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26

       

        

        

        

        

        

        

       

       

       -[경고 : 하층 2구역, 줄루 섹터 서버관제실 패널에 복구 불가능한 손상을 감지.]

        

       -[경고 : 원인 규명을 위해 2분 후 보안팀이 도착할 예정. 연구원들은 1분 이내로 해당 지역에서 퇴출하거나, 신원 증명이 가능한 수단을 지참하고 바닥에 엎드려있을 것. 해당 절차 불이행 시 즉각적인 제거로 이어질 수 있음.]

        

        

        

       “…유진인가?”

        

        

        

        근방에 숨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의 결과를 확인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천장에 달린 스피커가 괴상한 경고를 토해낸다. 

        

        어쩐지 눈 앞에서 스리슬쩍 스쳐지나가는 뱀 꼬리. 이런 말을 하긴 뭐했지만, 기억을 되짚어보면, 항상 예상치 못한 정신나간 일이 벌어지면 일단 유진을 의심해봐야만 했다. 어쩌면 특수부대원 양성을 위한 정식 커리큘럼이 아니라 날림과 실전으로 단련된 것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있자니, 주변의 인테리어 및 시설 배치도와 합쳐진 과거의 기억이 느닷없이 눈 앞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곳에서 방금과 같은 생각을 자신 뿐만이 아니라 팀원들에게 똑똑히 각인시킨 사건이 몇 번 정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언제였지?’

        

        

        

        지금이야 가상현실 안에서 같은 유저를 상대하고 있었지만, 그땐 소위 패트리어트라고 불리는 군벌화된 미군-PMC 간의 유착으로 생겨난 카르텔과 싸웠을 때였다.

        

        과거 지향성 EMP가 터져 이카루스 기어의 상태가 그닥 좋지 않았을 때, 야간투시경까지 끼고 투입되어 오퍼레이터들을 압박하던 적들한테 뜬금없이 소이탄을 몽땅 까던져, 화재를 발생시킨 후 투시경을 무력화하고 활로를 뚫어낸 적이 있었다.

        

        여러 의미로 굉장히 제한적인 방법이었기에 교범에도 실리지 않았지만, 그 광경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 물론 자기는 뱀이랍시고 어둠 속에서 유유히 돌아다니며 적들 모가지를 360도 정도 돌려버리고 다녔지만.

        

        

        

       ───투두두두두두!

        

        

        

       “저거넛이 오는데 아직도 안 나간 사람이 있다니.”

        

        

        

        그러나 총소리가 상념을 와장창 깨부쉈다. 시야가 현실로 돌아오며, 로건 – 나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말이 조금 새어나왔다. 물론 그 말은 나 자신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었다.

        

        아무튼 과거의 기억이 잠깐 스쳐지나갔지만, 사실상 하고자 하는 말은 아까와 동일했다.

        

        요 근처에 유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막내에게 영향을 받은 누군가이거나.

        

        

        아무튼, 곧 킬존으로 변할 이곳에서 계속 뻗대고 있는 이유는 별 건 없었다.

        

        빠져나가는 게 늦었기도 하지만, 타협이라는 건 태스크포스 대거의 임무 수행 기조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생각은 지금 역시도 바뀌지 않았다. 애초에 중지가 불가능한 미션들만 줄창 받아와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내가 꺾일지,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먼저 꺾일지는 대봐야 아는 법이었으니.

        

        

        

       -철커덕!

        

        

        

        기억하기로는, 스피커에서 들려온 경고로 인해 투입되는 저거넛의 숫자는 총 셋. 그러나 이들이 몰려다니는 건 아니었고, 지역을 계속해서 순찰하다 좁혀오는 저거넛 포위망과 합류하는 식이었다.

        

        저거넛이라는 이름답게 굉장히 튼튼했고, 심지어 방패까지 들었다. 게다가 충분히 빠른 시간 내에 잡아내지 못하면 지원이 오며, 설령 지원이 오지 않더라도 시간을 허비하다 지척까지 접근한 킬존으로 인해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충분히 빠른 시간 안에 잡아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단 소리였다.

        

        그리고-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한 탄창을 비운다.

        

        거점 방어 및 순찰용 저거넛이었기에 두터운 탄도 방패까지 들었다. 그러나 내가 든 건 바렛이었고, 10발들이 박스형 탄창 두 개를 몽땅 털어넣는 순간 방패는 맥없이 박살났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있을 일은 그 누구라도 예측 가능할 것이었다.

        

        텅 빈 세 번째 탄창을 바닥에 떨어뜨릴 즈음, 적은 말 그대로 형편없이, 그리고 실제 물리적으로 ‘구겨져’버린 채 금속과 폴리곤의 어설픈 혼합체 비슷한 무언가로 변해버렸다.

        

        유진이 이걸 했다기에 한 번 시도해봤는데,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구나. 물론 그리 말했지만, 다음 순간 다 쓴 바렛을 저 멀리로 던져버렸다. 여분의 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50 BMG탄을 들고 다니는 이들도 거의 없었기도 하고 – 무엇보다 스킬을 획득하는 순간, 무기를 오직 하나만 보유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스킬 활성화 구역이 어딨는지를 확인해봐야 하는데….’

        

        

        

        허나 그런 기우와는 달리,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킬존 접근까지는 아직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그렇다고 한가로이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것도 사실. 그렇기에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스킬 활성화 구역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곳에선 저거넛 이외의 유저들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생각은 스킬 활성화 구역이 설치된 공사장에 진입하자마자 와장창 깨져버렸다.

        

        

        

       ───투두두두!

        

        

        

       “살벌하네.”

        

        

        

        순식간에 실드가 대량으로 증발한다.

        

        탄환 하나하나에 실려있는 상대를 제거하겠다는 의지. 게다가 사격 후 이탈을 철저히 지킨 탓에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렵다. 더군다나 주변은 공사 현장임을 암시하듯 철제 가건물과 비계 발판 같은 것이 복합 다층 구조를 이룬 상황.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 어느 정도 총알을 맞더라도 최소한으로 거리를 좁혀 사격각이 나오지 않는 곳으로 향한다. 그 순간 적은 사격각 확보를 위해 저절로 움직일 것이고, 그 시점이야말로 위치 파악이 가능한 순간이다.

        

        적의 실력은 나쁘지 않다. 아무리 실력을 낮게 잡더라도 기본적인 교전의 구도는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황은 정확히 처음에 예측했던 형태로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이 즈음에서 한 번 더 예측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잠깐. 저건 분명히….’

        

        

        

        본 기억이 있는 아바타인데.

        

        분명히 유진과 항상 같이 다니던 다이스라는 이름의-

        

        

        아.

        

        

        

       “하.”

        

        

        

        심장이 요동치고, 손아귀와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운이 좋니 어쩌느니 하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었다. 중요한 건 나와 눈 앞의 인원이 일종의 실력 테스트 현장에 돌입했단 사실이었고, 가상현실은 어느 누가 먼저 죽더라도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빠르게 돌기 시작한 VR-혈액과는 별개로, 먼저 상대방이 가진 패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다이스는 자신보다 이곳에 일찍 왔을 거고, 다르게 말하면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단 소리였다.

        

        어떤 게 나올지에 따라 앞으로 취해야만 하는 행동이 조금씩 달라질 터였지만, 여태까지 치뤘던 여러 경기들로 미뤄보아,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터렛과 방패, 혹은 점착폭탄 등을 자주 드는 경우가 많았다.

        

        무난무난하지만 강력하다. 그렇기에 대처법은 머릿속에 이미 들어있었다.

        

        하지만.

        

        

        

       -달칵.

        

        

        

        그 순간 귓전을 울리는 플라스틱 마찰음.

        

        분명히 아는 음색이었으나, 예상을 대각선으로 뛰어넘었기에 찰나의 순간 사고가 정지한다. 그리고 상대방은 예측보다도 훨씬 빠르게 장전을 끝마친 채, 퉁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발사했다.

        

        시간이 느려지며 소리의 근원을 직시했다. 화학물질 발사기의 실린더를 타고 퉁 하고 튕겨져나온 보라색 캐니스터가 40mm 유탄 정도의 속도로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미처 쏘아서 요격할 새도 없이, 머릿속의 정보가 그것이 무엇인지를 끼워맞추는 사이, 그것이 금속 비계에 명중.

        

        

        

       ───치이익! 카캉!

        

        

        

        불길한 소리와 함께 금속제 기둥이 순식간에 부글부글 끓더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한순간 발을 올리고 있던 발판 자체가 기우뚱거리는 사이, 나노머신 산화제가 든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보랏빛 캐니스터가 연달아 날아들었다.

        

        비계 자체가 쓸모없는 강철 무더기로 변하기까지 몇 초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신체는 이미 목전에 탈출을 두고 있었지만, 철제 파이프와 비계끼리 부딪히며 나는 굉음 사이로 불길한 프로펠러음이 섞였다.

        

        다음 순간, 사방에서 섬광과 폭발이 일었다.

        

        

        

       “산화제에 폭격 드론이라니.”

        

        

        

        누구 인선인지 아주 더럽게 잘 알겠군.

        

        그것이 수많은 강철 파편에 깔리기 전 로건이 했던 마지막 생각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굉음과 함께 무너진 골조를 눈으로 흘기던 다이스는 PDA에 표기된 킬존을 확인하고는 수류탄을 골조 위에 까던진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 차례 굉음이 이어진 후, 스킬 활성화 구역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철컹.

        

        

        

       “빠지는 타이밍도 좋고, 수류탄으로 확인사살을 시도한 것도 좋았지만, 조금 더 과감하게 버텼어야지.”

        

        

        

        물론, 실드를 보유한 발현자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도 질긴 법이었다.

        

        HP가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이스에겐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겠지만 – 로건은 이번 일을 이자까지 쳐서 갚아줄 생각이었으며, 그 기회는 앞으로 한참이나 많이 남아있었다.

        

        

        

        

        

        

        

        

        

        

        

        

        

        

        

        

        

        

        

       “…확실하게 끊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빠진 것 같습니다. 킬존 접근까지 40초밖에 남지 않았으니 생사를 확인하긴 벅찼을 듯합니다.”

        

       “나쁘지 않아. 스크림 첫 판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고무적인 결과로군. 작년에는 이 즈음에서 한 명만 남았었던 것 같은데….”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유저 전원이 생존 중입니다.”

        

        

        

        하는 사람이 있으면, 보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몇 번이고 걸러진 정상급 유저들 백 명이 동시에 치르는 스크림 첫 판은 더더욱 그러했는데, 이는 적잖아 수천 명, 많으면 만 명 이상이 해당 경기를 바라보며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고, 그로부터 파생될 결과를 추산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어디나 그렇듯, 거의 70% 이상의 하위층은 몇 번이고 희비가 교차한다. 경쟁이라는 건 남을 짓밟아 계단 모양으로 예쁘게 다듬은 뒤, 그것을 밟고 더 위로 올라가는 것이었으니. 포식자가 되지 못한다면 결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뻔했다.

        

        그러나 반대로, 나머지 20~30%는 이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손패가 두둑했고, 작은 부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물론, 이는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단 소리였다.

        

        하위권의 심장과 상위권의 몸을 보유한 언밸런스가 이곳에 있었다.

        

        

        

       “현재 몇 명 남았지?”

        

       “35명 남았습니다. 한국 대표들 중 탈락자는…현재까지 없습니다.”

        

       “….”

        

        

        

        스읍.

        

        거친 숨소리가 사방에 퍼질까봐 의도적으로 입을 막는다. 그러나 쿵쾅거리는 심장박동까지 줄어들 수는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받아든 성적은 –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 작년이랑 완전히 상반된 상태였으니까. 단 한 번도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작년과는 다른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유진, 다이스, 갬빗, 미카엘, 잉크. 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리고 초 단위로 줄어드는 남은 경기 시간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불꽃이 여전히 생생할 때마다 머릿속 주판 튕기는 소리는 더욱 요란해져만 간다.

        

        이유는 간단했다.

        

        

        

       ‘단 한 명이 한국의 AP 솔로잉 영역을 통째로 견인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6개월 전에 이런 소리를 하거나 들었으면 최소한 세네 가지 반응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무시하고 할 일 하거나, 농담인 줄 알고 웃거나, 아니면 개소리 집어치우고 일이나 하라며 쿠사리를 먹거나 하겠지.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매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기에 현실인 법이었다 – 물론 이런 생각을 하기조차 벅찰 정도로 진행 중인 경기의 결과는 다이나믹하게 약동했고, 이는 숫자가 줄어들 때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대화 안건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었다.

        

        

        플레이어 숫자는 꾸준하게 하락하여, 어느덧 20명 언저리.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솔로잉 쪽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닉네임만 들어도 아는 유저들만이 남아,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교전을 펼친다.

        

        첫 탈락자는 갬빗이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우후죽순으로 탈락자가 속출했다.

        

        

        

       “클리어 스카이의 갬빗, 17등을 기록합니다.”

        

       “Xi의 잉크, 14등.”

        

       “리퍼 인펙티드의 미카엘, 11등입니다.”

        

        

        

        그리고 인간계의 마지막 방어선인 다이스까지 뚫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도적인 엄숙함과 단호함이 담긴 말. 그것이 마치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한 목소리처럼 들린다는 사실은 참관인들 전원이 알고 있었다.

        

        

        

       “…SSM Entertainment의 다이스, 6등을 기록합니다. 로건에게 결국 킬 카운트를 적립해주고 말았습니다.”

        

       “작년 최고 기록이 21등이었나? 정말 급격하게도 올라왔군.”

        

       “그보다 로건, 저 유저가 굉장한 변수입니다. 유진과 레퍼토리가 거의 동일합니다. 고작 몇 개월만에 AP 솔로잉에 등장해서 느닷없이 파이널 챔피언십 선발권까지 거머쥐었습니다.”

        

       “그건 알아.”

        

        

        

        짤막한 숨소리.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연다.

        

        

        

       “이런 중요한 스크림에서 다이스만을 노리고 추적한 후 여유롭게 추살할 정도면, 아직은 대적할 방도가 없다고 봐야지.”

        

       “아직은….”

        

        

        

        아직은, 이라. 그 사이에는 실낱같은 희망만이 자리한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은 TOP 5로 옮겨간다.

        

        당연하게도, 그 위에 올라와있는 라인업은 그야말로 불가능을 현실로 옮겨놓은 듯했다. 무소속의 로건, 마찬가지로 무소속의 유진.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 우승자인 델타 블루 소속 스톰시어, 전 SAS 소속 와이즈먼, 작년 통상 4위를 기록했던 아크버드까지.

        

        그것을 보고 있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1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다들 표정이….’

        

        

        

        눈빛에 살의가 깃든다.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사람을 전문적으로 죽이는 법을 몇 년씩 훈련받았고, 그러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 망설임을 끊고 정신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몸에 아로새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치열하고, 광기마저 어린 전투. 스크림이라는 것을 잊게 만드는 박력. 화면 너머로 치미는 압박은 작년 이상으로 강렬했다.

        

        오로지 극소수만이 발을 디딜 수 있는 정상의 영역에 발을 디딘 이들이, 그동안 배워왔던 모든 기술들을 총동원하여 생존과 살인을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숫자가 점차 줄어든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실력적으로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것보다는 조금 더 운이 작용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 그러나 그것이 어쨌든, 다섯은 넷으로, 그리고 셋으로 줄어든다.

        

        그것이 몇 분 후 둘이 되었을 때 교전이 시작된다. 그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아는 둘의 전투는 물리적인 측면 뿐만이 아닌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이외에도 그 장렬한 전투를 표현할 방법은 많았지만,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 두 명은 교전 끝에 총알을 몽땅 써버리고야 말았다. 안타깝게도 죽은 이들의 시체를 뒤질 수는 없었다.

        

        그렇게 어쩌면 그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백병전이 벌어진다.

        

        

        

       “도끼에…해머?”

        

       “이젠 슬슬 두렵기까지 하구만. 발현자들의 취향이란….”

        

        

        

        택티컬 도끼와, 공사장 해머.

        

        비공개 스크림에서의 미증유적 충돌은 추후에도 입에서 입을 건너 숱하게 회자될 명장면들을 낳았으나, 결과만을 간단하게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아무튼,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갑다, 유진.

        

       -로건…로건 씨. 정말 당신이군요.

        

       -그래. 내가 아니면 누가 로건일까. 근데 지금은 한가롭게 인사 나눌 때가 아닌 것 같네. 선임관이랑 꼴통 상어 한 마리가 참관인으로 와서, 내 머리 안에서 빽빽 소리지르고 있거든.

        

       -하, 하하….

        

       -이따 보자.

        

        

        

        콰앙.

        

        웃음인지 울음인지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유진과 폴리곤이 되어 사라지는 로건.

        

        어쩌면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첫 번째 스크림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각 발현자들을 대변하는 무기가…있을까요?

    몰?루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