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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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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본능적으로 엘렌시아가 천사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확신에 리안이 충격에 빠지자, 개그신이 친절하게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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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 하나도 안 가르쳤는데 열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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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신은 과장되게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리안은 멍한 얼굴로 뒤늦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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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 제가 이 세계 신이 됐다는… 말이죠?”
    “간단히 말하자면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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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 판타지의 신은 약해졌지만 ‘존재’했다. 신이 존재하는 이상 세상은 어떻게든 살아 숨 쉴 수 있었다. 그런 신을 리안이 맛있게 삼켜버리면서 세계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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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을 향해 액셀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의 의지는 이를 막고자 동분서주하다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언가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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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겁하며 리안을 막으려는 순간, 리안이 강대한 권능에다 신격까지 가진 존재라는 걸 알아차리곤 곧바로 공격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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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건 오로지 신만이 가능하다. 그것도 세계를 창조하고 보살피는 신만이 가능했다. 리안이 경계를 허무는 건 완성된 세계의 일부를 망가뜨리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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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만 보면 리안은 세계를 보다 빨리 멸망시키기 위해 나타난 악신이나 다름없었지만, 다행히 리안에겐 엘렌시아를 살리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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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를 살리기 위해선 새로운 육체가 필요할 테고 리안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육체를 ‘창조’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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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를 창조하고 신만이 없앨 수 있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이건 ‘저 여기 신 할게요!’라고 소리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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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의지는 리안이 그녀를 데리고 삶의 문을 넘기를 기도하며 마지막 도박수를 던졌고 기어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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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해외에서 공짜 물인 줄 알고 받아먹었다가 계산서에 물값이 적힌 걸 뒤늦게 본 한국인 같은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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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신이라는 것도 납득이 안 가는데…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이 되었다는 말을 쉽게 믿겠어요?!”
    “세상에… 천사까지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버린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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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비련의 주인공처럼 옆으로 쓰러져 입가를 막았다. 리안은 또다시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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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자, 이제 와서 화낸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열심히 세계를 가꿔 가보자고! 아자!”
    “아자는 무슨!”
    “응? 싫어? 싫으면 안 해도 되긴 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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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안 바뀐다고 해놓고 이번에는 또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박수를 쳐야 할지 몰라 순간 혀가 굳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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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신한테 양도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된다는 거지. 물론, 천사는 반납하고 앞으로 이 세계에는 접근도 못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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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세상의 주신은 단 한명으로 고정되어있었다. 그 아래 작은 신들이 존재할 순 있지만 리안은 격이 너무 커 오로지 ‘주신’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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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만 아니었다면 다시 내 세계로 납치… 아니, 데려가는 건데.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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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신으로 속으로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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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 세계 포기할래? 더 끔찍하고 잔혹한 세계가 될지도 모르는데도?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못 만나게 되는데도?”
    “딱… 한 대만 맞아요. 이리 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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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이 된 것도, 엘렌시아가 천사가 된 것도 그래 이해 못할 것까진 없다. 개그 세계에선 그보다 더 괴이한 일을 당해봤기에 이 정도 일로 절망하거나 어버버거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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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저 주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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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을 화나게 하는 건 깐족거리며 약을 올리는 개그 신의 입뿐이었다. 어느새 고양이 귀와 화려한 메이드 복까지 입은 개그 신은 “냥? 냐앙?”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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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정말 딱 한 대만 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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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절대 못 때릴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냥! 잔상이지롱!” 따위의 대사가 들려올 걸 생각하며 이를 악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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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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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먹이 그녀의 머리를 때렸… 다. 리안은 본인이 때려놓고 더 당황한 얼굴로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개그 신이 눈물이 글썽거리는 얼굴로 맞은 부분을 두 손으로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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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 반대! 폭력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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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나무판자를 들고 와선 그 위에 폭력 반대를 적어놓고 흔들기까지 했다. 리안은 멍하니 제 주먹과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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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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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개그 신과 자신이 동등한 격을 가지게 되면서 직접 때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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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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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이 순간 자신이 신이라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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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긴 시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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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끔찍한 장난에 놀아났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리안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주춤 뒤로 물러나는 개그 신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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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의 시간이다..’
    “어… 어어? 왜그러냥? 다가오지 마라냥! 이익! 도망…으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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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본능적으로 신성력을 사용해 순간이동을 하듯 그녀의 뒤로 이동했다. 살랑거리는 꼬리가 리안의 손에 무자비하게 잡혀 펑하고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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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 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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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살벌하게 웃어 보이자 개그 신이 귀를 축 늘어뜨려 불쌍한 고양이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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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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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갹! 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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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명이 아련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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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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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로 인간에서 신으로 만들 걸 화낼 줄 알았는데…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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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밤을 백대 정도 맞은 개그 신은 훌쩍거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리안은 한숨을 길게 뱉으며 손목을 빙빙 돌렸다. 분노가 다 풀리지 않았지만 속은 좀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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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신은 고양이가 스트레칭하듯 엉덩이를 들어 올린 자세로 리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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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잉, 이럴 땐 보통 엉덩이를 때리지 않아?”
    “이상한 애니나 보니까 저런 생각이나 하지.”
   “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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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공격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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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신은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녀가 입을 다물고 나서야 리안은 이리저리 팍팍 튀던 정신이 제자리를 찾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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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개그 신이랑 대화하는 건 개그 권능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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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옷? 이상하긴 하다. 날개나 헤일로? 그것도 화를 낼 만한 요소가 맞았다. 하지만 그게 일 순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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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차리자마자 개그 신을 보며 화낼 게 아니라 엘렌시아의 상태를 확인했어야 했고, 다른 일행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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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당연한 것들이 뒤로 밀리고 개그 세계에 머물 때처럼 장난만 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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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신의 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건지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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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렌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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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을 붙잡기 무섭게 천사가 된 엘렌시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리안과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얌전히 서 있었다. 
    ​
    ​
    검은 공간에서 자신을 보자마자 달려들었던 것에 비해 굉장히 얌전한 모습이었다. 설마 천사가 되면서 인격이 날아간 건가? 하는 걱정이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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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내 그녀의 눈동자에 선명하게 맺힌 감정을 보곤 안도했다. 엘렌시아는 천사가 되어도 그녀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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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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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안 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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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의문에 바닥에 뻗어있던 개그 신이 기어 와선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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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쿨럭, 네가 허락을 안 해서 그렇지. 감히 천사 따위가 신의 명령 없이 멋대로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잖… 아…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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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말한 후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해냈다. 손가락 끝에 피를 묻힌 그녀는 하얀 바닥에 피로 ‘범인은…리…’까지 쓰다가 그대로 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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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그녀를 냉정하게 외면하고 엘렌시아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자 슬쩍 시선을 내리 까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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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렌시아, 나를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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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가 곧바로 고개를 들어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눈동자 속에 경외와 사랑이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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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허락 같은 거 받을 필요 없어. 엘렌시아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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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권한 허용… 을 해버리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리안에게 안겨들었다. 감정이 얼마나 격한지 그녀의 날개가 활짝 펼쳐진 채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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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떴는데…리안..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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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개그 신의 구역이었기에 개그 신이 허락해주지 않는 이상 천사인 그녀가 접근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전)다크 판타지 신이 만들어 둔 천계에서 눈을 뜬 채 리안을 찾아 한없이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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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나 다름없는 곳에서 한참을 돌아다니다 절망할 때쯤 개그 신이 그녀를 소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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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만날까 봐. 무서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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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그녀를 보듬어 안으며 한참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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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렌시아가 어느 정도 진정했을 때쯤, 개그 신이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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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천국 만들기 시작이다냥! 신이라면 당연히 천국에 신전 정도는 있어야 한다냥! 난 적어도 방이 다섯개는 필요하다냥!”
    “내 천국에 왜 당신 방이 있어요?”
    “아닛?! 지금 성공했다고 친구를 버리는 거야?! 내가 신도 만들어주고 엉?! 천사도 데려오고 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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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신과 오래 말싸움 해봤자 답도 없다는 걸 알기에 그냥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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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한 내 집이랑 멀리 떨어진 곳에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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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계의 신이 되어 살아가야 하는 이상 경력자(?)의 도움은 필수였기에 그녀를 내쫓는다는 선택지는 어쩔 수 없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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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리안의 신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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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잠깐만! 다른 애들은? 다들 멀쩡하게 살아있는 거죠?”
    “엣? 그건 다음 화에서?”
    “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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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신의 힘은 막강했고 제4의 벽도 넘을만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오늘 밤 댓글을 남긴 누군가가 개그 세계로 납치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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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피해자에게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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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은 본능적으로 엘렌시아가 천사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확신에 리안이 충격에 빠지자, 개그신이 친절하게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야, 하나도 안 가르쳤는데 열을 하네.”

개그 신은 과장되게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리안은 멍한 얼굴로 뒤늦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 제가 이 세계 신이 됐다는… 말이죠?”

“간단히 말하자면 그런 거지!”

다크 판타지의 신은 약해졌지만 ‘존재’했다. 신이 존재하는 이상 세상은 어떻게든 살아 숨 쉴 수 있었다. 그런 신을 리안이 맛있게 삼켜버리면서 세계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멸망을 향해 액셀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의 의지는 이를 막고자 동분서주하다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언가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 달려갔다.

기겁하며 리안을 막으려는 순간, 리안이 강대한 권능에다 신격까지 가진 존재라는 걸 알아차리곤 곧바로 공격을 멈췄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건 오로지 신만이 가능하다. 그것도 세계를 창조하고 보살피는 신만이 가능했다. 리안이 경계를 허무는 건 완성된 세계의 일부를 망가뜨리는 것과 같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리안은 세계를 보다 빨리 멸망시키기 위해 나타난 악신이나 다름없었지만, 다행히 리안에겐 엘렌시아를 살리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선 새로운 육체가 필요할 테고 리안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육체를 ‘창조’할 터였다.

천사를 창조하고 신만이 없앨 수 있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이건 ‘저 여기 신 할게요!’라고 소리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계의 의지는 리안이 그녀를 데리고 삶의 문을 넘기를 기도하며 마지막 도박수를 던졌고 기어코 성공했다!

리안은 해외에서 공짜 물인 줄 알고 받아먹었다가 계산서에 물값이 적힌 걸 뒤늦게 본 한국인 같은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

“내가 신이라는 것도 납득이 안 가는데…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이 되었다는 말을 쉽게 믿겠어요?!”

“세상에… 천사까지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버린다는 거야?”

그녀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비련의 주인공처럼 옆으로 쓰러져 입가를 막았다. 리안은 또다시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자자, 이제 와서 화낸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열심히 세계를 가꿔 가보자고! 아자!”

“아자는 무슨!”

“응? 싫어? 싫으면 안 해도 되긴 해.”

“네?”

아무것도 안 바뀐다고 해놓고 이번에는 또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박수를 쳐야 할지 몰라 순간 혀가 굳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다른 신한테 양도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된다는 거지. 물론, 천사는 반납하고 앞으로 이 세계에는 접근도 못 하겠지만!”

하나의 세상의 주신은 단 한명으로 고정되어있었다. 그 아래 작은 신들이 존재할 순 있지만 리안은 격이 너무 커 오로지 ‘주신’만 가능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다시 내 세계로 납치… 아니, 데려가는 건데. 아쉽네.’

개그 신으로 속으로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세계 포기할래? 더 끔찍하고 잔혹한 세계가 될지도 모르는데도?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못 만나게 되는데도?”

“딱… 한 대만 맞아요. 이리 와봐.”

자신이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이 된 것도, 엘렌시아가 천사가 된 것도 그래 이해 못할 것까진 없다. 개그 세계에선 그보다 더 괴이한 일을 당해봤기에 이 정도 일로 절망하거나 어버버거리진 않았다.

‘저, 저 주둥이!’

리안을 화나게 하는 건 깐족거리며 약을 올리는 개그 신의 입뿐이었다. 어느새 고양이 귀와 화려한 메이드 복까지 입은 개그 신은 “냥? 냐앙?”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정말 딱 한 대만 때리고 싶었다.

리안은 절대 못 때릴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냥! 잔상이지롱!” 따위의 대사가 들려올 걸 생각하며 이를 악무는데.

“악!”

“..?”

주먹이 그녀의 머리를 때렸… 다. 리안은 본인이 때려놓고 더 당황한 얼굴로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개그 신이 눈물이 글썽거리는 얼굴로 맞은 부분을 두 손으로 가렸다.

“폭력 반대! 폭력 반대!”

어디서 나무판자를 들고 와선 그 위에 폭력 반대를 적어놓고 흔들기까지 했다. 리안은 멍하니 제 주먹과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이게… 어?”

리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개그 신과 자신이 동등한 격을 가지게 되면서 직접 때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아아…”

리안은 이 순간 자신이 신이라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얼마나 긴 시간이었나…’

그녀의 끔찍한 장난에 놀아났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리안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주춤 뒤로 물러나는 개그 신을 바라보았다.

‘복수의 시간이다..’

“어… 어어? 왜그러냥? 다가오지 마라냥! 이익! 도망…으갹!”

리안은 본능적으로 신성력을 사용해 순간이동을 하듯 그녀의 뒤로 이동했다. 살랑거리는 꼬리가 리안의 손에 무자비하게 잡혀 펑하고 부풀었다.

“혼… 나야겠죠?”

리안이 살벌하게 웃어 보이자 개그 신이 귀를 축 늘어뜨려 불쌍한 고양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으갹! 끄아앗!!”

비명이 아련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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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인간에서 신으로 만들 걸 화낼 줄 알았는데…히잉…’

꿀밤을 백대 정도 맞은 개그 신은 훌쩍거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리안은 한숨을 길게 뱉으며 손목을 빙빙 돌렸다. 분노가 다 풀리지 않았지만 속은 좀 시원해졌다.

개그 신은 고양이가 스트레칭하듯 엉덩이를 들어 올린 자세로 리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잉, 이럴 땐 보통 엉덩이를 때리지 않아?”

“이상한 애니나 보니까 저런 생각이나 하지.”

“커헉…!”

리안의 공격은… 대단했다!

개그 신은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녀가 입을 다물고 나서야 리안은 이리저리 팍팍 튀던 정신이 제자리를 찾는 걸 느꼈다.

‘아, 개그 신이랑 대화하는 건 개그 권능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는구나.’

아기 옷? 이상하긴 하다. 날개나 헤일로? 그것도 화를 낼 만한 요소가 맞았다. 하지만 그게 일 순위는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개그 신을 보며 화낼 게 아니라 엘렌시아의 상태를 확인했어야 했고, 다른 일행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그런 당연한 것들이 뒤로 밀리고 개그 세계에 머물 때처럼 장난만 쳐버렸다.

리안은 신의 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건지 새삼 깨달았다.

“..! 엘렌시아!”

이성을 붙잡기 무섭게 천사가 된 엘렌시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리안과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얌전히 서 있었다.

검은 공간에서 자신을 보자마자 달려들었던 것에 비해 굉장히 얌전한 모습이었다. 설마 천사가 되면서 인격이 날아간 건가? 하는 걱정이 치밀었다.

이내 그녀의 눈동자에 선명하게 맺힌 감정을 보곤 안도했다. 엘렌시아는 천사가 되어도 그녀일 뿐이었다.

“그런데 왜…”

가까이 안 오는 거지?

리안의 의문에 바닥에 뻗어있던 개그 신이 기어 와선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쿨럭, 네가 허락을 안 해서 그렇지. 감히 천사 따위가 신의 명령 없이 멋대로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잖… 아…커헉..”

그리 말한 후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해냈다. 손가락 끝에 피를 묻힌 그녀는 하얀 바닥에 피로 ‘범인은…리…’까지 쓰다가 그대로 뻗어버렸다.

리안은 그녀를 냉정하게 외면하고 엘렌시아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자 슬쩍 시선을 내리 까는 게 보였다.

“엘렌시아, 나를 봐.”

“…”

리안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가 곧바로 고개를 들어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눈동자 속에 경외와 사랑이 넘실거렸다.

“내 허락 같은 거 받을 필요 없어. 엘렌시아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도 좋아.”

모든 권한 허용… 을 해버리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리안에게 안겨들었다. 감정이 얼마나 격한지 그녀의 날개가 활짝 펼쳐진 채 파르르 떨렸다.

“눈을 떴는데…리안..이 없어서..”

이곳은 개그 신의 구역이었기에 개그 신이 허락해주지 않는 이상 천사인 그녀가 접근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전)다크 판타지 신이 만들어 둔 천계에서 눈을 뜬 채 리안을 찾아 한없이 돌아다녔다.

폐허나 다름없는 곳에서 한참을 돌아다니다 절망할 때쯤 개그 신이 그녀를 소환한 것이다.

“못 만날까 봐. 무서웠어..”

리안은 그녀를 보듬어 안으며 한참을 달랬다.

엘렌시아가 어느 정도 진정했을 때쯤, 개그 신이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자, 이제 천국 만들기 시작이다냥! 신이라면 당연히 천국에 신전 정도는 있어야 한다냥! 난 적어도 방이 다섯개는 필요하다냥!”

“내 천국에 왜 당신 방이 있어요?”

“아닛?! 지금 성공했다고 친구를 버리는 거야?! 내가 신도 만들어주고 엉?! 천사도 데려오고 으잉?!”

개그 신과 오래 말싸움 해봤자 답도 없다는 걸 알기에 그냥 입을 다물었다.

‘최대한 내 집이랑 멀리 떨어진 곳에 둬야지.’

이 세계의 신이 되어 살아가야 하는 이상 경력자(?)의 도움은 필수였기에 그녀를 내쫓는다는 선택지는 어쩔 수 없이 버렸다.

그렇게 리안의 신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니, 잠깐만! 다른 애들은? 다들 멀쩡하게 살아있는 거죠?”

“엣? 그건 다음 화에서?”

“뭐라는 거야!”

개그 신의 힘은 막강했고 제4의 벽도 넘을만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오늘 밤 댓글을 남긴 누군가가 개그 세계로 납치될지도 몰랐다.

새로운 피해자에게 위로를.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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