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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3

       화령은 엔리가 넘어지면서 떨어트린 방망이를 발끝으로 툭 차서 건져내더니 그걸로 달려드는 좀비의 머리를 박살내 버렸다.

       

       까앙! 하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좀비의 머리가 박살나며 그 몸이 쓰러진다.

       

       “잠시 쉬고 있거라. 적당히 처리해 둘 테니.”

       

       달려드는 좀비 무리를 상대하는 아라의 움직임은 신기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과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발을 놀렸을 뿐이었다.

       

       적어도 엔리가 보기엔 그랬다.

       

       허나 그 발걸음이 낳은 결과물은 상식을 초월했다.

       

       몇 마리의 좀비가 달려들었음에도 아라에게 손가락 하나를 대지 못했다.

       

       좀비들은 아라의 움직임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허공을 휘젓고, 제발에 걸려 넘어졌으며, 자신의 동료를 공격했다.

       

       엔리에게 수도 없이 죽음의 위협을 안겨주었던 적대자들이 아라 한 사람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역시 화령 씨야. 그녀는 신이야!”

       

       – 화령 펀치! 화령 펀치!

       – 저 사람 등장하자마자 게임 장르가 달라졌넼ㅋㅋ

       – 저게 좀비 무쌍물?

        – 저러면 겜할맛 날 듯.

       

       좀비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라 덕에 엔리는 속으로 안도했다.

       

       그 동안 겪었던 모진 고난과 역경의 세월도 이제는 안녕이야!

       

       아라 씨와 함께하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열심히 파밍만 하면 되는 거라고!

       

       예습 그리고 예습으로 이루어진 나의 던 이스케이프 실력을 보여주마!

       

       게임을 하는 내내 놀림만 받던 엔리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며 기대하던 순간 저 멀리서 좀비를 상대하던 아라가 갑자기 엔리에게 달려왔다.

       

       뭐지? 뭐야?

       

       그리고 아라는 두 손으로 방망이를 쥐더니 엔리를 향해서.

       

       “꺄아악?!”

       

       깜짝 놀란 엔리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웅크렸지만 충격은 그녀를 향하지 않았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슬며시 눈을 뜬 엔리가 보게 된 것은 자신의 뒤편을 노리던 좀비의 머리가 박살난 모습이었다.

       

       “본인을 만나 안심한 것은 좋다만 적당히 경계도 해야지. 본인이 신경 쓰지 못했다면 죽었을 것이다.”

       “…넵! 주의하겠습니다!”

       

       아라는 그리 말하고는 다시금 좀비를 처리하러 훅하고 떠나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엔리는 부들거리는 다리를 꾹 잡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화령님이 좀비보다 무서웠어요.”

       

       – ㅋㅋㅋㅋ

        – 박력이 달라.

        – 나도 대가리 깨지는 줄 알았음.

        –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라니까.

       

       – 바라바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좀비한테 물린 거 말해도 되는 거야? 머리 깨지는 거 아냐?]

       

       – 에이 설마.

        – 아무리 화령이어도 그건 좀.

       

       “화령 씨 음해하지 마세요!”

       

       아무리 아라 씨라도 그러실 리가 없잖아요!

       

       엔리는 그리 소리를 치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불안하다고 생각했다.

       

       아라 씨라면 내가 좀비가 되기 전까지는 구해주려 노력하시겠지만 좀비가 되고 나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머리를 깨버리실 것 같단 말이지.

       

       아니. 어쩌면 어차피 게임이잖느냐. 라고 이야기하시면서 그냥 죽었다 살아나라며 날 죽여 버리실 지도 몰라.

       

       그건 안돼. 어떻게 아라씨와 만났는데 다시 작별하면 또 그 개고생을 해야 한단 거잖아.

       

       난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아.

       

       다시 이 좀비 세상에서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다고!

       

       좀비 여러 마리를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끔한 모습을 한 채 아라가 돌아온 순간 설아는 아라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화령 씨! 제발 저 버리지 말아주세요!”

       

       그를 보고 화령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말이다. 무슨 일인지 설명부터 해주지 않겠느냐?”

       

       *

       

       죽은 자들을 해치우고서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상처를 입은 것이냐.

       

       “갑자기 차 시동이 멈췄는데 옆에서 좀비가 튀어나와서는 창문을 박살내서!…”

       

       울음과 호들갑으로 점철된 이야기 속에는 엔리의 억울함과 원통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대충 무슨 사정인지는 알겠다만 말이다.

       

       “물린 것이 무어가 문제인가?”

       

       상처야 좀 났을 수는 있겠다만 그게 그리 큰 문제인가?

       

       목숨의 위협이 될 정도로 피해가 중대했다면 지금도 피가 흘러나와야 할 터인데 그것도 아니지 않나.

       

       아아. 죽은 자에게 물린 것이니 위생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

       

       마트에서 시청자들이 챙기라기에 챙겨야 했던 비상약을 꺼낼 때가 온 것인가.

       

       “저어. 화령 씨.”

       “왜 그러느냐?”

       “좀비 모르세요?”

       

       좀비? 모르지는 않지.

       

       무림에서 지겹도록 상대했던 강시들도 따지고 보면 좀비 비스무리한 것이지 않으냐.

       

       결국에 죽은 자가 살아나서 움직인다면 그것들이 다 좀비의 일종 아닌가?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돼요.”

       

       그…랬나?

       

       과거의 기억을 돌이켜 보았지만 딱히 그렇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애초에 본인이 살던 무림의 강시는 다른 사람을 물려 들지도 않았다.

       

       그 놈들이 이성이 없기는 했지만 어쨌든 무인의 시체를 가지고서 만들어 낸 무언가였으니까.

       

       – 좀악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정신 차리세요. 여기 화룡무인아닙니다.]

       

       내가 고갤 갸웃거리고 있으니 다른 이가 내게 한 마디를 건넸다.

       

       그렇지. 여기는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니 나의 상식으로 재단하면 안 되겠지.

       

       “엔리. 그렇단 소리는 머잖아 그대가 좀비가 된단 이야기인가?”

       “네? 네. 그렇죠.”

       

       저런 끔찍한 죽음을 마주할 바에야 차라리 그 전에 내 손으로 결말을 내는 것이.

       

       그리 생각을 하며 엔리의 눈을 바라보았더니 무언가를 느낀 엔리가 기겁을 하면서 손을 마구잡이로 내저었다.

       

       “치료! 치료할 수 있어요! 아직 살 수 있다고요!”

       “그래?”

       

       그럼 그것부터 말을 했어야지.

       

       왜 다른 이야기를 먼저 깨내서 본인에게 그대를 위협하게 만드는가.

       

       어찌하면 고통 없이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았다면 그대는 이미 생을 마감했을 것이야. 내가 방망이를 내려놓으니 그제야 엔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방금 저 죽이려고 그러셨죠!”

       “어차피 죽어도 살아나지 않나. 추하게 죽을 바에야 깔끔한 게 낫지.”

       “너무해요! 추하더라도 이 악물고 버티는 게 낫거든요?!”

       

       – 아니 진짜로 죽일라 그랬음?!

        – 너무 살벌한 거 아냐?

        – 천마행동 ㄷㄷ

       

       – 천마조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약한 자는 살 가치가 없다.]

       

       본인이 자신을 죽이려했단 사실이 서운한 것인지 엔리는 자꾸만 옆에서 투덜투덜 거렸다.

       

       혹시나 싶었지만 진짜로 그럴 줄은 몰랐다면서.

       

       자기는 날 믿었는데 난 자길 믿지 않았다며.

       

       가만 내버려두면 하루 종일 저 소리를 할 것 같았기에 난 근처에 다가온 좀비 하나의 머리를 깨부시며 엔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치료라는 건 어떤 방식으로 하면 되느냐.”

       “좀비 중에서 치료 약을 들고 있는 애가 있어요. 걔를 잡아야 해요.”

       

       좀비 중에서 노란 색의 눈에 띄는 가방을 들고 있는 녀석이 있고 그 녀석을 쓰러트리면 확률적으로 약을 얻을 수 있다는 모양.

       

       “본인이 여태 꽤 많은 놈들을 잡았다마는 그 노란 가방을 든 녀석을 보지 못했다. 그 놈은 희귀하게 나오는 가보지?”

       “네. 그럴 거에요.”

       “그리고 말이다. 그 놈을 잡았을 때 약을 얻을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

       “대충 반반?”

       그것 참 불길한 이야기구나.

       

       확률이라는 것은 어떤 때에는 같은 편이 되어 도움을 주는 듯 하지만 어떤 때에는 악몽이 되어 사람을 협박하려 드니까.

       

       만나는 것도 확률이고 약을 얻는 것도 확률이라면 일이 많이 꼬일 수도 있겠구나.

       

       “네가 좀비가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어. 글쎄요. 하루 이틀 정도는 괜찮을 거에요.”

       

       흐음. 그렇게까지 다급한 것은 아닌가.

       

       느긋하게 뒤져봐도 괜찮겠구나.

       

       *

       

       “이 게임이 이렇게까지 쾌적한 게임이었나.”

       

       아라와 동행을 하게 된 이후로 엔리는 평온이란 게 어떤 건지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슨 행동을 할 때마다 공포에 떨어야 했던 엔리다.

       

       혹시나 어디서 좀비가 나오지 않을까?

       

       기습당해서 물려 죽으면 어떡하지?

       

       온갖 걱정을 하고 있으니 한 걸음 걷는 것조차 조심스러웠고,

       

       어쩌다가 좀비를 마주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비명을 내지르며 주변의 좀비를 끌어 모았다.

       

       허나 아라가 곁에 있으니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걸로 이 집에 죽은 자는 없다. 안심해라.”

       

       기습? 아라는 어디에 무어가 있는 지를 이전에 파악하고 엔리에게 알려주니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좀비와의 전투? 아라가 앞장 서서 머리를 다 깨버리니 엔리가 할 일이라고는 뒤에서 루팅을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운전?

       

       …운전은 아냐.

       

       엔리는 아라가 자신만만하게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기에 조수석에 올라탔었다.

       

       그리고는 채 1분이 지나기도 전에 반 강제적으로 자리를 바꿨다.

       

       아라는 시무룩한 기색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차에 올라타고 있으면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할 테니까!

       

       분명 아라는 운전을 잘 했다.

       

       워낙에 동체시력도 좋고 반응 속도도 빠른 사람이다보니 잘하는 게 당연했지.

       

       허나 그 운전을 잘한다는 게 운전 기사처럼 한다는 소리가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 마냥 운전을 한다는 게 문제였다.

       

       마구잡이로 엑셀을 밟고 무자비하게 핸들을 꺽어버리는 그 운전법이란!

       

       그 정도면 차 안의 흔들림 만으로 볶음밥을 조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엔리는 VR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메스꺼운 기색을 느꼈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운전을 자처했다.

       

       시청자들은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좀비가 되어 죽기도 전에 멀미로 게임을 종료할 판인데 어쩌겠는가.

       

       “그럼 이제 이 곳을 기반으로 움직이면 되는 것인가.”

       “네. 나중에 좀비들의 밤이 찾아올 때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좀비들의 밤?”

       “좀비들이 미친 듯이 몰려드는 날이 있어요.”

       

       아무런 이벤트 없이 유저들을 내버려 두게 되면 일정 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이 지옥에서 평온한 보금자리를 이루어내고 만다.

       

       긴장감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좀비들의 밤은 이를 막기 위한 기믹이다.

       

       며칠이 지나는 밤마다 좀비들이 유저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어 그들을 죽이려 드는 억까의 날.

       

       이 밤은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위협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유저들은 반드시 그 안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곳에서 탈출할 수단을 찾아낼지.

       

       체념하며 좀비들의 발아래에 짓밟힐지.

       

       전자는 조건이 워낙에 지랄맞은 지라 사실상 불가능한 이스터에그 수준이고.

       

       보통 유저들의 결말은 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제작자의 의도도 후자를 유도하고 있으니까.

       

       엔리는 좀비들의 밤에 대해 아라에게 설명해주긴 했지만 후자는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최대한 탈출을 위해 움직이긴 하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니까.

       

       알고서 버티는 것과 모르고 버티는 건 전혀 다르지 않나.

       

       엔리는 아라가 이를 악물고서 좀비를 상대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녀라면 영화 속 한 장면을 만들어 내 줄 것이 분명했으니까.

       

       “자. 오늘은 이제 밥 먹고 잠을 자도록 하죠.”

       “밥?”

       “네! 제가 요리해 드릴 게요!”

       

       엔리가 자신만만하게 그리 이야기를 하자 아라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뭐에요?!

       

       왜 그런 눈으로 보시는 건가요!

       

       저 요리 잘한다구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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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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