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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2

       화령에게서 던 이스케이프를 한단 이야기를 들었던 하린은 속으로 환호했다.

       

       던 이스케이프는 현 시점에서 가장 큰 유행을 타고 있는 게임.

       

       이 게임을 빠르게 편집해서 내놓는다면 알고리즘의 파도에 올라타 조회수를 끌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거기에 이 게임의 주인공은 무림인도 판타지 세계의 주민도 아닌 일반인이다.

       

       당연히 이 게임 영상은 무공채널에 올라가기는 어려울 테니 하린과 한식에게 넘어올 터.

       

       이번에야말로 설아의 입에서 대단하단 이야기를 꺼내게 만들겠다 결심한 하린은 화령의 생방송을 보며 재미포인트를 찾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허나 그녀가 보게 된 풍경은 일반적인 던 이스케이프와는 많이 달랐다.

       

       좀비를 업어치고 얼굴을 박살내는 것.

       

       술래잡기에서 술래를 괴롭히듯 좀비를 가지고 노는 것.

       

       수백 마리의 좀비에게 둘러쌓인 상황에서 가뿐히 탈출하는 것.

       

       단신으로 마트에 쳐들어가서 개떼처럼 달려드는 좀비를 원샷원킬내며 유유히 쇼핑을 즐기는 것.

       

       어느 하나 범상한 것이 없었다.

       

       “이거 화령님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주작소리 들을 것 같은데.”

       

       화령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 그 사람 또 뭔가 했어? 하며 웃어넘길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기행이 단순히 화령의 능력만으로 이룬 거라는 걸 믿을 수 없을 터.

       

       당장 이 방송에서 화령이라는 이름표를 뗀다면 치트니 모드니 하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어쩌겠는가.

       

       또 어디 커뮤니티에서 불판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네.

       

       어그로는 잘 끌리겠다. 대신에 댓글창은 난장판이 되겠지만.

       

       하린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화령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하면 자동차를 훔치는 중이었다.

       

       아니. 훔친다는 표현은 옳지 못했다.

       

       저 차의 주인은 이미 산 사람이 아니니까.

       

       그보다는 길바닥에 나뒹구르는 차를 줍는다는 표현이 옳으리라.

       

       차창을 박살내서 문을 열고 운전대에 자리를 잡은 화령은 느긋하니 차 안을 둘러보고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이제 무얼 해야 하느냐?”

       

       평상시에는 어떤 VR게임을 하건 보정을 사용하지 않는 그녀다.

       

       보정 기능을 사용해본 적이 없으니 이런 상황에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화령이 곤란해하는 기색을 보이자 여기저기서 훈수가 새어나왔고 화령은 그를 기반으로 정답을 찾아 헤맸다.

       

       “흐음. 그러니까 우선은 보정 기능을 키고…”

       

       원래 던 이스케이프에서 차를 훔치는 과정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좀비에게 둘러싸여 위험해 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허나 화령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에게 공포스러운 것은 좀비도. 죽음도 아닌 현대 문물 그 자체였으니까.

       

       “무어냐. 시키는 대로 했는데 안 되지 않으냐.”

       

       – 치과에 협찬이라도 받았음?!

       – 아니이이이이

        – 그냥 보정이 움직이는 거 내버려 두라니까?

        – 왜 자꾸 멋대로 움직임?!

       

       “아니. 결국 파란 전선을 붉은 전선에 가져다 대면 되는 거 아니더냐.”

       

       – 아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 제발. 가만히. 있어요.]

       

       이 게임에서 이렇게 사람 이빨을 갈 수도 있구나.

       

       직접 게임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다른 스트리머들의 방송은 자주 봤던 하린은 시청자와 다투는 화령을 보면서 신박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던 이스케이프라는 게임에서 사람들의 이빨을 가는 행동은 생존에 관한 것이다.

       

       안일하게 움직이다 좀비에게 습격을 당한다던가.

       

       아니면 쓸데없이 소란을 피워 좀비를 모은다거나.

       

       꼭 필요한 물건인데 못 보고 지나친 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동차의 시동을 거는 일 같은 건 어차피 보정이 알아서 해주기에 답답할래야 답답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 보정기능이 상대해야 하는 건 화령이었다.

       

       포인트 배팅 기능을 열려다가 방송을 터트릴 뻔 했던 전적이 있는 저 사람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시청자들의 이빨을 갈아마셨다.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할 때는 그 누구보다 멋진 사람인데 왜 기계나 시스템을 만지기 시작하면 위엄이 사라져 버리시는 걸까.

       

       화령을 좋아하는 하린마저도 답답하단 생각이 들 즈음에 화령이 간신히 시동을 거는 것에 성공했다.

       

       – 와!

       – 드디어!

       – 시동 건 걸로 사람들 기뻐하는 거 개 웃기넼ㅋㅋㅋ

       

       하린을 포함한 시청자들이 이제야 좀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그들의 착각이었다.

       

       아직 더 커다란 고난이 화령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핸들을 붙잡는 화령을 본 하린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저 분이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시동을 거는 데에도 온갖 고난이 뒤따랐던 화령님이.

       

       보정이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는 데 그걸 하지 못했던 저분이 과연?

       

       하린이 그런 걱정을 시작한 순간 화령이 엑셀을 꾹 밟았고.

       

       콰앙!

       

       갑작스레 출발을 한 자동차는 바로 옆에 있던 전봇대에 머리를 박았다.

       

       속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에 차체가 앞뒤로 흔들리는 정도의 충격만 있었지만 이 짧은 순간에 모두가 직감했다.

       

       화령이 운전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냥 걸어가죠?]

       

       – 맞아. 그냥 걷자.

       – 어차피 화령님이면 도로의 좀비들도 아무 문제없잖아.

       – 보법 쓰면 얼마 걸리지도 않을 듯?

       – 그치?

       

       좀비게임에서 좀비보다 스트리머 본인의 운전미숙이 가장 위협적이라는 초유의 사태.

       

       시청자들이 모두 마음을 모아 화령을 말렸지만 정작 화령은 그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흐음. 속도가 늘어나는 게 생각보다 빠르구나.”

       

       – 님?

       – 이 사람 채팅창 안 봄?

        – 그냥 걷자니까?

       

       “이 놈들아. 어찌 첫술에 배가 부를 수 있겠느냐. 성공이라는 것은 실패가 앞섬으로써 이루어지는 것. 시작이 처참하다 하여 포기한다면 세상에 성공할 수 있는 일이 몇 개나 되겠는가.”

       

       화령이 하는 말은 분명 좋은 말이었다.

       

       그게 후진을 하다가 다른 벽에 박고 나서 한 말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차 앞뒤가 반파 되어서 정비소로 보내더라도 아 이거 폐차하는 게 낫겠는데요? 라는 말을 들을 상황.

       

       한 번만 더 박으면 차가 폭발하지 않을까라는 농담이 채팅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화령은 무덤덤하게 다시 엑셀을 밟았다.

       

       그렇지만 방금 전 충격탓에 시동이 꺼져버린 차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무어냐. 왜 이러는 것이야.”

       

       – 휴.

       – 자동차가 살렸네.

        – 다행.

       

       다시금 시동을 걸려고 했던 화령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만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자동차가 부딪히며 난 소리 때문에 근방에서 좀비들이 하나 둘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창밖으로 다가오는 좀비들을 본 화령은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렸다.

       

       “일단 소란에서 벗어난 후 새로운 차를 구해봐야겠구나.”

       

       – ???

       – 이 사람 고집 왜케 쌤.

        – 멈춰!

       

       – 무공악귀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저 보법 강의를 좀 듣고 싶은데 걸어주시면 안 될 까요?]

       

       “그거라면 화룡무인을 할 적에 지겹도록 해주마. 지금은 저 탈 것을 능숙하게 움직이는 게 우선이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 쯤 되면 처음에 차 타자고 했던 사람이 나와서 사과해야 할 듯.]

       

       – 좀악귀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악귀라 화령님을 잘 몰랐습니다.]

       

       – 넌 진짜 안 되겠다!

       – 넌 계속 봐라.

       – 화령이 운전 제대로 할 때까지 이 방송에 갇히는 형벌에 쳐한다.

       

       – 좀악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런 끔찍한!]

       

       자동차 안에서 고생을 할 때와는 달리 신묘한 움직임으로 좀비들의 포위망을 돌파하는 화령의 모습을 보던 하린은 헛웃음을 흘렸다.

       

       화령님이 자동차가지고 전 굽는 거만 모아도 마이튜브 1화 분량은 나오지 않을까.

       

       *

       

       “확실히 자동차를 타는 게 빠르고 편하긴 하구나.”

       

       본인의 본래 육신을 사용했다면 이까짓 이동수단보다는 발로 뛰는 게 낫겠지만 지금 이 몸은 일반인의 것.

       

       아무리 본인이 잘 사용한다 하더라도 체력이나 근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편히 갈 수는 없겠지.

       

       “만일 실패했다고 자동차를 포기했다면 이 같은 쾌적함을 누릴 수 있었겠느냐?”

       

       방송을 보는 이들이 이 쯤 했으면 포기하자.

       

       걸어서 가는 게 더 빠르겠다.

       

       이러다 파밍한 거 다 날리면 오히려 손해다.

       

       무어라무어라 난리를 부렸지만 결국 본인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에 성공함으로써 본인의 발언을 증명했다.

       

       – 아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거 전에 자동차 4대를 날린 건 잊어버리셨나요?]

       

       내가 어깨를 피고 그리 이야기를 하자마자 후원 음성으로 반박이 날아들었다.

       

       “거. 녀석. 기세등등할 때 띄워주면 어디가 덧나더냐?”

       

       물론 본인이 자동차라는 기계를 다루는 것에 미숙해 여러 실패를 거친 것은 맞다.

       

       허나 그 모든 것은 필요한 실패였다.

       

       속도를 올리고 멈추는 것의 감을 잡기 위함.

       

       그리고 방향을 바꾸는 것의 감을 잡기 위함.

       

       모두 다 필요한 일이었단 말이다.

       

       – 솔직히 세 번째 차 터트렸을 땐 나쁜 말 마려웠음.

       – 화령이 뛰는 뒤로 차 불타는 게 장관이긴 했지.

       – 던 이스케이프에서 블록버스터를 볼 줄은 몰랐어.

       

       “커흠.”

       

       그 때는 본인도 조금 당황했다.

       

       여느 때처럼 다른 곳에 박았을 뿐인데 차 앞에서 불이 나지 않더냐.

       

       다급히 차 밖으로 빠져나오니 자동차는 불타고 죽은 것들은 몰려들고.

       

       “지금 방송을 보고 있는 편집자가 있다면 앞전의 실패는 없던 걸로 하자꾸나.”

       

       굳이 이 방송을 보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본인의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 줄 이유는 없지 않으냐?

       

       시행착오는 지워버리고 성공한 모습만을 보여주면 족하다고 생각을 한다만.

       

       – 언론통제 ㄷㄷ

       

       “흐갸아아악!”

       

       이러한 잡담을 나누던 중에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저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은 아무래도 본인이 여태 찾아 헤매던 사람인 것 같구나.

       

       “혹시나 해서 묻는 것이다만. 엔리는 이 게임이 시작될 무렵부터 저리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게냐?”

       

       – 장난 아냐.

       – 나 엔리 방송은 소리 줄여두고 보고 있음.

       

       “보통 저리 소리치면 죽은 자들이 몰려들지 않더냐?”

       

       본인이 파악하기로 죽은 자들은 소리에 민감한 듯 했다만.

       

       – 엔육수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도 그거 아는데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거라 어쩔 수가 없대요.]

       

       “허어. 그것 참.”

       

       소리가 들리는 방향은 오른 편의 주택가인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춰 세운 나는 가방을 짊어지고서 엔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하니 저 멀리서 달려오는 엔리의 모습이 보였다.

       

       “어?! 화령 씨! 화령 씨이이이이이!”

       

       여태까지 좀비들에게 쫓기느라 서러웠던 것일까.

       

       엔리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두 팔을 쫙 벌리고서 달려 들었다.

       

       당연히 내가 안아주리라 생각한 것인지는 몰라도 슬쩍 몸을 돌려 그 돌진을 피했더니 엔리는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왜 피하세요!”

       “그럴 시간에 죽은 자들부터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대가 달고서 온 것의 수가 상당하지 않으냐.

       

       저것부터 처리를 하고 나서 재회의 감격을 누리건 말건 하자꾸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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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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