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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4

       

        

       “…응극.”

        

        

        

        몸이 무겁다.

        

        한순간 꺼져있었던 정신의 전원이 켜지며 감각이 돌아온다. 힘겹게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천장이 아니라 고급진 호텔의 벽면. 시간은 오전 9시. 아주 늘어지게 퍼잤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몸에서 이런저런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움. 꼬리 쪽에서 느껴지는 이상하리만치 묵직한 감각 – 어느새 저 밑으로 내려간 다이스가 내 꼬리를 안는 베개 삼아 꿈나라를 유영하고 있었다. 아마 과거였으면 그 누구보다도 죽부인 애용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가관은 따로 있었는데,

        

        

        

       “…아이, 이게 뭐야.”

        

        

        

        세로도 아니고 가로로, 하모니는 내 몸 위에 양 발을 올린 채 거하게 취침 중이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무거움이 도대체 뭔가 했더니, 하모니가 나와 직교하며 나타난 결과물이었구나.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었다. 이정도면 십자말풀이라고 해도 되겠어.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릿속으로 간단한 계산을 시행했다. 어제 취침 시간은 1시 반 즈음이었으니, 하루에 필요한 수면 시간은 이미 어느 정도 충당한 상태. 그러나 어제 술에 상당히 절여져버렸던 점을 감안하면 조금은 더 쉬는 게 낫지 않을까.

        

        물론, 나는 더 잘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에, 먼저 일어나서 씻기로 했다. 전부 기상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병목 현상이 일어나면 체크아웃 시간까지 난리법석일 테니까.

        

        하지만 그게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지.

        

        

        

       “안대에….”

        

       “이거 말고 쓰던 베개나 안고 자요.”

        

        

        

        꼬리를 스리슬쩍 빼낸 뒤, 팔이 비었다며 땡깡을 부리는 다이스의 품 안에 자기가 쓰던 베개를 안겨준 뒤, 하모니를 가볍게 들어 누가 봐도 멀쩡히 자고 있는 모습으로 복귀시켜주었다.

        

        가볍게 스트레칭한 후 목욕물을 받는다. 홀딱 벗고 들어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언제나 해왔던 루틴을 시행한다. 그렇게 몇 번이나 몸에서, 그리고 머리카락에서 거품이 쓸려내려가고 나서야 탕에 편안히 몸을 담글 수 있었다.

        

        그렇게 대략 40분 가량 욕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오자, 두 명은 침대 위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음료수를 꺼내어 건네주자 다들 목이 말랐던 듯 꼴딱꼴딱 잘도 들이켰다.

        

        푸하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명의 눈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금 몇 시에요?”

        

       “10시가 다 되어가요. 씻을 거면 바닥 조심해요. 자고 있을 때 씻어서 좀 미끄럽거든요.”

        

       “네에….”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다는 듯, 비틀거리던 하모니는 욕실로 첫 발을 떼자마자 흐꺅 하는 소리를 내며 성대하게 미끄러졌다. 다행히 몰래 뒤를 밟고 있었던 탓에 어디 부딪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요컨대 꼬리로 받쳐줬단 소리였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뜻의 기묘한 음성이 여기까지 들려왔지만, 등짝을 꼬리로 툭툭 건드리며 덧붙였다.

        

        

        

       “미끄럽다고 했죠.”

        

       “그, 에…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당.”

        

       “그래야죠.”

        

        

        

        느닷없는 헤프닝으로 순식간에 잠이 깬 하모니였기에, 더 이상 봐줄 필요가 없겠다 싶어, 샤워가 끝날 때까지 다이스랑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할 이야기는 정해져있었다.

        

        다이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좀 있으면 북미 스크림 시작이네요. 이번엔 과연 어떤 준비를 해가야 그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무슨 방도 없어요?”

        

       “이번 년도 스크림 데이터 같은 게 있으면 줘보세요. 충분한 데이터가 모여야 판단의 근거로 쓸 수 있으니.”

        

       “어…작년 경기 영상이 있으려나.”

        

        

        

        부스스한 몰골로 일어나, 다이스는 객실 안에 비치된 컴퓨터로 향했다.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2030년의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호텔에 비치된 컴퓨터는 여전히 끔찍하도록 느렸다. 고급 호텔이라고 해도 IT의 진보 속도는 느린 모양이었다.

        

        SSM Entertainment의 사이트에 접속하여 로그인. 그러자 일반 접속자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사이트가 새로이 나타난다. 그 중에서 능숙하게 작년의 데이터를 찾아 들어간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영상 하나를 눌렀다.

        

        도대체 몇 년을 이 자리에서 혹사당했는지 알고 싶지 않은 컴퓨터 내부에서 끔찍한 기계적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 긴 영상은 아니었다. 다이스 1인칭.

        

        

        

       “움직임을 보니 확실히 작년 거긴 하네요.”

        

       “아직 좀, 어…풋풋할 때죠. 그건 그렇고 막상 이렇게 보여주니 창피하네요.”

        

        

        

        그 후 아무 말 없이 영상 시청이 이어진다.

        

        ‘그나마 잘 한 영상이다’라는 부연설명을 뒤로 하고 내용에 집중. 다이스의 실력은 이 시점에 비해 충분히 향상되었으니 그다지 볼 필요는 없었고, 오히려 그녀가 상대하는 타국의 유저들을 확인해야만 했다.

        

        파이널 챔피언십 대비용 스크림의 내용에 대해선 이미 조금 들은 적이 있었다. 전 세계의 2군, 그리고 다르게 표현하면 파이널 챔피언십 탈락자들과 함께 치르는 경기라나 뭐라나. 전반적으로 아시아 예선전 전에 했던 스크림과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될 듯했다.

        

        그러나 아시아 예선전과 차이가 있다면,

        

        

        

       ───투두두두두!

        

        

        

       “흐음.”

        

       “이건 영국의 와이즈먼이랑 교전했을 때네요. 진짜 간신히 이겼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요.”

        

       “되게 설렁설렁 하네요. 움직임 자체가 굉장히 전문적인 걸 보니 필요할 때만 적당히 하는 것 같은데, 그러니 역습 얻어맞고 골로 가지. 저러면 쓰나.”

        

       “…네?”

        

       “뭐어, 안 봐줬으면 이미 여기에 바람구멍 좀 뚫렸을 거란 소리죠.”

        

        

        

        다이스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살 누르며 그리 덧붙였다.

        

        영국이라. SAS 쪽인 것 같긴 한데 확실하지는 않았다. 이유야 상당히 간단했는데, 특수부대란 건 목표가 다들 거기서 거기기 때문에, 최상위 티어로 갈수록 일종의 수렴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요컨대 움직임도 프로페셔널함도 비슷해진단 소리였다.

        

        하이 레디나 로우 레디처럼 특수부대의 소속이 육군인지 해군인지를 알 수 있는 외적 표현 말고, 움직이는 것만 보고 어디 소속인지를 구분할 수 있으면 그건…글쎄다. 오웬스 같은 양반 정도면 가능하려나 모르겠네.

        

        여하간, 그 즈음에서 시청은 강제로 중단되었다.

        

        

        

       ───픽!

        

        

        

       “…어? 어? 잠깐, 컴퓨터가 왜 이러지?”

        

       “뻗었네요. 아유, 증말.”

        

       “우씨, 왜 제 탓인 것처럼 그래요!”

        

        

        

        결국 과부하 엔딩이었다.

        

        그로부터 10분 후에 자동으로 다시 켜지긴 했지만,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추후 문의 결과 – 원래 이쪽 방 라인의 컴퓨터들이 상태가 영 좋지 않으니 되도록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나 뭐라나.

        

        때마침 하모니도 타이밍 좋게 나왔기에, 나는 다이스를 친절히 욕실까지 배송해주었다. 나머지는 간단했다. 언제든지 퇴실이 가능하도록 짐을 싸고 뒷정리를 한 뒤, 마지막 주자가 나올 때까지 하모니랑 떠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30분 가량 지났을까, 대략 11시가 채 되지 않은 시점. 씻고 나온 다이스가 몸단장까지 끝마친 후, 우리 셋은 하루 동안 이어진 호캉스의 끝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조식 시간은 끝났고, 나를 포함한 셋은 합의 끝에 근처의 괜찮은 무한리필 고깃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가던 도중 울리는 진동.

        

        아까 다이스랑 나눴던 대화로 미루어볼 때, 내용은 대강 짐작이 갔다.

        

        

        

       -우우웅!

        

        

        

       “뭐예요? 뭐 왔어요?”

        

       “네. 뭐가 왔긴 왔네요.”

        

        

        

        스크림 대비 연습 참석 여부 조사.

        

        물론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을 예정이었다.

        

        다시 다이스를 들들 볶을 때가 왔다.

        

        

        

        

        

        

        

        

        

        

        

        

        

        

        

        

        

        

        

        

        11월.

        

        아시아 예선전이 화려하게 막을 내린 이후로 몇 주가 더 흘러, 본격적으로 하루의 최고 온도가 15도 안팎을 넘나들며, 아침에도 심심찮게 입김이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기.

        

        그런 가운데, 서울에서는 에이펙스 프레데터 솔로잉 – 파이널 챔피언십 준비를 위한 사전 밑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아시아 예선전 이후로 그 어떠한 기름칠도 없었던 실력에 다시금 윤활유를 끼얹고, 안온한 휴식에서 벗어나 다음을 준비한다. 특히나 이번 스크림은 어쩌면 아시아 예선전보다 조금 뒤떨어지거나, 혹은 동급으로 중요했고, 12월 말 미국으로 건너갈 다섯 명에 대한 관심은 그 무엇보다도 무거웠다.

        

        물론, 다섯 명 중에서 두 명은 완전한 예외였지만.

        

        

        

       ‘그냥 유진한테 다 맡겨놓으면 안 되나?’

        

        

        

        요즘은 아주 드물게 이런 말까지 튀어나오는 시점이었다. 프로 구단에서 울화통이 터질 법도 했고, 이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방안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진에게 많은 부분을 일임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은 방안이라는 건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돈으로 돌아가는 법이었으며, 기업가들은 언제나 모든 곳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싶어서 안달이었으니. 회계팀이 수많은 코칭 스태프들과 감독의 효용성을, 쉽게 말해 저들이 따박따박 월급을 받아갈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고.

        

        하지만 변화의 최첨단에 선 이들의 행보는 그 누구보다도 발빠른 법이었고, 많은 이들은 유진을 다시금 불러들일 시간이 됨과 동시에 그녀를 서포트하기에 최적의 형태로 이뤄진 태스크포스 팀을 재구축하였다.

        

        모든 톱니바퀴들이 맞물리기까지 들어간 시간은 고작해야 3일.

        

        스크림의 본격적인 시작을 이틀 앞둔 어느 날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줄었군요.”

        

        

        

        무소속 유진.

        

        SSM Entertainment의 다이스.

        

        Xi Impressive의 잉크.

        

        Clear Sky의 갬빗.

        

        Reaper Infected의 미카엘까지.

        

        예선 랭크와 KSM, 아시아 예선전을 거치면서 100명은 스무 명으로, 그리고 다섯으로 줄었다. 밑바닥 아래에는 더 밑이 있듯이, 상위에는 더 상위권이 있는 법이었고, 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승자로서 남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꼴랑 다섯 명밖에 되지 않는 사람의 수가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물론 솔로잉이 아니라 듀오, 스쿼드를 나가는 타 인원들까지 포함한다면 미국으로 건너가는 인원은 토탈 열세 명이겠지만, 이들과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오로지 이 다섯 명만이 경쟁 관계였다 – 당사자들이 들으면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들려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외관상으로는 그러했으니.

        

        유진의 입이 서서히 열린다.

        

        

        

       “다들 짐작하고 있겠지만, 스크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손을 휘젓는다. 그와 동시에 허공 위로 피라미드 형태의 그림이 떠오른다. 친절하게도 상위 20%와 하위 80%로 분류된 그것이 모두의 망막에 자리잡는다.

        

        그녀는 앞으로의 잠재적 경쟁자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있었다.

        

        

        

       “일본, 러시아, 유럽 일부, 그리고 미국까지. 그 아래는 쳐다볼 필요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였다고 하여 모두의 실력이 동일한 건 아니니. 따라서 여러분들이 주의해야 할 건 이 스무 명 뿐입니다.”

        

        

        

        단 한 번도 파이널 챔피언십에 도달해본 적 없는 사람이 말하기엔 무척이나 광오한 발언이었지만, 그곳에 앉아있는 그 누구도 유진의 발언에 토를 달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오직 이 세상에서 단 한 명만이 가능할 결과. 그것을 스스로 쌓아올린 당사자가 눈 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 즈음에서 의문이 생기겠죠. 과연 이 스무 명과의 교전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을까. 혹은-”

        

        

        

        이들에게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가.

        

        에이펙스 프레데터가 출범한 이후로 단 한 번도 해소되지 않았던 궁금증, 그리고 뛰어넘을 수 없었던 강고하고 높은 벽. 컨디션 조절과 시차 적응을 비롯한 다양한 부차적인 문제들보다도 훨씬 기저에 깔려있는 근본적인 물음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거기서 잠시 멈춰선 후, 유진은 주제를 다른 방향으로 슬며시 돌렸다. 내용은 간단했다. 요 며칠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 – 어쩌면 지나가는 느낌으로 툭 던진 말이지만, 그곳에 모인 네 명은 이미 이것이 무슨 소린지를 대강 짐작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나 간단한 것처럼 말하는 것이지, 그녀는 분명히 10일에 달하는 시간 동안 하루의 대부분을 데이터 분석에 투자했을 터였다.

        

        그리고 머잖아, 그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무심하게 – 유진은 이를 타파할 방법을 문답법을 통해 짧게 언급했다.

        

        

        

       “간단한 문제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다크 존에는 있고, 현실에는 없는 것이 무엇일까요?”

        

       “…실드 시스템?”

        

       “그것도 괜찮은 분석이네요. 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다른 겁니다.”

        

        

        

        그리고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물끄러미 상황을 관조하던 미카엘이 반신반의하며 손을 들어올리더니, 자신없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스킬…아닙니까?”

        

       “정답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정답 사인.

        

        모두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당사자의 입가에 웃음이 번질 무렵, 유진은 재차 손을 휘저어 하나의 결과를 팝업시켰다.

        

        작년 경기의 일부분을 캡쳐한 사진. 그리고 스킬의 사용 빈도.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데이터들. 그러나 머잖아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압축되며 하나의 결론을 토해내었다.

        

        다들 어렴풋이 유진이 하고자 하는 말을 눈치채었을 때, 그녀가 재차 입을 열었다.

        

        

        

       “해당 그래프를 간단히 본다고 하더라도, 상위 20%로 갈수록 스킬 의존성이 급락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는 이유는 상당히 간단한데,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뭘까요? 맞춘다면 소정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저요!”

        

       “제가 답변하겠습니다! 시켜만 주십쇼!”

        

        

        

        이토록 열정적이라니, 참으로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입가가 미묘하게 비틀리며 살포시 웃음을 자아내는 가운데, 유진은 그 중 한 명을 택했다. 첫 번째는 자이의 잉크. 하지만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렇게 대략 3분 가량의 논의와 토의가 이어진 후에야, 당사자를 제외한 네 명은 가까스로 답을 어느 정도 좁힐 수 있었다.

        

        

        

       “수고했어요. 정답은 아니지만, 가장 근접한 건 갬빗이네요. 소정의 선물로, 제 정성이 조금 더 들어간 특별 커리큘럼을 드릴 예정이니, 나중에 유용하게 사용하기 바랄게요.”

        

       “와, 어…어음….”

        

       “이야, 여기서 머뭇거린다고? 나 같았으면 넙죽 절했을텐데.”

        

       “진짜 너무하네.”

        

        

        

        그렇게 느닷없이 십자포화를 맞게 된 갬빗을 뒤로 하고, 유진은 입을 열었다.

        

        

        

       “상기 소개했던 상위 20% 인원들은, 혁신적인 시도보단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행동 원리를 구축하죠.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현실에는 스킬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건, 혹시….”

        

       “그렇습니다.”

        

        

        

        스윽.

        

        허공에 띄워져있던 모든 그림들이 사그라들며, 다크 존 내에 존재하는 모든 스킬들이 허공을 부유하기 시작했다.

        

        답이 밝혀졌다.

        

        

        

       “바로 스킬이란 존재가 이번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여러분들에게 크나큰 변수를, 그리고 더 높은 곳으로 데려다줄 겁니다 – 이 즈음 되면, 여러분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슬슬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물론.

        

        그 다음 말은 없었지만, 이곳에 모인 네 명은 자신들의 운명이 앞으로 그리 행복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즉각적으로 예견하고 있었다.

        

        유진의 입이 열리고, 주변의 환경이 변했다. 어느샌가 그들의 복장 역시도 바뀌어있었다.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시간이 아까우므로,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름지기 우수한 결과라는 것은 수많은 담금질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리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이 이걸 보고 있다는 건 제가 피아노 경진대회를 무사히 끝냈다는 걸 의미합니다

    저는 오늘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의 3악장을 치고 나왔습니다

    슬슬 유진과 팀원들이 만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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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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