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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5

       

       

       

       

       

       “반응이 있어요!”

       “오?”

       

       다들 포기하려던 참에 외친 내 말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쀼우?! 근데 아르 마력은 안 올라써!”

       

       아르도 놀랐지만, 이내 마력이 오르지 않은 걸 깨닫고는 조금 시무룩했다. 

       

       “어, 그게 있잖아.”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반응은 있는데, 정확히는 레벨이 오른 게 아니라 경험치가 오른 거였다.

       

       ‘그래, 이런 거 하나 하나에 1레벨씩 계속 오르길 바라는 건 양심이 없는 거지.’

       

       …그냥 마음 통하는 걸로 경험치 오르는 거 바라는 것도 사실 양심이 없는 거긴 한데.

       

       아무튼.

       

       “계약에 반응 자체는 있는데, 이게 실제로 강해지려면 이런 반응이 좀 누적이 되어야 하나 봐.”

       

       반응 자체는 있다는 말에 아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구러면 어쨌뜬 레온이랑 맘이 통할 때마다 효과는 있다는 거자나? 헤헤, 레온이랑 앞으로도 통해야징!”

       

       듣고 있던 알렉스가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첨언했다. 

       

       “아무래도 인위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통하는 게 중요한 모양이네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뭐, 그럼 계속 평소처럼 지내다 보면 알아서 되지 않을까요?”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 같은 게 없는 건 좀 아쉽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오히려 그런 점이 아르에게는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해져서 사람들을 지켜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으면 아르의 정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왕이 침공을 올 텐데, 확실하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탱자탱자 놀고만 있으면 아르가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다. 

       

       -레온, 아르 왜 안 강해져? 아르랑 똑가튼 생각 안 하구 있는 고야?

       -빨리 아르가 강해져야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뎅….

       

       그러다가 정서가 불안해지기라도 하면….

       

       -레오온! 얼릉 아르랑 똑가튼 생각 하라니깐? 왜 아르 맘을 몰라 주는 고야?

       -빨리 가튼 생각 해 바!

       -아직두 안 강해져써? 우쒸, 레온 미워!

       

       …이렇게 되는 거 아니야?

       

       저렇게 말하며 나에게 화난 눈을 번뜩이는 아르를 상상하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안 되지, 우리 착한 아르를 흑화하게 만들 수는 없어.’

       

       상상이지만 아르가 나보고 미워! 같은 말을 하는 걸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경험치가 오르는 건 어디까지나 보너스 개념으로 생각해야 돼.’

       

       중요한 건 아르랑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추억을 만드는 거다.

       카르사유도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했었고 말이다. 

       

       ‘이대로가 딱 좋아.’

       

       이러면 위험하게 레벨링 한다고 제국 밖으로 나가서 마물 잡으려다가 포위당한다거나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일도 없다. 

       

       “어쨌든 효과가 있다는 건 알았으니 됐고, 지금은 떡볶이나 먹을까요?”

       

       나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으음, 근데 보니까 메뉴에 떡볶이는 없는데요?”

       

       어느새 룸 서비스 메뉴판을 살피고 있던 실비아가 말했다. 

       

       “떡볶이가 없다고요?”

       

       나도 떡볶이가 땡겼던 건 진심이었기 때문에, 실망감에 어깨를 늘어뜨렸다.

       

       “떡뽀끼 업써, 온니? 히잉.”

       

       아르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실비아는 나란히 같은 동작을 하는 우리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푸흣, 뭐 어때요. 없으면 나가서 먹으면 되잖아요. 아침 먹은 지 그렇게 오래 안 됐으니 소화도 시킬 겸 나가서 방앗간에라도 들러요. 마침 큰 방앗간이 근처에 하나 있던데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떡만 있으면야 떡볶이는 제가 직접 하면 되죠.”

       

       물론 밖에서 떡볶이 파는 집을 찾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방앗간이 있으면 얘기가 또 다르다. 

       

       ‘갓 나온 따끈따끈하고 쫄깃한 떡을 사다가 해 먹는 떡볶이는 다르지. 암.’

       

       그러고 보니 이런 큰 도시에 있는 방앗간이면 금방 뽑아 낸 떡뿐 아니라 꿀떡이나 기타 맛있는 떡들도 만들어서 팔 텐데.

       

       감자떡을 좋아하던 아르니까 데려가서 다양한 떡을 보여주고 맛보게 해 주면 또 좋을 것 같았다. 

       

       “레온 님이 직접 해 주시는 떡볶이라니. 기대되는데요?”

       “저도 좋아요. 안 그래도 오늘 숙취 때문에 늦게 일어났는데 이제라도 밖에 나가서 햇빛 좀 쐬어야죠.”

       “난 밖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알렉스 넌 그럼 여기서 혼자 쉬고 있든지.”

       “됐거든? 나도 아르랑 같이 나갈 거야.”

       

       그새 아르에게 정을 붙인 듯, 알렉스는 우리와 함께 나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니 화사한 햇살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적당한 구름, 따뜻한 햇살, 그리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까지.

       

       “날씨가 너무 좋네.”

       “그러네요.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예요.”

       

       내 옆에서 함께 걸으며 미소를 짓는 실비아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처럼 보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날에 산책을 나와 왼쪽에는 실비아 씨, 오른쪽엔 아르라니. 이것만으로도 벌써 행복하네.

       

       “어? 아르 님이다!”

       “아르 님이라고? 어디?”

       “엄마! 아르!”

       

       산책을 하다 보니 아르를 알아본 사람들이 와서 아르에게 인사를 했다.

       

       “쀼우, 안뇽 얘들아!”

       “우아아아! 나 드래곤 처음 봤어!”

       “손 한 번만 잡아 봐도 돼요?”

       “구럼! 일루 와 바!”

       “앗싸!”

       

       친절한 드래곤으로 소문이 자자한 아르의 주변으로 아이들이 특히 많이 모여들었고, 아르는 많은 아이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며 웃어 주었다. 

       

       ‘슈퍼스타 다 됐네, 우리 아르.’

       

       저렇게 가는 곳마다 주목을 받으면 피곤하거나 귀찮을 때가 있을 법도 한데, 아르는 이렇게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마다 지치지도 않고 호응을 해 주었다.

       

       ‘아주 좋아. 사랑 받고 큰 티가 팍팍 나잖아.’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법이고, 사랑을 받은 사람이 줄 줄도 아는 법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으로 키운 아르가 저렇게 바르게 커서 다른 사람들의 사랑에 보답할 줄 아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했다. 

       

       “우와…. 드래곤이다.”

       “애들이 겁도 없네. 드래곤이면 그래도 좀 위험하지 않을까…?”

       “그러게.”

       

       물론 아르에게 아무런 경계심이 없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몸집을 성인 인간 크기보다 살짝 큰 수준으로 조절해 놨다지만 어쨌든 드래곤은 드래곤이었고.

       

       만에 하나 변덕을 부려 돌변하면 여기 있는 일반인들은 파리 목숨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내심 걱정을 하며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뭐,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그것까지 아르를 의심한다며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걱정은 자유니까.’

       

       아무리 귀여워 보이더라도,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마음속으로는 두려워하는 게 어떻게 보면 본능적인 거고, 생존에 유리한 거다. 

       

       그리고 저런 사람들이 있어야 아르가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지 않겠는가. 

       

       정말 보는 사람들마다 겁도 없이 달려와서 껴안고 악수해 달라고 하고, 싸인해 달라고…아, 싸인은 아직 안 만들었을 텐데. 

       

       아무튼.

       

       만약 보는 사람들마다 아르에게 와서 말을 걸면 우린 방앗간에 도착하기 전에 소화가 다 되는 걸 넘어서 배가 곯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귀여운 거 안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

       

       데보라 같은 경우가 바로 그 경우다.

       

       물론 데보라는 이미 자연스럽게 아르며들었지만, 처음엔 아르 인형을 보고도 귀여운 줄 모르던 사람이지 않은가. 

       

       ‘귀여운 거 하나로 모든 사람의 인기를 독차지할 수 있다면 동물 뉴튜브는 진즉 모든 카테고리 중에서 압도적 1등이었어야지.’

       

       어쨌든 우리는 팬 미팅을 마친 아르와 함께 산책을 하고, 곧 방앗간에 도착했다. 

       

       “우와…. 여기가 방앗간이구나.”

       “생각보다도 더 크네요.”

       “레온! 쩌기 엄쳥 큰 물레방아가 이써!”

       

       아르는 처음 보는 풍경들을 전부 눈에 꼭꼭 담겠다는 듯 빛나는 눈빛으로 방앗간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어서 오십시오! 오오, 귀한 손님이 찾아 주셨군요! 아르 님에, 용사님까지!”

       

       방앗간 주인은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일단 떡 사러 오긴 했는데 혹시 안쪽도 좀 구경해도 되나요? 일하는 데에 방해는 안 되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이렇게 개방해 놓고 운영하는 곳은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온 김에 아르에게 일종의 견학을 시켜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혹시 좀 민폐인가?’

       

       사실 드래곤, 용사와 함께 다니면 이런 게 좀 걱정될 때가 있다. 

       그냥 순수하게 물어보는 건데, 주인장 입장에서는 지위를 이용해 반쯤 강요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주인장은 더없이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물론이지요! 저희 방앗간에선 손님들께서 믿고 드실 수 있도록 언제든 떡 만드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실 수 있으며, 자유롭게 떡에 관심을 가지실 수 있도록 직접 떡을 만들어 보는 체험 코스도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오오! 체험 코스도 있어요?”

       

       어렸을 때 학교에서 체험 학습 같은 거 가면 되게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마침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크으, 실비아 씨. 방앗간 제안 너무 나이스였어요.’

       

       우리 둘 다 부모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아르도 분명 좋아할 거라고 확신한 나는 아르를 불렀다.

       

       “아르야, 여기…. 응? 아르가 어디 갔지?”

       

       돌아 보니 아르는 이미 가판대 쪽으로 가서 따끈따끈하게 나와 진열된 형형색색의 예쁜 떡들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레온! 아르 이거 머거 보고 시퍼!”

       “…….”

       

       츄릅, 하고 침을 삼키는 아르를 보니, 일단 입에 맛있는 떡부터 몇 개 넣어 주고 시작해야 될 듯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아잔틴 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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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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