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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6

       

       

       

       

       

       “쀼우우웃! 레온, 이 꿀떡 엄쳥 마시써!”

       

       아르는 동그랗고 말랑말랑한 꿀떡을 오물오물 먹더니 감탄했다.

       

       “막 쫀득쫀득한데, 먹다 보며는 톡 하고 안에서 꿀이 터져 나와서 엄청 달달하구 마시써! 헤헤. 레온두 머거 바!”

       

       한 번에 꿀떡을 다섯 개 털어 넣고 씹다가 꿀이 토도독 터져 나오자 아르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엄청 달텐데 잘도 먹네, 아르는.’

       

       하긴, 나도 어렸을 때는 엄청 단 과자나 초콜릿을 질리지도 않고 한 봉지씩 먹고 그랬었다. 

       

       예전처럼 단 걸 많이 못 먹는다는 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고 누가 그랬는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 같았다. 

       

       ‘아르가 좋아하면 됐지, 뭐.’

       

       나는 한 번에 여러 개를 먹을 자신이 없어서 일단 하나만 입에 넣었다. 

       

       “오, 진짜 말랑쫀득하네.”

       

       적당히 탄력이 있으면서도 씹는 대로 별 저항 없이 폭신하게 들어가는 기분 좋은 쫀득함이었다. 

       

       만든 지 오래됐거나 대충 만든 떡은 조금만 내놓아도 금방 굳어서 고무 씹는 맛이 나기도 하는데, 이 떡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제국의 수도 한복판에 크게 자리잡은 방앗간이니 장사도 잘 될 거고, 장사가 잘 되면 떡이 만들자마자 금방 금방 나갈 거고, 그럼 방문객은 언제 와도 만든 지 오래되지 않은 신선한 떡을 맛볼 수 있는 거지.’

       

       맛이 없으면 장사가 안 되고, 장사가 안 되면 재고가 남아 품질이 떨어지고, 그래서 더 장사가 안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가게들과 달리 완벽한 선순환 구조를 이룬 셈이었다.

       

       ‘와, 근데 이거 꿀떡이라고 진짜 꿀을 넣은 모양인데?’

       

       보통 떡집에서 만드는 ‘꿀떡’은 이름만 꿀떡이고 안에 꿀 대신 참깨와 설탕소가 들어간다.

       

       이름이 꿀떡인 이유는 그냥 뭐 꿀처럼 달달한 떡이다 해서 꿀떡이라는데….

       

       물론 실제 꿀이 안 들어가도 달달하니 맛있는 건 맞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과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꿀떡에 꿀이 안 들어간다니. 감자인 줄 알고 집었는데 먹고 보니 물컹한 무였을 때의 기분이었지.’

       

       하지만 이곳의 꿀떡에는 진짜배기 꿀, 그것도 상당히 신선한 고급 꿀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인위적인 달달함이 아닌, 천연 꿀의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이 새어 나와 입 안을 가볍게 적셨다.

       

       “오오, 이거 진짜 맛있네. 데비, 너도 어서 먹어 봐. 아, 해 봐.”

       “…아.”

       “오호, 떡에 비해 꿀이 미묘하게 시원한 게 또 신기하면서도 맛있네.”

       

       식욕을 부르는 아르의 먹방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떡을 하나씩 집어 먹어 보았고, 반응도 다들 괜찮았다.

       

       “쀼우! 요 떡은 모지? 노란 가루가 묻어 있는뎅?”

       “하하, 그건 콩가루떡이라고 합니다. 찹쌀로 만든 떡에 볶은 콩가루를 고물로 만들어 묻힌 떡이지요. 꿀떡과 더불어 항상 인기가 있는 상품입니다.”

       

       꿀떡의 다음 타자는 인절미였다.

       

       아르는 콩가루가 잔뜩 묻어 있는 떡이 신기한지, 손으로 살짝 눌러 보더니 곧바로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쀼우우! 이거 모지? 전혀 그러케 안 생겼눈데 엄청 고소하구 마시써! 아르 콩 별루 안 조아하는데 콩가루는 조아하나바!”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군요. 바로 옆에는 단호박 콩가루떡, 쑥 콩가루떡 등 떡 베이스를 만들 때 다른 재료와 섞어 만든 것들도 있답니다.”

       

       방앗간 주인장은 아르가 떡을 아주 맛있게 먹자 기분이 좋아져서는 추가 설명을 곁들여 가며 추천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건 눈처럼 희다고 하여 눈송이떡이라고 하는데….”

       “우아! 포슬포슬하면서두 쫄깃해여!”

       “너무 아무것도 안 들어 있는 게 싫으시다면, 건포도나 콩이 들어 있는 눈송이떡도 있답니다.”

       “…아르는 구냥 새하얗기만 한 떡이 조아여!”

       

       건포도라는 말에 아르가 슬쩍 목을 뒤로 뺐다.

       

       솔직히 백설기에 건포도나 콩을 넣는 건 나도 아직 이해가 안 되긴 해서, 옆에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차라리 슴슴한 게 낫지.

       

       여튼 아르는 백설기, 아니 눈송이떡도 맛있게 먹었고.

       주인장은 진열대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었다.

       

       “이건 보리떡, 이건 살구떡이고…. 귀리떡과 감자떡도 있습니다. 사실 이쪽은 조금 심심한 맛이라 엄청 추천을 드릴 정도는 아닙니다만….”

       “쀼우웃! 감쟈떡이다!”

       

       그리고 그때, 감자떡을 발견한 아르의 눈이 번쩍 뜨였다. 

       

       느릿느릿 주인장을 따라 걷던 아르는 허겁지겁 다가가 감자떡을 집더니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 

       

       “삐유우…! 역씨 감쟈떡이야!”

       

       아르가 행복한 표정을 짓자, 주인장은 좋아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아르 님께서는 감자떡을 굉장히 좋아하시는군요. 달달한 떡이 아니라 좋아하실지 몰랐습니다.”

       “히히, 감쟈떡은 이짜나여. 레온이 아르한테 처음으루 준 떡이거든여.”

       

       아르는 옛날 일을 떠올리며 눈을 접었다. 

       

       “구때 아르는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대서 엄청 배고파써여. 구래서 처음으루 머근 게 감쟈떡이었는데, 엄쳥 마시썼던 기억이 있어여.”

       

       역시 드래곤이라 그런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인데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하, 역시 우리 아르, 기억력이 좋네.”

       

       나도 그때를 떠올리며 같이 웃고 넘어가려는데, 아르가 조금 아련해 보이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근데 이짜나여. 그때 레온은 납쁜 사람들한테 쫓겨서 아무것두 못 먹구 감쟈떡 하나밖에 없는 상태였어여. 레온두 배고파쓸 텐데, 그리구 그때는 아르랑 레온이랑 계약 안 해쓸 때여서 감쟈떡 안 줘두 댔는데, 레온은 아르한테 감쟈떡을 거의 다 줬어여.”

       

       아르는 나를 바라보며 다시 웃었다.

       

       “그때 머겄던 감쟈떡은 진짜루 세상에서 젤 맛있었어여. 히히.”

       “아르야….”

       

       나는 왠지 모르게 일순 찡해져 입을 다물었다.

       

       “그 이야기는 언제들어도 감동이라니까요. 후후.”

       “전 처음 듣는데…. 감자떡에 그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크흑…. 아르야. 너도 그렇게 어렵던 시절이 있었구나.”

       “야, 용사가 돼서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울고 그럴래?”

       “냅둬. 세상사 인기 있는 사람은 팬들이 이런 것도 다 포장해서 미담으로 남긴다고. 나중에 보면 감동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용사라고 회자될걸.”

       

       데보라가 눈물을 찔끔 흘린 레키온에게 핀잔을 주자 알렉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아르는 헤헤 웃으며 감자떡을 하나 더 집어 먹었다. 

       

       “아무튼 구래서 아르는 감쟈떡을 지굼도 조아해여. 구때 느꼈던 레온의 따뜻한 마음이 생각나거든여.”

       “크흐흑…. 너무 감동적이야….”

       “야, 고만 울어!”

       “…….”

       

       여튼, 우리는 떡 투어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방앗간 안쪽으로 이동했다. 

       

       “이곳이 바로 저희가 떡을 만드는 공간입니다. 매일 매일 고객님들이 드실 신선하고 맛있는 떡을 만들어서 내놓는 거지요.”

       “우와, 엄청 넓네요.”

       

       안쪽에는 하얀 모자를 쓴 방앗간 직원들이 열심히 떡을 만들고 있었다.

       

       절구로 떡을 찧고 있는 사람, 떡을 빚는 사람, 떡에 들어갈 여러 재료를 으깨거나 하여 준비하는 사람.

       

       하는 일은 다르지만 모두 일사불란하게 착착 호흡을 맞추며 움직이고 있었다. 

       

       다들 손님의 견학에는 익숙해져 있는 듯, 사람이 방문했는데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어! 드래곤! 설마 아르 님인가?”

       “아르 님이라고? 어디?”

       

       …아닌가?

       

       “모두 집중해서 마무리하도록! 쉬는 시간 얼마 안 남았잖아! 오늘은 아르 님께서 떡 만들기 체험을 하러 오셨으니 이따가 가시기 전에 뵙고 지금은 일에 집중해!”

       “예, 옙!”

       “알겠습니다!”

       “쀼우! 안뇽하세여! 마싰는 떡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여. 아르두 만들고 올 테니깐 힘 내세여!”

       “오오오! 우리보고 힘 내라고 해 주셨어!”

       “어서 마무리하자고!”

       

       직원들은 아르의 응원에 힘을 입은 듯, 이전보다도 더 활기차게 떡을 만들었다.

       

       우리는 힘찬 떡 메치는 소리를 뒤로 하고, 체험 코스 존으로 이동해 간단히 떡 만드는 법을 배웠다. 

       

       “첫 반죽을 만들 때에는 이렇게 뜨거운 물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잘 개어 주는 것이지요.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쀼우! 요러케요?”

       “좋아요, 잘 하고 계십니다!”

       

       아르는 나무 주걱으로 소량의 반죽을 열심히 개었고.

       

       “원래는 이대로 조금 숙성이 되도록 기다려야 하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저희가 미리 준비해 둔 반죽을….”

       “갠차나여! 시간 가속 마법 쓰면 대거든여!”

       “…?!”

       

       아르는 반죽에 시간 가속 마법을 사용해 숙성 발효를 시켰고.

       

       “어, 그럼 이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반죽을 옮겨서 여기에 놓고, 여기 있는 나무 망치로 반복해서 찧으면 반죽에 찰기가 붙습니다.”

       “요렇게여?”

       “아주 잘 하고 계십니다! 역시 아주 힘이 좋으시군요!”

       

       주인장은 야무지게 망치를 잡고 떡을 메치는 아르를 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속이 시원하다는 듯한 미소인데?’

       

       아무래도 체험 코스를 이용하는 주 고객이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제대로 메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르는 야무지게 메치고 있다 보니 시원시원해 보인 모양.

       

       ‘내가 봐도 야무지긴 해.’

       

       혀가 살짝 삐져나온 굉장히 신중한 표정으로 망치를 꼬옥 붙들고 열심히 떡을 메치는 아르의 모습이 굉장히 귀여워, 나는 사진을 마구 찍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이야, 아주 쫀득쫀득하게 되었네요! 그럼 이제 반죽을 이렇게 이렇게 잘라서, 준비된 콩가루에 골고루 묻혀 주시면….”

       

       원활한 체험을 위해 만드는 떡은 콩가루떡으로 고정되어 있는 모양이었고, 아르도 콩가루떡을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콩고물을 듬뿍 묻혀 떡을 완성했다. 

       

       “다 댔당!”

       

       아르는 자신이 직접 반죽하고, 망치로 열심히 메쳐서 쫀득하게 만든 떡을 한 입 먹어 보고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쀼우! 아르가 직접 만드러서 그런지 더 마시써!”

       “잘했네, 아르. 열심히 만드는 모습이 아주 멋있던데?”

       “헤헤헤, 구래써?”

       

       아르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다가와서 나를 꼬옥 안았다. 

       

       다른 사람들은 따로 하는 대신 같이 조금씩 반죽을 만들어서 각자 떡을 만들었고.

       

       체험이 끝난 뒤 직원들의 아르 팬 미팅까지 알차게 마친 뒤, 주인장과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방앗간을 나섰다. 

       

       “후우. 뭔가 되게 알찼네요.”

       “그러게요. 검술 수련만 하다가 이런 체험도 해 보고 좋네요.”

       “내가 직접 떡을 만들어 보게 될 줄이야.”

       “음, 근데 뭔가 잊은 것 같지 않아?”

       

       알렉스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삐유! 떡뽀끼 만들 떡 안 사따!”

       

       아르의 비명에, 우리는 다시 방앗간에 돌아가서 떡볶이를 만들 쌀떡과 밀떡을 골고루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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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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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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