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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4

       놀랍게도 엔리는 요리를 잘했다.

       

       몸을 움직일 때 한없이 답답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식칼을 사용하는 그녀의 손동작은 깔끔했고,

       

       팬 속 음식을 휘저으며 콧노래를 부르는 엔리의 모습은 타인에게 기대감을 안겨 주었다.

       

       “대체 왜 잘하는 것이냐?”

       “네? 자취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거죠.”

       “…혼자 산다 해서 몸에 익는 게 맞느냐?”

       

       그러기에는 본인 또한 홀로 살아온 세월이 가볍지 아니하다만.

       

       최소한 여태 그대가 살아온 생보다 더 긴 삶을 혼자 살아왔을 터인데 어찌하야 본인의 요리 실력은 조금도 늘지 않은 것일까.

       

       그를 가지고서 의문을 표하자 엔리가 웃음을 지었다.

       

       “그야 제대로 안 배워서 그렇죠. 화령 씨가 항상 말하던 거잖아요?”

       

       흐음. 하기야 무라는 것도 잘못된 방식으로 노력을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듯 요리라는 것도 기초 없이 마구잡이로 해서야 의미가 없는 것인가.

       

       “원하신다면 나중에 가르쳐 드릴 수도 있는데요?!”

       

       – 자기가 잘하는 거 나왔다고 신난 거 봐 ㅋㅋ

       – 맨날 화령한테 갈굼만 당하다가 잘하는 거 나온 거니까.

       – 이제 영국식으로 갈구는 거야?

       

       흐음. 내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요리에는 관심이 있다.

       

       과거 무림에 머무를 적에 맛있는 음식을 먹겠단 일념하에 개고생을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환단으로 식사를 하던 게 원한이 되어서 말이다.

       

       가르쳐 주겠다면 내 거절을 할 이유는 없겠지.

       

       “그렇담 나중에 시간을 한 번 내야겠구나.”

       “넵! 제가 잘 가르쳐 드릴게요!”

       

       평소에 내게 한 소리만 듣다가 무언가를 배운단 사실에 신이 난 것이야?

       

       들떠 보이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아 재미있구나.

       

       내 앞에 접시를 내려놓으며 콧대를 높이는 엔리를 보며 그리 생각을 하다 문득 그녀의 곁을 지나다니는 여러 흐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이 몸은 허약하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으리란 확신이 들 정도로.

       

       허나 이런 몸일지라도 본인의 경지가 경지인지라 사용하고 적응함에 따라 자연스레 이 세상의 내기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가 그리는 길이 점차 선명해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엔리가 어깨에 맨 붕대를 기점으로 이질적인 흐름이 새겨지는 게 보였다.

       

       다른 곳의 흐름은 평범한 인간이 가지는 것 그대로다. 무엇인지도 설명할 수 있다.

       

       최근에 바루에게 배우는 것이 그러한 것인지라.

       

       허나 저것만큼은 달랐다.

       

       아마도 저 흐름이 좀비가 되어간다는 증거겠지.

       

       아직은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려다가 다른 기운들에 막혀 제자리만을 맴돌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 먹죠! 이런 신선한 음식들 조금 있으면 못 먹게 될 걸요?”

       “그래. 그러자꾸나.”

       

       벌써부터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지. 저것이 퍼지기 전에 백신이라는 것만을 구하면 된다 했으니.

       

       당장은 엔리가 해주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만족해도 되리라.

       

       *

       

       게임 내 시간으로 이틀이 지났다.

       

       게임 바깥의 시간으로는 대충 5시간 정도?

       

       그 동안에 우리는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구했다.

       

       우선적으로는 식량과 물. 점점 신선한 것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음식이란 대개 통조림이었다.

       

       그 다음은 언제 전기가 끊길지 모른다며 발전기를 구하려 다녔지.

       

       그 과정에서 본인은 죽은 자를 처리하는 무기 정도의 취급이었다.

       

       발전기와 관련된 것에 손을 대려 할 때마다 엔리가 기겁을 하더구나.

       

       본인에게 기계를 터트리는 저주라도 붙어있는 줄 아는 것인지.

       

       내가 그러한 것에 서툰 것은 인정하겠지만 그러한 반응은 너무하지 않으냐?

       

       티는 내지 않았지만 조금 서운했느니라.

       

       그리고 지금은 도시 외각 쪽에 있는 군부대에 찾아와 총기를 구하는 중이었다.

       

       “좋은 것들이 많네요! 저는 이거 샷건을 써야겠어요!”

       

       엔리는 총기를 다루는 게임을 자주 해 본 덕분인지 그를 조작하는 것에 익숙해 보였다.

       

       “화령씨는 뭘로 하시겠어요?”

       “흐음. 글쎄.”

       

       고민이 되는 구나.

       

       이것도 저것도 재밌어 보여서 말이다.

       

       무림에 존재하던 모든 무기를 다루어 봤던 본인이지만 처음으로 다루어 보는 무기이지 않은가.

       

       이것저것을 살펴보다가 본인이 선택한 것은 권총이었다.

       

       “권총이요? 주무기로는 애매할 텐데요.”

       “이 정도가 적당하다.”

       

       좀 더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커다라고 복잡한 걸 생각해봤을 터이나 지금은 여유롭다 말하긴 어려우니 말이다.

       

       “그치만.”

       “되었으니 조작법이나 알려다오.”

       “네. 그게…”

       

       요 이틀간 우리는 한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죽은 자들을 마주했고 내가 선두가 되어 그들을 처리했지.

       

       허나 그 동안에 우리는 단 하나의 백신도 찾아내지 못했다.

       

       노란 가방을 들고 있는 죽은 자를 몇 마주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하나 같이 비어있었지.

       

       세상의 일이라는 것은 억지를 부릴 때에 왜 이리 잔혹하게 구는 것인지 원.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다며 애써 웃어보이던 엔리였지만 그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될 때는 이게 말이 되냐며 소리를 질렀고 그게 다섯 번이 반복되자 이젠 화도 내지 않았다.

       

       그렇게 지금이 되었다.

       

       엔리가 이야기를 하길 오늘 밤은 좀비들의 밤이라 불리는 일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평상시에도 드글거리던 죽은 자들이 우리를 죽이기 위해 미친놈처럼 달려든다지 뭐냐.

       

       우리가 이 곳에 온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 죽은 자 무리를 상대하기 위해 최소한의 무기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엔리의 말을 듣고서 온 것이었지.

       

       지금 내 옆에서 권총을 어찌 다루면 되는 지를 설명하는 엔리의 한계는 그리 머지않았다.

       

       첫 날에는 그녀의 팔에만 머무르던 기운들이 이제는 가슴팍에 도달해 목을 타고서 머리로 향하려 하고 있었으니.

       

       본인이 생각하기에 저게 머리에 닿는 그 순간이 엔리의 마지막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 엔리 본인도 자신이 위험하다는 걸 느끼고 있으리라.

       

       평소보다 괜시리 밝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그를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자. 이해하셨죠?!”

       “그래.”

       “그럼 돌아가서 준비하죠! 화령님이 다 해주셔야해요! 아시죠?!”

       “그래. 알겠다. 걱정하지 말거라.”

       

       준비를 마치고서 미친 듯이 몰려들 죽은 자 무리를 격퇴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 곳에 왔다.

       

       그리고는 밤을 준비했다.

       

       무기를 점검하고,

       

       집에 설치해 둔 여러 방어책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마지막 식사가 될 지도 모른다며 있는 재료를 모두 다 부어서 만든 음식을 먹고.

       

       회색빛의 하늘이 검은 색으로 물들어 가는 걸 보았다.

       

       “지금부터 올 수많은 좀비들 중에 하나는 백신을 들고 있겠죠?!”

       “그렇겠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올지는 모르겠다만 여태까지 하나를 못 구한 걸 보면 이번에는 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

       

       이 세상에 백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면 그럴 것이다.

       

       “완벽하네요! 이번 밤 넘기면서 백신 구하고 치료하면서 아침 해 뜨고 방종!”

       

       – ???

       – 방종이라니!

        – 근데 오래하긴 했잖아.

        – 킹치만 이거 재밌단 말야.

       

       “자아. 한 번 해보죠!”

       

       자신의 총을 두 손으로 꾹 잡고 앞을 쳐다보는 그녀에게서는 굳은 결심이 묻어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가 즐거운 고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싶었다.

       

       오늘의 결전을 보면서 엔리가 얼마나 많은 긴장과 고민을 하고, 이 순간을 고대해왔는지를 알았기에.

       

       허나 그럴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리로 향하는 기운이 점차 기세를 높이고 있었으니까.

       

       여태까지 기운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을 때 그녀는 게임 시간으로 채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죽을 것이다.

       

       좀비가 되어 여기로 몰려드는 좀비 무리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만일 엔리가 이 세상에서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 난 그녀가 처절한 혈투 끝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내버려 두었겠지.

       

       허나 그녀는 죽음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자신의 결말을 알고서도 끝까지 살아남고자 했다.

       

       그렇다면 내 엔리의 지인된 도리로써 그녀의 바람을 지킬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나.

       

       “엔리.”

       “네?”

       “지금 몸 상태가 안 좋지 않으냐?”

       “…어.”

       “사실대로 말 하거라.”

       “…많이 안 좋죠?”

       

       – 뻐꾸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정보 지금 엔리 디버프 창에 떠 있는 것은 메스꺼움. 분노. 지침. 혼란 등이 있다.]

       

       – ㅋㅋㅋㅋ

        – 좀비되기 직전이잖아.

        – 근데 억까 심하긴 했어.

        – ㄹㅇ. 백신 5연속 안 뜨는 건 에바지.

       

       “내 혈도 몇 군데를 짚어주마. 좀 괜찮아질 것이다.”

       “그런 것도 돼요?”

       “물론이지.”

       

       엔리는 내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혈도를 짚어주겠다는 말에 한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목 뒤를 내어 주었고 나는 그녀의 혈도를 관찰할 수 있었다.

       

       흐음. 게임 속의 육신이라 그런가 현실과는 다르구나.

       

       그래봐야 평범한 사람의 몸이라는 건 똑같아서 혈자리를 찾는 데엔 지장이 없지만.

       

       머릿속으로 설계도를 그리고서 혈도를 눌렀다.

       

       신체의 강화라거나 노폐물을 빼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의 나로써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내 현실의 몸을 들고 왔다면 억지로 독을 빼낼 수도 있었겠지.

       

       바루처럼 도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이 기운이 그리는 것을 반대로 그려 막아낼 수 있었으리라.

       

       허나 지금의 나는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한 일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팔에서 시작된 기운이 머리로 향하는 것을 막는 것 뿐이었다.

       

       그녀가 죽은 자의 무리에 들어갈 수 없도록 강제한 것이다.

       

       조치를 끝마침과 동시에 엔리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제하곤 모두 막아버렸으니 어찌 멀쩡히 움직일 수 있겠는가.

       

       난 그녀를 받아내고는 땅 위에 눕혀 주었다.

       

       “이런. 실수를 했구나.”

       

       – ???

        – 뭐야. 돌팔이 엔딩이야?!

        – ㅁㅊㅋㅋㅋㅋ

       

       <아니! 화령 씨! 이게 무슨 일이에요?!>

       

       허어. 이런 식으로 소통이 가능할 줄이야.

       

       아무런 물음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어도 시스템은 조작할 수 있는 것인가.

       

       “혈도를 좀 잘못 눌렀나 보다. 이거야 원. 본인의 실수이니 본인이 감당해야겠지.”

       

       <??????>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솔직히 말해봐요. 킹부러죠.]

       

       “말이 되느냐. 어찌 본인이 일부러 도움이 될 이를 줄이겠는가.”

       

       – 그건 그런데.

        –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저런 부분에서 실수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

        – 맞음.

        – 화령이 무술 쓰는 데 실수할 리가 없어.

       

       본인이 조금이라도 복잡한 무언가를 만질 때에는 의심밖에 하지 않던 녀석들이 어찌 지금은 한결 같이 본인을 믿는가.

       

       그냥 실수했다 믿어주면 편할 것을.

       

       <화령씨?!!!>

       

       “이러지 않으면 백신을 찾기도 전에 좀비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말이다.”

       

       <아니 진짜로 일부러였어요?!>

       

       “잠시 기다리거라. 내 그대를 구해줄 터이니.”

       

       얼마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성도 없는 잡다한 것을 처리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느냐.

       

       “금방 돌아오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좀비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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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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