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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6

       

       

       

       

       

       226화. 계기 ( 6 )

       

       

       

       

       

       커다란 생명체는 그 자체의 웅장함에서 오는 감동이 있다.

       

       압도적인 크기에서 오는 장엄함.

       그러한 것이 살아 움직이는 것에서 느끼는 경외.

       

       인간은, 아니 남자는 본능적으로 거대하고 움직이는 것에 끌리게 설계가 되어있는 것이다.

       

       합체 로봇이나 건담 따위나 판타지의 드래곤 같은 것들.

       

       그런 것들에는 낭만이 있다.

       현실에서 동떨어졌기에 가질 수 있는 낭만.

       

       하늘 다리에 앞선 지역과 달리 작은 동물을 두지 않은 이유도 그러한 까닭이었다.

       

       ‘모처럼 장소가 하늘이니까 좀 판타지스러운 동물로 꾸며보고 싶은데.’

       

       장식할 수 있는 동물들의 리스트를 후루룩 훑어보면 온갖 동물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리가 여섯 개 달린 소 비슷한 녀석도 있고, 날개 달린 다람쥐, 꿈에서 나올까 무섭게 생긴 녀석까지.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다름 아닌 ‘하늘고래’.

       녀석을 보자마자 무언가에 홀린 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커다란 하늘고래가 구름 사이를 헤엄치고 있더라.

       

       – “ㅡㅡㅡ!”

       

       기묘한 고주파의 울음소리.

       

       생긴 것은 혹등고래와도 비슷하다.

       옆구리 밑으로는 작은 지느러미 수십 개가 늘어진 이파리처럼 흔들렸고, 두 갈래로 갈라진 꼬리 쪽에는 안개처럼 희뿌연 무언가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음에 쏙 들었다.

       

       “쩌, 쩐다…”

       

       진짜 마음에 쏙 들었다.

       반쯤은 충동적으로 녀석을 장식한 거였는데 후회는 없다.

       

       크기도 어마어마하게 커서 도시 하나 정도는 너끈하게 들어갈 수준.

       

       녀석 하나만으로도 공간이 꽉 찬다.

       하늘이기에 경기장이 무너질 걱정은 없었지만, 더 이상 무언가를 추가로 꾸미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진짜 마음에 든다…”

       

       이렇게 연극에서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로.

       

       

       

       

       

       *****

       

       

       

       

       

       “허…”

       

       구름 사이로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보였다 사라졌다 반복한다.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수십 가닥 늘어진 것이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흔들리는 잔상.

       힘차게 갈라진 꼬리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운 안개.

       그 틈으로 가끔 모습을 보이는 거대한 눈동자.

       

       크다.

       더 이상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생명체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저… 건 도대체?”

       

       산이 하늘을 날고 있다.

       한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한스의 허리춤을 붙잡고 오열하던 데이지도 이내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거대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와…”

       

       인간을 마치 개미처럼 느끼게 만드는 압도감.

       

       데이지와 한스는 한참이나 구름 사이를 부유하는 생명체를 보며 입을 벌렸다. 그것을 오랫동안 보고 있자니 원근감이 사라지는 듯했다.

       

       “…아앗! 이, 이럴 때가 아니에요! 어서 일어나세요! 이제 정말 마지막이에요! 여기만 통과하면 끝이라구요!”

       “어, 어어?”

       

       퍼뜩 정신을 차린 데이지가 한스를 일으켰다.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가 구경해 버렸다.

       이럴 때가 아니었거늘. 데이지의 재촉에 한스가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한스의 허리춤을 붙잡고 몸을 일으키던 데이지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하으윽!”

       “데이지!”

       

       다행히 한스가 서 있던 방향으로 쓰러진 덕에 무사히 받아낼 수 있었다.

       

       “데이지!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아으윽… 다, 다리가아…! 팔이… 모, 몸이 너무 아파요오…”

       “아.”

       

       데이지의 얼굴이며 몸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한계를 넘어서까지 혹사한 몸이 채 풀리지 않은 것.

       

       제아무리 날개 달린 신발과 신의 도움이 있었다고 해도.

       어린아이의 몸으로 절벽을 기어 올라온 것이다.

       

       멀쩡하게 걸을 수 있을 리 없다.

       

       한스가 데이지의 몸 여기저기를 쿡쿡 찔러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근육통이구나. 당장은 못 움직일 것 같은데?”

       “그, 그러언…”

       

       낭패다.

       지금까지 잘하다가, 하필이면 한스가 보는 앞에서 짐이 되는 모습을 보이다니.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몰려와 데이지의 눈가에 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기 시작했다.

       

       척.

       

       “자.”

       “…네?”

       “뭐해? 얼른 업혀. 여기 끝까지 가면 되는 거지?”

       “그, 아. 네! 맞아요.”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데이지가 후다닥 달려들어 한스의 등에 매달렸다.

       

       인간일 때의 등과는 또 다른 맛이 있는 등판이다.

       근육이 발달하여 울퉁불퉁하고… 굉장히 넓고… 손으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딱딱하다.

       

       꾸욱- 꾸우욱-

       

       손가락으로 찌르다가 이내 턱을 이용해 한스의 등을 찌르는 데이지.

       한스는 데이지를 말리려다가 그만뒀다.

       

       ‘내가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 혼자 고생했으니까… 이 정도 어리광은 부리게 해줘야지.’

       

       아이의 몸으로 혼자 얼마나 고생했을 것인가.

       

       데이지의 허벅지를 붙잡으며 단단히 고정한 한스가 거뜬하게 몸을 일으켰다.

       

       “이 다리의 끝까지 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꾸욱- 꾸우욱-

       

       데이지가 턱으로 한스의 등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네. 아마 제가 본 것이 맞으면 이 끝에 커다란 깃발이 있을 거예요. 거기에 가면ㅡ”

       “내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겠구나.”

       

       한스가 다리의 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길게 늘어선 다리는 세상의 끝에 맞닿은 마냥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세월에 끝까지 가나 싶었지만… 묵묵히 걷는 수밖에.

       

       터벅터벅터벅.

       

       한참을 걸었다. 

       조잘조잘 한스의 등에서 떠들던 데이지도 까무룩 잠에 빠질 정도로.

       

       “…조용하구나.”

       

       중얼거린 한스가 고개를 들어 구름을 바라봤다. 

       

       여전히 구름 사이를 노니는 거대한 존재가 보였다.

       

       처음에는 저 거대한 것을 피해서 도망쳐야 하는 줄 알고 긴장했건만.

       천만다행으로 저 거대한 것은 한스와 데이지에게 관심이 없었다.

       

       저 몸집을 생각하면 아예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스스로의 발소리, 창공을 노니는 바람 소리, 때때로 들려오는 거대한 무언가의 울음소리.

       

       온갖 소리가 자글자글 모여들어 한스의 귓가를 간지럽힌다. 

       

       한스는 데이지를 고쳐 업으며 스스로의 내부를 관조했다.

       육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깊은 곳.

       심장 부근으로.

       

       화륵…

       

       ‘…역시 뭔가 있어.’

       

       눈을 감고 깊게 집중하면 희미하게 그 존재가 느껴진다.

       작은 불꽃… 아니, 불씨라고 불러야 마땅할 정도로 작은 것.

       

       도대체 이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이 있기는 했다.

       물소리와 함께 들려온 여인의 목소리…

       

       여인은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이것을 작게 만들어 준다고 하였다.

       

       ‘…모르겠네.’

       

       혼자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을 문제.

       이내 한스는 이 정체 모를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그만뒀다.

       

       일단 인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선이니까. 그것에만 집중하기도 했다.

       

       “어.”

       

       저 끝, 지평선 너머에 고개를 빼꼼 내민 무언가 보인다.

       눈을 찌푸리며 자세히 보니 바람에 따라 펄럭이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깃발의 것이었다.

       

       마침내 길고 긴 연극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

       

       

       

       번쩍ㅡ!

       

       “흐야앗!”

       “엇차.”

       

       짧은 섬광과 함께 한스와 데이지가 갑작스레 공중에서 나타났다.

       

       탓.

       

       제법 높이가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자세를 고친 한스가 데이지를 품에 안고 가볍게 착지했다.

       

       습관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제법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과 오밀조밀 모여있는 낮은 지붕의 집들.

       

       그리고 전쟁이라도 터졌는지 쑥대밭이 된 마을 주변.

       

       “이게 다 뭔 일이야?”

       

       어안이 벙벙하다. 마을 주변에는 거대한 강아지가 땅을 파고 간 마냥 깊은 구덩이가 산재했다.

       

       한스가 눈가를 찌푸리며 흐릿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니까 분명히… 유니콘이랑 가다가 오크 우두머리를 만났고… 싸워서 이겼는데 내가 오크 대장이 됐고… 그리고… 그리고…

       

       ‘…기억이 안 나네.’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다.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던 한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 와! 와아! 한스 님! 진짜 돌아왔어요! 돌아왔다고요!”

       “그러게. 진짜 마을로 돌아왔어.”

       “그게 아니라요! 한스 님이 인간으로 돌아왔잖아요!”

       “어…그러네?”

       

       그제야 제 손을 내려다본 한스가 얼떨하게 중얼거렸다. 틀림없는 인간의 손이다. 난장판이 된 주변에 눈이 팔려 이제야 알아챘다.

       

       “흐으아아앙! 다행, 흐끄읍… 다행이다아… 저, 저는! 후읍, 영영 못 돌아오실까 봐! 후으윽…!”

       

       데이지가 한스를 부여잡고 한참이나 울었다. 그간 쌓인 근심걱정이 마침내 해결되니 눈물로 그 형태가 빠져나온다.

       

       그리고.

       

       

       “한스 사도?”

       “데모닉 팔라딘 님?”

       

       벼락처럼 뛰어온 데모닉 팔라딘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에 한 차례 섬광과 함께 한스가 사라지는 것을 본 데모닉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하여 엄중히 사방을 경계하다가 섬광이 번쩍임과 동시에 나타난 것.

       

       다른 사도들도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한스 씨! 무사했다니 다행입니다!”

       “이야, 너 진짜 별 신기한 경험을 하고 왔더라?”

       

       데모닉을 따라온 이스칼과 프리가가 한스를 보며 말했다.

       

       우는 데이지를 품에 안고 다독이던 한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들은 마치… 자신이 겪었던 것들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는가?

       

       투다다다ㅡ!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멀리서 소 떼가 달려오는 듯한 땅울림이 들려오더니.

       

       콰앙!

       

       “한스 씨ㅡ!!”

       “커억!”

       

       한 줄기 붉은 섬광이 한스를 들이받았다.

       그 짧은 시간 가까스로 반응한 한스가 비는 손으로 받아냈기에 망정이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갈비뼈 두어개는 나갔을 것이다.

       

       “한스 씨, 한스 씨ㅡ!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윽, 우윽… 요, 용사님?”

       

       붉은 섬광은 케니스였다.

       항상 씩씩하고 믿음직한 용사의 면모만 보였던 케니스가 한스의 품에 매달려 눈물을 그렁하게 매달고 있었다.

       

       화륵!

       

       “읍?!”

       

       눈물이 그렁하니 맺힌 케니스와 눈이 마주친 한스는 갑작스레 온몸으로 퍼지는 열감에 흠칫했다.

       

       잠잠하던 ‘계기’가 가장 강한 여성에게 반응했다.

       

       미약한 숯처럼 온기를 뿜어내던 것이 온 힘을 다해 열을 발한다. 뜨거운 열기가 한스의 몸 구석구석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어쩐지 땀도 계속해서 난다. 주변의 온도가 몇 도나 올라간 것 같다.

       

       

       “한스 씨…?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어, 어디 아파요?! 혹시! 아직 오크에서 돌아온 후유증이ㅡ!”

       

       

       이를 본 케니스가 한스의 이마에 손을 대며 열을 재려 했다. 케니스의 얼굴이 가까워질 때마다 벌꿀색 눈동자를 마주하기 어렵다.

       

       몸 안에 거대한 불꽃이 일어난 듯 뜨겁다.

       

       “세상에, 땀 좀 봐! 이거 봐요! 몸에서 열도 엄청나고! 어디 아픈 거 아니죠?”

       “아, 아아아아닐 겁니다… 크흠! 용사님. 이, 일단 너너너무 가까우니… 조, 조금만…”

       

       한스는 케니스의 시선을 피해 바닥으로 눈을 내리깔았고, 케니스는 한스가 땀을 잔뜩 흘린다며 부산스레 굴었다.

       

       “…한스 님…?”

       

       그리고 데이지는 한스의 허리춤에 매달려서 까만 눈으로 한스를 노려봤다.

       

       “으흠?”

       

       프리가는 눈썹을 까딱하더니 재밌다는 듯 실실 웃기 시작했고, 데모닉의 꽉 쥐어진 주먹이 파르르 떨었다.

       

       “크워우…?”

       “떼장…? 크우ㅡ”

       

       우르르 몰려온 오크들이 한스와 케니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들의 우두머리인 한스를.

       

       화륵…

       

       우두머리의 불꽃이 주변의 오크들에 번지기 시작한다.

       

       ‘계기’가 알게 모르게 다른 오크들에게 퍼지며, 마른 황야에 떨어진 불씨마냥 내려앉았다.

       

       “크우우…”

       

       당장은 아무런 차이가 없을 작은 불씨.

       

       그러나 우두머리에게서 ‘계기’의 영향을 받은 불씨는 오크들의 영혼에 확실하게 안착했다. 그리고 서서히 싹 틀 것이다.

       

       그들의 우두머리의 ‘계기’와 정확히 같은 형태로.

       작고 미약한 씨앗은 천천히 뿌리 내리고 성장하며 오크의 영혼을 갉아먹는 불꽃을 다스리게 되리라.

       

       “끄우으… 떼쟝이댜!”

       “끄워어어어어! 떼쟝이 돌아왔댜아!”

       

       지금은 그저 짐승의 모습이었지만.

       

       조금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들은 변하리.

       

       

       

       *****

       

       

       

       하루가 다르게 날니 추워지더니, 결국 겨울이 찾아왔다.

       

       북부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눈이 내리며 잔혹한 이빨을 사정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딸랑ㅡ

       

       작은 주점.

       종이 맑게 울리며 제 몸을 흔들었다. 로브를 눌러쓴 거구의 사내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 

       

       “앗! 어서 오세요!”

       

       취객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던 종업원 아가씨가 활기차게 인사했다. 주근깨 가득한 얼굴과 목에 걸린 만신전의 펜던트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잠시 종업원의 펜던트를 바라보던 거구의 사내는 아무 말 없이 구석진 곳에 앉았다. 주점을 살피기에 적당한 자리다.

       

       등의 로브가 불룩하니 튀어나왔고, 허리춤에는 큼직한 망치 하나가 걸려 있다. 

       

       “손님, 추우시죠! 어떤 걸로 드릴까요?”

       “여기서 가장 따뜻하고 빨리 나오는 걸로 부탁하네, 아가씨. 아. 그리고 따뜻한 염소젖도 한 잔 부탁하네.”

       “…? 아, 네! 금방 드릴게요!”

       

       사내의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낀 종업원은 이내 바삐 걸음을 옮기며 탁자 사이를 누볐다.

       

       꿀꺽… 꿀꺽…

       

       뜨끈하게 김이 올라오는 염소젖을 마시며 사내가 주점을 훑었다. 취한 자들이 으레 그렇듯, 온갖 허세와 허풍 섞인 이야기가 사방을 메어리친다.

       

       허나 쓰레기 속에도 진주는 있는 법.

       

       극한까지 단련된 사내는 자질구레한 잡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거 들었어? 이번에 오크들이 갑자기 똑똑해졌다고ㅡ”

       “뭔 오크들이 신부감을 찾는다고 방랑을ㅡ 벌써 몇 개월이나 지난…”

       “…욜슨 씨네 둘째 딸이 임신을ㅡ”

       

       온갖 낭설과 소문.

       

       그중 사내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 들려왔다.

       

       사내의 시선이 코가 빨개진 두 취객에게 향했다.

       

       “이봐, 자네. 그 소문 들었나? 마수의 산에 나타났다는 그 커다란 바위 말이야!”

       “그, 뭐냐… 맨날 비명이 들린다는 그 이상한 바위?”

       “맞아! 이건 내가 자네한테만 말하는건데…”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더니 맞은편의 사내의 귀에 입을 바싹 댄다.

       

       “소문으로는… 그 바위가 지옥으로 가는 입구라고 하는구먼!”

       “예끼, 이 사람아! 그런 입구가 있으면 왜 산에 있나!”

       “아니 정말로! 바위가 꿈쩍도 안 하고, 오죽 불길하면 그 주변으로는 동물이며 마수가 얼씬도 안 한다니까? 비명이 얼마나 끔찍하고 들으면 오싹한데!”

       

       지옥이라?

       

       거구의 사내가 저도 모르게 허리춤의 망치 자루를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이내 푹 눌러쓴 로브를 젖힌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취객들에게 덥썩 어깨동무했다.

       

       “으앗! 뭐, 뭐요!”

       “이런 씨, 당신 누구야!”

       

       주점에 횃불이 춤추며 사내의 얼굴에 그림자를 이리저리 드리웠다.

       설원처럼 하얗게 센 머리카락과 한쪽 눈에 길게 드리운 흉터. 목에 흔들리는 만신전의 펜던트.

       

       만신전의 저력이자 늙은 사자.

       라이언하트, 레온.

       

       가장 노회하고 노련한 팔라딘.

       

       “하하. 반갑네, 친구들. 이거 미안하지만 방금 그 얘기… 좀 자세하게 해 줄 수 있겠나?”

       

       팅ㅡ

       

       맑은 쇳소리와 함께 금빛 동전 두어 개가 탁자로 떨어졌다.

       

       꿀꺽…

       

       취객은 떨리는 눈으로 금화를 바라보다 이내 레온을 향해 말했다.

       

       “헤헤, 뭐가 궁금하십니까 나으리?”

       “뭐든 물어보십쇼! 이 친구 마느라 속옷 색깔도 말씀드릴 수 있습죠!”

       “…자네가 그걸 어찌 아나?”

       

       그리고 며칠 뒤.

       주점의 메뉴판 옆에는 커다란 대자보 하나가 붙었다.

       

       

       

       

       [마수의 산에 위치한 소문의 지옥으로 갈 탐험대 모집.

       

       

       위험한 여정, 보수 없음, 목숨 보장할 수 없음, 끔찍한 어둠과 추위, 생환을 보장할 수 없음. 성공 시 명예와 영광을 보장. ㅡ 레온]

       

       

       

       이 대자보는 수많은 북부 사내의 마초적인 심장에 불을 지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한스는 과연 용암 거인의 원펀치에 리타이어한 굴욕을 갚을 수 있을지…!!! 작가인 저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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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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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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