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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5

       바깥으로 나와서 품 안을 뒤져 담뱃갑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이 빌어먹을 게임 속에서는 곰방대를 구할 수가 없었던 지라 어쩔 수 없이 대체품을 써야 했다.

       

       서양을 풍경으로 한 게임에서 곰방대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냐는 이야기에 공감하긴 했다만 그래도 본인은 이 자그마한 담배보단 곰방대가 낫단 말이지.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이 담배라는 것이 너무 쉽고 빠르게 들이킬 수 있단 점이다.

       

       곰방대처럼 중후한 맛이 있어야지.

       

       이래서야 마음이 안정되는 것보다 담배가 타버리는 게 더 빠르지 않나.

       

       본인이 안정을 얻기도 전에 재가 되어버린 담배를 본 나는 그를 뱉어 버리고서 여기저기를 뒤지던 와중에 구했던 검을 꺼내 들었다.

       

       “슬슬 오는 듯 하구나.”

       

       저 멀리서 불쾌한 기운들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난 이틀간 틈이 날 때마다 운기를 하며 기운을 쌓은 덕분에 처음 그 당시처럼 쓰레기같지는 않았다.

       

       그래봐야 삼류조차 되지 못하는 잡배의 몸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았지만.

       

       – ㅎㅅㅎㅅ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혈도는 안 누르시나요?]

       

       “또 다시 실수를 할까 무서워서 말이다.”

       

       나까지 쓰러져 버리면 그대로 이 게임이 끝나는 것 아니더냐.

       

       조심조심 해야지.

       

       – 뭔 소리여.

       – 실수 한 적 없으면서.

       

       <화령 씨. 양심은 내다버리셨나요?!>

       “농이다. 농. 그래도 쓰진 않을 것이다.”

       

       본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인간은 아니다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예외다.

       

       애시당초 수단을 가리지 않을 것이었다면 엔리가 삿된 기운을 품었을 때 그녀의 목숨을 끊어야 했다.

       

       어차피 죽어도 되살아난다는 것의 이점을 활용해야 했지.

       

       허나 엔리는 그를 활용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지 않았느냐.

       

       그녀에게 이끌려 이 자리에 온 사람으로서 엔리의 의향을 따라 주어야지.

       

       그러니 본인의 목숨을 탄환 삼아 쓰는 혈도는 사용하지 않겠다.

       

       <제 의향을 들어주신다는 분이 절 식물인간으로 만들어요?!>

       “어허. 죽은 자의 무리에 합류할 뻔한 걸 막아주었거늘.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본인에게 투덜대는 것이야? 그렇게 탐욕스러워서 곤란하다. 엔리.”

       <갸아아악!>

       “워. 워. 진정하거라. 아직 좀비가 된 것도 아닌데 이빨을 들이밀어서야 쓰겠느냐.”

       

       좀 더 엔리를 놀리고 싶긴 하다만 슬슬 발소리가 가까워 오는 지라.

       

       엔리가 무어라무어라 하는 것을 무시하고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맨 앞으로 다가왔던 죽은 자의 목이 허공을 난다.

       

       으음. 목만을 잘라내면 쓰러트릴 수 있다는 게 이리 편한 일일 줄이야.

       

       이것들이 강시였다면 팔다리를 잘라내고도 이빨로 깨물려드는 것 때문에 머리를 박살내야 했을 터인데.

       

       그렇게 가벼이 맨 앞에 다가오는 넷의 머리를 날리고 나니 죽은 자들의 틈 사이로 맹렬히 달려오는 짐승의 눈동자가 보였다.

       

       이미 죽었음에도 생전의 능력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자.

       

       엔리가 이야기하기를 이 게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존재.

       

       허나 본인의 입장에서는 다른 죽은 자나 저것이나 비슷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어디까지나 움직임이 약간 빨라졌을 뿐 지성이 없는 건 그대로이지 않나.

       

       달려드는 녀석의 머리를 치고서 발을 움직여 무너지는 죽은 자의 몸을 피했다.

       

       빠르게 처리를 하고서 노란 가방을 든 녀석을 마주해야 할 터인데.

       

       어디에 있느냐.

       

       지금 엔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지라 빠르게 와주었으면 좋겠다만.

       

       *

       

       좀비들의 수는 많다.

       

       하루 종일 엔리와 아라가 만들어 낸 바리게이트를 향해 달려드는 좀비의 무리는 길을 가득 채우는 군단과도 같으니.

       

       그 압도적인 수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를 각인시키게 만들었다.

       

       허나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단 한 명의 사람은 무덤덤한 눈으로 그 모습을 눈에 새길 뿐이었다.

       

       그게 보통의 유저였다면 죽음의 앞에 체념을 했으리라 여겼을 것이다.

       

       저기서 검 한 자루를 들고 발악을 해봐야 맨 앞에 있는 좀비 두 어 마리를 잡고 난 후 포위되고서 살해당할 게 분명하니까.

       

       허나 장판파를 지키고 있는 장수의 이름은 화령이었으니.

       

       이 순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라의 안전이 아니라 저 많은 좀비들 중에서 백신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을지여야 했다.

       

       아라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좀비 두 세 마리의 목이 허공을 난다.

       

       – 좀비무쌍 ㄷㄷ

        – 던 이스케이프가 이런 게임이었나?

       – 이상하다. 난 좀비 세 마리만 있어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하던데.

        – 그건 니가…

       

       화령의 방송을 보고 있던 민기는 그 모습을 보면서 탄성을 내질렀다.

       

       탐난다. 저 뉴비.

       

       이 게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무력 하나만으로 저런 모습을 보이는 데 고인물이 옆에 붙으면 어떤 기상천외한 일을 할 수 있을까.

       

       민기는 평범한 시청자는 아니었다.

       

       던 이스케이프의 고인물이자 이 세상에서 온갖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는 마이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

       

       최근에는 본래 닉네임보다는 좀비살인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자신도 그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방송인이었다.

       

       현재 터렛에서 방송하는 사람 중에 던 이스케이프라는 게임을 가장 잘 한다고 자부하는 그는 화령의 방송에서 펼쳐지는 기행을 보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건 단순한 감탄이 아니었다. 왜 저게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에 가까웠다.

       

       던 이스케이프가 VR 생존게임이기 때문에 개인의 피지컬을 많이 타는 건 사실이다.

       

       몸을 잘 움직일수록 좀비들에게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맞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다.

       

       좀비들을 무쌍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 게임의 구조 자체가 유저에게 무쌍을 허락하지 않는데 어찌 좀비들을 학살할 수 있겠는가.

       

       던 이스케이프에서 온갖 기행을 저질렀던 민기의 입장에서도 좀비에게 포위당하는 상황은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화령은 그 재앙 속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서는 좀비를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하지?”

       

       이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왜 좀비 수십 마리를 베었음에도 저 검이 멀쩡한 거지?

       

       좀비에게 포위당한 상황 속에서 왜 하나의 상처도 입질 않는 거지?

       

       분명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데 왜 상태이상이 뜨질 않는 거지?

       

       왜?

       

       민기는 도저히 화령이 하고 있는 플레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모드를 설치한 게 아니고서야 말이 안되는 일 뿐이었던 것이다.

       

       허나 그건 아니었다.

       

       다시보기를 통해 게임이 시작되는 걸 확인했던 그다.

       

       이 게임은 민기가 하는 던 이스케이프와 완벽히 동일한 게임이었다.

       

       “화령이라는 존재 자체가 치트키인 건가.”

       

       아피스나 무협게임을 하지 않는 민기는 화령의 대단함을 이야기나 영상으로만 접했다.

       

       그래서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얼마나 대단한지를 체감하지는 못했다.

       

       허나 오늘 이 순간 자신의 분야에서 상식을 찢어버리는 화령을 본 민기는 화령이라는 사람이 규격 외의 인간이라는 것을 절절히 체감하고 있었다.

       

       “나중에 이 분하고 합방하고 싶다. 진짜 상상만 하던 것들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던 이스케이프 생존 최장기록 달성이라거나 최단기간 탈출기록 갱신이라거나.

       

       이외에도 하고 싶은 거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게 분명해.

       

       일단 메일을 보내놓자.

       

       답변이 오질 않는다면 엔리님을 거쳐서라도 꼭 한 번 기회를 얻어 보자.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오른쪽에 노란 가방!]

       

       – 백신이다!

        – 이번엔 있겠지?!

       

       “이미 확인했다. 자아. 하늘이 엔리를 버렸을 지를 확인해 보자꾸나.”

       

       일단은 그 전에 화령님의 방송부터 즐기자.

       

       지금 눈앞에서 경외로운 광경이 펼쳐지는 데 다른 거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잖아.

       

       *

       

       드디어 나왔구나.

       

       노란 가방이.

       

       위치는 오른 편의 좀비들 사이 한 가운데.

       

       이 좀비들을 다 썰어버리면서 나아간다면 꽤나 시간이 걸리겠구나.

       

       이럴 때는 허약한 몸이 귀찮다.

       

       이런 패널티를 지고서 강자를 상대할 때는 즐겁다만 이런 피라미들을 상대로 정직하게 검을 휘둘러야 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

       

       엔리의 상태가 시시각각 악화되고 있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 이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진 않으니 다른 수단을 택하자꾸나.

       

       내게 손을 뻗는 좀비의 목을 베고서 저들의 움직임과 함께 경로를 살핀다.

       

       좋다. 계획은 정했으니 이제 실행을 해볼까.

       

       좀비들의 무리를 향해 내달리다가 땅을 강하게 밟아서 위로 뛰어오른다.

       

       그리고는 좀비의 머리를 밟으며 앞으로. 또 다시 앞으로.

       

       내 발판이 된 좀비들이 손을 내저으며 어떻게든 본인의 발목을 붙잡으려 하지만 저들의 움직임은 느리고 나의 움직임은 빠르니.

       

       그 모든 움직임은 무의미할 따름이었다.

       

       그러면서 노란 가방을 멘 좀비의 앞에 도착한 나는 검을 휘둘러 노란 가방을 지탱하고 있는 끈을 베었다.

       

       매달릴 곳을 잃어버린 가방이 중력에 의해 땅으로 향한다.

       

       저대로 내버려 둔다면 저 안에 있는 백신이 박살날 상황이었지만 본인이 그를 허락하지 않았다.

       

       검 끝이 가방의 천을 찔러 그를 붙잡는다.

       

       그렇게 노란 가방을 회수하는 데 성공한 나는 근방에 있는 좀비들을 베어내 여유를 만들어 낸 후 가방을 열었다.

       

       이 빌어먹을 놈의 게임아.

       

       네 녀석은 엔리에게 시련을 내릴 터이냐 아니면 마지막 구원을 선사해 줄 테냐.

       

       만일 시련을 내리겠다 이야기한다면 그대는 본인의 하늘이 되어 우리를 마음대로 움직이겠단 소리일 터이니.

       

       본인은 네 놈을 박살내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그러니 잘 판단하거라.

       

       부서지고 싶지 않다면 이 쯤에서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야.

       

       그리 협박을 하며 가방을 연 순간 그 안에는 여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물건이 들어 있었다.

       

       – 좀악귀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게 드디어 나오네!]

       

       백신.

       

       엔리의 목숨을 구할 수단.

       

       하. 이 게임의 하늘이 협박에 굴하는 허약한 녀석이었을 줄이야.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웃음을 짓다 고개를 드니 나를 향해 다가오는 좀비 무리가 보였다.

       

       “이제 그러면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저 피라미들을 처리한 후에 엔리에게 잔소리를 듣도록 하자꾸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라의 메일함에 방치된 메일이 추가되겠네요.

    ——–

    각사리님 4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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