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26

       “그러니까 이게, 너가 만들어둔 목록이라고…….”

        

       내가 목록을 주자, 학생회장은 목이 막힌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만들어둔 건 아니고, 이번에 만든 목록이죠.”

        

       당연히 그 목록에는 내가 추천하는 위원들과 위원장들로 가득가득 차 있었다. 전부 내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던 아이들이다. 비어있는 자리가 꽤 많았으므로, 사실상 학생회 거의 전부를 집어삼킨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학생회장이 저렇게 기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목록을 책상 위에 올려두더니,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 학생회 위원 중에는 다른 학년도 많다는 거 알고 있지?”

        

       회장이 얼굴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 손을 따라 이마 위까지 올라갔던 안경이 다시 툭 내려오면서 회장의 얼굴에 안착했다. 조금 삐뚤어진 안경을 다시 고쳐 쓰지 않는 것을 보면 그럴 생각을 하지도 못할 정도로 몰린 모양이다.

        

       “알고 있죠.”

        

       그래서 위원 명단에도 최대한 다른 학년을 섞었다.

        

       물론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애초에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사이에서 돌아다닌 초대장이기에 다른 학년이나 다른 성별까지 넘어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기껏해야 도서 위원장 류바다처럼 위원 중에서 초대장을 받은 애가 있거나, 초대장을 받은 아이의 언니나 오빠가 이 학교에 같이 다니고 있거나…… 뭐 그 정도였으니까.

        

       당연히 반발할 걸 예상하고 넣은 목록이다.

        

       아니, 반발하게 만드는 게 진짜 목적이라고 해야 하나.

        

       어차피 지금까지 제대로 돌아가지도 못하던 학생회인데 기껏 서민 조금 들어왔다고 역정 내는 꼴이라니, 웃기기도 하다.

        

       “위원 중에는 그래도 3학년도 있는데…….”

        

       “입시 공부나 하라고 하죠.”

        

       그런 학생들은 어차피 여름방학 끝나면 입시모드에 돌입하니까. 아무리 돈 많은 학생이라도 입시 철에는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법이다. 학교 시험지와는 다르게 수능 시험지는 함부로 빼돌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거의 다 전학 갔다면서요?”

        

       “그건 위원들 사이에서나 그렇지. 너랑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는 자매가 있어서 전학 간 애들은 많아도 다른 학년 중에서 아직 이 학교에 그대로 다니는 애들은 많아.”

        

       그러니까, 위원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위원 아닌 한 학년 위의 선배가 말을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만약에 대놓고 반발하는 학생이 있으면, 이 목록을 제가 만들었다고 해요. 따질 거면 직접 와서 따지라고 하고. 아, 그리고, 장학생 중에서 저와 만나고 싶다는 다른 학년 학생이 있다면 저한테 보내주셔도 되고요.”

        

       이제 와서 정의감으로 이 학교 편을 드는 학생은 없을 거다. 다른 학년 장학생이라면 결국 1학년을 버티고 올라갔다는 뜻이니까.

        

       다른 학년이라고 해서 정상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를 무시하던 가해자들이 없을 뿐, 그 학생들도 똑같이 장학생들을 무시하고 하인처럼 부려 먹었을 테니까.

        

       불이익을 받는다고 동정할 생각은 없다.

        

       “진짜 이 학교를 집어삼킬 생각이구나…….”

        

       “누가 뭘 삼켜요.”

        

       나는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저는 그냥 여기서 좀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요.”

        

       “……그래?”

        

       학생회장은 진짜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내가 준 목록을 들여다보았다.

        

       뭐.

        

       왜.

        

       뭐.

        

       거기 있는 애들이 내 학창 시절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애들인데, 뭐 어쩌라고.

        

       그래,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조금은 남아있다는 걸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 학생회가 자리만 잡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굳이 내가 손을 댈 부분은 사라진다. 나는 뒤로 빠지고, 학생회장이 허튼짓 하는지 하지 않는지만 감시하면서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종종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완벽한 계획이란 말인가.

        

       사실 계획이랄 것도 없긴 하지만.

        

       “아무튼, 이 목록대로 구성하는 거, 찬성해주실 거죠? 참고로 딱 둘 남은 위원장들은 찬성이라네요.”

        

       내가 뒤를 돌아보자, 손아름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류바다는 멍하니 있다가 한 박자 늦게 나의 말을 깨닫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위원장이 찬성하니까, 딱히 안될 건 없겠죠?”

        

       “……그래. 너의 생각이 정 그렇다면.”

        

       학생회장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그리하여, 나는 남은 학기와 학년을 편안하게 별생각 없이 보내게 되었다.

        

       *

        

       ……라는 해피엔딩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목록을 보고 나를 쳐다본 학생회장의 표정을 생각해보면, 일이 좋게만은 굴러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미리 알았어야 했다.

        

       분명히 내 계획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계획이 제대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거 아냐……?

        

       그럼 진작 말을 해주던가!

        

       말했으면 들었을까?

        

       ……젠장, 반박할 수가 없다.

        

       아니, 그런데 처음 나를 부추긴 건 사라였는데.

        

       일하는 건 자기가 아니라면서 직책 하나 정도 가지라고 했잖아.

        

       …….

        

       여보세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쾅!

        

       하고 책상이 흔들려서 몸을 흠칫 떨었다.

        

       그리고 연달아서 다시 쾅! 하고, 이번엔 방의 창문까지 흔들릴 것 같은 기세로 누군가가 세게 책장을 쳐서 더 깜짝 놀랐다.

        

       “어…….”

        

       그리고 그 광경을 보던 학생회장과 손아름은 조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너희들, 팔 안 아프냐? 그거 마호가니 책상인데.”

        

       마호가니고 뭐고 원래 책상을 치면 팔이 아픈 거 아닌가?

        

       내가 두 번째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소희가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팔을 슥 내렸다.

        

       아마 처음으로 책상을 친 학생을 보고 열받아서 따라 친 모양이다. 그 증거로, 지금 내 책상 너머에 서 있는 그 여학생은 바짝 굳어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누구라고 했더라?

        

       육상부의 2학년이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학생회가 정한 위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모양이다.

        

       밖에서 열심히 뛰는 것을 좋아하기라도 하는 걸까, 사실 돈 많은 집안 애라기에는 피부가 꽤 많이 그을린, 숏컷의 보이시한 여자애.

        

       뭐, 지금 사라의 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선배이긴 하지만 말이다.

        

       “……운동 동아리들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비어있는 체육 위원들을 채운 게 너라며?”

        

       자기에게 시선이 몰리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그 애는 정신을 차리고 허세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허세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게, 아무리 봐도 ‘뼛속까지 양아치’ 이미지인 소희 쪽으로는 차마 시선을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육상부라서 몸도 튼튼해 보이고 팔다리도 시원시원하게 뻗었지만, 사실 얘도 잘사는 집 애인 건 마찬가지다. 마주치기 전에 미리 정보를 들었으니까.

        

       그래도 그런 애들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파벌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 성실한 육상부라는 모양이지만, 아마 그것 때문에 더 반발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나를 당당하게 찾아온 걸 보면 내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모양이고.

        

       “네, 제가 채웠죠.”

        

       그리고 그중에서 육상부는 없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건데, 보통은 형평성을 위해서 위원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을 데려다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단 명목상으로는 예산분배가 걸려있으므로, 특정 동아리에만 예산이 편성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모양이다.

        

       저번에 축구부 부장이 남다운에게 매달린 이유는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체육 위원회에 축구부 출신 위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진짜로 축구하러 가는 사람이 없으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 학교 이름을 드높이는 데 쓰지 못하니까. 나는 이 학교 축구팀이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남다운 하나라고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반면에 육상부는 정말로 육상선수를 몇 명인가 배출해낸 모양이다. 뭐, 나는 관심 없어서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까지는 모르지만.

        

       “왜요, 이번에는 체육 위원회에 육상부 출신 위원이 없어서 화나셨나요?”

        

       “그……!”

        

       위원회를 구성하는 인원이 아무리 많아도, 위원회를 모든 운동부원으로 꽉 채울 수는 없다. 반드시 소외당하는 운동계 동아리는 나온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육상부는 그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위원으로 들어갔다.

        

       이건 아마 서로서로 인계하면서 지금까지 온 거겠지.

        

       “다른 동아리에 순서가 돌아갈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물론, 나는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손아름이 뜬금없이 칭찬해서 알았다.

        

       덕분에 지금은 이렇게 논리의 재료로 잘 써먹고 있지만.

        

       “육상부는, 전통 있고 실적도 좋은 동아리야.”

        

       “알고 있어요. 당연히 예산을 깎을 생각도 없습니다.”

        

       사실 악감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늘이와 수아가 나를 데리고 운동할만한 동아리를 찾을 때 매몰차게 거절한 동아리 중 하나니까.

        

       하지만 그런 감정은 거두고, 만약 예산 책정을 할 때 감정적으로 해버리면 나중에 그게 나를 까기 위한 흠집이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기왕이면 공평하게 하자.

        

       육상부의 시선이 다시 소희 쪽으로 흘끗 향했다.

        

       소희는 뭘 보냐는 듯 그녀를 노려보았다.

        

       “……만약에 그래도 납득이 안 가시면—”

        

       내가 말하는 와중에, 학생회실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뭐야, 지금 올 때가 아닌가?”

        

       “아뇨, 무슨 소리예요. 이쪽으로.”

        

       “……분명히 내가 위원장 할 때는 일은 안 시킬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번 일만 좀 처리해주세요.”

        

       내가 육상부원을 가리키자, 그는 한숨을 푹 쉬고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하기 싫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그러니까, 납득이 안 가시면, 저기 있는 체육 위원장과 대화를 좀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가 그녀의 뒤쪽을 가리키자, 그녀는 ‘오호라, 너 잘 걸렸다’하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헉.”

        

       그리고 숨을 삼키며 굳어버렸다.

        

       ……아무래도 체육 위원장에 잘생긴 남자를 올려두는 것이 엄청나게 잘한 일인 모양이다.

       

       

    다음화 보기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