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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3

       *** ***

         

       까아앙!

         

       쇠를 두드린다.

         

       선홍빛으로 뜨겁게 달구어진 긴 마름모꼴의 주괴를 망치로 때려 형태를 잡아간다. 반죽을 미는 느낌을 천천히 주괴를 늘려나간다.

         

       까앙! 까아앙!

         

       때리고 또 때린다. 주괴의 열이 빠져 빛이 사라지면 다시 화로에 올려놓고 풀무질을 통해 열기를 되살린다.

         

       그렇게 선홍빛을 되찾은 쇳덩이를 다시 때린다.

         

       말은 쉽지만 고된 과정이었다. 망치를 잡은 지 고작해야 일주일. 나는 아직 요령도 뭣도 없는 입문자였을 뿐이니까. 아니 요령 이전에 기술조차 숙달되지 않은 채 그저 체력을 갈아 넣으면 망치를 내려치고 있을 뿐이었다.

         

       절정고수가 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나가떨어질 노동 강도.

         

       화로 앞에서는 금속을 섭씨 천 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열풍이 몰아친다. 그리고 대장장이 고열의 화로와 주괴 앞에서 계속해서 고강도의 운동을 반복한다.

         

       숨을 들이쉬면 폐가 익을 것만 같은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슬슬 비명을 지르는 팔을 무시하고 망치를 내려친다.

         

       “후.”

         

       그렇게 하루 종일 두들기고 나서야 주괴는 그나마 검 다운 모습을 갖추었다. 전신은 이미 땀에 절은 지 오래. 어찌나 땀을 흘렸는지 이미 의복에는 소금 알갱이들이 쩔어 있었다. 고열에 순식간에 수분은 증발하고 염분만 남은 모양.

         

       그렇게 고생 또 고생해가며 만든 검에 대한 스승의 평가는 간결했다.

         

       “엉망이구나.”

         

       “쓰읍.”

         

       당소열은 내가 만든 검을 보며 담배 연기를 푸욱 내뿜었다.

         

       “망치를 든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기술적인 부분이 엉망인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방향성이 엉망인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방향성 말입니까?”

         

       “네 녀석은 목표로 하는 높이가 낮아도 너무 낮다.”

         

       목표가 낮다라.

         

       “음…”

         

       “제자야. 나는 너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네가 대단한 검장이 되리라는 기대는 너의 풀무질을 보고 훨훨 날려 보냈지. 너에 대한 내 기대치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그야말로 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량이라도 갖추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당소열의 얼굴에는 드물게 감정이 서려 있었다. 짜증? 분노?

         

       “그런데 네놈의 목표점은 그 바닥에서도 또 바닥이다. 후, 뭐라고 말해도 알아듣질 못할 테니…흑묘 소저가 벌써 그립군.”

         

       “그러게 말입니다.”

         

       당가는 현재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외곽 경비를 서던 당씨 한 사람이 의식불명의 중태인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절정의 무사가 신호탄조차 울리지 못하고 제압될 정도의 고수가 당가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에 당가는 발칵 뒤집혀졌다.

         

       그 덕에 당소열의 공방에 머물던 우리도 안전을 위해 다시 객당으로 짐을 옮겼고 특별한 목적이 없는 이상 외부인은 함부로 당가를 돌아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덕에 나와 당소열의 사이에는 다시 소통의 부재라는 장벽이 세워진 상황.

         

       “슬슬 유시가 다 되어가니 이만 돌아가 보거라.”

         

       “쩝, 내일 뵙겠습니다. 스승.”

         

       “그래.”

         

       현재 당가에는 통금령이 내려져 있는 상황. 당씨고 외부인이고를 막론하고 사시(오전9시)부터 유시(오후7시)까지만 외부 활동이 가능하다.

         

       돌아가는 길에 암기와 독낭을 외부로 드러낸 채 흉흉한 기색으로 순찰을 도는 당가 무인들과 몇 번이나 마주쳤다.

         

       순찰조의 시선이 매섭게 머물다가 떨어진다.

         

       “쩝.”

         

       날카로운 시선을 받는 이유는 내가 쓴 흑립 탓이다. 순찰조 사람들도 현재 당가에 사천낭인 두 사람이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겠지만 이게 또 비상경계령이 내린 지금 상황에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나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지.

         

       나는 흑립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사천낭인이라…”

         

       개인비무전이 득세하는 사천성이 되었지만…

         

       사천낭인들은 여전히 사천낭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사천성의 문파들은 자신의 문파와 개인의 순위를 유지하거나 경쟁자들을 깎아 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계속해서 사천낭인을 이용할 것이고 낭인들은 그들의 의뢰를 받고 움직일 것이다.

         

       그저 그 무대가 사천의 거리와 골목에서 황금가가 있었던 개인비무대로 옮겨졌을 뿐이고.

         

       더 이상 사천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본질은 바뀌지 않았지만 낭인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바뀌었다.

         

       나는 자소경이 흑립을 벗어 던진 순간을 떠올렸다. 자소경은 패배했음에도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인정받았다.

         

       사천낭인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이 흑립은 더 이상 쓸모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천낭인 개개인에 번호가 붙은 마당에 얼굴을 가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니 이제 흑립을 벗어 던져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잠시 해 보았지만…일단은 흑립에 올린 손을 뗐다.

         

       뭐, 경계태세가 내려졌다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있던 흑립을 홀랑 벗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었고…

         

       사천낭인에 대한 내 예상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노릇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뭐랄까….7년을 사천낭인으로 살았다.

         

       이제 점차 사천낭인이라는 신분을 고집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 흑립을 쓰고 싶은 것인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 고작해야 따가운 시선을 받은 정도로 흑립을 벗는다면 진작에 벗고도 남았지.

         

       당가의 역량을 생각하면 흉수는 오래지 않아 잡힐 테고.

         

       지금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일도 없어질 것이다.

         

       그때까지만 좀 참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며 당가 무인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당가의 가주전에는 오래간만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섰다.

         

       당광렬은 긴장감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당씨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흉수와 그 후속조치를 논하고자 여러분들을 이리 불렀소.”

         

       “당장 추격대를 추가 편성해야 합니다!”

         

       “허나 아무런 단서가 없는 마당이니…”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 했습니다. 흉수의 무공이 고강하니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적극적으로 정체를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골치 아프군.’

         

       당광렬은 그 흉수가 아무것도 훔쳐가지 않았다는 보고를 떠올리고는 속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절도가 목적이 아니었다면 흉수의 목적은 무엇일까.

         

       ‘유인.’

         

       당광렬은 흉수의 목적을 유인이라 판단했다.

         

       경비를 서던 당씨에게 중상을 입힌 채 방치해 놓은 것도 그런 의심에 무게가 실릴 만한 점이었다.

         

       ‘큰 것을 노리고 있는 게야.’

         

       경비 몇 명이 비는 정도의 작은 빈틈만으로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니 그 빈틈을 벌리기 위해 이렇게 들쑤시는 것이다.

         

       고약한 부분은 그런 점을 잘 안다고 한들 추적대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추적대를 내보내 흉수의 정체를 밝혀내지 않으면 흉수는 자신이 만족할 만큼 당가의 병력이 빠져나갈 때까지 지금처럼 경비를 습격할 테니까.

         

       당광렬은 주먹을 꽉 쥐었다.

         

       대국적인 판단으로는 흉수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수의 추적대를 내보내고는 경비를 강화시키는 조치를 취하며 흉수의 반응을 봐야 했다.

         

       그러나.

         

       ‘만약 흉수가 내 예상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다음번 습격 때는 사상자가 나올 지도 모른다.’

         

       흉수가 고작 부상자가 발생하는 정도로는 당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그 손속은 더 독해질 수밖에 없다.

         

       ‘재물이나 영약 정도야 내어줄 수 있다.’

         

       그러나 흉수의 목적이 독이나 영약 암기 등에 있지 않고 당가에 피의 복수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주력이 빠져 나간 사이에 당가를 휘저을 생각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적대를 편성하는 것이..!”

         

       “당가타의 방비가 우선..”

         

       당광렬의 고민이 깊어지는 와중 대전의 당씨들은 열을 내며 자신의 주장을 소리 높여 말하고 있었다. 가족이 습격당하고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다는 사실이 대전 사람들의 냉정을 앗아갔기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콰앙!

         

       그런 가주전의 문이 거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고 흥분해 떠들던 당씨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도율이의 상태는 걱정할 필요 없다. 큰 고비는 넘겼으니 앞으로 경과만 제대로 살핀다면 탈없이 털고 일어날 게야.”

         

       “오…!”

         

       “다행이로군..!”

         

       “수고하셨습니다! 어르신!”

         

       “다만 생사의 고비에 들었던 것은 사실이니 의식을 되찾을 때까지 제법 시일이 걸릴 것이다.”

         

       독의 당처인의 등장에 대전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배분상으로나 명성으로나 당처인의 위명에 미칠 수 있는 자는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으니 당처인 앞에서 함부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처인은 힐난하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가주전에 들어서자마자 네놈들 목소리가 내 귀를 찌르더구나. 당가의 중역이라는 녀석들이 냉정하게 판단하기는커녕 목소리를 올리기에 급급하다니…에잉!”

         

       “소, 송구합니다 어르신..!”

         

       “이번 사태가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나 역시 당가의 경비에 나서겠다!”

         

       당처인의 파격적인 선언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남쪽 주거 지역을 담당할 터인들 그리 알거라!”

         

       당광렬은 호통을 치는 당처인을 바라보았다. 그런 당광렬의 시선을 느꼈는지 당처인 역시 당광렬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가볍게 한 번 끄덕여 보인 당처인은 몸을 돌려 가주전에서 퇴장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독의 당처인이 나섬으로서 당광렬의 고민은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아무리 흉수가 날고 긴다 한들 천하제일의 독공고수와 대적할 수는 없을 테니까.

         

       “가주로서 명령을 내리겠소.”

         

       “충!”

         

       “추격대를 추가로 편성하시오! 반드시 흉수를 잡아야 하오!”

         

       “명 받들겠습니다!”

         

       당가의 암기 창고와 독 보관소의 문이 활짝 열리고.

         

       든든하게 무장한 당가의 고수들이 당가의 사람을 건드린 흉수를 찾기 위해 당가타를 나서기 시작했다.

         

       *** ***

         

       “계획대로 되어가는군.”

         

       중년인은 확연하게 활기가 떨어진 당가타의 모습을 지켜 보며 중얼거렸다.

         

       당가의 대응은 명확했다.

         

       사람을 지키겠다.

         

       추적대를 사방으로 보낸 만큼 방위 영역을 축소시켰다. 서쪽 지역과 북쪽 지역의 경비는 대폭 줄였으며 사람이 기거하는 남쪽 지역과 장인들이 암기를 생산하는 동쪽 지역에만 유의미한 수준의 경비가 유지되고 있었다.

         

       “고작 몇 사람 지키고자 가장 가치 있는 무기를 포기하다니 우습군.”

         

       최소한 몇 번은 더 흔들어야겠다고 판단하고 있던 중년인은 고소를 머금었다. 평화에 찌들기라도 한 것일까. 무인 몇 사람, 아니 수십 사람이 쓰러지더라도 지켜야 할 북쪽의 독을 포기하다니.

         

       “덕분에 일은 쉬워지겠군.”

         

       중년인은 자신의 품 속에 있는 폭렬와(爆裂蛙)의 내단들을 꺼내보았다. 죽을 위기에 처하면 몸을 폭발시키는 기묘한 성질을 지닌 두꺼비들의 내단. 어지간한 건물 하나는 산산조각을 내 버릴 수 있는 폭렬와의 내단이 무려 열 개 가까이 있었다.

         

       아무리 보관소가 튼튼하게 지어져 있더라도 이 정도 폭발력이라면 북쪽의 맹독 보관소를 완전히 날려 버릴 수 있을 터였다.

         

       그 보관소를 날려 버리는 것만으로도 당가의 전력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무림고수에게 통하는 즉효성 독이 발리지 않은 암기는 그저 따끔한 침에 불과했으니까.

         

       “사천당가의 위명도 이젠 옛말이 되겠군.”

         

       중년인은 죽립을 눌러 쓰며 당가의 북쪽 지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검은 죽립.

         

       흑립을 착용한 중년인은 당가의 북쪽 지구로 스며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검은주사위입니다.

    푹 쉬고 돌아왔습니다.

    본래 목적이었던 재충전은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쉬는 동안은 포켓몬도 잡고 노벨 AI로 일러스트로 뽑아보고…스토리도 구상해보고.

    그리고 무엇보다 잘 놀았습니다.

    쉬어야만 보이는 것들도 있더군요. 연재가 되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제 소설을 봐 주신 분들에게는 정말 감사합니다.

    더 재미있는 소설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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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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