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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2

       -부웅!

         

        휘두른 단검이 허공을 찢으며 지나갔다. 부족한 손맛. 그러나 애초에 깊은 데미지를 기대하고 던진 공격은 아니다.

         

       일대일에서 사제는 일격에 잡아낼 필요가 없으니.

         

        결국, 서포팅을 위해 디자인된 영웅이다. 데미지는 부족하고, 움직임은 느린.

         

        그리고 일대일에서 더 치명적인 건, 움직임 쪽이었으니- 승부처는 명확했다.

       

       그 느린 움직임을 보완하기 위해 달려있는 생존기를 언제, 어떻게, 무엇을 대가로 뽑아내느냐.

         

        강공격과 약공격을 조합하고 페이크 모션을 절묘하게 섞어, 약공격 혹은 페이크 모션으로 생존기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도적의 승리 플랜이다.

         

        생존기를 잃은 사제는, 스태미나만 충분하다면 손쉽게 요리할 재료에 불과하기에.

         

        그러나,

         

        -퍼억!

         

        벌써 세 번째. 3개나 들었다는 생존기 중 단 한 개도 뽑아내지 못한 채, 도적은 다시금 어깻죽지에 지팡이를 강타당했다.

         

        J. Dox는 문득, ‘한국에 온 김에~’라며 템플 스테이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차 적응 중인 마당에 가만히 앉혀 두기에 잠깐 졸았다가, 집중하라며 주지스님에게 어깨를 얻어맞았지. 무슨, 빗자루인지, 막대기인지…….

         

        아프진 않았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더랬다.

         

        지금처럼.

         

        하지만, 다행인 점은- 주지스님과 달리, 저 눈앞의 사제가 지팡이를 휘두르는 틈은 노려서 패도 된다는 점이겠지.

         

        제법 불경스러운 생각을 품은 채, 도적이 아래로 낮게 깔리듯 달려들었다.

         

        그리고, 돌진기.

         

        배 나온 아저씨가 되었다지만, 고등학교 때까진 중세 검술 동아리와 복싱부를 병행하던 몸이다. 나름의 날렵함을 품은 움직임을 그대로 단검에 실은 채, 공간을 일순 뛰어넘어 사제의 복부로 파고드는 순간-

         

        -쩌엉!

         

        딱딱한 벽에 부딪힌 양 단검이 튕겨져 나온다.

         

        결정화다. 잠시 움직임이 멈추는 대신 방어력이 극도로 높아지는, 사제의 생존기.

         

        드디어 첫 번째 생존기를 뽑아냈다.

         

       작디 작지만, 희망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성과. 미소를 머금은 J. Dox가, 이어서 온 힘을 실은 연격을 시전하는 순간-

         

        -퍼엉!

         

        바닥에서 먼지바람이 일어나는 이펙트와 함께, 도적의 몸이 뒤로 훅 밀려났다.

         

        충격파다. 반경 1미터 안에 있는 적을 살짝 밀어내며, 상대의 모션을 캔슬시키고, 그만큼의 스태미너를 앗아가는 생존기.

         

        긴 리치로 펜싱질을 해대는 상대에게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불구하고 S급으로 꼽히는 생존기였다. 그만큼, 무리하게 파고든 적에게는 치명적이었기에.

         

        물론, 지금의 도적은 후자였다.

         

        그러나 썩어도 마스터 출신. 애초에 이런 종류의 게임이 너무 좋아서 직접 만들기까지 한 몸이었다. CTO니 뭐니 하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얹어대기 전까지는, 재택근무를 하는 짬짬이 출근한 아내 명의의 계정으로 나오나를 돌릴 지경이었으니-

         

        바닥에서 모래가 떠오르는 걸 보는 순간, 도적은 이미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리고, 충격파의 범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순간- 도적의 오른팔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투척이었다.

         

        생존기를 시전한 순간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방심과, 상대의 몸을 밀어낼 뿐 무기는 튕겨내지 못하는 충격파의 맹점을 동시에 파고든 일격.

         

        스스로도 나 아직 안 죽었구나, 하고 감탄할 정도의 파인 플레이였다.

         

        J. Dox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올해 연말 파티, 내년 및 내후년 연말 파티, 그리고 그 후년……아무튼 언제까지고, 친구들과 맥주 한잔 할 때마다 ‘내가 그 ATM을 심리전으로 이겼다’고 자랑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다소 성급한 상상이었지만.

         

        어째서일까. 사제는 그런 도적의 예상과 반응, 그리고 허를 찌르는 공격마저 모두 통으로 예측했다는 듯이, 우측으로 크게 돌며 스텝을 밟았고-

         

        이어서, 창처럼 고쳐 잡은 지팡이를 길게 찔러왔기에.

         

        “아니, 이게 말이 되는-”

         

        -푸욱!

         

        불평을 할 틈도 없었다. 길다란 지팡이가 도적의 명치에 파고듦과 동시에, 그 시야가 붉디 붉게 물들었다. 카운터에, 에어본에, 강공격에, 급소에……데미지 보정이 들어갈 만한 요소는 모조리 담긴 공격이다.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체력은 아직 남아있었고, 스태미나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상대의 생존기도 2개나 뽑아냈고.

         

        그럼에도, 끝이었다. 외팔이가 된 것이나 다름없는 데다가, 조금 전의 일격으로 스태미나까지 강탈당한 마당이다. 도적에게는, 더 이상 마지막 생존기를 뽑아낼 수단이 남아있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쌍수단검 중 1개를 투척무기로 던져버린다는 건, 빗나간 순간 돌도 던지겠다는 각오 정도는 필요한 도박수였기에.

         

        애초에 그걸 툭하면 필살기로 써대는 이예나가 이상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리라. 오죽하면, 아따먹이 쓴 빌드가 나오면 일단 랭겜부터 달리고 보는 추종자들조차 ‘게임은 던져도 단검은 던지지 마라’고 할 정도였으니.

         

        ‘아……너무 성급했……!’

         

        자책과 분석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철벽 같은 회피와 방어에 너무 마음이 급해졌던 걸까. 어쩌면 이전에 봤던 영상 속 아따먹의 도적이 너무 저돌적이어서,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편견이 생겼던 탓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쪽이든-

         

        ‘다시 붙고 싶다.’

         

        “……졌네요. 와, 도적이 문제가 아니라 플레이어가……음. 이거, 진짜로 도적이 강하다기보단-”

         

        이성을 되찾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J. Dox의 가슴 속 게이머로서의 혼은 불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벤트 매치에 불과하고, 지는 게 당연할 텐데.

         

        패배한 것보다도,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진 느낌이 찝찝해서-

         

        “다시 할까요.”

         

        나지막한 목소리. 기분 탓일까. 어쩐지, 조금 떨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헤드기어를 벗고 옆을 바라보았으나, 이예나는 고개를 돌리지조차 않은 채 모니터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 아따먹도 자신을 상대하느라 제법 긴장했던 걸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면- 어디 가서 자랑까진 못해도, 나름 뿌듯한 일일 텐데.

         

        안타깝게도, 언제나와 같이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거 벗으신 김에, 키마 대 키마로 붙어보면 어떨까요.”

         

        “……좋습니다. 이번엔 진짜 진심으로 갈 겁니다. 딴 건 몰라도, 키보드 마우스로는 저보다 나오나 많이 한 사람 없을 거예요, 진짜로. 알파 버전부터 테스트를 얼마나 했는데요. 와, 시청자 수가……이 많은 분들이 제가 지는 모습을 봤다, 이거죠? 안 되겠네요. 여러분, 제가 이번에 이긴다고 뭐 접대니, 여자 상대로 진심이니,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저 진짜, 게이머 대 게이머로 진심으로 갑니다!”

         

        “……좋네요.”

         

        * * * *

         

        -꿀꺽.

         

        깔끔한 스튜디오 안.

         

        아크, 진희는 따라 둔 와인을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된 채로.

         

        『와 사제로 도적을ㄷㄷㄷ』

        『챌 1등은 진짜 레벨이 다르네 ㅋㅋㅋㅋ』

        『근데 사장을 이렇게 패는 거 진짜 맞아…?』

        『죽어라, 남편의 원수……!』

        『9만명 앞에서 여자 사제한테 따잇ㅋㅋㅋㅋㅋ나라면 자살한다 ㄹㅇ』

        『왜 사장아재한테 감정이입이 되냐』

        『아재 불쌍해…』

        『도방 합치면 대체 시청자 몇 명이냐 ㄷㄷㄷ』

         

        화면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의 방송이 틀어져 있었다.

         

        시청자들과 약속한, 1년에 1번 있을까 말까 한 술 먹방 날짜와- 도저히 실시간 시청을 포기할 수 없었던 예나의 방송이 겹친 탓에 이루어진 조합이었다.

         

        그나마 합의된 도방이기는 했다. 같은 방송을 틀어 두었거나, 직접 틀지 않았더라도 영상 도네이션으로 사실상 관람 중인 수없이 많은 다른 스트리머들과 달리.

         

        그 덕분일까.

         

        진희의 시청자 수 역시 평소의 몇 배에 육박하고 있었다. 예나의 시청자들 중 다수가, 이미 친숙할 뿐만 아니라 후원도 가능한 진희의 방송을 동시에 틀어두고 있었던 고로.

          

       -ㅇㅇ 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배불뚝이 아저씨랑 술먹방으로 첫 캠방 하는 게 더 미친건지, 게임사 사장 불러다가 사제로 두드려 패는게 더 미친건지 진짜 모르겠어…】

       

       -ㅇㅇ 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래도 사장한테 지팡이 부웅~은 시전 안 하는 걸 보니 성장했구나……그래, 그거면 된 거야……】

         

        -ㅇㅇ 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지금이다 따먹아 좆밥이랑 안 해요 시전하고 튀자 2번 지는거보다 그게 백배는 더 꼴받는다】

         

        원활한 방송 진행을 위해 단가를 높여둔 도네이션도 제법 쏟아지는 와중이었으나, 그녀로서는 편안하게 미소 짓고 있을 수만은 없었더랬다.

         

        “진짜 가차없네요. 와, 접대란 단어가 사전에 존재하질 않는구나. 난 절대 안 붙어야지. 혹시 제가 술 취해서라도 붙겠다고 하면 여러분이 말리세요. 와…….”

         

        -ㅇㅇ 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마스터 종자 자존심 어디갔습니까 형님】

         

        “마스터 종자가 챌린저 1등이랑 붙기 싫은 거랑 무슨 상관이야. 아니, 그리고 지금 사제로 도적을 저렇게 따는 거 보고 그런 말이 나와요? 지금 사장님 도적도 최소 다이아 상위권 급인데.”

         

        『접대 발언 멈춰』

        『사회생활 ON』

        『아크야 그런다고 광고 안 온다』

        『사제한테 털리는 다이아 도적? 다이아가 아닌 거지』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저 ‘아따먹이 이젠 게임사 사장을 사제로 갖고 놀며 티배깅한다’며 웃고 떠들기 바빴으나-

         

        진희의 시선은, 어째서인지 조금씩 눈빛이 흔들리는 예나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으니. 

         

        “……아무튼, 예나도 장난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봐, 지금도 엄청 진지한 표정이잖아.”

         

       아무리 언제나와 같은 표정이어도, 그 정도야 알 수 있었다. 진지한- 한없이 진지한. 그리고 제법, 긴장한- 

       

       ‘긴장할 실력……까진, 아닌 거 같은데. 저 아저씨. 왜…….’

       

        -ㅇㅇ 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진지하게 티배깅 중인 표정 아닐까요】

         

       그리 생각에 잠겼던 탓일까. 태클을 걸어대는 도네이션을 즉시 부정하지 못했다는 점이, 어째서인지 조금 분하더랬다.

         

        과연 분한 이유가 정말 그것 때문만인지는, 그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꿀꺽

         

        조금 신경질적으로 와인을 들이켜며, 진희는 2번째 경기를 시작하려는 예나의 얼굴에 집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kf5u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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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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