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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2

    <222 – 언젠가 갚게 될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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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감도 이벤트>

    아카디아 세비체는 가문의 위기 앞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은 당신과의 우정을 소중히 하기로 결심했네요.

    위험을 무릅쓰고 장부를 훔치는 대신, 자신의 새 인생을 위한 밑천으로 삼을 수 있던 가문의 비자금 털기 모험에 당신을 초대했습니다.

    이 딱하고도 멋진 아가씨의 마음을 농락하며 이벤트를 얻기 위해 불행을 방조한 당신.

    양심이 호소하는 고통을 떨쳐낼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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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조연급 캐릭터에게는 최소 하나씩 아카데미에서 강제로 이탈하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그동안 쌓아온 능력치, 기능, 성적, 교우관계 등에 따라 아카데미를 이탈한 이들이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그런 걱정을 이번만큼은 할 필요가 없다.

    고인물의 감각으로 가늠하자면 이번 아카디아는 정말 스펙이 뛰어난 편이다.

    홀로 보내더라도 이번 회차의 다재다능 아카디아라면 어떻게든 돌아올 수 있다.

     

    ‘그래도 이벤트는 보상이 두둑한걸!’

     

    무료봉사를 하기 싫어서 뜸까지 들인 마당에 이 좋은 먹거리를 순순히 놓쳐서 아카디아 혼자 사건을 해결하라고 보내줄 리가 있나.

    당연히 아카디아의 이번 아카데미 외출에는 나 역시 동참할 작정이다.

     

    “불가.”

    “왜요! 아카디아 언니는 허가했잖아요!”

    “사건당사자와 제3자는 별개입니다. 더욱이 오크노디 학생은 이미 장기간 외출을 하고 막 돌아온 처지가 아닙니까.”

     

    학년부장 마하바라타 교수님은 그리 순순히 외출을 허가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디. 지금까지 보여준 마음씨만으로도 충분히 감동받았는걸요. 그래도 절 돕고 싶다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를 해주세요.”

    “그거 다시는 못 돌아올 플래그 발언이거든요? 불길해서 더 못 보내겠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억지를 부려서라도 외출을 해야겠다.

    보통 방법으로 외출할 수 없다면 보통이 아닌 방법을 택하는 수밖에.

     

    “재단의 허가를 받아서 외출증을 끊을 거예요!”

    “재단을!?”

    “위험합니다.”

     

    지젤은 곧바로 반대의견을 내세웠다.

     

    “이미 지난 번 외출로 꼬마숙녀는 재단의 지부장을 해치우지 않았습니까.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에게 다 전해들었습니다. 재단은 꼬마숙녀에게 벌을 주지 못해서 안달인 상황입니다. 그들에게 외출사실이 들키거든 반드시 보복을 당할 겁니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죠!”

    “디. 저 때문에 당신이 위험에 처하는 것은 저 역시 바라는 바가 아니랍니다. 고집 부리지 말고 지젤의 말을 듣도록 해요.”

     

    흥이다.

    하려고 마음먹는 건 무조건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으읏! 힘 좀 써봐요, 지젤!”

    “미안합니다. 힘쓰는 일은 특기가 아니라서.”

     

    중량도구를 매달고 다니는 것처럼 사람 둘을 양팔에 하나씩 매달고 통신실에 쳐들어갔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으로 연결해주세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손을 놓은 아카디아가 정말 이래도 되나 싶어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손을 꼭 잡아주니 그대로 손등을 꼬집는다.

    힝. 아카디아 미워.

     

    “통신에는 매 시도마다 막대한 포인트가 소모되며 통신상태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그래도 통신을 하시겠습니까?”

    “할게요! 대신 저랑 재단 측 단 둘이서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카디아랑 지젤은 제가 통신하는 것을 옆에서 방해할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다만 특실대여비가 추가되는 점 잊지 말고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

    그 본부와의 연락은 꽤나 간단히 이루어졌다.

     

    “와이히엠하이 재단 이사장 비서실입니다. 용무가 있으면 남겨주십시오.”

     

    굵직하고도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

    조나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지부장과 달리 제대로 된 실력자라는 느낌이다.

     

    “안녕하세요! 파파의 딸 오크노디라고 하는데요. 외출허가를 받게 도와주세요!”

     

    밝고 명량한 외침 너머로 소모요금란에 1500포인트가 올라왔다.

    매초 수십 단위의 포인트가 빠르게 차오르는 모습에는 고인물인 나조차 긴장이 된다.

    말려 죽이려고 작정하는 것처럼 이어지는 통신마도구 너머의 침묵에는 괜히 식은땀이 흘렀다.

     

    “파파라 함은 이사장님을 가리키는 말입니까?”

    “아마도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심기가 마딱찮음을 드러내는 낮고 무거운 침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영 시원찮았다.

    그런 어설픈 약속만으로는 안 된다.

    확답이 필요했다.

    지부장을 죽이고 전하기엔 뻔뻔한 부탁인 건 안다.

    조건을 붙인다면 어떨까.

     

    “앞으로는 말 잘 들을게요!”

    “…….”

     

    정적이 한층 더 깊어진다.

    덤으로 포인트도 엄청난 속도로 갈려나간다.

    이 포인트면 다음 달 면회에서 조나를 한 시간은 더 보겠네!

     

    “기다리십시오. 이사장님의 결정을 듣는 대로 이쪽에서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긍정적인 검토보다는 제대로 된 답변이 돌아왔다.

     

     

    * *

     

     

    통신마도구 너머.

    와이히엠하이 재단 이사장실.

     

    “죽은 덴버씨는 능력에 비해 욕심이 많았죠. 겁도 없이 재단의 공금을 횡령할 정도로.”

     

    단정한 차림새와 빼어난 외모로 여자 여럿 울릴 것처럼 생긴 인생 다 가진 미남이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손가락 위에 기록마법을 투영했다.

     

    ━━━

    감독관 덴버.

    43세 인간남성.

    기프트 아카데미 981기 1학년 장학생들의 관리를 맡기 위해 파견한 지부장급 중간관리자.

    관리자 취임 이전에는 삐에로가면단을 비롯한 인재수집기관의 책임자로 10년간 활동.

    횡령금의 30% 이상을 오크노디의 레어요리 접대에 강탈당함.

    이후, 디스트로이어의 방문을 피하지 못하고 오크노디의 손에 의해 살해됨.

    출처가 드러난 횡령자금은 전액환수 완료.

    ━━━

     

    인적사항 기록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덴버라는 인간은 재단의 일개 부품에 불과했음을.

    심지어 주제파악도 못하고 역할을 망각한 녹슨 부품이었다.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삐꺽거리는.

    언제든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런 부품.

     

    “흥미롭지 않습니까? 제가 처형을 고려하던 인선을 우리 수석장학생이 과감하게 처형했다는 것이.”

    “이사장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예사 담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재단의 간부를 해치운다.

    뭘 알고 저지른 건지, 모르고 저지른 건지.

    어느 쪽이든 보통 아이는 아니다.

    보통이라면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이 두려워서라도 그렇게까지 과감한 짓은 저지를 수 없을 텐데.

    까놓고 말해서 이사장이 그녀를 좋지 않게 보았다면 그녀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하지만 이사장은 관용을 보였다.

     

    “불만이 많아 보이는군요. 비서실장.”

    “그 아이에게 힘을 실어주실 생각이십니까?”

    “모처럼 재단에서 선정한 수석장학생 아니겠습니까.”

     

    지부 하나를 날려먹었지만 나머지 지부에는 제대로 경고가 되었다.

     

    “너희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선을 넘지 말라고. ‘파파’의 귀찮음을 먼저 헤아리며 도움을 준 기특한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 아이도 말했죠. 앞으로는 말을 잘 듣겠다고. 파파라면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 하나쯤이야 줄 수 있겠죠.”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는 일이 없는 비서실장이지만 지금만큼은 두려움을 느꼈다.

    이사장은 합리성의 괴물과도 같은 자.

    장학생을 향한 그의 사랑은 무상의 선물 따위가 아니다.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차용증.

    이자까지 얹어서 <지령>이라는 이름의 차용증을 내밀어 대가를 요구한다.

    지불하지 않는다면.

    혹은 지불하지 못한다면.

    능력 때문이든, 의지 때문이든 상관없이 강제로 대가를 징수한다.

    그 지령의 무거움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보아왔던 비서실장이기에 더욱 잘 알고 있다.

    선물이 클수록 지령 또한 더욱 무거워질 것임을.

     

    “외출허가를 끊어주세요.”

    “드래곤 교장은 대가를 요구할 겁니다.”

    “피렌체 왕국 군부에 심어둔 하급장학생 세 명의 기록을 넘기세요.”

     

    10년이 넘도록 사용해온 재단의 장학생 세 명의 목숨과 맞바꾸어 외출증을 받는다.

    그 대가가 얼마나 크게 돌아올지 비서실장은 상상할 수 있었다.

     

    ‘우정의 값은 참으로 비싸군.’

     

    동정심을 느낄지언정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동정심은 비합리적인 감정.

    이사장이 자신의 합리성을 의심하는 순간, 자신은 지금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을 테니까.

    비서실장의 자리란 사슬을 찬 노예나 다름없다.

    그것도 남들보다 조금 더 사슬이 길고 부유한 노예.

    사슬이 당겨지는 소리를 내어 주인의 심기를 거스르는 순간, 그가 어떤 자유와 유복함, 권력을 누리든 그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너는 어떨까.’

     

    오크노디의 다리에도 자신과 같은 족쇄가 채워질까.

    비서실장은 아이의 명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속으로 가늠해보았다.

     

     

    * *

     

     

    허가가 내려왔다.

    지젤은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권력에 새삼 놀랐다.

     

    “정말로 외출허가를 받아내다니, 놀랍군요.”

    “그러는 지젤은 왜 당연하게 같이 외출하고 있어요?”

    “암흑상인에게는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야 암흑가의 주민. 사람의 생명에도 상품가치가 매겨지는 뒷세계에서 살아온 자이니 그럴 수 있다.

    세상에 불가능한 거래는 없다.

    대가가 충분하지 않았거나 조건이 잘못되었을 뿐.

    상대가 원하는 것을 깨닫는다면 어떤 거래든 반드시 성사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두려웠다.

    재단이 오크노디의 외출을 허가받기 위해 건 대가는 무엇일지.

    오크노디가 훗날 재단이 요구할 대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그쪽의 고민은 나중의 문제. 지금은…’

     

    세비체 공작가문의 비자금 탈환작전.

    이것을 성공시키는 것에 전념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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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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