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6

    나는 미리 봐두었던 터에 자리 잡고 도끼질을 이어가고 있었다.

     

    -쿵! 쿵!

     

    집을 짓기 위해서는 땅을 평탄화해야만 했다.

     

    이미 스탁핀에서도 농사를 위해 땅을 평탄화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아내들은 그런 나를 멀리서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힘으로 이곳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는지, 다같이 나름 사이 좋게 지내고 있었다.

     

    그들에게 어떠한 여유가 생겼다고 봐도 무방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원하던 행복을 찾았기 때문일까. 서로 농담도, 덕담도 건네며 웃음꽃을 피웠다.

     

    네르와 아르윈은 시엔의 몸을 많이 걱정해주었다. 우리의 건강한 아이가 나올수 있도록 매번 면밀히 관찰했다.

     

     

    아르윈은 마법을 통해 계속해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주었고, 네르는 시엔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지 항상 확인했다.

     

    아마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네르의 의료지식도 많은 도움이 될 듯 했다.

     

     

    나는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내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나무를 베어넘겼다.

     

     

    그렇게 또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잡생각이 자꾸만 머리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며칠전 떠난 플린트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너. 네 등 뒤에서 네 아내들이 어떤 표정 짓고 있는지 모르지?’

     

    “…”

     

     

    어떤 표정이었기에 플린트까지 저 말을 하는 걸까.

     

    -툭.

     

    나는 땀을 닦아내기 위해 도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문득, 아내들이 조용해졌음을 깨닫는다.

     

     

    플린트의 말이 떠오른 나는 순간적으로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팍!

     

    그러자, 아르윈과 네르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게 보였다.

     

    유일하게 평정을 지키는건 이미 나와 관계를 가져보았던 시엔이었다.

     

     

    시엔은 내게 게슴츠레한 눈빛을 떠보이며, 일종의 가벼운 질투를 보여주었다.

     

    우리들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에 이러한 질투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새로운 생활이 펼쳐지며, 내가 조심해야하는 것들이 분명 생기기는 했다.

     

    워낙에 질투가 심한 아내들이었기에, 서로의 앞에서는 웬만해서 애정표현을 줄이고 있었다.

     

     

    허용이 가능한 수준으로는 포옹이나, 손을 잡는 것 정도였지…사랑한다는 고백이나, 입맞춤 같은건 지양했다.

     

     

    결과는 이렇게 되었지만, 나는 아르윈과 네르에게 인족의 문화가 생소하지 않다는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 문제로 지난 갈등이 빚어진것이기도 했다.

     

    그녀들에게 내 기준을 강요하면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방도 나누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잠자리도 번갈아 바꾸기로 한 것이었고.

     

     

    “…”

     

    나는 또 도끼를 휘둘렀다.

     

    -쿵!

     

    이렇게 또 새로운 고민이 나를 찾아왔다.

     

    하지만 일전의 고민들과 다른게 한가지 있었다면…이번 고민은 불쾌한 압박감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고뇌할수록 가슴이 따스해지기만 한 고민이었다는 것이다.

     

     

    .

    .

    .

    .

     

     

    적당히 땅을 고른 뒤, 우리는 마을로 돌아왔다.

     

    몸을 씻고, 밥을 먹고, 농담을 나눈 뒤,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시엔과 함께 자는 날이었다.

     

    “잘 자.”

     

    “응. 잘 자, 베르그.”

     

    “주무세요, 베르그.”

     

    아르윈과 네르에게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섰다.

     

    묘하게 아쉬워보이는 듯한 그녀들의 얼굴이 또 귀엽게만 보였다.

     

     

    이내 나는 시엔과 함께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나는 윗옷을 벗고 침대에 먼저 누웠다.

     

    자연스레 나를 기다리고 있는 시엔에게 팔베개를 내어준다.

     

    시엔도 그제야 천천히 몸을 이끌고 내 곁에 누웠다.

     

     

    나는 작게 부풀어오른 시엔의 배에 손을 얹었다.

     

    시엔이 그 행동에 쿡쿡댔다.

     

     

    “우리 아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시엔이 속삭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된 일을 많이 한 하루였지만, 이 사소한 행동으로 모든 피로가 풀려갔다.

     

     

    “오늘 고생했어, 벨.”

     

    “우리 집 만드는 일인데, 뭘.”

     

    “…”

     

    그 말에 무언가가 생각난 듯, 시엔은 잠시 멈추었다.

     

    눈을 조용히 깜빡이던 그녀가 어느새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

     

    침상에서 눈을 맞춰오는 것부터가,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겠다는 신호였다.

     

    “…벨.”

     

    “…응?”

     

    “그…네르님이랑…아르윈님 이야기인데 말이야.”

     

    “…”

     

    시엔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아직….관계 안가졌지?”

     

    어째서인지 살짝은 불안해보이기도 한 그녀였다.

     

    그녀에게 나는 솔직하게 답해주었다.

     

    “안가졌어.”

     

    “혹시…그…유혹…도 하셔?”

     

    나는 잠시 고민을 해보았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야한 눈으로 나를 가만히 보고 있는걸 유혹이라 할 수 있을까.

     

    혹시나 잠자리에서 노골적으로 다가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라면, 아직 그런건 없었다.

     

     

    “아직은.”

     

    “…으응. 그렇구나.”

     

    “…왜?”

     

    “아, 아니…지금은 나와 하지 못하니까…”

     

     

    시엔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 당연하게도 우리는 관계를 가진적이 없었다.

     

    바쁜것도 바쁜거였고, 역병도 역병이었지만….모든게 해소된 지금, 그저 안정을 위해서였다.

     

     

    물론 당장은 우리의 아이도 건강히 자리잡은 상황이라, 관계를 가져도 문제는 없겠지만…혹시나 하는 걱정을 기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몸이 약한 시엔을 무리시키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집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안하지 않을까.”

     

    나는 시엔에게 말을 했다.

     

    애초에 새도 둥지가 있어야 알을 낳는다.

     

    당장 불안정한 상황속에서 급하게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상황이 또 그런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하면…거부하지는 않겠지만, 당장 나는 한발자국 물러서서 상황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로도 무언가가 불안한 듯 시엔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하고 싶은 바를 충분히 밝히지 못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그녀가 말을 꺼내기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그….벨.”

     

    “응.”

     

     

    시엔은 나를 계속해서 힐끔댔다.

     

    말하기 어려운걸 꺼내기 직전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엔은 내게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비밀이야기를 전하듯 은밀하게 속삭였다.

     

    “…요새 두 분이 널…엄청 보고 있어.”

     

    “아내잖아.”

     

    “아니…그게 아니라…”

     

     

    나는 시엔의 말에 플린트의 말이 떠올랐다.

     

    ‘너. 네 등 뒤에서 네 아내들이 어떤 표정 짓고 있는지 모르지?’

     

    “…”

     

     

    시엔이 무슨 말을 전달하려고 한것인지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야한 눈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나보다.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다보니, 어느샌가부터 노려지는 먹이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할 정도였다.

     

     

    시엔은 표정을 잠시 찌푸렸다 말했다.

     

    “하는건 자연스러운 거니까…뭐, 당연한거지만 말이야, 벨.”

     

    “…”

     

     

    그녀의 눈동자가 굴러가, 나를 곧게 응시했다.

     

    순간적으로 적대심을 피워올리며 그녀가 말했다.

     

    “…….나랑 할때보다 더 좋아하면 안된다?”

     

    “…………..”

     

     

    나는 시엔이 순간적으로 보여주는 분위기에 잠시 몸이 굳었다.

     

    모든 남편들은 아내들에게 붙잡혀 산다는데, 나도 그곳으로 한발자국 발을 들인것일까?

     

    나는 어색하게 목을 풀며 시엔을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그녀가 좋아할 대답을 돌려주었다.

     

    “응.”

     

     

    ****

     

     

     

    다음날도 작업을 끝마치고,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아내들이 마을을 둘러보겠다는 명분으로 마을에 남아있었다.

     

     

    어쨌든 호수 쪽에 정착한다면 이 마을에도 자주 방문하게 될텐데…그럴꺼라면 얼굴을 알려놓는게 낫겠다고 판단한 듯 했다.

     

     

    “기다렸어?”

     

    그렇게 여관에 들어오니, 이미 1층에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세 여인을 보았다.

     

     

    나는 시엔, 네르와 아르윈의 표정을 보며 그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다, 나는 네르의 눈빛이 평소와 다른걸 알아차렸다.

     

    “…”

     

    사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는것이긴 했다.

     

    오늘은 보름달이었고, 잠자리를 나누는건 네르였으니.

     

     

    네르는 나의 등장에 순간적으로 일어나 내게 걸어왔다.

     

    그 충동적인 행동을 보며 시엔과 아르윈이 경직되는걸 보았다.

     

     

    그녀들도 오늘이 보름달이라는 걸, 또 내가 네르와 잠자리를 함께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폭!

     

    네르는 미끄러지듯 내게 다가와 내 품에 안겼다.

     

    ‘왔어, 베르그?’

     

    그리고는 품에 웅얼거리며 말을 속삭였다.

     

     

    나는 적당히 포옹을 나눈 뒤, 그녀를 밀어내려했지만…

     

    -꾸우욱…

     

    나를 안은 네르의 팔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쓰읍….하아…’

     

    과할만큼 내 품의 향기를 맡고 있는것도 느껴졌다.

     

    나는 불필요한 시선들이 쏠리기 전에 네르에게 속삭였다.

     

     

    “…네르. 나 지금 땀 흘리고 와서 냄새나. 떨어져봐.”

     

    네르는 품에서 고개를 슬며시 떼어내며 속삭였다.

     

    “…그게 좋은건데.”

     

    “…”

     

     

    어떠한 말도 못하는 사이, 네르가 과장된 하품을 흘렸다.

     

    -탁!

     

     

    그리고 가볍게 내 손목을 붙잡은 그녀가 나를 윗층으로 이끌며 말했다.

     

    “피곤하지? 이제 자러 가자.”

     

    “…”

     

     

    나는 그런 네르의 제안이 웃기기만 할 뿐이었다.

     

    시엔도 아르윈도, 그런 네르의 말에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네르. 밥도 안먹었잖아, 우리.”

     

    “…”

     

    네르가 그 말에 굳었다.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눈을 깜빡인 그녀가 볼을 붉히며 말했다.

     

    “…그..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참입니다.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