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6

        두 번째…… 세 번째……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양한 몬스터들을 시청자들과 함께 사냥했고, 어떤 때는 성공하기도, 어떤 때는 실패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8번째 차례까지 다 끝났을 때.

       

        “음.”

       

        방송 종료까지는 1시간이나 남아버렸다.

       

        “이건 예상 밖이로구나.”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너무 빨리 끝남.

        – 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시간이 빨리 남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내가 한 번도 사냥해 본 적 없는 몬스터를 위주로 사냥에 들어갔고, 그럴 때마다 나는 몬스터의 패턴을 파악해야만 했다.

       

        다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시청자들이 함께 사냥하자는 몬스터들이 3종류였다는 것이었다.

        초반 세 번의 차례 동안 이미 패턴이 파악된 몬스터를, 뒤에서도 똑같이 신청하였다.

        당연히 후반에는 패턴을 파악할 필요 자체가 없었고, 나는 늘 하던 대로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남아버린 것이었다.

       

        “음…….”

       

        남는 시간 동안 뭘 하지?

        그런 고민을 하며 난감해하고 있었을 때였다.

       

        띠링!

       

        – 사장님!

       

        “응?”

       

        갑자기 매니저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의아한 얼굴로 매니저의 메시지를 바라보니, 곧바로 다음 메시지가 떠올랐다.

       

        – 시간도 남는데, 그거 어떠세요?

       

        “그거?”

       

        그거라고만 하면 내가 못 알아듣지 않니?

       

        – 어제 말씀드린 그거요. 다른 스트리머 합방!

       

        “……응?”

       

        그것을 지금 꺼낸다고?

        나는 신입 매니저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라서…….

       

        ‘아니,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닌가?’

       

        애초에 우리가 계획했던 참가자 숫자는 24명이 전부였고, 이것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빨리 콘텐츠가 끝나는 바람에 시간이 남게 된 것이다.

        즉, 우리가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시간이 남아버린 셈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에는 짧지만, 그렇다고 그냥 흐르듯 시간을 보내기에는 긴 시간.

       

        ‘그렇기에 합방을 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곳에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시청자들과 함께하기로 한 날이니, 이들을 우선하는 것이 맞겠지.’

       

        ……그래도 물어보는 정도는 할까?

       

        “아이들아.”

       

        – 넹.

        – 부르셨나이까.

        – 왜영?

        – 네!

        – ㅔ

        – 넹!

       

        “시간도 남는데, 지금부터 세 가지 선택권을 주겠다.”

       

        첫 번째는 3명을 더 뽑아 함께 게임을 하는 것.

        두 번째는 남는 시간 동안 나와 잡담하는 것.

        마지막은 매니저가 말한 대로, 나에게 합방을 제안한 이들 중 3명을 골라 함께 게임을 하는 것.

       

        – 오오오오!

        – 선택권이다!

        – 크헬헬헬헬!

        – 1

        – 2

        – 2

        – 라나님의 합방은 좀 무서움.

        – ㅋㅋㅋㅋㅋㅋ

       

        “흠.”

       

        뜻밖에 3번을 고르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합방을 할 때마다 좋게 끝난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시청자들도 인지한 모양이었다.

       

        어느새 시작된 투표가 끝난다.

        그리고 결과를 공개해 보니…….

       

        “1번이 많구나.”

       

        뭐, 그렇게 되었군.

        안타깝지만, 오늘 나와 함께 게임을 하고 싶었던 스트리머들에겐 유감을 표하겠다.

       

        “그렇다면 이제 3명을 뽑아야 하겠는데…….”

       

        여기서 다시 추첨을 돌리기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다.

        그리고 매니저들도 번거로울 테고.

        그러니 여기서는…….

       

        딱!

       

        “그래. 그럼 이번엔 선착순으로 할까?”

       

        – ?!

        – 헉!

        – 금단의 기술!

        – 선착순이다!

        – 뭐임뭐임?!

        – 허크!

       

        내 말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역시나 경쟁 요소는 생물 본연의 생존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나는 새로운 게임 채널을 생성했다.

        그리고 이 채널에 접속할 수 있는 코드를 확인하며 말했다.

       

        “이제 접속 코드를 공개하마. 그리고 이 코드를 이용해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세 사람과 함께 한 번의 사냥을 하겠다.”

       

        – 오!

        – 전형적이네.

        – 감사! 감사!

        – 감사합니다!

        – 이번엔 이긴다!

        – 젠장! 제발!!

       

        시청자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조금 더 애태우면서 골려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은 시간을 확인하곤 서둘러 코드를 공개했다.

        그리고 코드를 공개하자마자 순식간에 들어오는 세 참가자들.

       

        약간 빨리 들어온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냥 방송 지연 시간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채팅창을 확인했다.

       

        – 까비

        – 아….

        – ㅠㅠㅠㅠㅠㅠ

        – ㅜㅜㅜㅜ

        – 힝

        – ㅜㅠㅠㅠㅠㅠㅠ

       

        통과하지 못한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표한다.

        안타깝지만, 저들은 나중에 또 기회를 봐야겠지.

       

        나는 이번에 뽑힌 세 참가자들에게 음성채팅방으로 접속하라 일렀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 “와! 왔다아아아!!”

       

        = “인. 간. 승. 리!”

       

        = “와씨. 다들 아는 얼굴이네!”

       

        “……응?”

       

        어째 목소리가 하나 같이 익숙한데?

        서둘러 이들의 닉네임을 확인하자, 역시나 익숙한 닉네임들이 보였다.

       

        “도돌순이와 철수, 그리고 블렌드로구나.”

       

        = “아하하! 안녕하십니까!”

       

        = “크! 이게 인간 승리지!”

       

        = “오랜만입니다!”

       

        나에게 같이 오늘 게임 합방을 하자고 요청했던 이들이었다.

       

        “어떻게 셋이 전부 들어왔느냐?”

       

        한 명 정도라면…… 그래. 운이 좋아서 선착순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하자.

        하지만 나와 함께 게임하자고 요청했던 이들이 전부 선착순에서 승리했다?

        이것은 명백하게 이상한 상황이다.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상황에, 나는 이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내 질문을 들은 이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 “네?”

       

        = “어? 알려주시지 않았나요?”

       

        = “넹?”

       

        “???”

       

        알려 줘? 누가? 뭐를?

       

        = “토크코드 채팅창에 코드 올라와서, 그거 보고 들어왔는데요?”

       

        = “저도요.”

       

        = “저도.”

       

        “응?”

       

        그 말에 서둘러 토크코드를 확인했다.

        그리고 개인 토크코트 메시지창에 올린 ‘코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차…….”

       

        그제야 나는 사건의 전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방송 화면 위로 코드를 옮겨적는 과정에서, 실수로 토크코드 메시지창에도 코드를 적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토크코드의 메시지창은, 토크코드 내부에서 직접 ‘친구 추가’가 된 이들만이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나와 ‘친구 추가’가 되어 있는 스트리머들은 내 코드를 남들보다 빨리 확인했을 터.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ㅋ

        – 합방에서 사고를 치다 못해, 이젠 사고로 합방을 하는 경지에 이르셨넼ㅋㅋㅋ

        – 라나님도 실수 하시는구낰ㅋㅋㅋ

        – ㅋㅋㅋㅋ

        – 뻘하게 웃기넼ㅋㅋㅋㅋ

       

        “으음…….”

       

        내 실수로 인해 벌어진 상황.

        이제 와서 세 명을 내쫓고 다시 선착순을 받기도 모호하고, 그렇다고 이대로 진행하기도 좀…….

       

        = “헉! 설마 우리 버릴 건 아니죠?”

       

        = “라나님! 난 라나님 믿어!!”

       

        = “누님!!!”

       

        “…….”

       

        간절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스트리머들.

       

        – 헉!

        – 설마 약속 버려?

        – 우리 버려?

        – 라나님이 우릴 버려써…. ㅠㅠ

        – 힝…

        – ㅋㅋㅋㅋㅋㅋ

        – 가불기 걸리셨닼ㅋㅋㅋㅋ

        – ㅋㅋㅋㅋ

       

        간절함 반, 장난기 반으로 채팅을 치는 시청자들.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나는 결국 결정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까?”

       

        – 아닠ㅋㅋㅋ

        – 런치려고 한닼ㅋㅋㅋ

        – ㅋㅋㅋㅋ

        – 나

        – 앜ㅋㅋㅋㅋㅋㅋ

        – 가지 마여!!

        – 나

        – 락

        – 락

        – 나

        – 락

       

        = “어어? 저희 버리는 거 아니죠?”

       

        = “설마 라나님이 우릴 버리겠어?”

       

        = “저흰 라나님 믿어요!”

       

        “…….”

       

        나는 방송 종료 버튼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            *            *

       

       

        결국 빠르게 합의를 본 결과, 내일은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조건으로 스트리머들과 사냥에 나가게 되었다.

       

        – ㅋㅋㅋㅋㅋ

        – 어쨌든 꿀잼이었닼ㅋㅋㅋ

        – 라나님 실수 개꿀잼.

        – 뭐가 되었든 우린 이득임.

        – ㅋㅋㅋㅋ

        – ㅋㅋ

       

        “고얀 놈들…….”

       

        나는 이 일을 기억할 것이다.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채팅창을 바라보는 사이, 어느새 스트리머들은 사냥 준비를 다 끝마쳤다.

        그들이 고른 사냥감은 ‘갈라멘시아’라는 식물형 몬스터였다.

        참가자들이 골랐던 몬스터들이 전부 추가 업데이트로 나온 몬스터였듯, 이들이 고른 몬스터 역시 그런 종류였다.

       

        “이건 또 처음 보는 몬스터로구나.”

       

        – 앗.

        – 저건 좀.

        – 앗! 아아…

        – 아닠ㅋㅋㅋㅋ

        – 이 악질들ㅋㅋㅋㅋㅋ

       

        그런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

        내가 의아한 얼굴로 채팅창을 바라보는 사이, 스트리머들은 자기들끼리 뭔가를 상의하기 시작했다.

       

        = “이거 해 보신 분?”

       

        = “저요.”

       

        = “순이님이요?”

       

        = “안 해봤어요.”

       

        = “도대체 해본 게 뭐임?”

       

        = “방송.”

       

        = “어우 씨…….”

       

        뭔가 자기들끼리 투닥거리더니, 금세 ‘철수’가 모두를 대표해 말하기 시작했다.

       

        = “라나님.”

       

        “그래. 듣고 있다.”

       

        = “네. 이 몹이 약간 기믹 보스전 같은 느낌이에요. 기믹몹 아시죠?”

       

        “그래. 뭔지 안단다.”

       

        바로 어제 최종 보스이자, 기믹 보스인 ‘오르바트’를 사냥했으니까.

        그런 내 대답에 만족스러워하던 ‘철수’가 말을 이었다.

       

        = “이게 기믹 보스인데, 팀플 전용 기믹 보스거든요?”

       

        “그렇구나.”

       

        = “네. 그러니까 제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여 주세요. 거기 딴짓하는 님들도 해당하는 말입니다.”

       

        = “내에에에!”

       

        = “늬에에에에~!”

       

        = “아오! 확 씨!”

       

        장난기 가득한 ‘도돌순이’와 ‘블렌드’의 목소리에 ‘철수’가 발끈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겉보기엔 서로 싸우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저 모든 것들이 서로에게 신뢰가 있기에 하는 행동임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하던가?”

       

        = “응애.”

       

        = “응애응애.”

       

        “??”

       

        ‘도돌순이’와 ‘블렌드’의 아기 흉내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아이들이 왜 갑자기 저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일까?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앜ㅋㅋㅋ 물 마시다 뿜었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전부 웃기넼ㅋㅋㅋ

        – 갑자기 응애 드립치는 둘이낰ㅋㅋㅋ 이해 못 하는 라나님이낰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큼큼! 헛소리 컷하시고, 게임 시작합니다!”

       

        그렇게 오늘의 마지막 게임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가끔 실수도 하시는 인간적인(?) 라나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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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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