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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4

       *** ***

       

       “저, 재능 없는 편입니까?”

         

       “제자야, 네가 검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네가 멍청하기 때문이다.”

         

       “아오…”

         

       거문성의 기운을 타고난 당소열은 사람을 통찰하고 사물의 본질을 보는 힘이 있었다.

         

       그런 당소열이 볼 때 호천안의 재능은 분명 뛰어났다. 애초에 당소열이 이끌어 주고 흑묘가 번역해 주었다 한들 고작 일주일만에 제대로 된 풀무질을 배운 것은 호천안의 노력은 물론이고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당소열은 일주일간 호천안을 지켜 보고 영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자라고 판단했다.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자라고.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좀 더 호천안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소열이 볼 때 호천안은 분명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자였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장애물이 많다.’

         

       당소열은 재능이 있으나 발현하지 못하는 이를 많이 보았다. 자신의 재능을 깨우칠 기회가 없어서 재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이유는 다양했지만 제 재능을 개화시키는 이가 드물다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당소열이 보기에도 호천안처럼 기묘하게 억눌려 있는 자는 처음이었다.

         

       재능이 뛰어난 자들은 금세 자신의 재능이 뛰어남을 알아차리기 마련이지만 호천안은 정 반대였다.

         

       호천안은 스스로 지닌 재능의 편린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계단을 몇 걸음씩 뛰어오를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계단 한 칸을 오를 수 있을지 망설이고 의심한다.

         

       그뿐이면 그냥 또 소심한 녀석이려니 하고 넘길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보는 사람이 복장이 터질 정도로 멍청하게 굴면서도 본인 스스로는 엄청나게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며 확신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니 참으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천재가 될 수 있는 자가 범재보다 살짝 뛰어난 수준에 만족하며 그게 자신의 분수라 여기고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으니 그게 멍청이가 아니면 무엇일까.

         

       당소열은 호천안을 보면 새장에 갇힌 새와 같이 느껴져 답답함이 치밀었다. 아니 그나마 새장에 갇힌 새는 타의에 의해 갇히기라도 했지 호천안은 본인이 본인을 꽁꽁 묶어놓았으니 그 답답함이 배가 되었다.

         

       저 재능을 모두 개화시킬 수만 있다면 이미 진작에 검을 만드는 법을 깨우치고 검기를 발현했을 텐데.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가 걸려 있는 상황이 이러할까.

         

       “멍청한 제자.”

         

       “….”

         

       파멸적인 언어구사능력을 지닌 당소열. 그런 당소열이 자신이 느낀 심정을 호천안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었다.

         

       “아니…”

         

       ‘거, 뭔 말만 하면 말끝마다 멍청하다는 소리를 하십니까!’라고 말하며 불만을 토로하려던 호천안의 말이 완성되는 일은 없었다.

         

       콰과과과광!!!

         

       천지를 울리는 폭음이 울려퍼졌기 때문이었다.

         

       *** ***

         

       폭음과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스승.”

         

       “얌전히 있거라.”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사태였지만 당소열은 폭음이 들린 북쪽으로 눈길 한 번 줄 뿐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깥에는 지금과 같은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당가의 무인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침착하게 기다리도록.”

         

       땡! 땡! 땡! 땡!

         

       얼마 지나지 않아 경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경종 소리가 들리자 당소열은 담뱃대의 재를 털어내며 말했다.

         

       “제자야, 공방에 있는 모든 불을 끄도록 해라. 화로 역시 예외는 없다. 멀찍이서 물을 뿌리도록.”

         

       “…알겠습니다.”

         

       내가 불을 끄는 사이에 당소열은 자신의 도구를 챙기기 시작했다. 당소열이 평소에 쓰는 도구들인지 가죽갑에 이런 저런 도구들을 끼워 등 뒤에 메고는 마지막으로 내가 쓰던 망치를 허리춤에 끼워넣었다.

         

       바깥에 나가니 당도연이 위험한 독극물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얼씬거리지도 말라는 북쪽에서 시커먼 연기가 크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큰일이로군.”

         

       폭음과 경종 소리에도 나른한 표정을 유지하던 당소열의 얼굴이 싹 굳었다.

         

       “비상 사태 때는 일단 가주전 앞에 모이게 되어 있으니 그쪽으로 방향을 잡자꾸나.”

         

       “예.”

         

       누가 괴짜 아니랄까봐 당소열의 공방은 동쪽 거리중에서도 최 외곽에 자리잡고 있었다. 다행인 점이라면 나나 당소열이나 절정 고수이니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일까.

         

       그렇게 동쪽 지역의 중심으로 향했을 때.

         

       으아악!

         

       “이노옴!”

         

       비명 소리 그리고 신호탄 소리와 함께 함께 교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 투견 당도경이 있다!”

         

       “당도연의 독편을 받아라!”

         

       경공을 사용해 달리던 골목을 빠져나와 대로로 진입하는 순간 나에게 보인 것은.

         

       쓰러져 있는 수많은 당가 무인들과.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있는 당도경과 당도연.

         

       그리고 흑립을 쓴 채 두 사람을 날려버리고 있는 괴한이었다.

         

       당도경과 당도연을 마무리하기 위해 움직이려는 괴한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비도를 출수했다. 초절정 두 사람을 가볍게 제압한 것을 보니 상대의 경지는 못해도 화경 말미였지만 그런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두 사람의 위기에 몸이 움직여 버렸다.

         

       당연하지만 흑립을 쓴 괴한은 가볍게 검을 놀려 내 비도를 튕겨냈다. 튕겨낸 것은 비도뿐만이 아니었다 무언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을 보니 당소열도 괴한을 향해 출수한 모양.

         

       “흐음.”

         

       괴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가볍게 흘린 신음성에 섞여 있는 감정은 흥미와 그리고…당혹감이었다.

         

       괴한이 잠시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는 사이에 나는 주변의 상황을 파악했다. 열 명 남짓의 당가 무인들이 쓰러져 있었고 한쪽에는 각자 몸을 숨기고 있는 장인들이 보였다. 무인들이 자인들의 피난을 유도하는 사이에 습격당한 것일까.

         

       심각한 상황이다.

         

       신호탄은 이미 울렸으니 시간을 끌면 지원군이 도착할 테지만…과연 지원군만으로 지금 상황을 타파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시간을 끄는 것이 가능할까.

         

       검을 뽑아들고 일휘청운검의 기수식을 취하고는 있었지만 검 한번 휘둘러 보는 것이 가능할까 싶은 상대였다. 그러니 말이라도 건네서 시간을 끌어야지.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오? 당가의 복수가 두렵지도 않소?”

         

       “당가의 복수가 두려웠다면 이런 일을 벌였겠는가.”

         

       다행히 괴한은 내 대화에 응해 주었다.

         

       “자네는 흑립을 쓰고 있으면서도 당가의 사람처럼 말하는 군. 정체가 뭔가?”

         

       “…본인은 사천낭인이오.”

         

       “흐음. 당가의 의뢰를 받아 머물고 있는 자인가.”

         

       시간을 끌 수만 있다면 내 사연은 2박 3일동안 떠들어 줄 용의도 있었지만 내가 사천낭인이라는 말을 듣자 고민에 빠진 듯한 괴한의 기색을 고려하여 입을 다물었다.

         

       “자네는 이쯤 물러서는 것이 어떤가? 자네는 고작해야 절정이고 나는 지금 초절정 세 사람이 섞인 무인 열명을 손쉽게 제압한 고수일세. 자네가 도망친다 한들 누가 자네를 비난하겠나?”

         

       “….불가하오.”

         

       최악의 경우, 감히 내 제안을 거부했나며 성을 내며 달려들 괴한의 공격을 받아칠 각오를 하고 내뱉은 말이었지만 괴한은 어쩐지 내 대답을 듣고는 껄껄 웃었다.

         

       “그래, 외압 따위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야 사천낭인이지.”

       

       “…마치, 자신도 사천낭인이라는 듯이 말하는구려.”

         

       “한때는 말일세.”

         

       괴한의 정체는 전대 사천낭인인가. 괴한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하나 주어졌지만 일단은 머릿속 한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저 자가 공격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나 따위는 일수에 제압된다.

         

       잡생각을 할 여유는 전혀 없었다.

         

       “이런 곳에서 후배를 마주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괴한은 연신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다가…주거 지역 쪽을 한 번 바라보고는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과를 거둔 셈이겠지. 후배, 선배가 한 마디 조언해도 괜찮겠나?”

         

       “…말씀하시오.”

         

       “당가와, 아니 정파와 손을 떼게나.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그들은 결코 낭인들을 자신들과 동류의 무인으로 인정하지 않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괴한 역시 말 한마디에 내가 감화될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는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잘 생각해보게.”

         

       그리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후우.”

         

       긴장감이 가시자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다리만 후들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온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단순한 긴장감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느끼지 못했을 뿐. 그 괴한은 이미 나에게 경력을 밀어 넣었던 것이다.

         

       전신의 기감과 신경을 모두 곤두세우고 있었음에도 눈 뜨고 코를 베인 셈이었다.

         

       괴한이 물러서고 나서야 뒤늦게 그 실력차이가 피부로 와닿았다.

         

       상대가 전대 사천낭인이라 날 봐주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순간이 호천안의 제삿날이 되었겠지.

         

       그야말로 운이 좋았다.

         

       “제자야, 괜찮으냐?”

         

       “…괜찮습니다.”

         

       내 안부를 묻는 당소열의 안색도 창백하기 그지 없었다. 역시 괴한의 경에 제압당했던 탓일까.

         

       “덕분에 살았구나.”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엄청난 기세가 이쪽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독의 어르신이었다.

         

       괴한은 독의 어르신의 기색을 감지하고 자취를 감췄던 것일까.

         

       독의 어르신의 지휘 하에 무인들의 응급조치를 빠르게 끝내고 즉석에서 들것을 만들어 부상자들을 들어 올렸다.

         

       “북쪽의 독물 보관소가 대파되어 온갖 독기가 새어 나오고 있는 상황일세. 당가타 전체가 독기에 범벅이 될지 모르니 이대로 당가타를 빠져 나갈 것일세.”

         

       부상자를 들것으로 나르는 상황에 무공을 모르는 일반 장인들까지 섞여 있는 상황. 이동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기에 대화할 여유는 충분했다.

         

       나는 독의 어르신에게 접근해 아까의 상황을 보고했다.

         

       “…전대 사천낭인으로 추정되는 괴한이라.”

         

       독의 어르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자가 지금 사태의 범인이겠군. 현재까지 당가타에서 신호탄이 울린 곳은 이곳 한 곳 뿐이었으니 말일세.”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오가는 대화는 없었다.

         

       당가타 바깥으로 나와 독기를 피해 이동하고 있는 당가 사람들과 합류했다. 무슨 독인지 추측도 안 되는 위험한 검은 녹색의 독기가 점차 당가를 잠식하고 있었다.

         

       “아아….”

         

       “당가타가…”

         

       당가의 사람들은 독기를 피해 도망치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이윽고 독기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 독의 어르신이 무리를 멈추어 세웠다.

         

       부상자를 돌보기 위해 부산히 움직이는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당가의 사람 대부분이 당가타의 방향만을 바라보았다.

         

       이미 당가타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독연에 완전히 잠식되어 있었다.

         

       성급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독기에 오염되어버린 당가타로 돌아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겠지.

         

       누군가는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쥐었으며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

         

       당가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고향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당가 사람들의 고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웬 놈들이냐!”

         

       고향을 잃었다는 슬픔이 가시기도 전.

         

       어디에선가 나타난 무림인들이 당가의 피난민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1/13일날 [호우호우호우] 님께서 [5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무려 휴가비까지 이렇게 챙겨 주시다니…흑흑. 장기휴재에도 이렇게 코인을 주시니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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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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