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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4

       

       

       

       

       

       

       아르는 내가 행복했다는 대답을 듣고 굉장히 만족해했다. 

       

       “헤헤…. 레온두 역씨 아르랑 같은 맘이야.”

       

       아르는 눈을 접으며 웃었다. 

       

       “그럼, 같은 마음이지.”

       

       나도 그런 아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르는 구냥 레온만 이쓰면 대. 구러면 아르는 행복할 고야. 알게찌?

       

       아르가 했던 말이 아직도 내 가슴 깊은 곳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지.’

       

       이 세계에서 모든 걸 잃고, 또 다시 땡전 한 푼 없이 맨몸으로 내동댕이쳐진다고 해도 내 곁에 아르만 남아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행복하게 살아갈 자신이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즐거울 거야.’

       

       함께 펑펑 울고, 활짝 웃고, 많은 감정을 주고받으며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 경험은 나에게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만약 이대로 세상에 아르와 나만 남겨진다고 해도….

       

       아니, 실비아 씨도 없으면 섭하긴 한데.

       

       레키온이랑 데보라, 알렉스도 이제 정 붙이고 있기도 하고….

       

       음, 어쨌든.

       

       나에게 아르는 언제부턴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고.

       아르가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쀼우! 레온 조아! 히히.

       -레오온, 아이수크림 먹고 시퍼.

       -아르 잠 와…. 레온, 안아 조!

       

       순수하고 맑은, 붉은 빛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안고 있으면 내 체온보다 적당히 시원하면서도 포근하고, 콩콩 뛰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콩닥, 콩닥.

       

       ‘그래, 지금처럼.’

       

       「신뢰의 계약」을 맺은 우리가 심장의 고동을 공유하고,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 줄 때.

       

       왠지 마음속이 충만해지면서 가슴이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뢰의 계약」이 체결된 대상과 완벽한 공명을 이루었습니다.]

       [충만한 신뢰의 힘으로 계약자와 사역마가 성장을 이룩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어?’

       

       그리고 그때, 내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이게 뭐야? 레벨업이라고?’

       

       놀란 나는 얼른 아르의 배를 쓰다듬으며 상태창을 띄웠다. 

       

       [Lv.84 레온]

       힘: 「233」 민첩: 94 체력: 93 마력: 「331+50」

       

       [Lv.84 아르젠테]

       힘: 233 민첩: 167 체력: 205 마력: 663

       

       ‘…진짜네?’

       

       둘 다 83이었던 레벨이 84로 올라 있었고, 당연히 스탯도 그만큼 올라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마물을 잡지 않았는데도 레벨이 오르다니.

       

       나는 메시지를 다시 찬찬히 읽었다. 

       

       ‘신뢰의 계약을 체결한 대상과 완벽한 공명을 이루었다고 되어 있는데.’

       

       이거 설마….

       

       -헤헤…. 레온두 역씨 아르랑 같은 맘이야.

       -그럼. 같은 맘이지.

       

       요걸로 오른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 트리거가 될 만한 건 이거밖에 없었는데. 

       

       -기억하렴. 신뢰의 힘은 그 무엇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카르사유가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당시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그 말이 조금 다르게 들렸다. 

       

       ‘서로를 강하게 신뢰하고, 서로의 마음이 완전히 일치할 때 일종의 공명 현상 같은 게 발생하고, 그게 우리의 레벨을 올려 주는 건가?’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지금 천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엄청난 능력을 손에 넣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지금 우리의 레벨은 이미 80대로 접어들었어. 「레키온 사가」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여기서부터는 진짜 레벨 하나 올리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

       

       엄청난 숫자의 마물을 잡거나, 엄청나게 강한 마물 혹은 악마를 잡아야만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나 자기 레벨보다 낮은 마물을 잡을 때는 경험치 보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충 아무 마물이나 씨를 말린다고 해서 레벨업이 잘 되는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레벨이 되는 마물을 잡아야 한다. 

       

       ‘사실상 여기까지 왔으면 마왕군과 싸우는 것 말고는 효율이 진짜 극악이지.’

       

       그나마 「레키온 사가」에서 주인공 레키온으로 플레이할 때는 신성력이라는 스탯이 따로 있어서 성장할 동력이라도 있었는데, 그런 것도 없는 평범한 레온의 몸으로 레벨업을 하려면 극한의 비효율 챌린지를 해야 한다. 

       

       ‘이것도 레벨이 80을 넘어가면서 성장 4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겠지?’

       

       레벨업이 막히는 구간에서 이런 방법이 나타나 주다니.

       

       ‘대박인데?’

       

       게다가 정말 방금처럼 서로 같은 생각을 하며 공명하기만 한다면, 앞으로도 지금 같은 행복한 일상을 보내며 레벨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레온, 왜 구래?”

       

       돌아보니 아르가 여전히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을 꿈벅거리고 있었다.

       

       “어, 그게 말이야.”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르에게 물었다. 

       

       “아르야, 혹시 지금 마력이 좀 강해진 것 같지 않아?”

       

       아르는 내 말에 뚠뚠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윽고 눈을 감고 자신의 마력을 가늠해 보았다. 

       

       “뀨우우….”

       

       그리고 잠시 후 번쩍, 하고 눈을 떴다. 

       

       “쀼우! 진짜루 마력이 늘어써! 어떠케 된 고지?”

       

       아르가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마력이 늘었다고? 아니, 아르는 그냥 수련 같은 거 안 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그렇게 되는 거야? 진짜 부럽네.”

       

       힘들게 수련해서 검술 실력을 올리고 마물을 잡아서 스탯을 올려 왔던 레키온이 부러운 눈으로 아르를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재능충 레키온에게 당신도 만만치 않다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역시 혈통이 중요하긴 한가 보네. 뭐 어쩌겠어. 꼬우면 드래곤으로 태어나야지.”

       

       알렉스는 이미 세상의 불공평함에 통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신기하긴 하네요. 지금까지는 그런 적 없지 않았어요, 레온 씨?”

       

       이제껏 같이 다녔던 실비아가 물었고, 나는 대충 상태창에 대한 건 빼고 이야기해 주었다. 

       

       “저와 아르는 계약의 형태가 조금 특이해요. 이른바 「신뢰의 계약」이라는 건데,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능력을 쓸 수 있죠. 이건 저도 처음 겪어 보는 건데, 서로의 신뢰가 강한 상태에서 같은 마음으로 공명을 일으키면 그게 시너지를 일으켜서 저와 아르 둘 다 강해지는 건가 봐요.”

       “같은 마음…?”

       “그것만으로 강해진다고요?”

       

       레키온과 데보라는 ‘지금 내가 들은 게 맞나’ 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도 솔직히 좀 당황스럽긴 해요. 강해지는 조건도 제 추측일 뿐 정확한 건 아니거든요.”

       

       실제로 상태창에서는 완벽한 공명이라느니 충만한 신뢰의 힘이라느니 하는 말만 늘어놓았을 뿐 구체적인 달성 조건을 언급하지 않았다. 

       

       “흐음…. 만약 정말 그것만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정확한 조건을 알아내는 게 급선무겠군요. 마음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마왕과의 전투에서 저희가 그만큼 유리해질 테니까요.”

       

       알렉스의 말에 레키온도 동의했다. 

       

       “배 아플 정도로 부러운 게 사실이지만, 정말 아르가 그것만으로 강해질 수 있다면 우리야 마다할 이유가 없지.”

       

       마왕의 반대편에 서 있는 아르가 강해지는 건 곧 제국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일.

       

       설사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기적인 능력이라고 해도, 그게 아르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야말로 제국 입장에선 웰컴이다.

       

       “근데 정확한 조건을 어떻게 알아내지?”

       “말 나온 김에 한번 실험해 봐야지. 둘이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도록 해 보는 거야. 레온 님, 아르야. 동시에 원숭이를 떠올려 볼래?”

       “…알겠어요.”

       “쀼우. 아라써여.”

       

       알렉스의 제안에,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우리는 일단 머릿속으로 원숭이를 떠올렸다. 

       

       “변화는?”

       “없는 것 같은데요.”

       “업써여.”

       

       하지만 역시 상태창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 이런 걸로 레벨업이 바로 되면 뭐 바로 레벨 100까지, 아니 그 너머까지 찍지.

       

       “음…. 그러면….”

       

       방법을 떠올려 보던 알렉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래! 밸런스 게임을 해 보는 건 어때?”

       

       어, 그게 이쪽 세계에서도 있는 거였어?

       

       “내가 두 개의 보기를 줄 테니까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좋아하는 쪽을 고르는 거야. 아르야, 지금 생각나는 음식 아무거나 말해 볼래?”

       “음, 찹쌀볼이여?”

       “좋아. 그럼 초코 찹쌀볼 대 팥 찹쌀볼! 하나, 둘, 셋!”

       

       알렉스가 숫자를 세었고.

       

       “쵸코 찹쌀볼!”

       “팥 찹쌀볼.”

       “앗, 둘이 생각이 달랐네. 좋아. 다를 때도 있어야 맞혔을 때 강해지지. 그럼 다음은…. 내가 알아서 내 볼게. 초코 케이크 대 딸기 케이크!”

       

       하나, 둘, 셋을 세고.

       

       “쵸코 케이크!”

       “초코 케이크.”

       

       아르 대답은 뻔하긴 했지만, 이건 솔직히 나도 초코 케이크다.

       

       “오! 반응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태창은 여전히 무반응이었다.

       

       “음, 그럼 치킨 대 돼지고기 구이!”

       “치킨!”

       “치킨.”

       “빙수엔 우유떡? 젤리?”

       “우유떡!”

       “우유떡.”

       “복숭아는 딱딱한 거, 말랑한 거?”

       “말랑한 고!”

       “말랑한 거?”

       

       정확히는 딱딱과 말랑 사이에 있는 게 최고긴 한데.

       

       “칠흑볶음면 대 해산물매콤탱탱면?”

       “쀼, 쀼우…! 구건 고르기 어려운뎅!”

       “으, 나도. 서로 땡기는 날이 달라서.”

       

       짜장 대 짬뽕이라니. 

       이걸 어떻게 바로 골라.

       

       “바로 그거야! 둘 다 고르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는데, 반응 없어?”

       “안타깝게도요.”

       “삐유….”

       

       꽤나 날카로운 의도를 가진 질문이었는데 아쉽게도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그럼…. 떡볶이는 밀떡? 쌀떡?”

       “아르는 쌀떡!”

       “나는 밀떡.”

       

       예전에는 쌀떡이 더 좋았는데, 요즘엔 뭐랄까, 국물이 잘 배는 밀떡이 좋다. 

       

       “후우…. 이젠 서로 대답이 엇갈리기까지 하네요.”

       “삐유우….”

       “뭐, 어쩔 수 없죠. 아까처럼 서로 감동이라도 받으면 모를까 이런 걸로 강해지는 것도 사실 웃기긴 하잖아요.”

       

       아무래도 진전이 없을 것 같으니 밸런스 게임은 여기까지 하는 게 나을 듯싶었다.

       

       ‘그보단 먹는 걸로 밸런스 게임 하다 보니까 간식 땡기네.’

       

       특히 마지막에 나온 떡볶이가 땡긴다.

       

       “쀼우. 아르 간식 얘기 하니깐 출출해져써. 떡뽀끼 먹구 싶당.”

       

       [「신뢰의 계약」이 체결된 대상과 완벽한 공명을 이루었습니다.]

       [충만한 신뢰의 힘으로 계약자와 사역마가 성장을 이룩합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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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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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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