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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2

       아침마다 마음 놓고 입맞춤을 하고, 몸 여기저기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원할 때는 언제나 몸을 딱 붙이고 포옹을 하고 체온을 느끼게 되었지만, 고백하고 나서 좋지 않게 바뀐 점도 있었다.

        

       이제는 함께 들어가 샤워를 하는 일이 없다.

        

       본인이 세 명에게 떨어지라고 해놓고 외로움을 참지 못해 결국 그 그어둔 선의 위치를 자신에게 한참 가깝게 재설정한 사라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로 알몸을 보는 것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방구석에서 최대한 빠르게 갈아입었고.

        

       그 선까지 넘었다가는 정말로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 세 사람은 차마 샤워실에 함께 들어가지는 못했다.

        

       당연히, 사라가 샤워실에 들어가고 나면 유하늘, 신소희, 이수아만 방에 남는다.

        

       참 다행히도, 세 사람은 한 사람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이면서도 당장은 휴전 상태라, 아직은 친구 관계가 완전히 깨져버리지는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길게 유지될 수 있을지, 얼마나 단단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이긴 했지만.

        

       이전 같았으면 세 사람 사이에 묘한 적막이 돌곤 했겠지만, 지금은 한가지 공통된 관심사가 있었으므로, 세 사람이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고 사라의 샤워가 끝날 때까지 침묵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관심사는, 당연히 사라 주변에 또 다른 여자가 생길지 말지에 대한 것이었다.

        

       “아까말이야.”

        

       사라가 샤워실에 들어간 이후, 샤워기 물 트는 소리가 나는 것을 기다려 유하늘이 신소희에게 물었다.

        

       “사라랑 선배 대화하는 도중에 끼어든 이유가 뭐야? 평소에는 사라 대화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하잖아.”

        

       소희는 사라의 메이드가 된 이후로는 사라가 말하는 것을 도중에 잘 끊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말을 끊으면 약간의 경고를 하는 수준이었지.

        

       유하늘의 말에, 신소희는 잠깐 눈을 굴리다가 영 내키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그, 왠지, 그 사람이 경쟁자가 될 것 같아서.”

        

       “경쟁자? 류바다 선배가?”

        

       유하늘은 미간을 살짝 모으고 아까의 대화를 떠올려보았다.

        

       적어도 류바다는 대놓고 사라를 좋아하는 티를 내지는 않았다. 아니, 따지자면 ‘좋아할 만한 건수’가 없었다. 이전에 사라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긴 했지만, 본인의 말에 따르면 초대장을 직접 받은 것도 아니었고, 여동생들 주겠다고 음식을 받아 가긴 했지만, 특별히 그 사람한테만 준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말을 섞어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라고, 유하늘은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더는 방심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안 그래도 고백한 날에 다른 애들이 한꺼번에 다 고백해서 사라와 사귀는 타이밍이 한참 뒤로 밀려버렸는데, 거기서 더 밀리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 분명히 위험신호였다.

        

       사라는 만난 여자가 반하게 되는 일은 흔했으니까.

        

       당장 그녀들 사이에서 ‘사라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직 고백까지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분류된 손아름과 양혜인처럼, 류바다도 조만간 사라에게 반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나마 손아름은 자기가 좋아하는 줄도 모르는 것 같은 분위기였고, 양혜인은 의무감이 그 감정을 덮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류바다에게서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마이페이스’같은 분위기가 위험하다.

        

       얼핏 보면 소심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한다. 도서 위원장으로 있는 것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맡았다기보다는 그냥 거기 있는 것이 좋아서 감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사라를 좋아하게 되면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유하늘은 그런 소녀를 이미 한 명 알고 있었다.

        

       유하늘의 시선이 이수아 쪽으로 돌아갔다. 동시에 신소희의 시선도 이수아 쪽으로 돌아간다. 방심하고 있다가 두 사람의 시선을 받은 이수아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왜, 왜 그렇게 봐……?”

        

       ““……아냐.””

        

       저런 반응은 분명 귀엽다. 마치 작은 동물을 보는 것 같았다. 심지어 이수아는 아주 미세하게나마 사라보다 키가 작았으니, 사라가 그런 식으로 반응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침마다 하는 포옹 키스에서도 이수아만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지 않던가.

        

       나도 안기고 싶은데……!

        

       물론, 지금 이미지로는 그게 한동안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사라를 자주 덮친 경력이 있는 그녀였다. 언제나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앞장서고 있으니, 사라는 먼저 꽉 끌어안아 준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제일 먼저 쟁취한다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불리한 점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수아가 굳이 그걸 계산해서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지만.

        

       아닌가? 기자를 고용해서 문 앞에서 매일 사진을 찍게 하고, 그걸 아무도 모르게 유진 그룹의 이사들에게 보내고 있던 것을 보면, 어쩌면 저 성격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연기가 아닐까?

        

       “……위험하긴 하지.”

        

       유하늘은 신소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치? 아무래도.”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수아는 다소 의문을 표했다.

        

       그 의견도 이상하지는 않다. 류바다는 정말로 사라에게 그런 감정을 내비친 적은 없으니까.

        

       ……사실, 여기 앉아있는 이 세 사람이야말로 사라에게 한눈에 반했다고 할만한 사람들이다. 만약 상대가 한 눈에 반했다면 그 정도는 눈치챌 수 있다.

        

       “적어도 지금 당장 반했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잖아.”

        

       이수아의 말대로였다.

        

       “……그런데, 언제까지고 반하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 손아름도 그랬고, 선배도 그랬는데.”

        

       신소희가 한 말이니, 선배는 분명 양혜인을 뜻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너는 우리 몰래 이런저런 일도 꾸며봤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본 거야?”

        

       “나, 나는, 그저 사라가 걱정되어서…….”

        

       “그래, 이유는 알고 있지.”

        

       신소희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그런 의도로 같은 일을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야. 봐.”

        

       신소희가 침대에 걸터앉은 채 몸을 앞으로 살짝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유하늘과 이수아도 저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방 안은 조용해서 서로 쉽게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도.

        

       샤워 중인 사라에게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신소희는 목소리를 작게 낮춰 말했다.

        

       “아무리 우리가 서로 경쟁하는 사이라고 해도 말야, 여기서 경쟁자를 더 늘리면 안 되잖아.”

        

       신소희의 그 말에 유하늘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수아는 조금 망설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걸…….”

        

       그 말에, 신소희와 유하늘은 동시에 이마를 탁 쳤다.

        

       “그, 수아야. 그러니까 지금 소희가 하는 말은, 좋아하는 감정을 그만두라고 하는 게 아니야. ‘처음부터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의 수를 줄이자’는 거지.”

        

       “그래. 처음부터 사라를 좋아하게 만들지 않으면 되는 거야.”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수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라한테 반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을까?”

        

       “…….”

        

       “…….”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렇다.

        

       여기 앉아있는 세 명은 모두 사라에게 한눈에 반한 아이들이다.

        

       애초에 사라한테 반하지 않는 법을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사라한테 반한 이유가 태도 때문이건, 외모 때문이건, 그 마음 때문이건, 그녀들이 사라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순간 자체를 뒤로 미룰 수 있는지, 그녀들은 알 수 없었다.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신소희의 중얼거림에, 나머지 두 사람은 굉장한 허탈감을 느꼈다.

        

       *

        

       혹시라도 이런저런 일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아예 몸을 다 닦고 파자마까지 입은 상태로 샤워실을 나왔다.

        

       머리카락 말릴 때는 긴 머리카락 때문에 옷이 조금 젖지만, 그래도 룸메이트들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은 조금 그랬으니까.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시선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열심히 시선을 돌리더라도 결국 실패하는 모양이다.

        

       “자, 그럼 다음 사람……”

        

       씻으러 가, 라고 말하려다가, 이상하게 축 늘어진 세 사람의 분위기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만약 저 광경이 만화의 한 장면이었다면, 세 사람의 머리 위에 검은 암운이 드리워져 있었을 것이다.

        

       서로 마주 보고 앉은 것을 보면 어떤 대화를 하다가 저런 상태가 된 것 같은데.

        

       “그, 저기요?”

        

       일단은 신중하게 말을 걸어보았다.

        

       세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올라와 나를 보아서, 조금 놀랐다.

        

       ……세 사람 다, 어딘가 엄청나게 원망스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

        

       ……무서워.

        

       그러게. 무섭네.

        

       갑자기 쟤네들이 왜 저럴까.

        

       “그……. 문제라도 있어? 나랑 관련된 일?”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난번에 이성을 잃은 하늘이한테 어떤 일을 당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세 사람은 대답하지 않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하아~~~”

        

       하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는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뭣 때문인지 이유를 말해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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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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