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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5

       “……진짜 이렇게 끝내도 돼요? 제가 방송은 잘 모르지만, 난리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다들 사실은 클라이맥스에서 끝내길 원했을 테니까. 사람 너무 많아서 좀 번잡스럽기도 했고요.”

        

       쉬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말이었다.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겠지.

        

       J. Dox는 인터넷방송을 아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스트리머마다 특유의 문화를 형성한다는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저런 방종이 그녀만의 고유한 문화일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리 생각하면, 이러한 끝맺음에 대해 그가 뭐라 할 권리는 없을 터였다.

        

       그래도, 음.”

        

       그럼에도 미련 어린 목소리가 자꾸만 새어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쉬운가요.”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조금 전까진 그래 보이지 않았는데, 약간 지친 걸까.

        

       의자에 깊게 기댄 예나는, 조용히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뜨며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아쉽냐, 라니. 설마……방송이 아니라, 게임 이야긴가. 조금만 더 친한 사이였다면 도발이라고 생각했을 법도 했다.

        

       그럼에도, 정말로 솔직하게 답한다면- 한 판 정도는 더 붙어보고 싶었다. 이번엔, 설령 지더라도 도적 대 도적으로.

        

       ……물론, 그리 주책을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애초에 조금 전, 이 방송에 등장하고 얼마 지난 시점부터 전화기가 하도 불같이 울려대서 아예 무음처리를 해두지 않았나.

        

       분명, 회사일 터였다. 아마 법무팀과……IR, 투자 관리팀이겠지.

        

       그럼에도-

        

       아쉽긴 하죠! 솔직히, 아- 아까 먹혔을 때 연계기로 들어갔으면 진짜 모르는 거였는데. 그, 결정화 그거는 뭐였어요? 왜 칼이 안 빠졌지? 이미 갑옷이 뚫려서 방어 판정이 다시 들어갈 이유가 없었는데……의도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이에요?

        

       “네. 방어구 재생 버프를 시간차로 시전한 거예요. 뚫린 구멍 메워지면서 바로 결정화 발동되게.”

        

       “……방어구 재생? 아니, 3생존기에 그거까지 찍으면……힐이 없잖아. 어떤 미- 아니, 사람이 사제로 그런 특성을 짠 거예요?”

        

       “그러게요. 어떤 미친놈들이 그런 특성을 짰을까. 제 생각엔, 아마 한 명은 아니었을 거예요.”

        

       어째서일까.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렌탈 시간이 아직 3시간은 남은, 조용한 스튜디오. 웅웅-거리는 쿨러 소리 사이로, 나오나가 계속 재밌었으면 좋겠다던 예나의 말이 귀에 맴도는 듯했다.

        

       그에 호응하던 십만여 명의 사람들의 채팅과 함께.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자신이 만든 게임이 연출해내는 플레이에 흥분하고, 열광하는 이들이 보내오는 날 것 그대로의…….

        

       그 대상이 자신의 수치스러운 패배라는 점은, 확실히 조금 그랬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절절히 와닿는 듯도 했다.

        

       언제부터 유저들을 추상적인 숫자로만 생각했을까. 꾸준히 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져, 함께 호흡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때부터였을까. C모양 족쇄를 찬 때부터일까. 아니면, 애초에 처음, 투자자들의 요구에-

        

       ‘나, 진짜 뭐하고 있던 거지.’

        

       분명한 건, 그는 지쳐 있었다.

        

       가장 사랑했고, 가장 사랑하는 나오나가 망가져가는 모습을 방치할 정도로.

        

       허울 뿐인 사장직을 떠넘기며, 이제 개발 방향은 더 밑으로 위임하고 회사 이미지를 위한 업무에 집중해달라고 할 때……예전의 자신이라면, 같잖은 짓거리 집어치우고 기획이나 제대로 하라고 일갈하지 않았을까.

        

       문득,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듯 타오르는 듯했다.

        

       “……아따먹님?”

        

       “네.”

        

       저희, 특별 스킨들 제작 예정이거든요. BM 계획 중 하난데. 치장템들을 가챠로……팔자는 안건인데, 뭐. 캐릭터 팔다리 잘라서 신캐릭 만드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혼을 갈아 만든 치장템들만큼은 더러운 자본으로 건드리지 말라던, 창립 멤버인 리드 디자이너의 패악질에 미뤄졌던 BM이었다.

        

       그 마음이 이해돼서, 편을 들어줬었던 그였지만-

        

       “……그렇네요.”

        

       이젠 아니었다.

        

       아마, 또 태블릿 팬이 사무실을 날아다니겠지만. 뭐 어떤가. 복싱하던 시절 반사신경을 잘 살려보면, 피할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허락만 해주신다면……스킨 중에, 아따먹님 컨셉 스킨도 하나 만들면 인기가 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얼굴은 아니고……컨셉이랑 이름 모티브 정도만 가져올 건데. 저번에 그, 변호사 분과 얘기할까요?”

        

       이 정도 사심은, 섞어도 되겠지-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더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 팬심은.

        

       “……괜찮아요. 편한대로 하세요. 오늘 나오나 아이디 친추해뒀으니까, 그 쪽으로 연락하셔도 되고.”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법무팀 통해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 이만, 여기저기서 혼나고……또, 여기저기랑 싸우러 가봐야 해서요. 즐거웠어요.”

        

       그리 인사하며, 한 켠에 던져두었던 서류가방을 챙겨 떠나려던 찰나.

        

       “아. 대신, 한 가지……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예나는 새하얀 손으로 브이를 그려 보이며, 조금은 슬퍼 보이는 미소로 그를 붙들 듯 말했다.

        

       “담배 끊으시고, 건강검진 매주……아니, 매달 받으세요.”

        

       VR 게임에서 랭킹 1등을 할 정도의 감각이면, 전날 핀 담배 냄새도 잡아낼 만큼 후각도 민감한 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는 없을 텐데.

        

       “……담배, 어떻게……냄새가 나요? 오기 전에 안 폈는데……. 아니,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건강검진을 어떻게 매달-”

       

       당황한 J. Dox가 횡설수설거리며 반문했으나-

       

       “스킨, 조건이에요. 대신 로얄티 같은 건 싸도 되니까.”

        

       조금 전까지 얄미울 정도로 잘 웃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예나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미간을 좁힌 채 단호히 답할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업계에서 제일 유명한 스트리머 상표권 가격이 CEO 건강 관리라니. 투자자들이 알면 파티라도 벌이겠네요. 제일 비싼 검진으로 매월 받겠습니다. 회사 돈으로.”

        

       그리 굳어버린 표정이 조금 어색해, 괜히 너스레를 떤 보람이 있었던 걸까. 좁혀지던 미간이 살며시 펴졌으나-

        

       “……혹시 모르니 술도 끊고요. 살도 빼야 하려나. 음……아무튼, 건강하게 살아요. 건강하게. 몸에 나쁜 게 뭔진 모르는데, 아무튼 그런 거 다 하지 말고.”

        

       결국, 잔소리만 더 퍼붓고는 입을 앙다물 뿐이었다.

        

       헤어질 때 건강 관련 잔소리를 하는 게 한국의 문화인 걸까. 아니면, 예나가 특별히 사람에게 쉽게 오지랖을 부리는 타입인 걸까.

        

       어느 쪽이든, 이제 겨우 2번째 보는 사이에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뭐라 오해하기는커녕, 농담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였더랬다.

        

       무겁게 깔린 공기 속에서, 예나는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는 않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조금 전, 10만 명의 아우성을 뒤로 한 채 방종 버튼을 누를 때와 비슷한 움직임.

       

        홀로 있고 싶은 듯한 것이……어쩌면, 버튼 하나로 자신도 추방할 수 있었다면 이미 그리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그럼에도, 미련은 남아 있었다.

        

       뭔가, 센스 있는 인사말이 없을까. 다음에 다시, 도적 대 도적으로……아니면, 기사 대 기사로. 그렇게, 다시 붙어보고 싶다는…….

        

       그의 아내조차 안 믿어줄 말이었지만, 정말로 진심이었다.

       

       그에게 예나는 여자이기에 앞서, 한 명의 나오나 유저이자- 넘고 싶은 벽으로 보이기 시작했으니. 

       

       그 사제의 빌드에서 드러나는 이해도 탓이었다. 공격 일변도 도적의 카운터로 정교하게 설계된, 안티캐리형 빌드.

       

       혹자는 단순 피지컬로 농락한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에게는 그 빌드에 담긴 고민과 시간이 느껴졌다. 자신과 같은 부류다.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전략과 운영법을 깎아서 카운터를 만들어내는-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온라인 상으로라도 다시 만나서, 일대일로 붙는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 피지컬 차이는 명확했으니. 하지만 연구할 시간을 가진 후에, 맞춤형 필살 빌드를 깎아서 붙으면 또 모를 일 아니겠는가.

       

       그가 만들고, 또 사랑한 나오나의 일대일이란 그런 것이었다. 랭킹 1등이라고 해도, 날카롭게 갈아낸 비수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 쓰러지는…….

        

       하지만, 아니다.

       

       지금의 그에게는 그런 연구도, 싸움도, 모두 탐욕스러운 사치에 불과했다.

        

       패치를 뒤집어 엎고, 운영 방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싸우는 것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터였다.

        

       아군을 만들어야 하니, 친목도모도 소홀히 할 수 없겠지. 이 빌어먹을 회사의 관리직과 중역들은 언제부턴가 쉴 때 전장이 아니라 펍과 클럽, 골프장이나 바에 가곤 했으니, 자신도 그리 해야 하리라.

        

       ‘……술을 끊으라는 요구는, 못 지키겠는데.’

        

       J. Dox의 머릿속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뭐 어떤가. 눈앞의 아따먹, 예나 역시 그 정도는 넘어가주지 않을까. 나오나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애초에, 이제 겨우 2번 만난 사이 아닌가.

        

       ‘그래도, 검진은 매달……아니, 3주에 한번은 받자.’

        

       그러면, 연락 드릴게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 인사하며 손을 흔드는 그를 향해, 자리에서 일어난 예나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손을 부드럽게 마주 흔들어 보였다.

        

       그 모습이 어딘가 슬프고- 또, 씁쓸해 보여서.

        

       J. Dox는 더더욱 도적을, 나오나를 한 시라도 빨리 정상화시켜야겠다는 열망으로 불타며 손을 더욱 격하게 흔들어 인사했다. 역시 악수라도 청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아시아 지사 순회만 끝나면 퇴사해서, 고향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시 인디게임이나 만드는 삶으로 돌아가자던 생각은 깔끔하게 사라진 채였다.

        

       그렇게 반쯤 결정되었던 은퇴 계획을 완전히 접어버린 채, 본사에 복귀하면 어디부터 불도저처럼 밀어버릴지 고민하던 사이.

        

       그의 핸드폰에는, 여전히 끝없는 메시지와 메일들이 쌓이고 있었다.

        

       그가 우려하던 바와 달리, 상의 없이 개인방송에 출연한 사실에 대한 비난과 해명 요구는 아니었다. 물론, 메일함의 저 밑, 출연 사실이 밝혀진 직후에 도착한 메일들 중에는 그러한 내용도 십여 개가 남아있었지만.

        

       최근에 오간 메일들에 담긴 건, 감탄과 찬사에 가까웠다. 놀라울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 중인 접속자수, 가입자수 수치에 대한 보고와 함께.

        

       게임에 관심있는 게임사가 되레 드물어진 시대.

        

       인터뷰에서 그야말로 눈을 반짝거리며 자사 게임을 설명하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게임에 집중하다가, 심지어 랭킹 1위인 아따먹, ATM에게 공격을 성공시키기까지 한 모습이,

        

       ‘게임에 진짜 진심인 사장’으로 온갖 SNS에서 어마어마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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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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