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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3

     배가 땅에서 점프하여,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이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가능은 하다.

     배가 그대로 떨어져서 망가지겠지만.

     안에 타고 있던 이들은 낙하의 충격으로 전부 사망하겠지만.

     바닥에 처박힌 배는 산산이 조각나서 그 어떤 부품도 다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겠지만.

     이론적으로, 마도자동선의 후미에 달아놓은 풍석의 출력과 방향만 잘 조정하면 하늘을 향해 계속 날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하는 게 무슨 효과가 있느냐고, 안에 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냐고 하는 게 보통의 비판이겠지.

     그런데.

     애초에 망가질 생각도 하고 있는 배라면?

     재활용할 생각도 없이, 적진 한 가운데에 때려박는 것이 만들어진 이유라고 한다면?

     망가지고, 부서지고, 어찌됐든 ‘최고 속도로 적진 한 가운데에 떨어진다’라는 목적만을 가지고 있다면?

     먼 미래.

     

     이건 내가 처형되고 난 이후의 일이지만, 혁명군이 제국령 곳곳을 습격하여 군사기밀을 찾아내고 그럴 때가 있었다.

     당시 망국의 공주는 수상할 정도로 폭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폭발을 이용해 땅을 파내거나 부수려는데 집중했다.

     그 때는 그저 노스트럼이고 뭐고 그냥 다 때려부술 생각인 줄 알고 가만히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지브롤터 협곡을 파내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 수단이 제국에 있었다.

     제국의 마도공학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물건 중, 어떤 물건이 있었다.

     비공정을 이용한 공중포격.

     하늘을 나는 비공정의 아래로 물건을 투하하여 지상에 떨어뜨리는데, 그 물건이 다름아닌 익스플로젼 마법 같은 게 담긴 마석이라고 한다면.

     콰ㅡ앙.

     폭발하는 것이다.

     그게 설계도 상으로는 소형 비공정 같은 것에 부품으로 부착되어, 아예 특정 기기에서 투석기를 쏘듯이 쏴대는 물건도 개발되고는 하더라.

     하여튼.

     그걸 그대로 현재에 도입한다면 ‘이 새끼 미래에서 왔나? 어떻게 현대 기술로는 만들어지지 않은 걸 이렇게 잘 알고 있지?’라는 의심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설계도의 이론만 빼오고, 그 구현을 지금 시점에서 약간의 조립과 응용을 통해 아주 조잡하지만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면.

     풍석과 화염분출 마법을 섞어 출력을 내고, 차체를 가볍게 하고 배를 순간적으로 띄울 수만 있다면.

     “이야호.”

     부ㅡㅡㅡ웅.

     “이거지.”

     순식간에, 하늘을 향해 지금과 같이 점프할 수 있는 것.

     “으아아ㅡㅡㅡ!!”

     기사들이 괴성을 지른다.

     

     “이, 이게 무슨!!”

     “알려주면 놀랐을 테니, 일부러 안 알려줬지.”

     갑판에 검을 꽂은 채 뒤를 돌아보는 기사들 전부 인상이 일그러진다.

     “때려박는 줄 알았나? 하하, 유감이야.”

     “도련님!! 어째서!! 제가 충각 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일부러 카를로스 경의 제안에 따라 선수에 충각 비슷한 물건을 달아두기는 했지만, 실제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기는 했다.

     

     “고생했네, 카를로스 경. 나름 멋진 장식이 되었을 거야.”

     “으아아ㅡㅡㅡ!”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졌다.

     충차가 성문을 부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게 다 성벽을 넘어서기 위함 아니겠는가.

     부ㅡ웅!

     “넘었군.”

     성벽을 넘었다.

     어느덧 수평에 가깝게 마도자동선의 차체가 앞으로 다시 기울었고, 기사들이 서서히 두 발로 일어서며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당연하다.

     “도련님!!”

     “어, 맞아. 일부러 출력 줄이고 있는 거니까, 안심하라고.”

     점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아래쪽 풍석을 꺼버렸으니, 당연히 멘테 경이 유지하고 있는 위쪽 풍석만 돌아가고 있는 게 당연지사.

     

     “어, 어어?!”

     

     그리고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무게가 앞으로 쏠리다보니, 자연스레 마도자동선이 이번에는 앞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것도 당연지사.

     “메, 멘테 경!!”

     “도련님, 지금 끄면 돼?”

     “타이밍은 뭐…나쁘지 않겠어.”

     나는 벽에 걸어놓은 창대를 움켜쥐었다.

     펄럭.

     끝에 달린 지브롤터의 깃발은 안으로 새어들어오는 바람에 바로 뒤로 나부끼기 시작했고, 나는 후작성 성벽을 뛰어넘어 거리를 향해 처박히려는 마도자동선의 앞을 가리켰다.

     “기사들, 집중.”

     “도련님!! 저희, 추락합니다!!”

     “추락해서 배가 부서지는데, 가만히 타고 있으면 당연히 같이 부서지겠지?”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앞으로 자세를 숙였다.

     “절벽에 놓인 다리가 뒤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다른 거 없지.”

     창대를 움켜쥐고, 앞으로 달린다.

     “달려ㅡ!”

     “으아아아!!”

     로버트 경이 검을 뽑아들며, 내 옆에 따라붙으며 달리기 시작한다.

     “젠장!! 이런 정도라고는 안 했잖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바이크 타고 달려오는 건데!”

     “도련님이라면 바이크도 뛰게 만들었을 거다! 포기해!”

     바이크로 점프하여 하늘을 날아 성벽을 뛰어넘는다?

     ‘어떻게 알았지.’

     바이크로 달려왔으면 30대가 성벽 위까지 날아가며 통과하여 거리를 달렸겠지만, 개개인의 기량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성벽에 처박히게 될 수 있으니 그 계획은 중간에 폐지되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멀쩡한 바이크 30대를 고작 후작성 하나 정복하겠다고 땅에 처박을 수는 없는 노릇.

     마도자동선은 괜찮다.

     이거, 원래는 바다에서 십수 년은 항해하다가 정기선으로 활용되던 퇴역선이었으니까.

     ‘이 배도 기뻐할 거야.’

     바다에서 제대로 해적도 잡지 못한 채 제국 군인들을 태우고 다니다가, 그 마지막은 노스트럼의 암덩어리를 지워버리는데 사용되어 장렬히 전사한다.

     “전원!!”

     그 최후는, 지브롤터 기사들의 발판이 되리라.

     “뛰어ㅡㅡ!”

     전방, 내가 창대에 오러를 휘감아 앞으로 찌른다.

     갑판을 지키고 있던 덮개가 앞으로 크게 튀어나가고, 나는 창 끝에 힘을 주며 그대로 앞으로 더 튀어나갔다.

     “이것도 못하면!!”

     콰ㅡㅡㅡ앙!

     “지브롤터, 아니다!!”

     철판이 떨어지고, 그 떨어진 철판을 공중에서 발로 디뎌 뛴다.

     이미 마도자동선은 수직에 가깝게 아래로 처박히고 있었으나.

     내가 뛰어내린 높이는 좌우로 늘어진 후작성 건물들의 4층 건물 높이보다 살짝 높은 정도.

     “젠장, 한 번 하지 두 번 하냐ㅡㅡ!”

     “우아아아ㅡㅡㅡㅡ!”

     지브롤터 관문 성벽보다는 낮은.

     그렇기에, ‘상급 기사’ 이상만 이곳에 왔다.

     부ㅡㅡ웅.

     떨어진다.

     몸이 하늘을 날며, 앞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착지하는 장소는 전방, 넓은 광장과 함께 그대로 쭉 이어진 후작성-골든 캐슬.

     착지한다.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가볍게 앞으로 굴러, 낙하의 충격을 최대한 줄인다.

     누군가는 기사가 바닥을 구르면 쪽팔리지도 않냐고, 부끄럽다고 매도하고 그러지만, 아무리 기사라고 해도 4층 건물보다 더 위에서 뛰어내렸는데 그냥 두 발로 착지하는 건 좀 무리.

     그래.

     조금, 무리.

     “후.”

     붉은 정장에 흙먼지는 조금 묻었지만, 어차피 앞으로 이 정장에 튈 무언가를 생각하면 이건 더러운 것도 아니다.

     쿵, 쿠웅!

     일부는 바닥을 구르고, 일부는 하반신에 마나를 둘러 충격을 완화한다.

     또 일부는 착지 직전에 바닥을 향해 검을 크게 휘둘러, 충격파를 일으켜 착지 속도를 줄인다.

     “로버트 경.”

     “예.”

     “하체 단련 좀 했다고, 그렇게 두 다리로 떨어지면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나?”

     “이 정도로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로버트 경처럼 아예 그냥 마력으로 전신을 강화하며 두 발로 착지한 뒤, 여유롭게 내 옆으로 붙는 경우도 있다.

     “미친 놈들이잖아, 이거 완전히.”

     

     멘테 경이 내 옆으로 붙는다.

     “누가 이런 미친 짓을 하자고 한 거야?”

     멘테 경이 뒤를 슬쩍 눈으로 가리킨다.

     “그리고, 저거.”

     콰ㅡㅡㅡ앙!

     바닥에 처박힌 마도자동선이 찌그러지듯 망가지고,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불꽃이 터졌다.

     “폭발까지 일어난 거, 일부러 그런 거지?”

     “시야교란입니다, 시야교란.”

     “하. 정말, 사내새끼들만 와서 그런지, 다들 미쳤다니까.”

     “점프하고 떨어질 때 공중제비 돌면서 떨어지신 멘테 경이 하실 말씀은 아닙니다만.”

     “낙하의 충격을 줄이려고 한 거야. 뭐, 어찌됐든….”

     “예.”

     지브롤터 기사단, 30명.

     전원, 무사히 후작성 성벽을 뛰어넘는데 성공했다.

     텔레포트 마법을 썼다가는, 후작성 전체에 펼쳐진 마법장벽에 의해 공간좌표가 뒤틀려 몸이 반만 날아오고 그랬겠지.

     그냥 달려왔다면 오는 길에 수많은 적을 상대하면서 피를 뒤집어 쓰고 그랬겠지.

     하지만.

     “어쨌든, 적의 본거지 앞에 도착했으니.”

     

     화륵, 화르륵.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마도자동선이 불타든 말든.

     “가자. 지브롤터. 이 내전을 끝내러.”

     나는 지브롤트의 깃발을 펄럭이며, 창대를 들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진격.”

     “승리를 위하여ㅡㅡㅡㅡ!!”

     영주성까지, 불과 100m.

     뒤로는 다급하게 비룡들이 날아오고, 불타고 폭발하는 마도자동선 뒤로 성문이 열리며 밖에 있던 기사들이 들어오고, 성벽 위에 올라서있던 궁병들이 이쪽으로 활을 돌리고 그러고 있지만.

     “느려.”

     저들이 우리를 향해 몸을 돌린 순간, 이미 우리는 영주성 정문을 넘어섰다.

     “목표는, 영주성 꼭대기.”

     펄럭.

     “죽었다 부활한 제로스 바르셀 후작을 제압한 뒤, 저 거지같은 황금깃발을 부수고 거기다가 지브롤터의 깃발을 꽂는다.”

     결투.

     영지전.

     노스트럼의 방식으로.

     * * *

     [그 시각, 테르시안 제국 황궁.]

     “노스트럼의 영지전은 전쟁이기는 하지만, 왕국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전통을 따르고 있지.”

     합스베르크 황제는 소파에 누운 채, 천장에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마력의 빛을 보며 연신 웃었다.

     “상대 영주의 항복을 받아내거나, 영주성 꼭대기의 깃발을 내리게 만든다.”

     4개의 화면으로 분할된 마도스크린은 흡사 바르셀 후작령이 있는 이들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내주는 것마냥, 현장감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그래. 쓸데없이 기사들 죽이고 피 묻히고 그럴 필요 없이, 결과만 빠르게 가져오면 되는 거지.”

     실제로 그랬다.

     제국의 첩자들 중에는 황제의 명령에 따라, 현장에서의 상황을 그대로 전하도록 명령을 받은 이들도 있었으니까.

     “멋지군.”

     합스베르크 황제는 떠올렸다.

     3분 전, 네 개의 화면에서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비춰지는 ‘플라잉 자동선’을.

     

     “바토리가 나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직접 봐라’라고 할 정도로 뭔가 하길래 가만히 내버려뒀더니, 아주 멋진 걸 만들어냈어.”

     성문을 하늘로 통과.

     만일 저것이 ‘점프’를 하는 게 아니라, 풍석의 방향을 아래로 하여 성문을 위로 날아 넘어갔다면.

     “…비공정과 유사한 결과지. 방법은 다르지만, 성문을 뚫지 않고 하늘로 날아간다는 결과는 같으니.”

     제국이 지브롤터 관문을 넘어서기 위해 비밀리에 기획하고 준비하던 ‘비공정’과 똑같은 전술적 충격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역시, 그레이 지브롤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

     “쯧. 녀석. 충격이 큰 모양이군.”

     황제의 옆을 보좌하며 수정구와도 같은 마석 위에 손을 올린 백발 청년, 프란츠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아랫입술만 깨물 뿐이었다.

     “타인의 위에 서는 자는, 때때로 저렇게 과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명심하라.”

     “……예.”

     “너는 그저 성벽을 정면에서 뚫고 정면으로 뛰어가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그 시간에 그레이는 하늘을 날아가는 걸 생각하고 실제로 실현하였으니.”

     “…….”

     으득, 하고 이갈리는 소리가 순간 집무실을 가득 채웠으나, 황제는 키득거리며 회백색의 젤리를 가볍게 씹었다.

     “느긋하게 구경만 하고 있으면 되겠군.”

     “폐하.”

     프란츠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레이 지브롤터가 이길 것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저들이 승패를 받아들이겠습니까?”

     “…….”

     “노스트럼입니다. 저들은. 그리고 저들의 수장은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이고요.”

     “뭐…. 깃발이 꺾이고 바르셀 후작의 모가지가 날아가도, 그 때도 승리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

     합스베르크 황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너도 노스트럼을 이해했구나.”

     “……인간이 어디까지 추해지고 바닥을 보일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 그거다. 노스트럼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으적.

     “진짜 그렇게 해버린다면, 나도 노스트럼을 좋게 볼 이유가 없지.”

     합스베르크 황제는 누운 채로 다리를 꼬며 이죽거렸다.

     “그레이가 저렇게까지 했는데 인정하지 않고 질척거린다면, 내가 나서서 다 치워줘야하지 않겠느냐.”

     “…….”

     “나와 그레이의 제국에, 저런 노스트럼이 묻어서는 안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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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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