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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5

       사방에서 나타난 무인들. 그 수가 많지는 않았으나 한명한명의 경지가 심상치 않았다.

         

       “저 자는…? 운남의 형귀살이 아닌가?”

         

       “각수문의 염왕도?”

         

       “어째서 운남의 사파들이..!”

         

       혼란스러운 듯한 당가 무인들의 외침.

         

       나 역시도 그런 당가 무인들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혼란스러웠다.

         

       [무림천하]에 이런 이벤트는 없었다. 심지어 비슷한 이벤트조차 없었다. 당가타가 독물에 절여지고 운남의 사파 세력에게 공격당하는 이벤트는 보지도 못했고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일까.

         

       [네 놈들이렸다?]

         

       익숙한 음성의 육합전성이 내 귓가에 내리꽂혔다.

         

       독의 당처인.

         

       [네 놈들이 감히 당가의 독물 저장고를 습격하고, 그것도 모자라 당가의 핏줄을 위협하기 위해 나타났느냐?]

         

       당가의 일족들 사이를 벗어난 독의 어르신에게서 녹색의 기운이 줄기줄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독의 당처인.

         

       천하제일의 독술사가 전력으로 독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사천당가의 이름에 맹세코 오늘 이 습격에 조금이라도 손을 보탠 자는 살아있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그것은 곤란하군.”

         

       쐐애애액!

         

       아까 한 번 들어온 목소리가 들리고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에서 한 자루의 검이 독의 어르신을 향해 쏘아졌다.

         

       이기어검!

         

       막 독기를 터트리며 당가 혈족을 포위한 사파들을 쓸어버리려 했던 독의 어르신은 인상을 찡그리며 독기의 방출을 멈추고 손에 독장을 형성했다.

         

       콰아아아앙!!

         

       이기어검은 화경의 고수에게 유의미한 공격은 아니었다. 초절정 이상의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강기가 필수.

         

       그러나 이기어검을 튕겨낸 독의 어르신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이기어검을 쏘아냈다는 것 자체가 상대가 화경에 올랐다는 증명이었으니,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독의 어르신과 일수를 나눈 검은 어느새 나타난 흑립 괴한의 검집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네가 이 무리의 우두머리인가?”

         

       이번에는 당광렬 가주가 앞으로 나섰다.

         

       “우두머리라는 표현은 좀 그렇군. 동지라 표현해 주시겠소? 가주?”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당광렬 가주는 어느 때보다 냉정했다.

         

       그 냉정함은 분노가 완전히 임계점을 넘어 차게 식어버린 듯한 냉정함이었다.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파 나부랭이들은 물론이고 네 녀석까지. 너희들은 모두 당가의 원수가 되었다.”

         

       그야말로 숨이 턱 막히는 선언. 당가의 원수가 될 각오를 하고 모습을 드러낸 사파의 고수들마저 마른침을 삼킬 정도로 묵직한 이기도 했다.

         

       그러나 흑립을 쓴 괴한은 그저 여유롭게 흑립을 고쳐 쓸 뿐이었다.

         

       “당가를 습격할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오.”

         

       “각오를 했다면 사천낭인 흉내는 집어치우고 정체를 드러내거라.”

         

       “하하하! 흉내, 흉내라..! 뭐 좋소. 이 흑립은 벗을 수 없으나 내 소개를 하리라.”

         

       흑립을 쓴 괴한은 담담하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본인은 낭야검 정철이오.”

         

       “….정철!”

         

       …예상했던 이름이 나왔다. 사실 어느 정도 뻔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초절정에 오른 사천낭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서는 누군가 화경에 닿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천낭인을 자처하지 않을 것이다.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사천낭인들은 다 낭인의 신분을 정리하고 각자의 목표를 향해 사천을 떠났으니까.

         

       정철이 자신의 정체를 밝힘으로써 내 머릿속은 더욱더 혼란스러워졌다.

         

       게임 속 [무림천하]의 시나리오는 플레이어의 행동 방식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낭야검 정철은 그런 변화하지 않는 흐름에 속해 있는 자였다.

         

       내가 여태동안 경험한 무림천하에서 정철의 행동 패턴은 단일화 되어 있었다.

         

       현경의 경지에 도달하면 하산해 사천낭인의 우두머리를 자처하며 사천성을 집어삼킨다. 플레이어가 사천의 정파에 소속되어 운남을 집어 삼켜도, 사파의 우두머리가 되어 사천을 집어 삼키는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더라도 정철은 그저 사천의 제 3세력으로 등장할 뿐이었는데…

         

       어째서 사파와 연합하여 당가를 공격하게 된 것일까.

         

       “자네의 일화는 내 잘 알고 있지. 언젠가 사천 무인을 모두 꺾을 수 있을 때 돌아오겠다고 선언했다지? 이게 바로 자네가 부르짖었던 ‘꺾는 방식’인가?”

         

       “당가의 사람들은 나를 비난할 자격이 없소.”

         

       당광렬의 비꼼에도 정철은 요지부동이었다.

         

       “뭐라?”

         

       “가주, 지금의 사천무림을 만든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오? 나는 당가라 생각하오.”

         

       정철은 그저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라. 세상에 그런 법도가 어디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당가의 오만함은 그것을 실현으로 옮기고 말았으니 그게 지금의 뒤틀린 사천무림을 만든 시발점이 되었지.”

         

       “정파와 사파가 세력을 놓고 다투는 것은 이 무림에서는 일반적인 일에 불과했소. 그러나 당가는 어찌 대응했는가? 원한을 열 배로 갚아야 한다며 사천의 정파라는 정파는 모두 모아 사파의 씨를 말려 버렸지 않았는가?”

         

       “그대들이 사파의 씨를 말려버린 탓에 사천무림은 기이한 형태가 되어버리고 말았지. 그리고 사천낭인들은 그런 기이한 형태의 사천무림에 휘말려 강제로 피해를 본 자들이 생겨나고 말았지 않소?”

         

       “…그것이, 사천낭인이라 주장하는가?”

         

       “주장이 아니라 사실이오. 당가가 원한을 열 배로 갚는다고 사천에서 사파의 씨를 말려버리지 않았더라면 사천성에서 성장할 동력을 갈구한 문파들이 낭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을까?”

         

       정철의 말은 궤변이었다.

         

       정파와 사파가 마치 서로를 존중하며 그 뿌리를 보존해야 한다는 양 말하는 정철의 주장은 일견 무림의 세태와 맞아 떨어지는 듯 싶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정파와 사파는 늘 언제나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어느 누가 자기 영역 근처에서 적을 두고 싶어하겠는가?

         

       한 지역에서 정파나 사파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이유는 그저 정파든 사파든 완전히 한쪽을 뿌리 뽑을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뿌리 뽑지 않는 이상 적당히 하는 것이 상책이기에 그저 그렇게 넘기는 것이 암묵적인 관례가 되었을 뿐.

         

       그러나 정철의 주장은 명분으로서 내세울 수는 있었다.

         

       …그가 바로 현 사천무림의 뒤틀림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것은 온 사천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도를 넘었구나.”

         

       현 당가의 가주, 당광렬은 정철의 주장을 단 한마디로 압축했다.

         

       그랬다.

         

       정철이 내건 명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정철이 벌인 행동은 완벽하게 도를 넘었다.

         

       당가의 창고를 습격해 독극물들을 유출시키고.

         

       무공을 배우지 않은 무계는 물론이고 어린아이들과 아녀자까지 포함되어있는 당가의 혈족을 포위하고 위협하는 일은 극악한 마두로 몰린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었다.

         

       “네 경솔한 행동 때문에 당가타의 대지에는 독이 스며들었다. 저 땅이 진정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는 하늘만이 아는 일이 되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무공을 모르는 이들은 물론이요, 아이들과 아녀자들까지 핍박하려 드느냐?”

         

       “하, 나는 한 명의 무인으로서 부끄러움 없는 선택을 했을 뿐이오.”

         

       “…뭐라고?”

         

       “오늘 내가 대동한 사파의 고수들은 그저 내 호위로서 이 자리에 동행한 것 뿐이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파의 무인들이 당가 사람들의 털끝이라도 건드렸는가? 다 내가 한 행동일 뿐이고 무인이 아닌 사람을 건드린 적이 없거늘 아녀자와 아이를 핍박했다니 과장이 심하군.”

         

       “네놈…!”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오히려 당가가 아닌가?”

         

       정철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무인 대 무인의 대결이란 바로 무공의 겨룸. 암기와 독을 쓰는 것은 당가의 특색이라 치더라도 대에 대를 이어 계속해 극독을 축적하고 그런 극독이라는 기진이보에 의지해 적을 물리치는 것이 과연 진정 무인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의 자세인가?”

         

       “이놈…!”

         

       “그대는 그대의 입으로 나를 무공을 모르는 자들을 핍박하는 무뢰배라 말했지만 저들 중 섞여 있는 장인과 의원들이 진정 무고한가? 저들이 암기를 만들고 독을 제조하는 이상 저들은 무공을 모른다 한들 당가의 전력일 뿐이오! 본인이 당가의 극독을 폭파시키고 맹독을 유출시킨 것은 무고한 자들의 희생을 피하고 무인 대 무인으로서의 대결을 추구했기 때문이오.”

         

       명분은 기가 막히게 갖추네.

         

       당가의 힘의 근본은 암기와 독을 생산하는 무계들이다. 장인이 만든 암기, 의원들이 만든 독물이 철저하게 훈련된 직계와 방계들의 손에 쥐어지기 때문에 당가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정철은 당가타 전체를 독기에 잠기게 하며 독과 암기의 보급을 끊어놓고는 무공을 모르는 자들을 전투에서 배제하기 위한 분리 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선언하겠소! 이 정철! 당가가 주축으로 만들어낸 이 뒤틀린 사천무림을 본래의 형태로 되돌릴 것이오! 사파와 정파가 무를 겨루는 본래의 모습으로 말이오! 그리하여 고통받는 사천낭인들을 구제할 것이오!”

         

       “…정녕 끝을 보겠다는 것인가.”

         

       “시작한 일은 끝맺어야 하지 않겠소.”

         

       당광렬 가주는 당장이라도 출수하고 싶다는 듯이 손을 움직였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독의 어르신과 가주님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파의 고수들은 대부분을 격살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사파의 고수들이 출동하긴 했지만 화경급으로 보이는 이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면 당가의 식솔들이 모조리 휘말려들게 된다. 아무리 화가 날 지라도 가주님이나 독의 어르신이나 그런 선택을 할 사람들은 아니었다.

         

       “할 말은 모두 주고 받은 것 같구려.”

         

       정철 역시 그리 확신하고 있었는지 제 할말만을 전한 채 물러서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천낭인을 구제한다고 하셨소?”

         

       내가 나서야지.

         

       포위망을 풀고 움직이려는 운남 사파 고수들의 발걸음이 멈추었고.

         

       그리고 막 몸을 돌리려던 정철의 움직임 역시 멈추었다.

         

       나는 당가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오며 당광렬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송구합니다. 가주님. 객의 신분으로 멋대로 나서버린 점 사죄드리겠습니다.”

         

       “…아닐세. 자네 역시 사천낭인이니…무관하다 할 수 없겠지.”

         

       “저자와 잠시 대화를 나누어도 괜찮겠습니까?”

         

       당가주는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없이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겉으로는 정중하게 굴었지만 정철과 대화를 해야만 한다는 내 강렬한 의지를 읽어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정철처럼 흑립을 잡으며 내가 사천낭임임을 강조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래, 사천낭인을 구제한다 하셨소?”

         

       “그렇다네.”

         

       “사천낭인들은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소.”

         

       “허허, 자네가 사천낭인의 대표라도 된단 말인가?”

         

       “사천낭인은 그저 개인의 집합일 뿐이지. 누가 사천낭인을 대표할 수 있겠소? 그저 7년차 사천낭인으로서 낭인들이 보일 반응을 예상해 볼 뿐이오.”

         

       나는 이류의 벽에 막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고도 계속해서 사천낭인이라는 직업을 고수했다.

         

       내가 사천낭인이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실전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은 내가 위험함만 가득한 사천낭인으로 남아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냥 자포자기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낭인으로 살아서?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쉬워서?

         

       그런 이유들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사천낭인이라는 직업을 고집한 이유는…훗날 등장할 정철이라는 든든한 방패막이 때문이었다.

         

       정철은 적당한 때가 되면 현경의 경지에 오른 채 나타나 사천낭인들의 수장이 된다.

       

       사천낭인이라는 직함을 유지하고 있으면 이류 무사 따위는 그저 날파리처럼 픽픽 죽어나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현경 고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나는 어느 날 정철이 나타나서 사천낭인의 수장이 되어 사천낭인을 휘어 잡는다 한들, 정철의 등장을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오늘 이곳에 정철이 나타나 지금의 참변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말이다.

         

       당도연과 당도경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려아 또래의 아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부모님의 손을 잡고 걷는 것을 보았다.

         

       독에 잠식된 당가타를 보고 가슴 아파하는 당가의 사람들을 보았다.

         

       너에게서 보호를 받는 대가가 이러한 것이라면.

         

       사천낭인을 구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런 짓거리를 반복할 생각이라면.

         

       나는 너를 거부하겠다 정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셨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언제나와 마찬가지의 10코인….안심이 됩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유느가]님께서 [5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좋을 글이라니 정말 힘이 되는 응원이네요. 그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 반겨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하늘연달]님께서 [10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왕코인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응원을 보내 주시니 힘이 나네요.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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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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