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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5

       어버버? 으어어어!?

         

       “흐으어어어!!!”

         

       팽진아는 쩍하고 입을 벌렸다.

       바로 코앞.

       불과 50cm도 안 되는 바로 코앞.

         

       소중한 제자, 유세하가 입술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것도 하늘 같은 스승인, 이 몸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가져가 버렸다.

         

       말 그대로 천인공노한 일.

         

       “츄릅~”

       “이, 이, 이!!!”

         

       상대는 간악하기 짝이 없는 백발의 아리따운 미인이었다.

       부협회장 수옥빈.

       그녀의 핏빛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빛났다.

         

       순간, 팽진아는 예전에 읽었던 엘프들에 관한 고서가 기억났다.

         

       책의 이름은 분명.

         

       ‘우리는 왜 엘프들을 쫓아냈는가?’였을거다.

         

       -엘프들은 기본적으로 성에 있어서 매우 문란한 종족이다. 이들은 매력을 느끼는 이성이 보이면 인사라는 명목하에 딮키스를 갈겨버린다. 그대로 스킨십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지껄이며 몸으로 유혹하고 관계를 맺는다. 추가로 저 매력 부분에는 대상이 가진 재력도 크게 한몫한다.

         

       -몸을 빌미로 한 기생충 같은 삶을 이어가며 재산과 영향력을 쏙쏙 흡수. 시간이 지나 이성이 가진 경계심이 약해지면, 그대로 보쌈하여 본인들의 고향으로 납치해 버린다. 여기에 만약 이성에게 아내가 남아있다면 ‘니 남편 쩔더라?’라는 티배깅도 남긴다. 말 그대로 종족 전체가 간악, 해악의 벌레들이었다. (출처: ‘엘프에게 남편을 NTR 당한 어느 사제의 이야기’).

         

       “으이이. 이이이이!!!”

         

       팽진아는 부들부들 떨었다.

       [패천멸섬]을 사용하여, 힘이 없는 지금만 아니었다면…

       하다못해 공중만 아니었어도 당장이라도 달려들었을 텐데!

         

       한편 입맛을 다시던 수옥빈은, 뿌들뿌들 팽들팽들! 거리는 팽진아를 보며 풋 하고 웃었다.

         

       “진정하시죠. <패천검>. 화를 내는 것은 피부에 치명적이랍니다?”

       “이, 이…!!!”

       “제아무리 <패천검>. 당신이 서른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동안에, 꾸준한 단련으로 탱탱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훅 가는 건 한순간이지요.”

         

       슬슬 관리해야 하지 않겠어요?

         

       “헛소리 하지말고 유세하를 놓아라!”

       “엄머? 놓으면 떨어집니다?”

       “놀리지 마라!”

         

       수옥빈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발버둥을 치는 팽진아를 보며 쿡쿡 웃었다.

         

       그리곤 아까 마셨던 포션병을 던져주었다.

         

       “자, 일부러 반 정도 남겼어요.”

        “…뭐?”

         

       수옥빈은 박쥐 날개를 퍼덕이며 다가왔다.

       순순히 유세하를 넘기었다.

       멀뚱거리는 팽진아를 향해 폭탄 발언을 남겼다.

         

       “자, 어서 다 마시고 제가 했던 것처럼 유세하님의 입 안에 넣어주세요.”

       “……?”

         

       팽진아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을 끔벅거렸다.

       살짝 갸우뚱거리는 머리.

       곧, 시뻘게지며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몸을 떨었다.

         

       “흐, 흐아아앙?!”

       

        “흐음. 개성 있는 제자들과는 다르게 평범한 의성어네요 재미없게. 제가 하나 지어드릴까요? 뿌엥~은 어떠신지-”

         

       “-헛소리 집어치워!”

         

       잠깐의 말다툼.

       투닥투닥.

       수옥빈은 적당히 끊어내며 턱짓했다.

         

       “어서 먹이는 게 좋을 겁니다. 반만 가지고는 효능이 제대로 안 나오니까요.”

         

       그 말대로 유세하는 거친 숨을 쉬고 있었다.

       차도가 보이지만 양이 부족한 거였다.

         

       “…아니면 제가 마저 할까요?”

       “그, 그건 싫다!”

        “그럼 어서 하시죠. 저도 더는 시간을 끌어서는 좀 위험하거든요.”

         

       0.1초 고민.

       팽진아는 ‘우우우…’거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단숨에 원샷. 조심히 유세하의 머리를 들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힘찬 면모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소녀스럽게 그와 입을 맞췄다.

       수옥빈이 미리 열어두어서 그런가.

       쉽게 혀가 들어갔고, 그 안으로 액체를 흘려 넣었다.

         

       ‘이, 이게 바로 키스인가…’

         

       팽진아에게 있어 태어나 처음 해보는 이성과의 입맞춤.

         

       물론 유세하는 이성이 아닌…소중한 제자였다.

         

       ‘아, 아니, 이성은 맞긴 한 데. 그 저기…’

         

       으으으!!!

         

       팽진아는 뇌 내 혼란을 느끼며 버둥버둥 발을 굴렀다.

         

       수옥빈은 그녀의 모습에 쓰게 웃었다.

         

       일부러 밥상도 차려주고, 거기에 부족해서 숟가락까지 들려줬는데도 저리 못 먹을 줄이야.

         

       수옥빈은 어리석으면서도 풋풋하다고 생각했다.

         

       ‘기껏해야 200살은 살까 말까 하는 단명종이면서…’

         

       뭘 그리 망설일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냥 좋아하면 전력으로 부딪치면 되는 거 아닐까.

       스승이니 제자니 그런 게 무슨 상관이라고.

         

       ‘고집스러운 여자야.’

         

       그 점이 재미있기에 눈길이 가는 거고 도와주려는 거지만 말이다.

         

         

       * * *

         

         

       대충 몇 분 뒤.

       유세하는 ‘헉!’하고 눈을 떴다.

       상체를 일으키자, 팽진아가 부축해 주었다.

       

        “…괜찮나. 유세하 생도!”

       “네, 네. 어, 어라? 몸이 묘하게 가볍네…? 이럴 리가 없는데. 아, 아무튼 기린은요?!”

       “…거, 걱정하지 마라.”

         

       팽진아는 손가락을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시선 끝.

       산산조각이 난 기린의 몸체와 백색의 피가 흩뿌려진 광경을 인지하였다.

         

       저 멀리, 성기사와 사제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다행히 해냈군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건 그렇고…

       팽진아가 묘하게 땀을 흘렸다. 여기에 얼굴도 붉었다.

       의아하게 여기며 물어보았다.

         

       “…혹시 어디 다치셨어요?”

       “그, 그런 거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으응?”

       “일어나셨군요. 유세하님.”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수옥빈이 다가왔다.

       그녀는 곧바로 목에 건 넥타이를 들어 올렸다.

       넥타이에는 붉은 점이 빛을 내며 이동하고 있었다.

         

       미리 해두었던 이야기였기에, 유세하는 당황하지 않았다.

         

       “움직였군요.”

       “네, 기린이 폭사하자마자 발 빠르게 이동한 거로 추측됩니다.”

       “당연하지만…나츠랑 유리 두 사람은…”

       “당연히 데리고 갔지요. 유세하님이 말한 대로입니다.”

         

       붉은빛의 정체는 바로 시바새키 류코.

       그리고 그녀가 납치한 성녀가키 두 사람이었다.

         

       유세하는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둘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었을 때의 기억.

       그때 수옥빈에게 받아온 마력을 몰래 발라두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기린이 토벌되기 직전 시바새키 류코는 틀림없이 둘을 데리고 도주할 테니까.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지만, 신빛가람님의 감시와 견제를 무르게 할 수단이 있을 거라는 말…정확히 들어맞았습니다.”

         

       ‘고스라’에서도 그랬다.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바새키 류코에게 반드시 도주할 비장의 수가 있다는 메시지와 내용.

       그리고 그것을 뒤쫓는 추가 엑스트라 스토리까지.

         

       유세하는 그것을 상정하고 대비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도주한 덕분에…

         

       “조건을 만족하였네요.”

       “네, 이것으로 뒤탈 없이 끝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아무리 여러 정황과 증거를 모은다고 하여도 시바새키 류코는 주교다.

       그것도 성녀를 위로 올린 실세 중의 실세다.

         

       주교에서 내려와 감옥에 갇히는 건 확정이겠지만, 그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

         

       유세하는 그것이 불안했다.

       수옥빈 또한 뒤탈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확실한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다.

         

       “잘못된 보스 정보 유출. 같은 주교를 죽음으로 몰아 대실패를 하게 하였고. 마지막으로 성녀까지 납치하여 도주하였다. 이 정도면 그 자리에서 죽여도…누구도 뭐라 못하겠지요. 추가로 시바새키의 목적은 둘을 제물로 바치는 것. 중간에 잡는다면 다칠 위험도 없을 테고요.”

         

       “훌륭합니다.”

         

       수옥빈은 깔끔한 처리 방식에 빙그레 웃었다.

         

       덤으로 신빛가람이 현재 추적을 하고 있지만, 속도에서 뒤처진다는 말도 언급하였다.

         

       “저 또한 바로 추적할 생각입니다. 뒤처리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옥빈은 ‘확실하게 마무리하겠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때,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유세하가 의외의 질문을 하였다.

         

       “…괜찮으세요?”

       “뭐가 말이죠?”

       “…미리 말은 나눴지만, 부협회장님이 직접 손을 대시는 거잖아요. 저희를 대신해서…”

         

       수옥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싶었다.

         

       잠시, 눈을 끔벅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는 유세하를 바라보았다.

         

       이내, 말의 진의를 눈치챘다.

         

       ‘……아.’

         

       그는 걱정해 주고 있었던 거다.

       유세하의 눈에 감도는 순수함과 미안함.

       그러고 보니 처음 이 대화를 할 때도, 그는 흡사한 눈빛을 하였다.

         

       수옥빈은 작게 웃었다.

         

       ‘이것 참. 몇 년 만이지?’

         

       이 정도의 위치에 오른 자신이.

       괜찮으세요? 라는 말을 들어본 것은.

         

       대충 생각해 봐도 100년은 넘었다.

       언제나 괴물이니, 더러운 잡종이니 하는 모욕적인 어사를 더 많이 들은 수옥빈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마음씨가 가슴에 징하고 울렸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

         

       수옥빈을 몸을 숙였다.

       앉아있는 유세하를 마주 보았다.

         

       “저는 이미 이런 일을 질리도록 한 여자입니다.”

       “…그렇다고 상처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유세하님은 상냥하네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수옥빈은 유세하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작은 감사를 표했다.

         

       “유세하님은 본인이 하셔야 할 일은 마치신 지 오래입니다. 이제 제 차례입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

         

       유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옥빈은 빙그레 웃으며 ‘그럼 부탁한 거 받아 가겠다’라고 말하였다.

       유세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목을 내밀었고, 수옥빈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으, 으, 으……!”

         

       이 모습에 팽진아가 귀엽게도 부들거렸지만 넘겼다.

         

       이것 또한 미리 해두었던 말이다.

         

       ―<궁극스킬>을 쓰고 나면 저는 몇몇 강력한 스킬에 봉인이 걸립니다. 그렇기에 상성이 좋은 피를 바로 공급받을 필요가 있어요.

       ―알겠습니다. 제 피를 가져가세요.

       ―자, 잠깐만! 구, 굳이 유세하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 피를 가져가라!

       ―…그쪽은 이미 실험해 봤잖아요. <패천검> 당신의 피는 저랑 상성이 안 맞는다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맛대가리 없습니다.

       ―으으으…

         

       수옥빈은 속삭였다.

         

       “실례할게요.”

         

       그리곤 망설임 없이 유세하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꽂아 넣었다.

         

       쪽쪽.

       쪼오옥. 쪼오옥.

       애착 인형처럼 끌어안은 채 흡혈.

         

       유세하는 의외로 별로 아프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뭔가 간질거리면서도, 기분이 좋은 게.

       고위 뱀파이어는 흡혈하는 대상에게 원초적인 쾌락을 준다던데…이게 아마 그거라 추측했다.

         

       “후아…”

       

       곧, 유세하의 혈액이 수옥빈의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더욱 붉어졌다.

       마지막으로 유세하의 목에 난 구멍 자국을, 뱀처럼 길고 요염하며, 탄력 있는 혀로 츄류릅하고 핥았다.

         

       작게 ‘으으…’하고 신음을 내뱉는 유세하를 보며, 귀엽다는 듯 눈매에 호선을 그렸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더 기분 좋게 해주고 싶지만, 더는 여유 부릴 시간이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수옥빈은 순간 흠칫했다.

         

       놀라울 정도로 힘이 넘쳤다.

         

       ‘상성이 좋은 건 조금 맛봐서 알았지만…’

         

       이 정도로 힘을 끌어내 주는 피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흡혈했던 자 중 최고였다.

         

       주먹을 여러분 쥐는 수옥빈.

         

       유세하와 부들거리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은 팽진아를 향해 윙크했다.

         

       파닥파닥 박쥐 날개를 꺼내 날갯짓을 시작했다.

         

       “다녀올게요.”

       “부탁드립니다.”

       “…어, 어 어서 가라!”

       “후훗~”

         

       수옥빈은 번개처럼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녀는 유세하에게서 받아온 피를 모두 제물로 바쳤다.

         

       몸이 부서질 듯 쪼개지며, 하나하나 안개처럼 변하였다.

         

       유니크(Unique) 등급 [뒤섞이는 피]의 파생스킬. [핏빛 잔무리]였다.

         

       반드시 흡혈해야 발동할 수 있는 능력.

       구태여 유세하의 목에 상처를 낸 이유.

       동시에 30일이라는 쿨타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능력이었다.

         

       마지막으로 시바새키 류코가 도주하여도 반드시 잡을 수 있는 히든카드이기도 하였다.

         

       안개로 몸을 바꾼 수옥빈은 단숨에 날아갔다.

         

       모든 지형지물. 심지어 거대한 고층 건물과 산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하며 목표를 향해 최단 거리로 날아갔다.

         

       이는 곳 뒤쫓던 신빛가람조차 넘어섰고…

         

       ‘찾았군요.’

         

       뿔이 달린 거대한 흑색의 말 위에 올라탄 채, 부랴부랴 성녀가키를 데리고 도주 중인 시바새키년의 뒤통수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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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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