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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4

    오랜만에 미니 사신 정원을 살펴보니, 정원 안에 새로운 지형이 생겨나 있었다.

    마시멜로의 벌판을 넘어, 막대 쿠키의 숲을 지나서 존재하는 넓은 곳이었다.

    이름하여, 흑설탕의 사막!

    그 새로운 지역에는 수많은 미니 사신이 모여서, 새로운 간식과 모험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도 흑설탕 사막을 뚜방뚜방 돌아다니다, 어떤 호기심 많은 황금 사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막의 모래처럼 깔린 흑설탕을 냠냠 집어 먹는 황금 사신이었다.

    그 흑설탕이 생각보다 맛있었는지, 황금 사신은 입가에 설탕을 잔뜩 묻히며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설탕을 냠냠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황금 사신이 나를 발견하자, 후다닥 달려와서 나에게 흑설탕을 들이밀었다.

    ‘엄마! 이 흑설탕, 엄청 맛있어!’

    아무리 봐도 흙을 먹는 것 같아서 거절하자, 황금 사신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더니 다시 냠냠 흙을 먹기 시작했다.

    ‘이 흑설탕 한 번쯤은 죽어도 괜찮을 정도로 맛있는데….’

    이상하게 설탕인 것을 알아도, 흙을 먹는 어린애를 보는 기분이었다.

    얼굴에 설탕을 잔뜩 묻히고 있는 걸 보면, ‘흙 같은 건, 먹으면 안 돼!’라고 소리치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 흙 먹는 아이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어떤 미니 사신이 흑설탕 사막을 뚜방뚜방 걸어 다니고 있으면, 모래를 먹는 미니 사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

    그러면 그 미니 사신은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흙을 너무 맛있게 퍼먹는 모습을 구경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호기심 때문에라도 따라서 먹게 되는 것이다.

    나도 무심코 모래를 ‘얼마나 맛있길래 저렇게 먹지? 한 입만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로서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서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모든 미니 사신이 흙을 먹고 있는 건 아니었는데, 흙을 먹지 않는 미니 사신들은 사막을 돌아다니는 새로운 간식들을 조금씩 맛보고 있었다.

    보석처럼 투명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얼음과자 거미들.

    보라색 사탕으로 만들어진 보라 사탕 인형.

    미궁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두 종류의 간식들이었다.

    얼음 거미에게 잔뜩 몰려들어서 조금씩 뜯어먹는 미니 사신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운 얼굴로 거미를 뜯어먹고 있었지만, 붉은 사신은 조금 시무룩한 얼굴로 먹고 있었다.

    맛있게 잘 먹고 있으면서도 슬퍼 보이는 게 이상해서 붉은 사신에게 의지를 전달해서 물어보았다.

    ‘왜 그래?’

    내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붉은 사신은 자신이 먹고 있던 얼음과자를 들어 올리더니, 그 위에 불을 뿜어버렸다.

    당연히 뜨거운 불에 닿은 얼음은 순식간에 녹아내려 붉은 사신의 손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었다.

    ‘안 구워져!’

    속상한 얼굴로 붉은 사신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얼음을 구워 먹으려고 했던 건가? 

    딱히 뭐라 위로해 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만 했다.

    붉은 사신과 헤어진 뒤, 설탕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사막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니, 사막 구석에서 너무 편안해 보이는 녀석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매일 같이 뜯어먹히고 있어야 했지만, 새로운 간식이 늘어서 그런지 편안하게 쉬고 있는 아귀였다.

    편안하고 느긋한 표정.

    이상하게 아귀가 즐거워 보이면 괴롭히고 싶어진단 말이지.

    그래서 나는 시무룩한 붉은 사신에게 돌아가서, 구워 먹기 좋은 아귀의 위치를 귀띔해 주었다.

    히히.

    ***

    세희 연구소 뒤뜰.

    예린은 따사로운 태양 빛을 받으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누워있는 회색 사신에게 무릎 베게 해주고 있었다.

    일주일 넘게 달라붙어 있었던 검은 사신들이 사라져서 그런지, 회색 사신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예린은 잠이 든 것처럼 고요하게 눈을 감고 있는 회색 사신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한 장 찰칵 찍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아른아른 흔들리는 나뭇잎이 만드는 그림자 속에 누워있는 회색 사신의 행복해 보이는 한때가 제대로 표현된 사진이 찍혔다.

    ‘저장해 둬야겠네.’

    그렇게 예린은 찍은 사진을 보존용 폴더로 옮기면서, 저장된 다른 사진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진들을 넘겨보고 있었더니,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음? 

    사진을 천천히 넘겨서 확인할 때는 거의 티가 나지 않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알 수 있었다.

    특히 회색 사신이 처음 왔을 때 사진과 오늘 사진을 비교하면 확실했다.

    사신이가 조금 통통해졌어!

    볼의 각도가 좀 더 둥글어지고 조금 더 귀여워진 것 같았다.

    예전 사진들은 거의 변화가 없는 데 반해, 최근 들어서 조금 둥글둥글해졌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눈치채기 힘들 정도의 변화였지만, 예린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제서야 눈치채다니!

    매일매일 잠든 회색 사신의 손바닥 도장을 몰래 찍고 뱃살의 말랑한 정도 등을 측정하는 예린이었기에, 더욱더 충격이었다.

    먹어서 살이 찌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분명 계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예린은 앨범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에서는 시베리아 탈환을 완전히 포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예린이가 앨범을 마구 뒤지는 동안 미니 TV에서는 최근 계속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평화로운 세희 연구소의 일상이었다.

    ***

    세희 연구소 뒤뜰에 황혼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갑자기 내 몸무게를 재겠다고 난리를 피우던 예린이도 어느새 퇴근해 버리고 한산해진 세희 연구소 뒤뜰.

    나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헤일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프겠지.’

    아프겠지만 나의 꿈과 희망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나는 그대로 미궁에서 얻은 헤일로를 머리 위에 뒤집어썼다.

    그러자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이 느껴졌다.

    온몸에 불이 붙은 것 같았고, 내 온몸은 잔뜩 금이 간 유리창처럼 균열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든 적이라도, 헤일로 없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지 않으면 절대로 사용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나는 이를 꾹 악물고, 고통을 꾹 참으면서 마음속으로 내가 원하는 환상을 그려냈다.

    그러자 환상이 점점 현실을 잡아먹기 시작하고, 환상이 현실의 영역으로 억지로 끌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억겁의 시간 같은 10초가 지나서 환상이 완성되자, 나는 그대로 헤일로를 바닥에 내던졌다.

    ‘됐다!’

    나는 황금 사신처럼 해맑게 웃으며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지평선 너머로 거의 사라져가는 태양 빛에, 내가 만든 오브젝트는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황혼마저 완전히 지표면 속으로 잠겨버리자, 내가 원하던 모습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초록색으로 은은한 빛을 뿌리는 거대한 오브젝트!

    1:1 스케일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묘사한!

    야광 티라노사우루스!

    나는 그대로 야광 공룡의 등 뒤에 올라타서 세희 연구소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야광 공룡을 타고 다니는 회색 사신!’ 같은 신문 기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나에게는 알아서 걸어 다니는 풀 오토 야광 티라노가 있으니까!

    히히.

    역시 내 예상대로 야광 공룡에게는 고통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

    황금 사신이 납치당한 불법 연구소.

    황금 사신에게 사료를 먹이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던 여자의 귀로 커다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의 연구소 문을 부술 기세로 끊임없이 내려치는 난폭한 소리에 황금 사신을 납치한 여자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동업자들을 들여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남자들은 방 안의 물건을 툭툭 건드리면서, 여자를 향해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왜 이렇게 문을 늦게 열어? 우리 동업자잖아. 동업자. 문은 빨리 열어줘야지.”

    “우리가 관리하는 연구소가 여기 하나뿐인 줄 알아? 다음부터는 빨리빨리 열라고. 어?”

    위협적인 자세로 껄렁거리면서 들어온 남자 두 명은 투명한 강화 유리로 만든 격리실 안에서 빤히 바라보는 황금 사신을 발견하자,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뭐야. 진짜로 황금 사신을 잡았네?”

    그렇게 말한 남자는 정말 즐겁다는 것처럼 여자의 어깨를 마구 두들기며 웃었다.

    황금 사신은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해로운 인간?’

    황금 사신이 보기에 남자들은 애착 인간에게 살의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애착 인간이 싫어하고 있어.’

    마음 같아서는 이 유리 격리실에서 빠져나와서 애착 인간을 토닥여 주고 싶었지만, 애착 인간이 여기에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아서 꾹 참고 있었다.

    그렇게 황금 사신이 남자의 생명과 애착 인간의 기분을 저울질하고 있는 동안, 남자는 황금 사신의 격리실로 다가오며 여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건넸다.

    “이대로 제대로 격리만 해두도록 해. 그러면 제대로 연구소 하나 차릴 수 있을 거야. 황금 사신은 인기가 많거든.”

    “정말요?”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천천히 여자의 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남자의 말을 들은 황금 사신의 애착 인간은 굉장히 기뻐하고 있었는데.

    황금 사신은 그 감정을 느끼며 함께 좋아해 줄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온 남자의 몸에서 굉장히 해로운 느낌이 잔뜩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에 대한 끝없는 악의와 적의를 가진 존재에게서 묻은 것으로 보이는 감정의 흔적들이었다.

    ‘애착 인간이 위험해!’

    황금 사신은 그 순간 유령화로 격리실을 빠져나와서 남자들을 뚜방뚜방 따라가기 시작했다.

    “어, 어디 갔지?”

    황금 사신이 사라져서 슬퍼하는 애착 인간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황금 사신은 꾹 참고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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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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