하, 오히려 수요는 마법사들한테 있답니다. 마법으로 해야 하는 일을, 마법 없이 해내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면서 보여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아하!”

       

       아르가 그랬듯이, 마법의 흔적이 전혀 없음에도 마법 같은 일을 해내는 것에 신기함과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파이어’ 마법을 쓰지 않고 손에서 불을 뿜는다니 마법사 입장에서는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마자여. 아르두 이거 하라구 하면 할 수는 있는데, 마법 안 쓰고는 못 해여.”

       

       아르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외에도 알렉스는 즉석에서 간단한 소품으로 할 수 있는 마술들을 몇 개 보여 주었고.

       

       “이거 봐라, 아르야. 숟가락을 이렇게 쥔 상태에서 반대쪽 손을 위에 두고 스륵, 하면….”

       “그, 그건 아르두 할 수 이쓸 거 가타여! 쀼웁!”

       “아니, 아르야. 그걸 진짜 힘으로 구부리면….”

       

       아르는 온몸으로 작은 마술 쇼를 즐겼다. 

       

       ‘알렉스가 의외로 완전 만능 엔터테이너네.’

       

       아르랑 놀아 주는 폼이 예사롭지 않은 게, 지구에 있었으면 유명 레크레이션 강사로 이름 좀 떨쳤을 것 같았다. 

       

       “쀼웃!”

       

       아르는 어느새 푹 빠져서 쀼쀼 소리를 내며 마음껏 웃고 있었고.

       

       우리는 그런 아르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삼쵼, 다른 썰두 이써여? 마술사 말구 다른 것두 마니 하셔쓸 거 가타여.”

       “그럼, 많이 했지. 뒷골목 세력 검거하려고 말단 깡패인 척하다가 하필 그날 부두목이 도박에서 큰 돈을 잃고 와 기분이 안 좋아진 바람에 화풀이로 단체 기합 받은 적도 있고….”

       “호곡!”

       “최근엔 암흑가 투기장에서 참가자로 위장하고 나가 가지고 진짜로 격투를 한 적도 있었지.”

       

       그 말에 데보라가 불쌍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래서 지금 얼굴이 그렇게….”

       “야, 나 얼굴은 한 대도 안 맞았거든? 죽을래?”

       

       알렉스는 얼른 아르에게 물었다. 

       

       “아르야, 삼촌 얼굴이 이상해 보이니?”

       “쀼우? 아녀! 알렉쓰 삼쵼 콧수염두 멋있구 잘생겨써여!”

       “봤냐?”

       “쳇.”

       

       알렉스는 씨익 웃으며 스테이크 한 조각을 썰어 입에 넣었다. 

       

       “크으, 역시 우리 아르가 사 주는 밥이 최고네. 최고야.”

       “후식두 이쓰니깐 마니 머거여, 삼쵼!”

       “그래. 고마워, 아르야.”

       “히히.”

       

       아르는 나와 있는 후식 외에도 아공간에 보관해 놨던 아이스크림을 꺼내서 모두에게 나눠 주었다. 

       

       “오오, 이 아이스크림 되게 맛있는데?”

       “그쳐? 로빈슨 아조씨라구, 엄청 아이스크림 잘 만드는 아조씨한테서 받았어여. 넘 맛있어서 아껴 먹구 있는데, 오늘 아르가 한 번 풀게여!”

       

       아르가 아이스크림의 출처에 대해 설명하자, 내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아르야, 그렇게 말하면 아무리 알렉스 삼촌이라도 모르시지. 제가 설명 드리자면 길거리에서 작은 아이스크림 노점을 하시던 로빈슨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렇게 내가 설명하려는데, 알렉스는 뭔가 짚이는 게 있는지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로빈슨? 아아! 어디서 들어 봤나 했더니, 로멜드 쪽에 있는 엄청 큰 아이스크림 가게, ‘베스핀 로빈슨’ 운영하시는 분 말씀이시죠?”

       “네…?”

       

       나와 아르는 알렉스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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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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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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