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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4

    마법사가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확실하고 보편적인 방법은 바로, 애초에 거짓을 말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질문에 진실만을 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이나, 그럴 수 없다면 애초에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상황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구태여 묻지 않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면, 누추한 행색으로 밖에서 자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혹시 집이 없으신가요?’따위의 질문을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 남성이 실제로 집이 있는지 없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실은 노숙자 행세를 하며 잠복중인 경찰이라던가, 사실은 집이 있지만 타지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뒤 길을 잃은 불쌍한 사람이라던가 하는 자세한 사정 따위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법이니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누추한 옷차림을 준비해 아무곳에서나 누워서는 ‘집이 없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해 버리는 것.

     

    이것이 바로 마법사의 방식이다.

     

     

    때문에 일단 서드와 루크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지우는 것에 집중했다.

     

    애초에 사람이 살았다는 의심을 사지 않는다면, ‘혹시 이곳에 누가 살았느냐?’따위의 질문은 애초에 경찰에게서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 한 장비나 도구들을 모조리 치우고 숨기며, 잡동사니들을 흩어 놓아 적당히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가꾼다.

    얼핏 봐서는 누군가가 살았다는 생각을 떠올릴 수 없게 되자, 루크는 한결 나아진 마음으로 한숨을 쉬며 조금 흐른 땀을 닦아냈다.

     

    “좋아, 이정도면 괜찮을 것 같구나. 거실은 창문으로는 보이지도 않고 치울 물건도 마땅히 없으니 그냥 두어도 괜찮겠지. 이 안에서 더 시간을 끌기도 위험하니까.”

    “네, 그게 좋겠군요.”

     

    서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자신이 보기에도 이것이 최선이었다. 확실히 슬쩍 보게 되면 사람이 살았다는 의심을 할 수 조차 없을 것이다.

    직접 방에 들어와 유심히 살피는 것이 아닌 이상은.

     

    —–

     

    경찰이 오는 동안 루크는 근처 계단에 앉아 그동안 서드와 만났던 일과 친해지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와 서드는 그렇게 얽히게 된 것이다. 흐음. 그러고보면 이 아이도 만나게 된 계기만큼은 너와 비슷했구나.”

    “……그렇구나.”

     

    확실히 저 형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니까 인상이 나쁠 뿐이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루드는 그를 마냥 좋게 볼 수는 없었다.

    왠지 그에게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둘 다 루크가 ‘우연히 만나 서클을 고쳐준 사이’, 그리고 ‘마법을 가르쳐주는 사이’.

    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서드의 경우엔 루크가 무언가를 굉장히 많이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화상을 입은 손에 감겨준 저 붕대도 그렇고, 갈아입을 옷을 직접 입혀준 것이나, 오늘 저녁 약은 잘 챙겨 먹었느냐고 묻는 모습은 꽤나 소중한 사람을 대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또, 서드 역시 그런 루크를 굉장히 깍듯하게 대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굉장히 특별한 사이처럼 보인다.

     

    그것을 보면 없던 질투심이 생길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와 비교해서 단 한가지, 자신이 더 나은 점이 있다면 루크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는 것이다.

    그 부분 만큼은 자신이 확실히 우위에 있다.

    그것을 생각하니 약간 미소가 지어진다.

     

    “……?”

     

    하지만 서드는 시루드가 대체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뭐가 그리도 바쁘게 표정을 지어대는 것인지.

    제아무리 뒷골목을 전전하며 눈치로 살아남았던 서드라고 해도 그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표정을 캐치해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린아이들의 생각은 역시 읽기 어렵군.’

     

    스승님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기 어렵다.

    그분의 표정은 분명 겉으로 드러나는 것 말고도 언제나 의미심장한 느낌이 깊게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그래서 서드는 절대 루크의 어린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애초에 자신이 판단이 가능한 존재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두 경우 모두 결과적으로는 ‘어린아이들의 생각을 읽기 어렵다’는 것만은 참이 된다.

     

    그래서 서드는 그저 자신의 눈을 마주쳐오는 시루드를 향해 한번 웃어주었을 뿐이다.

    그러자 바로 고개를 돌린 시루드는, 자신이 또 고작 그런 걸로 무서워서 시선을 피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본 서드는 시루드가 단순히 자신의 미소를 보고선 부끄러워하는 것이라고 착각했지만.

     

    그때, 루크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드디어 경찰이 왔나 보군.”

     

    ——–

     

    다가오는 경찰차들이 뿜어내는 사이렌 소리가 생각보다 많아서 세명 모두 긴장을 하고 있는 순간.

    처음으로 경찰차에서 내린 사람들 중에선 놀랍게도 루크가 익히 아는 얼굴도 있었다.

     

    루크는 한껏 반가운 티를 내며 손을 흔들었다.

     

    “시에나! 그대를 여기서 만나는구나!”

     

    시에나 포르핀드.

    예르나의 친구이자,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다크엘프였다.

    과거 루크에게 검사기를 사용하기도 했고, 딸기맛 사탕을 건네주기도 했던 꽤 친하다면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이다.

    이미 자신에 대한 설명이 어느정도 되어있는 셈이니 친분이 있다면 더욱 ‘설명’하기 쉬우리라.

     

    루크는 크게 안도하며 다른 경찰관들을 피해 곧장 시에나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시에나는 꽤 놀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루크. 여기서 다 만나네. 요즘 몸은 어때, 좀 괜찮아?”

    “아주 괜찮다.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그런데 왜 이런곳에 있어? 아니, 잠깐만. 언니 출동 왔으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잠깐 있다가 하자. 바로 가야할 곳이 있어서.”

    “거기로 갈 필요는 없다. 그걸 신고한 게 바로 우리니까. 그……. ‘무서운 사람’한테 끌려갔다는 아이가 바로 나다.”

    “뭐? 그게 정말이야?”

     

    시에나는 바삐 움직이던 몸을 멈추며 루크를 향해 다가왔다.

     

    “그 끌려갔다는 아이가 너라고? 하지만……. 잠깐 그럼 신고한 사람은 누군데?”

    “그건 전데요. 제가 오해를 했었어요.”

    “정말? 무슨 뜻인지 자세히 이야기해줄래?”

     

    시에나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신고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쪽이 신고를 했다는 것은 정황상 확실하긴 하지만 일단 출동을 한 이상, 경위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아보아야 하니까.

     

    하지만 시루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혹시나 자신이 말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루크가 몇 발짝 앞으로 나왔다.

    시루드는 긴장했고, 서드는 이중에서 가장 발언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인원이었으니 경위를 말하는 것에는 자신이 가장 적합하다 생각되는 인원이므로.

     

    루크는 시에나를 올려다보며 ‘설득력을 높이는 자세’를 취하고는 한껏 무해한 표정을 지어내며 말했다.

     

    “그, 사실부터 말하자면 방금 있었던 그 신고는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에겐 아무런 일도 없었어.”

     

    시에나는 그런 루크의 모습에 바로 ‘그렇구나! 알겠어!’라고 대답하려는 충동을 뒤에 선 남자를 바라보며 참아냈다.

    그는 척 보기에도 수상한 모습으로 식은땀을 계속 흘려대고 있었으니까.

     

    서드는 그저 제 스승의 색다른 모습에 굉장히 당황했을 뿐이지만, 그것이 시에나의 의심을 부르기엔 충분했다.

     

    “흐음, 정말이야? 그럼 대체 왜 이런 곳에서 너희 같은 아이들이 있었던건데? 왠 폐가에 끌려들어갔다는 이야긴 또 뭐고. 뒤에 서있는 저 사람은 누구지?”

    “집에 가던 길에 잠깐 이쪽으로 들린 것이다. 폐가도 그저 잠깐 들어갔다가 나왔을 뿐이고, 저 자가 나를 끌고 간 것도 아니었다. 저 자는 내 친구야.”

     

    루크는 곧장 대답했다.

    확실히 집에 가던 길에 들른 것이고, 폐가도 정말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는 말은 사실이며, 서드가 자신의 ‘친구’라는 것 역시 모두 사실이니까.

     

    “흐음.”

     

    무언가 고민하는 것 같은 시에나의 반응에 루크는 그녀의 생각을 방해하듯이 물었다.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

    “아니, 그건 아니지만…….”

     

    결국 생각의 흐름이 끊긴 시에나는 수첩에 루크의 이야기를 받아적으며 물었다.

     

    “뒤에 있는 남성분. 저 말이 사실인가요?”

    “그, 예. 사실입니다.”

     

    ‘역시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은 아니니 순순히 인정을 하는군.’ 이라고, 시에나는 생각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서드……. 입니다.”

    “성은?”

    “없습니다.”

    “흐음, 그래요. 그러면 직업은?”

    “학생입니다만.”

     

    의외였다.

    저 얼굴로 학생이라니.

    하지만 조금 얼굴이 늙어 보이는 정도는 흔하다.

    별의 별 사람을 많이 마주치는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말도 안되는 노안도 말도 안되는 동안도 꽤 많이 보았다고 자부하는 시에나였으니까.

    사람의 연령은 겉만 보고는 바로 알 수 없는 법이었다.

     

    “……? 흠, 그렇군요? 학교는?”

    “테네간 아카데미.”

    “? 거길 다니고 있다고요? 거긴 10~18세 아이들만 다니는 학교인데…….”

    “예, 15살이니까요.”

    “예?”

     

    하지만 이건 굉장히 의외였다.

    저 얼굴로 15살이라니?

     

    시에나는 크게 당혹스럽다는 듯 루크를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으며, 수첩 위에서 재촉하듯 움직이던 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꽤 깊은 고뇌에 빠진 듯 보였다.

    루크는 그런 시에나에게 확답을 하듯 말했다.

     

    “그것도 사실이다. 그는 15살이야. 아마 신분을 조회해보면 그리 나올테지.”

    “……진짜로?”

    “그래. 그러니까 친구라고 하지 않았느냐.”

     

    딱히 나이와 친함에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만, 그래도 이 경우엔 설득력을 높일 수 있을 듯 하여 그리 말했다.

     

    하지만 어째서 다들 서드가 15살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아무리 서드의 외모가 늙어 보인다고 한들,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첫 만남에 거의 정확히 그의 나이를 파악할 수 있었던 루크는 자신이 이상한 것인가 하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시에나는 당혹스러움을 겨우 지워내며 수첩과 루크, 서드와 시루드를 번갈아보더니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뭐……. 알겠어. 15살이라면 정말 친구일수도 있겠네…….”

    “그래, 이제라도 알아주니 고맙군.”

     

    시에나는 수첩에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적어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런 길로는 이제 다니지 마. 위험하니까. 진짜로 납치당한다? 정말, 요즘은 실종자도 부쩍 늘어나고 있고 말이지.”

    “주의하겠네.”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에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여긴 지금 시간에도 꽤 어둡구나.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네. 아무래도 오늘 한번 쭉 돌아보고, 순찰을 강화하던지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

     

    루크는 그 말에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잠깐, 이쪽의 순찰을 강화한다고?”

    “응, 뭔가 문제라도 있어?”

    “아, 아닐세. 하하, 강화를 하면 좋지. 길이 더욱 안전해지겠군. 그건 안심이 돼.”

    “그치? 경찰이 너희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단다.”

     

    시에나는 한바탕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했다.

     

    “그럼 너희들은 이제 얼른 집으로 돌아가. 이런 곳에 위험하게 기웃거리지 말고! 아니면, 언니가 집에 데려다 줄까?”

    “아, 아닐세. 우리가 갈 수 있다네.”

    “그래! 다른 길로 새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야 한다! 알았지? 정말 집에 가는지 언니가 여기 돌아다닐거야. 그러다 마주치면 진짜로 화낸다?”

    “알겠네…….”

     

    그렇게 말하며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시에나와 그 동료 경찰들.

    루크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서드를 올려다 보았다.

     

    “헌데 이렇게 되면, 그대는 당분간 집에 못 들어가게 생겼군.”

    “……그렇게 되었군요.”

     

    ——-

     

    그렇게 시에나가 몇 명의 경찰관들과 함께 골목을 돌아보며 순찰루트를 생각하던 때였다.

     

    한 경찰관이 시에나를 향해 묻는다.

     

    “그런데, 시에나. 요 몇주 사이에 부쩍 늘어난 실종사건, 역시 한 놈의 짓일까?”

    “그건 아직 확실히 모르지, 하지만 역시 연관은 있다고 봐. 모든 현장에는 공통점이 있었으니까.”

     

    시에나의 말에 그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에 남겨진 살짝 그을린 흔적 말이지? 나는 정말 범인들이 그런 짓 하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가. 대체 범인이 그 흔적을 남기는 이유는 뭘까? 자기과시? 아니면 우리 경찰들을 놀려먹기 위해서?”

    “글쎄…….”

     

    시에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그 그을린 흔적, 어쩐지 예르나의 화상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지.’

     

    현장에서 그 흔적을 보면 계속해서 예르나의 화상자국이 떠올라 겹쳐진다.

    분명 마력흔의 분석상 마법적으로 전혀 다른 흔적이라고 나타나긴 했음에도 여전히.

     

    “어쩌면 반드시 그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제 진짜 홈리스가 되어버린 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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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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