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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6

    인적이 드문 숲, 루크는 서드에게 언제나와 같이 마법을 알려주는 시간을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 그대도 어쩔 수 없나보구나.”

    “네, 정말 죄송합니다. 스승님, 하필이면 그 때 제 ‘환영회’를 한다고 해서 말이죠. 그 때가 아니면 다들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서드는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서드의 환영회와 자신의 생일이 겹친 모양.

     

    어쩔 수 없다,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내라고 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한 말이었으니까.

    루크는 그런 서드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마음에 담아두진 말거라. 그대를 탓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그나저나, 묵을 곳은 어떻게 되었느냐? 그 쪽이 더 급한 안건이 아닌가. 혹시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살 곳은 금방 다시 구했으니까요. 스승님께서 일부러 제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이번엔 제대로 돈을 내고 구한 집이겠지?”

    “물론입니다.”

    루크는 서드의 말에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드는 이런 면이 참 괜찮은 아이다.

    어려운 삶을 살았으면서도 무작정 남에게 손을 벌려오지도 않고, 되도록 스스로 해보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참으로 기특한 아이.

    아마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잘 행동하며 살아갈 수 있겠지.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네. 오늘 알려준 것들은 충분히 스스로 연습할 수 있겠지?”

    “네, 반드시 빠른 시일 안에 성취해 보이겠습니다. 그 아이를 보니, 스승님께서 절 그동안 어찌나 부족하게 보았을 지 깨달았거든요.”

    “좋다. 내 기대하고 있지.”

     

    루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서드는 의욕을 불태우며 주먹을 말아올렸다.

    미약하게 파직거리는 푸른 전류가 감도는 주먹이다.

    강한 향상심을 억누르지 못해 서클이 회전하는 모양.

    아직 자신보다 어린 시루드의 성취를 보고선 자극을 받은 듯하다.

     

    과거라면 그것도 줄이라고 명했겠지만, 지금은 구태여 그런 감정적인 동요를 일일이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 감정의 방향은 분명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처지의 제자가 여럿 있으면 경쟁심을 자극을 줘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솔직히 이야기해서 서드와 시루드를 만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사는 세계가 너무나 달라서, 혹시나 서드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과거 자신이 학장으로 있던 아카데미도 그러한 문제 때문에 꽤나 골치를 썩혔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보다 뛰어난 타인의 모습은 누군가에겐 경쟁보다는 질투가 우선되는 법이었으니.

     

    반면에 서드는 여러모로 마법사적으로 훌륭한 아이였다.

     

    ‘두 제자 모두 마음가짐이 아주 훌륭해서 기분이 참 좋아.’

     

    ——-

     

    “다녀왔습니다.”

    “어서와ㅡ, 루.”

     

    예르나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루크를 살갑게 맞이했다.

    그런데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루크의 모습은 어쩐지 평소보다 굉장히 밝아 보였다.

    역시, 내일이 생일이기 때문인걸까?

    웃는 모습을 보니 자신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생일이 그렇게 기대되니?”

    “생일? 아, 물론 기대되죠. 언니도 오신다고 하셨는 걸요.”

    “그래, 루크의 첫 생일이니까, 놓칠 수 없잖아?”

    “고마워요.”

     

    예르나의 기대를 받으니 어쩐지 조금은 부끄럽다.

    그렇게 대단한 파티로 준비하지는 못했다.

    당초 예상한 파티규모에서 절반 정도는 줄인 것이니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 했으니 실망하지는 않겠지.

     

    그 때, 파이리스가 토도도 달려오며 외쳤다.

     

    “언니 생일파티! 엄청 기대돼! 디아나도, 다이튼도 다 갈거래!”

    “그래, 그거 잘 되었구나.”

     

    파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있으니, 돌연 파이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언니. 파티가 뭐야?”

    “응? 설마 여태껏 모르고 좋아했던 게냐.”

    “응! 그냥 다들 좋아해서 같이 좋아했는데.”

    “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언니한테 듣고 싶었어!”

    “하하, 그것 참.”

     

    루크는 파이리스의 말에 가볍게 웃어버렸다.

    하긴, 정령이란 본래 정령사 이외의 존재와는 말을 잘 섞지 않는다.

    그토록 ‘에레’인 자신이 좋았던 것일까?

    육신을 얻어 타인과 문제없이 교류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말이다.

     

    ‘에레’는 운명적으로 얽힌, 마치 분신과도 같은 귀중한 존재라는 뜻.

    자신을 이루는 일부가 어떤 식으로 정령과 얽힌 것인지는 모르나, 어쩌면 여신이나 레니에와도 연관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파이리스에게 물어봤자 ‘에레’는 ‘에레’라고 답할 뿐이겠지만.

     

    ‘정령어와 신의 언어 사이의 유사성도 있고 말이지…….’

     

    정령과 신 사이의 관계를 다시금 떠올리던 루크는 목에 두른 교복 넥 스카프를 풀며 설명했다.

     

    “파티는 보통 사교를 목적으로 하는 행사다. 기쁜 일을 나누며 음식과 음료를 나누지. 춤을 추기도 하고, 공연을 보기도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게지. 물론 좋은 음악도 있고.”

     

    그 설명을 들은 파이리스는 두 눈을 마치 별무리가 들어선 것처럼 반짝이며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음식! 춤! 음악! 공연! 다 내가 엄청 좋아하는 거잖아!”

    “뭐, 그대는 정령이니 말이다.”

    “파티 좋아! 이제 나도 엄청 기대돼!!”

    “하하하, 그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면 좋겠군.”

     

    노는 것, 즐기는 것을 사랑하는 정령으로서는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타인의 감정에도 강한 영향을 받으니, 즐거운 감정의 발산지인 파티는 그야말로 천국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렇게 루크가 교복을 한꺼풀씩 벗어내고 있을 때, 예르나가 문득 물어온다.

     

    “아참, 아까 보니까 택배가 와 있던데. 혹시 봤니?”

    “택배요?”

     

    루크의 귀가 살짝 쫑긋거렸다.

     

    택배라니, 갑자기 무슨 택배가 온다는 말인가?

    자신은 시킨 것이 전혀 없는데 말이다.

     

    “응, 혹시 누가 보낸 생일 선물인가 싶어서 뜯지 않고 놔뒀는데.”

    “누가 보낸 건데요?”

    “음, 모르겠는 걸. 보낸 사람의 이름은 쓰여 있지 않아. 짐작되는 곳은 없어?”

    “글쎄……. 딱히.”

     

    만약에 아이들이 미리 주는 생일 선물이라면 학교에서 이미 언질을 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들은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부피가 꽤 크고 묵직하다.

    흔들어보니 질감을 느껴보건데 아마 흐물흐물하게 무게가 이동하고 달그락 거린다거나 하지 않고 고요하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천과 비슷한 재질인 것 같다.

     

    루크는 마력시에 집중해 가볍게 박스를 돌려보았다.

    딱히 마법적인 수단이나 공격수단 같은 것은 드러나지 않는다.

    최소한 폭탄은 아니라는 이야기.

     

    루크는 상자를 툭 내려놓고는 중얼거렸다.

     

    “뭔가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혹시 깜짝 선물을 노린 걸까? 한번 열어보는 게 어때? 어쩌면 안에 상대를 추측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게 좋겠네요.”

     

    그렇게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자, 드러난 것은 바로 드레스였다.

     

    “이건…….”

    “어머, 이거 참 예쁘고 화려한 드레스네.”

     

    리본장식과 프릴 장식이 꽤 화려한 것이 상당히 비싼 옷으로 보인다.

     

    문제라면, 형태부터 전통적인 방식으로 직조된 듯한 옛 것이라는 점.

    하지만 거기다 현대적인 화려함을 담아 굉장히 아름다운 백금색의 드레스였다.

     

    이런 옷이 현대에도 존재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루크는 꽤 당황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옷이 지금도 남아있었단 말인가? 이건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군…….”

     

    이런 옷은 옷가게를 모두 돌아보아도 전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는 물건.

    입는 방식도 복잡하고, 입고 생활하기에도 역시 불편하니 미의 기준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레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것인데…….

     

    “…….”

     

    대체 이런 게 왜 자신에게 보내진 것일까?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잘못 배송된 것이 아닐까 싶어 다시 집어넣으려다, 아까 마구 흔들었던 것의 영향 때문인지 조금 구겨진 듯 하여 깔끔하게 개어놓기 위해 드레스를 들어보는 루크.

     

    그러자 옷 사이에 끼워져 있었던 건지, 꽤 고급스런 느낌의 황금색 편지봉투 하나가 루크의 앞에 툭 떨어졌다.

     

    “이건? 이 택배를 보낸 사람이 쓴 것인가?”

     

    드레스를 다시 내려놓고 편지를 들어올린 루크는 빠르게 그것을 열어 내용을 천천히 소리내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루크 이루시에게.

     

    -루크, 생일 축하해.

    시루드에게 생일 파티를 고대 귀족처럼 준비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리고 그건 꽤 멋진 생각인 것 같아!

    네 이름 하고도 참 잘 어울려! 이 편지를 쓰면서 네이름을 적는 내 기분도 벌써 파티에 가 있는 느낌이 들 정도야.

    나는 비록 아쉽게도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 직접 가지는 못 할 것 같지만 말이야.

     

    대신에, 루크. 이렇게 선물을 먼저 보낼게.

    10살 생일 정말로 축하해! 행복한 생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세레나 트리핀드가.

     

    Ps. 듣기로는 아직 드레스가 없다던데. 그렇지? 이걸 입고 파티에 나가면 기쁠 것 같아!

    Pps. 그리고 시루드도 잘 부탁해. 그 아이는 이렇게 큰 파티는 처음이거든! 원래 내성적인 아이라서 말이야. 그래도 네 덕분에 많이 나아졌어!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주렴!

     

     

    그렇게 편지의 낭독을 마친 루크는 편지를 다시 고이 접어 봉투에 넣고는 옆에 내려두었다.

     

    “그럼, 이건 세레나가 보낸 내 생일 선물이었던 거로군.”

    “정마알~ 이런 건 어디서 사셨대! 얼른 전화로 고맙다고 말씀 드려야겠다.”

     

    예르나가 세레나에게 감사인사를 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고 자리를 비우자, 루크는 조금 황망한 표정으로 그 드레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것이 자신을 위한 선물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니 말이다.

     

    ‘드레스가 따로 없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런 옷을 입을 거란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으니까.

    굉장히 당황스러울 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파티엔 응당 예쁜 드레스를 입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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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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