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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4

        방송을 시작하기 전, 나는 매니저들과 잠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럼 추첨으로 하는 게 좋겠느냐?”

       

        = “보통 이럴 때는 선착순 같은 방식이 더 낫긴 한데요.”

       

        = “사장님 시청자 수가 워낙 크니, 그냥 추첨 방식이 좋지 않을까요?”

       

        = “하지만 중간에 이상한 사람이 끼면 시간이 지연되지 않을까요?”

       

        즉흥적으로 잡게 된 오늘의 ‘시청자 참여 방송’에 대한 방식을 간단하게나마 정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세상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계획을 세움으로써,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준선은 생겨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회의도 그 ‘기준선’을 세우기 위한 회의였다.

       

        “그럼 추첨으로 시청자들을 뽑기로 하고…….”

       

        = “아, 사장님.”

       

        “왜 그러느냐?”

       

        ‘지형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매니저의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3번 홀로그램에 떠오른 매니저의 얼굴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새롭게 들어온 매니저였기 때문일까?

       

        = “그…… 다른 스트리머들에게서 합방 제의가 몇 가지 온 것이 있는데요.”

       

        “음? 그래?”

       

        내 합방 전적을 보고도 합방 제의를 하다니?

        생각보다 용감한 아이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말했다.

       

        “어지간하면 허락하거라.”

       

        = “넵!”

       

        = “그럼 회의는 이 정도로…….”

       

        = “아, 사장님. 지금 연락이 왔는데, 합방 제의했던 스트리머들 중 몇몇이 오늘 함께 게임 합방할 수 있냐고 답장이 왔는데요?”

       

        “음?”

       

        답장 한번 빠르구나. 혹시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매니저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비록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이지만, 오늘은 나의 ‘시청자’들과 함께 게임을 하기로 한 날이다.”

       

        그리고 나는 시청자들과 함께 게임을 하기로 어제 약속했다.

        비록 가벼운 약속인 데다, 세부 사항을 정한 것도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약속을 했는데, 함부로 약속을 깰 수야 있겠느냐?”

       

        = “아. 그럼 거절할까요?”

       

        “그래. 다만…… 추첨으로 함께하는 것까지는 허락한다고 하거라.”

       

        직업이 스트리머라고 해서, 그들이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다른 시청자들과 같은 조건으로 참여한다면, 나 역시 그것을 말릴 이유는 없다.

        정당하게 자기 행운으로 승부를 보아, 승리의 과실을 쟁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 “알겠습니다.”

       

        = “그럼 이렇게 진행하겠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다들 수고하거라.”

       

        각자 계획을 짜고 돌아가는 매니저들.

        이제부터 저들은 방송이 시작되기 전까지 철저하게 준비를 할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회의가 끝났을 때가 8시였는데, 지금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참고로 앞에서 말한 ‘8시’는 ‘오후 8시’를 말함이고, 뒤에 말한 ’12시’는 ‘오후 12시(오전 11시와 오후 1시 사이의 12시)’를 말하는 것이다.

        즉, 16시간이 지났다.

       

        “…….”

       

        아바타의 몸을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데, 필멸자로서의 시간 감각과 초월자로서의 시간 감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기분이 조금 묘하다.

        그냥 평범한 드래곤일 때는 나도 밝을 때는 사냥하러 돌아다니고, 어두워지면 은신처에서 자고 그랬는데, 초월자가 된 이후로는 안 자도 멀쩡해서 말이다.

        덕분에 요즘에는 이렇게 태양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시간 감각을 상실하고는 한다.

       

        “이러다가 정신 차려보면 몇백 년이 훌쩍 지나간다고 그랬는데…….”

       

        친분을 쌓던 초월자들이 꼭꼭 조심하라고 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시간 감각이었다.

        특히나 수명이 존재하는 필멸자들과 관계를 맺는 이들은 특히나 조심해야 한다고…….

       

        “……방송이나 켤까?”

       

        시간도 되었으니, 주섬주섬 방송을 켰다.

        그리고 인간들은 한참 밥을 먹거나 일할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들이 순식간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라하라하!

        – 끼얏호우!

        – 안냥하세여!

        – 용하

        – 용하

        – 라하

        – 용하!!

        – 용하하하하!!

       

        “반갑구나 아이들아.”

       

        언제나처럼 활기찬 아이들이다.

        나는 시청자들의 귀여운 모습을 바라보다 게임을 준비했다.

        오늘은 약속대로 시청자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날이니까.

       

        “약속대로, 오늘은 시청자들과 함께 ‘헌팅 어드벤쳐 월드’를 플레이 해보겠다.”

       

        – 와아아ㅏㅏㅏ!!!

        – 감사! 압도적 감사!

        – 끼에에에에에엑!!!

        – ㅋㅋㅋㅋ

        – 아싸

        – 어떻게 하나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 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흥분했다는 표시겠지?

       

        “오늘의 콘텐츠는 이렇게 진행될 것이다.”

       

        나는 16시간 전…… 그러니까 어제 매니저들과 함께 상의한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1. 함께 게임을 할 이들은 추첨을 통해 뽑는다.

        2. 추첨을 통해 3명씩, 총 24명의 사람들을 뽑는다.

        3. 사냥에 도전할 몬스터는 단 한 마리뿐이며,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 번의 사냥만 함께 한다.

       

        “몇 가지 사항이 더 있겠지만, 크게 이 정도라고 할 수 있겠구나.”

       

        – 호옹이.

        – 알겠습니다.

        – 젭알젭알…

        – 큭! 게임 오랜만에 킴

        – ㅋㅋㅋㅋㅋㅋㅋ

        – 가즈아아아아!!

        – ㅋㅋㅋ

       

        시청자들의 기대와 함께, 추첨을 시작했다.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고, 이내 24명이 뽑혔다.

        뽑힌 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뽑히지 못한 이들은 슬픔을 흘렸다.

       

        – 아아아악!!

        – 제발! 제발 더 뽑아주시면 안 되나요?!

        – 큭! 분하닷!

        – 히잉…. ㅠㅠ

        – 훌쩍!

       

        “안타깝게도 이 숫자가 최선이더구나.”

       

        이 ‘헌팅 어드벤쳐 월드’라는 게임에서는 하나의 사냥에 30~40분의 제한 시간을 둔다.

        사냥이 어떻게 흘러가든, 저 제한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사냥이 실패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30~40분을 온전히 사냥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빠르면 20분 안에, 늦어도 25분 정도면 사냥이 끝났으니까.

        심지어 실패할 경우에는 그 시간이 대폭 줄어들겠지.

       

        그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이렇게 숫자를 정해 둔 것이었다.

       

        이 게임에서는 총 4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사냥을 나갈 수 있고, 그 4명 중 한 명은 반드시 내가 끼어 있어야 하니, 한 번에 3명씩 짝짓게 되니까.

        내 방송 시간이 5시간 정도니, 8번의 사냥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숫자였다.

       

        “자. 그럼 첫 번째 참가자들을 초대해 볼까?”

       

        새로운 토크코드 채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토크코드 채널의 주소를 공유하자, 순식간에 수많은 이들이 채널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자, 1번째 참가자들만 음성 채팅방에 들어오거라.”

       

        띠롱! 띠롱! 띠롱!

       

        내가 말하자마자 음성 채팅방에 다른 사람이 입장했다는 신호음이 세 번 울렸다.

        마이크의 음량을 조절하는 사이, 스피커를 통해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효오오오…….”

       

        남자아이 둘에, 여자아이 하나인가?

       

        – 여자라고?

        – 여자가 있어?!

        – 아니 미친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세상에나 마상에나.

        – 시커먼 사내 새끼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뭔가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잠시 무시한 채, 참가자들에게 집중했다.

        아이들이 먼저 인사했으니, 나도 인사하는 것이 좋겠지?

       

        “반갑구나 아이들아.”

       

        = “와!”

       

        = “와와와와!”

       

        = “와아아아!!”

       

        “???”

       

        뭐지? 반응이 왜 이렇게 극적이야?

        어딘가 감격한 것 같은 1번 참가자들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이 아이들이 왜 이러는가?

       

        = “바, 반갑습니다! 공팔육사입니다!”

       

        = “아, 안녕하세요! 꽃돌이에요!”

       

        = “안녕하세효오! 둥글게둥글게입니다!”

       

        “그래. 다들 반갑구나.”

       

        각자 자기 닉네임을 말하며 기뻐하는 참가자들.

        그들의 반응이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들에게서 나쁜 기색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어느새 게임 속에서는 내 캐릭터를 포함한 4개의 캐릭터가 식당에 앉아 있었다.

        참가자들이 모두 게임에 접속된 후, 나는 이들에게 물었다.

       

        “그래. 그럼 무엇을 사냥해 볼까?”

       

        = “음…….”

       

        = “으음…….”

       

        = “어…….”

       

        내 말에 고민에 들어가는 셋.

        그 후 자기들끼리 서로 이야기하더니, ‘공팔육사’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가 나에게 물었다.

       

        = “아무거나 잡아도 되나요?”

       

        “뭐…… 지금의 나에게도 무리가 되지 않는 사냥감이라면, 상관없다.”

       

        = “알겠습니다.”

       

        그 질문 이후로 다시 자기들끼리 상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짧은 상의 끝에 결론을 냈다.

       

        = “이거 갈게요.”

       

        차랑~!

       

        한 명이 사냥감을 고르자, 모두에게 그 정보다 공유되었다.

        그리고 1번 참가자들이 선택한 사냥감은…….

       

        “고르고라스?”

       

        ……이건 본 적이 없는 몬스터인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참가자들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 “아, 이건 나중에 업데이트로 추가된 몬스터입니다.”

       

        = “엔드 콘텐츠예요.”

       

        “그렇구나.”

       

        그렇다면 내가 모를 만도 했다.

        나는 그저 이 게임의 스토리까지만 막 끝냈을 뿐이니까.

        그렇게 1번 참가자들과 함께 사냥에 나섰다.

       

        사냥터는 조금 낯선 곳이었다.

        최종 보스전처럼 넓은 원형의 공간이었다.

       

        쿵! 쿵! 쿵! 쿵!

       

        그 공간의 한가운데 내려앉은 4명의 캐릭터들이, 각자 자신들의 무기를 든 채 전방을 주시했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거대한 몬스터가 보였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

       

        “오우.”

       

        거대한 골렘을 닮은 인간형의 몬스터.

        인간들이 말하는 ‘강철 거인’, 혹은 ‘거대한 고릴라’의 형태를 가진 그 몬스터가 거칠게 포효하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 “사냥 시작합니다!”

       

        = “파이팅!”

       

        = “파이팅!”

       

        기합이라도 넣겠다는 듯 외치는 참가자들의 말에, 나 역시 대답했다.

       

        “그래. 다들 힘내자꾸나.”

       

        콰아아앙!

       

        몬스터의 공격을 회피하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님의 시참 방송!

    과연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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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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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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