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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2

       

        

        

        태풍의 눈.

        

        이 단어는 다양한 파괴를 동반한 열대성 저기압, 혹은 그 이상으로 진화해버린 기상 현상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맑게 갠 무풍지대를 일컫기도 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더 폭넓게 쓰였다.

        

        그 수요는 두 가지로, 겉으로는 멀쩡해보였으나 곧 다시 평지풍파에 휘말릴 예정인 무언가를 비유적으로 칭할 때 쓰이거나, 또는 – 어떤 혼란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혼자서 유유자적하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에게 쓰일 수 있었다.

        

        그리고 후자의 측면에서 미루어봤을 때, 이는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고 있는 와중 한껏 달아올라버린 다크 존 커뮤니티들이 유진이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어였다.

        

        물론 몇 번이고 말했듯이, 수많은 인터넷 유저들의 궁금증은 유진과 얽힌 비밀을 여는 열쇠와 동치가 될 수 없었다.

        

        

        

       “유진은! 진실을! 밝혀라!”

        

       “어차피 파면 다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다 못해 여론으로 결집되었다고 해서, 수저로 콘크리트 바닥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조금 더 설명하자면 – 쓸데없는 곳에서 불이 붙은 탓에, 자칭 정보전달자가 되어 모든 사람들이 알 권리가 있다며 개소리를 주장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시간과 행동력만 쓸데없이 넘쳐나는 사람들이었으며, 심지어는 여론 주류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한 발자국 물러선 채 사태를 관람하던 이들마저 흔들 정도로 주작기를 돌리든 아니든, 유진의 군 경력 논란으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의 상황은 참으로 알기 쉽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기사 내려.”

        

       “네?”

        

       “기사 내리라고, 이 빌어쳐먹을 새끼야! 너 때문에 윗선이 어디까지 불려나갔는 줄 알아!?”

        

       “죄, 죄송합니다! 흐아악!”

        

        

        

        가장 먼저, 인터넷을 화끈하게 불태운 이번 사태를 가지고 어떻게든 조회수를 빨아먹으려던 이른바 사이버 렉카들과, 기자라는 딱지를 붙이기에도 민망한 이들이 먼저 쓸려내려갔다.

        

        이들에게 있어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유진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여지껏 쌓아왔던 발자취를 나날히 더 거대한 업적으로 갱신하고 있었으며, 이는 그보다는 조금 더 사소한 이야기들은 쉽사리 잊혀진다는 소리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들의 한탕 마인드에선 그녀가 과거 스스로 발현자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였음에도 여태까지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는 사실이 거세된 지 오래였으며, 망각의 대가는 실로 거대했다.

        

        물론 이들이 개처럼 두들겨 맞은 이유는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게 뭡니까?”

        

       “그동안 본국에서 기밀 지정 상태였던 발현자인 유진의 미군 경력 파일 일부입니다. 교차 검증도 되어있죠. 이 파일을 전달하는 이유는…현재 한국 커뮤니티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부 여론이 제기한 의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

        

       “귀하와 같은 유능한 분이라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밀 지정된 미군 경력, 그리고 발현자.

        

        결코 연관이 없을 것만 같았던, 그리고 어지간하면 언급되어서는 안 되는 두 개의 볼드모트가 하나로 뭉쳐진 순간 그 누구도 예측 불가능한 화학반응이 탄생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으며, 그로 인한 결과의 도출은 참으로 빠르고도 빨랐다.

        

        물론, 사태의 해결 방안은 당연히 대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수면 밑에서는 참으로 많은 일이 발생했다는 소리였다.

        

        그리하여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의 공식적인 두둔은 존재하지 않았으나, 그 대신 – 유진은 반쯤 뜬금없이 군대라면 중대 급에 달했을 거대 법무법인을 품에 안게 되었고, 그 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 많은 이들이 경고라는 이름의 사이버-코렁탕을 먹게 되었다.

        

        화려하게 유어스페이스의 일부를 장식한 사이버-렉카들의 영상들은 마치 폭죽놀이처럼 황급히 꺼져버렸고, 그 이상으로 도가 지나쳤던 이들의 채널은 산산히 분해되어 수많은 파문을 남기고는 사라져버렸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명백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나 본데?”

        

       “병신들, 그러니까 아무 말도 안 나오는 시점에서 깝치고 다니지 말라니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아는 문제.

        

        구독자가 150만을 넘어 어느덧 170만에 도달해버린 당사자가 그렇게 큰 규모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불과 몇 분 만에 사방팔방으로 퍼져 진위여부 파악이라는 이름의 청문회이자 마녀재판에 휘말리게 된다.

        

        특히나 그것이 남들의 교차검증에 의해 판가름나기 쉬운 분야라면 더더욱 빨랐으며, 유진이라는 존재가 건든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발현자 – 상당히 예전의 QnA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은 – , 그리고 미군 경력.

        

        로건에 의해 구전되고, 유진 본인의 입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서술이 나왔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나 자국군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은 미군들의 귀에 들어갔다면 금방 반응이 나올 것이었으나, 그것이 어느덧 5일을 넘어가는 시점.

        

        그러한 긴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그것이 거짓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한참 전부터 깨달았어야만 하는 사실이었다.

        

        

        

       “…설마 진짜야?”

        

        

        

        진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진실과 거짓을 증명하는 것이 간단한 두 개의 분야를 동시에 건드렸음에도 그 아무런 뒷이야기조차 나오지 않는 시점에서 게임은 끝났다.

        

        사이버-렉카와 온갖 인신모독성 음모론, 검증되지 않은 개소리를 퍼뜨리던 이들이 스스로를 셀프-견인하여 한강으로 화려하게 꼴아박고 나서야, 화려하게 불타오르던 한국의 다크 존 커뮤니티의 불은 진화-되지 않았다.

        

        그저 불꽃의 색깔만 바뀌었을 뿐, 새로운 떡밥이 또다시 화려하게 데뷔한 것이었다.

        

        

        

       “근데, 그러면 유진은 경기 해도 되나? 한국 대표 해도 돼?”

        

       “그럼 다이스는 진즉에 나가리가 됐겠지, 이 빡추련아.”

        

       “아.”

        

        

        

        군인이 다크 존을 해도 되냐는 물음.

        

        당연하게도 이는 전 세계적으로 전직 군인들의 다크 존 및 프로, 또는 코치 데뷔율을 가지고 옴으로서 쉽게 무산되는 이야기였다. 자기가 배워온 기술을 자기가 써먹는다는데 이걸 왜, 그리고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그 후 두 번째로 이어진 국적 논란. 그러나 이는 유진이 만 22세 전에 행했던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 – 쉽게 말해, 한국에서는 타국의 국적을 서약하지 않고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조항에 동의하였다는 증거를 보여줌으로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유진이 개처럼 망하길 빌든, 혹은 정말 뭔가를 세세하게 따지고 싶어하는 사람이든, 인정해야만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유진은 자신의 탐스러운 꼬리를 제외한다면 그 어떤 꼬리조차 밟히지 않을 정도로 철저했다.

        

        과거도, 현재도, 그녀의 행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고.

        

        

        그리하여 결론은 하나로 수렴한다.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극성 까를 제외한 모두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들어차고 있었다.

        

        

        

       “우린 가망이 없어. 대답은 무슨, 바랄 걸 바라야지.”

        

        

        

        어떻게 보면, 그것이 가장 정확한 대답이리라.

        

        

        

        

        

        

        

        

        

        

        

        

        

        

        

        

        

        한편.

        

        

        

       “…아이구.”

        

       “아니,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히히, 나름 준비 많이 했죠. 그동안 유진 씨 덕분에 많이 성장했기도 하고, 이번에 대항전 우승 상금도 받아서 무리 없으니까 편하게 즐기세요. 두 분 다 아시아 예선전 1위, 2위 축하드려요!”

        

        

        

        싱긋 웃은 하모니의 뒤로 펼쳐지는 거대한 실내 수영장, 그리고 풀사이드 바베큐 뷔페와 사전에 오만가지 세팅이 끝난 카바나까지.

        

        녹색 고양이께서 손수 지갑을 열어 둘을 맞이하니, 땅에서 물이 솟아나고 고기와 과일이 풍족하더라. 대강 그런 괴상망측한 생각을 마지막으로, 유진과 다이스의 뇌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의해 정지해버렸다.

        

        

        

        

        

        

        

        

        

        

        

        

        

        

        

        

       “아, 이,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에 뭘 안 먹고 나왔어야 하는 건데.”

        

       “우리가 다 못 먹어도 큰 문제 없을 테니, 다이스 씨는 걱정 안 해도 돼요. 그쵸, 유진 쌤?”

        

       “절 진공청소기로 보려는 노력은 가상하네요.”

        

       “으갹!”

        

        

        

        빡, 하는 소리와 퐁 하는 코르크 따는 소리가 동시에 허공을 울렸다.

        

        바베큐 플래터, 몽골리안 비프 피자, 와플, 샴페인, 몽상클레르의 생크림 케이크,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진 개인 풀까지 – 사실 개인 풀이라기보단, 거대한 풀장 일부를 정말 소규모의 인원만이 사용 가능하도록 시간대에 따라 사용권을 부여한 것에 가깝지만.

        

        사람의 말문을 막아버리는 호화스러움. 확실한 건 세상을 살면서 쉽게 겪어볼 수 없는 상당한 경험이었다. 아직 시작도 하기 전이었지만 아무튼 그러했다.

        

        카바나에 부속된 테이블 위에 올려진 수많은 음식들. 그 중 그나마 가장 가볍게 접근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케이크. 깔끔히 잘린 그것을 포크로 썰어내려 입 안에 머금자 단 맛이 몰아쳤다.

        

        참으로 고급진 맛이었다.

        

        

        

       “어때요? 맛있죠? 근처에 바베큐 뷔페도 있어요. 테이블 터치스크린으로 요청하면 금방 배달 올 테니까, 여기서 쉬면 돼요.”

        

       “…도대체 얼마를 쓴 거예요?”

        

       “히히, 이게 다 누구 덕분에 번 건데요. 다들 걱정하지 마요. 정 뭐하면 이따 방송이라도 한 번 켜죠, 뭐어. 저녁에 와인바도 잡아놨거든요.”

        

       “어련하겠어요.”

        

        

        

        으휴.

        

        방송이야 크게 상관은 없지만, 도대체 다이스나 얘나, 왜 이렇게 다들 나한테 술을 못 먹여서 안달일까. 하모니의 볼따구를 양쪽 손가락으로 잡고 주욱주욱 늘리는 한편, 은근슬쩍 도망가려는 다이스는 목에 꼬리를 감아 응징을 해주었다.

        

        어쨌든, 식사를 시작했다. 규격 외의 식성과 식사량을 가진 나를 제외한 이 두 명은 여러가지로 그 나이대의 평균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이곳에 놓여있는 음식의 많은 부분은 내 뱃속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굉장한 곳은 처음 보네요. 시설도 그렇고….”

        

       “그러게요.”

        

       “뭐야. 유진 씨는 이런 곳 와본 적 없어요? 진짜? 엄청 자주 와봤을 것 같은데, 뭐라고 해야 하나. 그….”

        

       “발현자들이 삼시세끼 스테이크만 썰면서, 매일 고급진 쇼핑몰과 호텔을 들락날락할 것 같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 할 필요는…아야!”

        

        

        

        찰싹!

        

        결국 한 대 얻어맞았다. 가면 갈수록 손바닥만 매워져가지고는, 이제는 내 희고 깨끗한 등짝 위에 빨간 손자국 하나 새겨줄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해버린 다이스 손바닥. 오늘은 안타깝게도 수영장에 왔기에 평소보다 방어력이 높아 더더욱 방어관통 대미지가 잘 들어가는 시점이었다.

        

        아무튼, 수영복이다. 그러나 수영복 하면 으레 생각할 법한 가슴과 국부만 가리는 그런 천쪼가리와는 다르게, 세상에는 그보다 더 일반적이고도 적당한 복장이 넘쳐났다. 요컨대 쉽게 말해 래쉬가드.

        

        따라서, 나를 포함한 세 명이 입은 수영복은 수영장이라기보단 사실상 헬스장에서나 볼 법한 옷들이었다. 상의는 물에 닿는 걸 전제로 만들어진 긴팔-쫄쫄이 티셔츠 비슷한 것들이었고, 바지는 반바지거나 혹은 돌핀팬츠 비스무리한 것.

        

        여러모로 참 다행이긴 했다.

        

        아무튼,

        

        

        

       “애초에 발현자라는 게 누가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판인데, 그런 카르텔 같은 게 어떻게 생기겠어요?”

        

       “그도 그렇긴 하네요. 저도 내일 자고 일어났더니 꼬리 생겨있으면 어떡해요?”

        

       “업보려니 하세요.”

        

       “요즘 업보는 포상을 전제로 하나봐요-우왓, 잠깐만! 어디로, 꺄아아악-!”

        

        

        

        풍덩.

        

        몇 초 정도 허공을 부유한 다이스는 이내 물보라와 합일을 이루었고, 그로부터 몇 초가 더 지나고 나서야 물에 쫄딱 젖은 모습으로 간신히 기어나왔다. 물은 생각보다 미지근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다가온 다이스가 기어코 내 근처 3m까지 접근하여 물을 후두둑 털었다. 마치 골든 리트리버 같았다. 물론 입으로 냈다간 또다시 귀찮아질 것 같았기에, 다이스가 무어라 불평을 토하기 전에 양갈비 하나를 들어 그녀의 입에 구겨넣었다.

        

        테이블에는 보온이 가능하도록 그릴이 따로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기는 여전히 따끈따끈하다 못해 뜨끈뜨끈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양갈비 한 대를 입에 물리자 아뜨뜨 하고 눈 앞에서 호들갑이 이어진다.

        

        

        

       “아으, 흐, 뜨거어, 으으아….”

        

       “맛있어요?

        

        

        

        물론 대답은 좀 늦게 들어왔다.

        

        양갈비였던 무언가가 목구멍으로 꿀떡 넘어가고 나서야, 그리고 트레이 위에 놓인 탄산음료 보틀을 집어든 그녀가 목과 입을 씻어내고 나서야 다음 말이 이어졌다.

        

        

        

       “아유, 진짜. 이렇게 입을 막는 법이 어딨어요!?”

        

       “꼬리 만질래요?”

        

       “…네.”

        

        

        

        이게 바로 당근과 채찍.

        

        의자에 걸터앉은 다이스의 무릎 위로 놓이는 독특한 색깔의 꼬리. 하모니 역시도 슬금슬금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든 채 자리를 옮기고는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조물조물.

        

        그렇게 그 두 명이 열심히 내 꼬리를 조물딱대고 있을 때, 나는 칼로리 보충을 시작했다. 요컨대 식사 시작이란 소리였다. 미리 터치스크린을 조작해 음식을 몇 개 더 요청해놓은 후, 플래터에 놓인 고기를 열심히 암냠냠. 

        

        접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와중 음식이 모자르면 내 꼬리가 열일했다. 동그랗게 만 꼬리 위에 접시를 올리면, 내가 그걸 가져와서 고기를 덜고, 다시 하모니와 다이스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다.

        

        다행히도 주변엔 우리밖에 없었기에 이런 해괴망측한 광경은 셋만이 아는 비밀이 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식사가 끝나고 땡깡 아닌 땡깡이 이어진다.

        

        

        

       “저 유진 씨가 수영하는 거 보고 싶어요.”

        

       “아나콘다는 진짜 수영도 잘 해요?”

        

       “참 별의별 걸 다 궁금해하시네요.”

        

        

        

        물론 수영은 잘했다. 아니, 사실 잘 하는 것 이상이다. 아마 이 세상에서 나보다 수영 잘 하는 사람은…있긴 있지. 크리스토퍼가 옛날 전술 수영에서 평균 시속 22km을 찍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최대 시속이 16km이었는데, 그건 진짜 미친 게 틀림없다. 누가 상어 아니랄까봐 진짜 뒤지게도 빠르더라. 이래서 발현자들이 올림픽 종목에 발도 못 붙이는 게 아닐까. 심지어 저건 이런저런 장구류들을 매달고 했던 거란 말이지.

        

        아무튼 그건 둘째치고서라도….

        

        

        

       “저랑 같이 물놀이하면, 1시간도 안 되서 둘 다 이제 그만 제발 물에서 나와달라고 사정사정할 걸요.”

        

       “아니, 물에 얼마나 들어가있으려고 그래요.”

        

       “3시간 정도?”

        

       “아이, 진짜아아!”

        

        

        

        안타깝게도 이들의 땡깡은 나의 발현자-인문학 강의를 통해 무자비하게 진압되었다. 발현자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서론이 첫 발자국을 떼기도 전, 다들 수영장 빨리 들어가기 내기라도 한 것마냥 뒤도 안 돌아보고 입수를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로부터 20초도 지나지 않아 물에서 두 명을 건져오는 것으로 이 헤프닝은 막을 내렸다. 밥 먹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준비운동도 없이 즉각 입수라는 두 가지 금기를 한꺼번에 어겼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로부터 한 시간 가량을 이런저런 이야기로 떠들며 소화를 시키고, 준비운동까지 철저히 하고 나서야 나를 포함한 세 명은 드디어 물장구를 칠 수 있었다.

        

        

        그래서, 정확히 뭘 했냐 하니.

        

        

        

       “와, 와! 뭐야! 우와, 이거 왜 이렇게 빨라요!?”

        

        

        

        꼬리를 잡고 내 수영 속도가 얼마인지 체감한다든지,

        

        

        

       “…흡!”

        

       “끼야아악-!”

        

        

        

        첨벙.

        

        어트랙션 같은 느낌으로, 하모니와 다이스를 집어던져 빠뜨린다든지. 수영장에 와서 왜 투포환 비스무리한 걸 하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두 명이 즐거워하니까 아무래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을 포함한 – 근본도 뭣도 없는 이 레크리에이션 시간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물론, 뭐어.

        

        근본은 없어도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이버렉카(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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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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