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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5

    그렇게 루크의 생일파티가 이제는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반 전체를 모두 초대하겠다는 메리의 당찬 포부는 지켜지지 못했다.

    메리는 루크가 반 아이들 모두에게 두루두루 호감을 사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초대에 응할 거란 생각을 했으나…….

     

    “생일파티 못 가서 미안해! 시험기간이라고 허락해주지 않으시는 거 있지.”

    “그래, 괜찮다. 그럴 수도 있지. 시험은 중요하니까.”

     

    대략 절반 이상의 아이들은 이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시험이란 그야말로 어떤 일보다 우선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딱히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원체 내성적이라 그런 파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많았다.

     

    루크는 그런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불가피한 일이다.

    노는 것을 남이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니.

     

    메리는 그런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더 오면 분명히 더 재미있을 텐데, 아쉽다.”

    “하하.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억지로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건 그렇지만…….”

    “그래, 아쉽기는 하지.”

     

    공부에 정이 없고, 친구와 함께 무리지어 노는 것이 훨씬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숫자여서 파티의 규모는 그렇게까지 작아지지 않았지만, 양 수인인 메리는 그것조차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다.

    그것이 원래 무리생활을 선호하는 양의 본능적인 특성이 발휘된 것인지, 원래 메리의 성격이 그런 것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말이다.

     

    루크 역시 내심 아쉬운 느낌이 들기는 했다.

    중요하다고는 하나, 사실은 고작해야 시험이다.

    종이조각에 써주는 줄 세우기용 번호표정도.

     

    그렇다고 시험을 신경쓰지 말라고 하기엔, 너무나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라 생각해 말을 아꼈을 뿐이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숫자였으니까.

     

    자신이야 별 무리도 없이 고득점을 받을 수 있고, 그런 점수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다.

    그러니 공부를 소홀히 하라고 할 수는 없겠지.

     

    “너무 나쁘게 보지는 말거라. 그 아이들도 성적 앞에선 그만큼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니. 그래도 되도록이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말이다.”

    “나도 동감이야! 나중에 보면 친구가 제일 중요하다고 아빠도 그랬는걸.”

     

    메리는 그에 맞장구 쳤다.

     

    시루드는 그렇게 말하는 루크를 살짝 흘겨보았다.

    저 말도 결국은 학교에 제 맘대로 나왔다 안나왔다 하면서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루크나 할 법한 소리다.

    마법 경시대회도 최연소로 입상했고, 전국 경시대회도 나간다고 했으면서 따로 준비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 똑똑한 머리를 갖고 있으니 벌써부터 경험이니 뭐니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파티에 오는 아이들의 수가 줄어드는 편이 시루드에겐 더 좋았다.

    원래 시루드는 그런 메리의 희망과 반대되는 입장이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 시루드가 딱 그러한 부류였기 때문이다.

     

    생일 파티의 규모를 이 정도로 키우기로 마음먹은 것도 사실은 루크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지, 자신이 원한 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친구들을 모아서 함께 노는 정도를 생각했는데, 루크가 아예 엄청난 규모를 계획하고 말아버린 것이다.

     

    ‘루크는 처음부터 되도록 많은 아이들과 놀고 싶어했으니까…….’

     

    잔뜩 기대해서는 연주자랑 공연자까지 불렀으니 말 다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루크가 아는 ‘파티’에 대한 인식이 다른 점에서 기인했다.

    5000년전의 사회 지도층인 ‘귀족’이 여는 파티는 그야말로 연회나, 영지 전체의 커다란 행사와 같았다.

    게다가 루크는 그 중에서도 상당한 입지를 자랑하던 이루시가문의 일원이었으므로, 그 규모가 정말로 압도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 루크가 평소에 참석하던 파티도 대부분 왕실에서 직접 주최하는 그러한 종류의 것들이 많았기에, 그러한 인식은 더욱 굳어진 상태였다.

    따라서 루크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파티’란 그러한 규모가 전부였을 뿐이다.

     

    루크는 곧 비참석 인원을 공책에 적으며 예산안을 마지막으로 작성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자신이 주최하는 파티에서 초대장을 발송하는 것이 보통이지, 이러한 식으로 파티를 열기 전에 참여의사를 직접 물어 조사를 하는 것은 사실 예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돈으로 여는 파티가 아니기에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다.

    현재 자신이 가진 돈은 기껏해야 최근 며칠간 첼로 연주로 벌어들인 몇 십만길이 전부였으니.

     

    ‘오래 쉬어서 그런지 벌이도 예전 같지가 않아.’

     

    항상 정해진 시간에 첼로를 연주하던 때와 비교했을 때, 수익이 크게 줄었다.

    예전엔 자주 보이던 얼굴들도 보이지 않고 말이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만 아니면 참 좋겠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메리가 장소를 빌려주었고, 인건비 역시 이미 메리의 집에 고용된 인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큰 지출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대의 발달한 기술 덕분에 대량생산이 용이 해졌기 때문인지, 과거에 비하면 물가도 굉장히 싼 편이다.

     

    루크는 문득 시루드에게 묻는다.

     

    “아 참. 공연자나 연주자는 어떻게 되었지? 혹시 벌써 구했느냐? 혹시 아직 구하지 않았다면 이 경우엔 빼도 될 것 같은데…….”

     

    일주일이 남은 시점에서 급하게 준비를 했다 보니 조사가 전체적으로 미흡했다.

    그 때문에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 것이다.

     

    하지만 시루드는 고개를 저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이미 구했고. 안 빼도 괜찮아, 너 노래랑 공연 좋아하잖아.”

    “그렇긴 하지만, 처음 생각보다 규모가 절반 이상 줄어서 말이지…….”

    “상관없어. 뭐, 처음부터 그 연주자들, 우리 엄마랑 아는 사이였으니까.”

    “뭐, 그런 거라면 다행이지만.”

     

    루크는 시루드의 말에 다소 안심한 듯 웃었다.

    그 웃음을 보며 시루드는 나름대로 보람을 느꼈다.

    집안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연주자나 공연자를 고용하는 것 정도는 크게 어렵지도 않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해도 말이다.

     

     

    그 순간, 교실의 문이 발칵 열리며 다른 반의 아이가 마치 제 반인 양 당당하게 입장했다.

     

    분홍색 머리를 양쪽으로 올려 묶은 귀여운 엘프소녀, 헬레나 루스핀드였다.

     

    “루크! 이번에 10살 기념으로 생일 파티를 연다고 하던데!”

    “아, 헬레나. 오랜만이로구나. 그동안 잘 지냈느냐?”

    “응, 잘지냈…….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헬레나는 성큼성큼 루크에게 다가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지금 제정신이야? 아무리 10살 생일이라지만, 시험기간인데 그렇게 크게 파티를 열어도 되는 거냐구!”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문제? 지금 문제라고 했어!”

     

    헬레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외친다.

     

    “아무리 정규시험이 아닌 모의평가라지만, 성적에 약간이나마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라고! 게다가, 성적표도 나오고! 공부를 할 시간도 빠듯한데, 지금굳이 이런 큰 파티를 여는 이유가 뭐야? 너 설마, 시험을 포기할 생각인 거야?”

    “아니, 시험은 볼 생각이다만.”

    “그 얘기는 역시 이번 시험에 진심으로 임하지 않겠다는 소리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글쎄…….”

     

    헬레나는 내심 루크와의 재결전을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루크가 그런 식으로 자신과의 ‘승부’를 포기하는 것을 전혀 원치 않았기에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 생각에 전혀 공감을 할 수 없던 루크는 헬레나의 그 의도를 읽을 수가 없었지만.

     

    ‘대체 왜 화를 내는 게지? 내 성적을 대신 걱정해 준 것인가?’

     

    아니면, 혹시 초대를 해주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헬레나는 보기보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니까, 대놓고 초대를 해달라고 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르지.

    보아하니, 항상 공부만 하느라 친구도 몇 없다는 듯 하다.

    헬레나에게 가장 값지고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그것을 떠올린 루크는 가방에서 종이를 한장 꺼내 빠르게 무언가를 적어 헬레나에게 건넸다.

     

    “자, 받게나.”

    “이게 뭔데?”

    “나의 연락처와 파티의 장소, 시간이 적힌 초대장이다. 혹시 생각이 있다면 연락 주거라. 그럼 내 그대 몫의 음식도 준비해 두도록 할테니.”

    “아니ㅡ! 나는 이런 걸 받으려고 한 게……!”

     

    그 순간, 메리가 헬레나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그래! 분명 재미있을 거야! 루크가 진짜 귀족 같은 파티로 준비해 뒀다구!”

    “아니, 그러니까 나는 그게……!”

    “딱 하루만 노는 건데 시험은 뭐 어때?”

    “그래, 공부가 하고 싶다면 내 나중에 같이 해줄테니, 지금은 노는 것이 어떻겠느냐?”

    헬레나는 루크가 ‘공부를 같이 해준다’는 말에 살짝 솔깃함을 느꼈다.

    저 수인 여자애는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는지 알게 된다면, 자신은 날개를 펼친 드래곤마냥 더욱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녀는 초대장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정말이야?”

    “그러엄! 물론이지. 예전에 네게 도움을 받은 적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루크는 하려던 말을 멈추곤 자리에서 일어나 헬레나에게 다가갔다.

    -속닥속닥.

    헬레나만이 들을 수 있도록 작게 귓속말을 건네는 루크.

     

    그러자 헬레나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누, 누가 뭐래? 그, 그건 전혀 관심 없거든!”

     

    헬레나는 그렇게 초대장을 낚아챈 뒤 휙 하고 반에서 나가버린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돌아와 머리를 빼꼼 내밀고는 시루드를 향해 ‘메롱’을 하고선 다시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시루드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루크, 아까 쟤한테 귓속말로 뭐라고 한거야? 갑자기 나한테 왜 저래?”

    “그러게, 나도 궁금하네.”

     

    하지만 루크는 피식 웃으며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비밀이다.”

    “에-. 뭔데? 알려줘!”

    “비밀이라니, 대체 뭐길래 그러는 건데?”

     

    계속된 재촉에도 불구하고 루크는 입을 다물었다.

    결국 결정을 하는 것은 헬레나의 몫이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메롱은 츤데레의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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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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