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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3

       

       

       

       

       

       

       “베스핀 로빈슨이요…?”

       “네. 로멜드에서 꽤나 갑부로 알려진 베스핀 씨가 로빈슨 씨의 아이스크림 가게의 소문을 듣고 직접 먹어 본 뒤,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였죠. 사실상 아이스크림 사업을 이렇게 크게 벌인 건 제국 최초일 겁니다.”

       

       나와 아르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알렉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동부에 오신 지 좀 되셔서 서부 소식은 잘 모르시겠군요. 서부에서는 이미 베스핀 로빈슨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일부러 로멜드까지 찾아오는 손님도 많은 정도로 유명해졌거든요. 아마 곧 동부까지 소문이 퍼질지도 모르겠네요.”

       

       알렉스의 말에 나와 아르는 그제야 정신을 조금 차리고 서로를 바라본 채 눈을 끔벅였다. 

       

       “아르야, 그 로빈슨 아저씨 얘기 맞겠지?”

       “쀼우. 구런 거 가튼데…?”

       

       나와 아르는 몇 번 눈을 깜박인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와하, 그때 꼭 성공해 보이시겠다고 하더니 진짜 성공하셨잖아? 하긴, 그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투자자의 눈에 띄었으면 사업까지 벌릴 만도 하지.”

       “투쟈랑 사업이 몬진 잘 모루겠찌만 어쨌든 엄청 큰 가게를 열었다는 고지? 너무 잘 대써!”

       

       아르는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젤리로 손뼉을 쳤다. 

       

       “히히, 구러면 이제 마싰는 아이스크림이 더 많아졌다는 고자나? 꼭 가서 인사하구 새로 나온 아이수크림 머거야징!”

       “그래, 신메뉴 개발도 엄청 열심히 하시는 모양이던데 아르가 좋아하는 메뉴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

       

       기뻐하는 아르가 너무 귀여워 볼따구를 만져 주고 있는데, 알렉스가 별안간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잠깐만요. 그러고 보니…. 제 동료 중 한 명이 아이스크림을 굉장히 좋아해서 어제도 베스핀 로빈슨 아이스크림을 엄청 많이 사 가지고 대용량 냉동 아티팩트에 넣어 왔길래 저도 좀 먹어 봤는데, 엄청 맛있는 신메뉴가 있더라고요. 제가 이거 이름 뭐냐고 물어보니 ‘아르는 드래곤?’이라고 하던데!”

       “아르는 드래곤이라는 메뉴를 만드셨다고요?”

       “쀼우?!”

       

       나와 아르의 눈이 동그래졌다.

       

       “네. 그냥 요즘 아르가 워낙 명성이 높아서 유행 따라 지은 이름인가 싶었는데, 그 뒤에 물음표가 붙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요. 서부에 계실 때 만났다면, 그때는 드래곤인 걸 모르셨을 테니까요.”

       “아!”

       

       나도 그제야 손뼉을 쳤다. 

       

       ‘그러고 보니 로멜드에 있을 때는 한창 아르가 귀여운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다녔었지.’

       

       로빈슨 아저씨의 노점에 방문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고.

       

       ‘하무트를 물리치고 나서 아르가 유명해졌을 때 아저씨도 그 소문을 분명 들었을 테고, 그때 만났던 소녀 아르가 그 아르가 아닐까 생각했던 거지.’

       

       옆에 있었던 나와 실비아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을 거고.

       

       그래서 메뉴 이름을 ‘아르는 드래곤?’으로 정한 거다. 

       

       “만약 아이스크림 가게가 더 유명해지고, ‘아르는 드래곤’이라는 메뉴가 히트를 치면 그 소문을 들은 아르가 다시 한번 방문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계실 것 같군요.”

       

       알렉스의 말에 아르는 주먹을 꼭 쥐었다. 

       

       “쀼우! 당연히 갈 거예여! 가서 인사도 하구 마싰는 신메뉴도 머거야져!”

       “지금 당장은 못 가도, 서부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방문해야겠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입맛이 은근히 까다로운 실비아도 동의했다.

       

       “그 가게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었죠. 저도 언제든 찬성이에요.”

       

       우리가 얘기를 하는 동안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퍼 먹고 있던 레키온과 데보라도 드디어 숟가락을 잠시 내려놓고 말했다.

       

       “지금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들도 단순한 구성이지만 개성 있으면서도 맛있는 게 마음에 드는데….”

       “말씀대로라면 이게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기도 전의 초창기 맛이라는 거군요. 지금은 또 얼마나 발전했을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듣고 보니 그랬다. 

       

       당시 노점에서 먹던 아이스크림만 해도 한 세대는 앞서 간 느낌이었는데, 로빈슨 아저씨의 아이스크림 개발 정신에 마침 거대 자본이 투입되었으니 지금도 ‘아르는 드래곤?’을 이을 신메뉴들이 개발되고 있을 터.

       

       ‘그리고 어쩌다 보니 지구에 있을 때의 그 거대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이름이랑도 비슷해졌는데….’

       

       메뉴 이름도 뭔가 자유분방한 게, 왠지 지금쯤 ‘베리베리 옐로베리’나 ‘마법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아이스크림도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가 옐로베리를 진짜 좋아하는데, 갔을 때 진짜 베리베리 옐로베리가 있으면 좋겠네.’

       

       아르가 갓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아르에게 이름도 아직 지어주지 못했던 시절에 아르와 나는 숲에서 옐로베리를 우연히 발견했었다. 

       

       그땐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었고, 가진 것도 없었기 때문에 옐로베리는 정말 우리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열매였다.

       

       실제로 내가 먹었던 그 어떤 옐로베리보다 그때 먹었던 옐로베리가 더 맛있었다. 

       

       ‘망고와 딸기를 섞은 듯한 새콤달콤한 과육 하며, 적당한 수분감까지. 최고였지.’

       

       그리고 아르 역시 그때 먹었던 눈물 젖은 옐로베리를 잊지 못했는지, 아직도 길거리 과일 가게에서 옐로베리가 보이면 아공간에 충분히 있는데도 흘끔흘끔 보며 입맛을 다시곤 했다. 

       

       ‘그러고 보면 참, 아르는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

       

       뭐 다들 어느 정도 비슷하겠지마는, 우리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을 때 먹었던 음식들, 예를 들면 떡볶이나 싸구려 튀김옷을 입힌 소시지 같은 걸 아직도 좋아하는 걸 보면 뭔가 귀여우면서도 마음이 짠해졌다. 

       

       ‘어렸을 때 좋은 거 마음껏 못 먹인 게 좀 아쉽기도 하고.’

       

       아주 작은 해츨링 땐 한창 클 때라 진짜 뒤돌아 서면 배고파할 정도였는데….

       

       물론 카르사유의 레어를 나설 때 챙겼던 발광석을 판 뒤로는 엄청 쪼들린 생활을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용병 활동 같은 추가적인 현금 파이프라인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무작정 돈을 펑펑 쓸 수는 없었다. 

       

       ‘히파르 온천에서 실비아 씨를 만나고 일이 일사천리로 풀릴 줄 알았다면 펑펑 썼을 텐데 말이지.’

       

       아무리 빙의자라지만 빙의한 이후 변수가 적용된 미래까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니, 그때로서는 최선의 선택이긴 했다. 

       

       ‘지금이라도 아르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이면서 키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레키온 사가」에 대한 지식, 그리고 여러 가지 운이 따라 주어 지금의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금세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최대한 일이 이렇게 잘 풀린 데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쀼우, 삼쵼! 그새 다 머거써?! 구거 내가 쩰 조아하는 옐로베리 맛인데!”

       “미, 미안. 아르야! 먹다 보니 맛있어서 그만….”

       “쀼후후. 사실 요기 하나 더 이찌롱!”

       “날 속인 거니?”

       

       아르가 킥킥대며 웃고, 레키온과 데보라가 함께 웃으며 떠들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자, 옐로베리 맛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크게 퍼 먹은 아르는 엉덩이를 씰룩씰룩 움직여 내 쪽으로 다가와 기댔다. 

       

       “레온, 무슨 생각 하구 이써?”

       

       덩치는 나보다 커졌으면서, 여전히 순수하고 맑은 눈빛으로 아르가 나에게 물었다. 

       

       “응, 그냥. 지금 이 생활이 너무 좋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 예전에는 되게 힘들었었잖아. 아르 먹고 싶은 것도 다 못 먹고 말이야.”

       

       내가 솔직하게 대답하자, 아르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작게 뀨우, 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구래서 그때 레온은 행복하지 않아써?”

       “응?”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내가 되묻자, 아르가 좀 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아르는 이짜나. 레온 처음 만나쓸 때, 그리구 막 배고파서 감쟈떡 나눠 먹구 그래쓸 때두 행복해써. 숲에서 목 마르구 배고프구 그랬어두, 오히려 구래서 옐로베리 머겄을 때 어어엄청 맛있구 행복했다구 생가캐.”

       

       아르는 예전 일을 떠올리며 초롱초롱 눈을 빛냈다. 

       

       “레온이랑 만나구, 모든지 처음 보는 것들이었구, 처음 머거 보는 것들이어써. 찹쌀볼이나 빠삭하게 튀겨서 설탕 뿌린 감쟈두 엄청 맛있었구, 케찹 뿌린 대왕 쏘시지두 엄청 맛있어써. 지굼은 돈 마나서 아무것두 아닌 것처럼 보여두, 그때는 레온 지갑에서 동전 꺼내서 계산하구 먹는 그런 음식들이 너무너무 맛있어써. 아르가 첨부터 돈이 많았으면 레온이랑 구런 조은 경험을 못 해쓸 고야.”

       “아르야….”

       “구러니깐 레온두 아르한테 미안해하구 그러지 않아두 대. 아르는 레온이랑 함께한 모오오든 순간이 진짜루 행복했고든! 아르는 레온두 지굼까지 함께했던 일들을 행보카게 기억해쓰면 조케써. 무엇보다….”

       

       아르는 나를 꼬옥 안으며 말했다. 

       

       “아르는 구냥 레온만 이쓰면 대. 구러면 아르는 행복할 고야. 알게찌?”

       

       아르는 눈을 감으며 나에게 뺨을 부볐다. 

       

       아르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순간 목이 메어 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머, 너무 감동적이네요.”

       “크으…. 레온만 있으면 된대…. 너무 부럽습니다, 레온 님.”

       “보기 좋구만! 하핫.”

       

       보는 눈이 많아서 필사적으로 눈물을 삼킨 나는, 아르를 마주 안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구래서 레온은 그때 행복하지 않아써?

       

       아까 아르가 했던 말에 대한 대답을 들려 주었다. 

       

       “아르야, 나도 그때 행복했어. 네 덕분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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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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