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5

    <225 – 다크프린세스>

     

    ━━━

    <비와 함께 습격을>

    세비체 공작가문이 비를 몰고 다니는 뛰어난 마법사를 가신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그 대단한 마법사가 감시대의 대장이라는 사실은요?

    몰랐다면 미리 명복을 빕니다.

    안개마법사 클라우드는 정말 강하거든요!

    ━━━

     

    세비체 공작가문의 이벤트에 개입하다보면 낮은 확률로 등장하는 강적등장 이벤트 <비와 함께 습격을>은 플레이어들에게 악명이 높다.

    우선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을 던져대는 부하들부터가 보통 상대가 아니었다.

     

    쾅! 쾅!

     

    유리창이 모조리 깨지고 건물 전체가 들썩거린다.

    폭탄의 위력도 FPS게임의 수류탄 따위를 가볍게 상회한다.

    마력강화 인챈트가 걸린 폭탄이기 때문이다.

     

    지이이잉

     

    공간에 남아 진동하는 마나 또한 악질적이다.

    폭탄 내부에 내장되었던 마나패턴이 폭탄이 터짐과 동시에 개방되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마나패턴을 진동시켜 새로운 마법의 시전을 어렵게 만든다.

    적이 마법적인 대처를 취해 살아남더라도 후속마법을 펼치기 어렵게 만드는 방해요소다.

     

    ‘폭탄마법 연속콤보를 견디고도 무사한 적은 지금까지는 한 명도 없었지.’

     

    감시대원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늦지 않게 따라잡았다.

    도망칠 길은 대장 클라우드가 기상환경을 변화시켜 저지하였다.

    전송소의 전송마법진은 보호마법진에 의해 직접 보호를 받고 있겠지만 대기실의 사람은 아니다.

    폭탄을 던진 시점에서 그들은 이미 승리를 장담하고 있었다.

     

    “컥!”

    “끄악!”

     

    하지만 대응법을 아는 고인물에게는 그들의 자랑인 폭탄도 통하지 않았다.

     

    “밖이다!”

    “우산 쓴 꼬맹이?”

    “잠깐, 저건…”

     

    수석장학생 오크노디.

    재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거물.

    이사장이 특별히 아끼는 아이라는 소문마저 존재하는 주요인물이다.

     

    “아 정말. 비 오는 이벤트는 이래서 싫다니깐. 먼지는 잔뜩 먹고, 옷도 엉망진창이 될 뻔하고.”

     

    빙글빙글 우산을 돌리는 아이.

    장난스러운 행동 너머로 혈광이 번뜩였다.

     

    “전부 다 죽이지 않으면 안 끝나는 이벤트잖아.”

     

    우산 너머로 날아드는 작은 파편들.

    감시대원들은 깨달았다.

    동료들을 쓰러뜨린 암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돌?’

     

    알아보았을 때는 비웃음부터 지어졌다.

    강한 힘으로 작은 투사체를 날린다.

    강자들의 흔한 전투법이다.

    감시자들은 적절한 훈련뿐만 아니라 방어도구도 충분히 지녔다.

    일정속도 이상으로 날아드는 투사체를 감지하자마자 방어장막이 펼쳐졌다.

     

    ‘그런데 먼저 당한 놈들은 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걸까?’

     

    이것과 같은 공격을 당했다면 방어장막이 공격을 막아내어서 쓰러질 리가 없을 텐데.

    방어장막이 펼쳐지고 돌멩이가 충돌한 직후, 그 해답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

     

    장막과 충돌한 파편이 튕겨나가는 대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장막 안으로 스며들었다.

    세 명의 감시자가 그렇게 또 다시 절명했다.

     

    “피해라. 놈은 내가 맡겠다.”

     

    깊은 산중에서 메아리치는 것처럼 울리는 목소리.

    위치를 종잡을 수 없이 왜곡된 음성이 자욱한 안개 사이로 들렸다.

    안개는 소리를 집어삼킨다.

    자욱한 안개는 더욱 그렇다.

    망망대해에 나온 것처럼 모든 시야와 소리를 빼앗고 두려움에 헤매도록 만든다.

    하지만 재단의 수석장학생은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처럼 돌을 던졌다.

    그 궤적은 안개 속에 숨은 클라우드의 위치를 정확하게 따라잡았다.

     

    “!!”

     

    클라우드는 보았다.

    자신의 손가락에 낀 보호반지로부터 펼쳐지는 방어장막을.

    동시에 목격했다.

    방어장막을 뚫고 스며드는 돌멩이의 모습을.

    부하들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절명했지만 앞선 부하들의 죽음에서 클라우드는 교훈을 얻었다.

    장막이 통하지 않는다고.

    적에게는 이를 무력화시킬 방법이 있다고.

     

    <워터실드>

     

    안개 속의 물을 한 방향에 집중적으로 뭉쳐서 생성해낸 물의 장벽이 돌을 받아내었다.

    도구가 아닌 자신의 마법으로 직접 막아내면서 클라우드는 감각으로 깨달았다.

    돌멩이가 보호장막을 뚫은 비결은 장막의 마력패턴과 동화되었기 때문이다.

     

    ‘마법이군. 그것도 상당히 고도의 마나제어술을 통해 펼쳐낸 교란마법.’

     

    돌멩이에는 마법이 실려 있었다.

    장막과 충돌하는 순간, 돌멩이 그 자체에서도 장막이 형성되며 일순간 방어장막에 혼선을 준다.

    이것은 외부의 위협이 아닌 장막의 일부분이라고.

    같은 속성의 힘은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다.

    그렇게 장막에 침투한 이후, 장막의 안쪽에서 돌멩이에 실린 마법이 풀린다.

    장막은 이제 투사체를 튕겨낸다.

    외부가 아닌 내부를 향해서.

     

    “아카데미 수석의 천재성이란 과연 대단하군.”

     

    평범한 마법사라면 감히 이런 짓이 가능하리라 상상조차도 할 수 없을 영역의 마법이다.

    어설픈 수재들은 상상할 수 있을지언정 이론을 깨우칠 수 없다.

    인재들은 이론을 깨우칠 수 있기에 더욱 큰 벽을 실감하며 절망한다.

    오직 천재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타고난 영재들만이 그 빛나는 오성의 직관력을 동원하여 행운과 확률에 기댄 끝에 비로소 실현시킬 수 있다.

     

    파지직!

     

    연달아 날아든 돌멩이가 워터실드에 적중하기 무섭게 강력한 전격을 뿜어낸다.

    물의 경로를 뒤틀어 감전을 피한 클라우드.

    그는 느꼈다.

    이것은 천재만이 할 수 있는 번뜩이는 지성과 재능의 결정체이다.

    매 순간 최적의 판단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전투법이다.

    앞으로 일년.

    어쩌면 반년.

    조금만 더 아카데미에서 학업에 매진했다면 지금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괴물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영재에게는 영재만의 자부심이 있다.

    완성되지 못한 천재는 완성된 영재의 지성을 능가할 수 없다.

    그것이 한 순간에 불과한 우위일지라도.

    승패는 한 순간에 엇갈릴 수 있다.

     

    ‘소리를 낸 시점에서 너는 이 안개를 뚫고 내 위치를 파악했겠지.’

     

    적의 위치를 알아낸 것은 오크노디뿐만이 아니다.

    투석의 궤적으로부터 그 또한 적의 위치를 알아챘다.

     

    <워터밤>

     

    물을 모아 폭탄처럼 터뜨린다.

    작고 하찮은 기술이다.

    세수를 하기도 부족한 물을 모아 눈앞에서 터뜨려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희망고문을 하고 싶다면 사용해도 좋을 마법이다.

    1써클 마법사에게는 작은 장난에나 사용될 마법.

    그것이 <고속유도>의 속성을 지니고 <초소형 분할>을 통해 체내에 파고드는 순간, 호흡을 따라 폐부에 파고들어 초소형 물구슬을 연달아 터뜨리게 된다.

    그 결과, 폐에는 물이 차오르며 호흡이 곤란해지고 전투력은 급속도로 약화된다.

     

    안개 속.

    비가 내리는 환경.

     

    모든 조건이 충족된 이런 환경 속에서는 적의 위치를 알아내는 순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폐수종 유발> 마법이다.

     

    쾅!

     

    앞선 폭탄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이 작은 소리지만 생명을 거두기에는 충분히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어리석은 녀석. 이것이 실전경험의 차이다.’

     

    우산 따위로는 막아낼 수 없는 안개마법사의 물마법.

    그 격의 차이에 오크노디가 무릎을 꿇는다.

    마지막까지 간격을 유지하며 숨통을 끊어주자.

    방심 따위는 없다.

    얼굴을 마주볼 일도 없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이번에야말로 어떤 실수도 없이 세비체 가문의 개로서 그 역할을 다해낸다.

     

    ‘쓰러져라. 못 다 피워낸 재능의 원석이여.’

     

    속으로 적이지만 죽이기 아쉬운 재능의 어린마법사의 최후를 기리던 클라우드.

    숨이 턱 막히며 강렬한 흉통이 심장부를 강타하는 순간,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설마.

    그럴 리가.

    그 짧은 시간 만에 자신의 마법을 저 아이가 카피하여 되갚았단 말인가?

    밀려오는 공포 속에서 클라우드는 발버둥을 치는 대신, 더 많은 워터밤 마법을 오크노디의 폐부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베테랑 마법사인 그는 알고 있다.

    오크노디는 먼저 당했고, 자신은 뒤늦게 당했다.

    아이의 폐는 작고 어른의 폐는 크다.

    그녀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 교전에서의 차이는 좁힐 수 없다.

    어린천재의 지성은 젊은영재의 지성에 섬뜩한 공포심을 느끼게 했을지언정 전성기의 뜨겁게 뛰는 심장을, 강인한 폐를 절명시키기에는 부족했다.

     

    ‘네가 먼저다.’

     

    나와 같은 수법으로 내게 도전한 시점에서 이 승부는 이미 끝났다.

    최후의 발악도 곧 끝난다.

    포기해라.

    쓰러져라.

    그만 죽어라.

    애도는 충분히 했다.

    이제는 그만 죽어라!

    호흡이 가빠질수록 간절함은 짙어졌다.

    그런데도 쓰러지지를 않았다.

    저 가증스러운 꼬마의 형상은 무너지질 않았다.

    원망스러웠다.

    대체 무슨 재주를 부리는 것인가.

    어째서 쓰러뜨릴 수 없는가.

    미치도록 괴로웠다.

    고통의 끝에 의식이 혼미해졌다.

    이성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정련된 지성이 무질서하게 흩어지는 순간, 혼돈 속의 질서처럼 번뜩이는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

    그것은 장마철 벽지에 떠오르는 곰팡이처럼 축축하게 떠오르는 공포심이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떠올리는 시점에서 패배와 절망을 알리는 잔혹한 가설이었다.

     

    <워터 밤>

     

    자신의 모든 마력을 끄집어내어 원거리의, 오크노디의 폐부에 차오른 물을 더욱 거칠게 터뜨렸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힘들 일이 마법사에게는 먹힐 리가 없다.

    소용없는 발악이어야 했을 그 시도는 놀랍게도 통했다.

     

    퍼엉!

     

    오크노디의 기척이 무너졌다.

    폐부와 함께 가슴이, 상반신이, 몸 전체가 무너졌다.

    마치 비눗방울로 만든 거품처럼 말이다.

    그것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진짜 육신도 아니었다.

    그의 오감과 육감을 모두 속이는 정밀하게 구현된 거짓신체와 폐부였다.

     

    ‘당했구나.’

     

    그는 한 순간도 오크노디와 같은 선상에서 싸운 적이 없었다.

    그가 오크노디를 발견하고 수싸움을 벌인다고 생각했던 시작점에서 이미 오크노디는 재단의 수석장학생의 천재성이 젊은 영재를 능가했음을 보여주었다.

    안개 속에서 빚어낸 거짓육체는 그를 완벽하게 속였고, 서로가 서로의 숨통을 조이는 질식전에 돌입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진실은 잔혹했다.

    질식의 위기에 몰린 것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적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착각이 그의 모든 신경을 거짓신체를 죽이는데 집중하게 만들었다.

    흉통을 억지로 참아내려던 반응도, 괴로움을 참다 못해 발악하는 신체의 반응도, 점점 사라지는 기력과 의식 너머로 죽어가는 반응마저도.

    전부 그를 농락하기 위한 거짓에 불과했다.

    그것을 직감했음에도 그는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 부정하고 싶었다.

    착각이라고.

    착각일 거라고.

    착각이어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도 잔인하지 않은가.

    자신의 특기분야에 주력마법으로 당해서 쓰러졌는데.

     

    교란. 감지. 질식.

     

    세비체 가문의 감시대가 사용한 모든 수를 역으로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아,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

     

    안개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워터 밤.

    흐릿하게 떠올리는 의지에 마나가 따르지 않았다.

    들어 올리는 손가락이 물웅덩이를 헤맸다.

    아.

    내가 쓰러졌구나.

    폐부에 차오른 물이 터졌구나.

    그것마저도 오크노디의 분신에 자신이 걸었던 결정타를 고스란히 재현한 방식이었다.

     

    “눈으로 안보면 뉴비마법은 다 까먹어서 먼저 쓰기가 힘든 것이 탈이라니깐.”

     

    조금 힘든 운동동작을 따라한 것처럼 가벼운 뿌듯함과 성취감을 담은 중얼거림이었다.

    사자의 마지막 순간마저도 농락하는 잔인함을 느끼며 클라우드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생의 마지막 순간.

    절명 직전.

    그는 생각했다.

    저것은 평범한 천재가 아닌 인간의 마음을 농락하고 철저하게 짓밟는 악마라고.

    악마 사이에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은 키의 어린 외모 속에 사악한 본성을 감춘 다크프린세스Dark Princess라고.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