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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6

       “화령씨! 제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요?! 몸은 안 움직여지고 바깥은 소란스럽고 으어어하는 소리가 자꾸 들리고 시청자들을 웃고!”

       

       바깥의 잡것들을 처리한 후에 엔리를 치료해 주었더니 엔리가 한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수많은 죽은 자들을 뛰어 넘어 구해주었음에도 잔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이는 좀 억울하구나.

       

       “어찌되었든 살았으면 된 것 아닌가.”

       “백신을 구해다 주신 것은 정말 고맙기는 한데요! 화령 씨라면 이것말고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나요?!”

       “말했잖느냐. 그게 최선이었다.”

       “진짜로요?”

       “그렇대도.”

       

       본인이 드높은 경지를 지닌 것은 사실이나 삼류도 안 되는 일반인의 몸으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만일 그럴 수 있는 자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간보다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신이라는 작자일 터.

       

       “그치만… 꺄아아악?!”

       

       창문을 타고 기어 올라온 죽은 자의 머리를 걷어차 다시금 지상으로 되돌려 주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엔리의 투정이 그리 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본인은 어디까지나 당장에 거슬리는 것들을 처리하고 왔을 뿐이니 몰려드는 죽은 자의 무리는 그대로.

       

       여전히 엔리는 저들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다 처리 안 하셨어요?!”

       “지금의 본인은 무력한 일반인이다. 어찌 검 한 자루로 저 많은 죽은 자를 상대할까.”

       “무력이요?!”

       

       – 양심 ㅇㄷ?

        – 내가 아는 무력이랑 다른 단어인 거 같은데.

        – 무력(힘)한

        – 무력하긴하넼ㅋㅋㅋ

       

       왜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군.

       

       당장 화룡무인 속 내 몸조차 되지 못하는 이 잡스러운 몸이 무력하지 않다면 무어가 무력한 것인가.

       

       “하아. 어쩔 수 없죠. 이렇게 된 이상 제 FPS 실력을 보여드려야겠네요.”

       “흠?”

       “어디가서 말하고 다니지 마세요! 프로 데뷔하라고 DM올 수도 있으니까!”

       

       자신의 총기를 들고서 자신만만하게 엔리가 소리쳤지만 그녀의 모습은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엔리. 친구 된 자로써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미안하다만 그대 총기를 더럽게 못 다루지 않나.

       

       밥을 먹으며 그대의 방송을 볼 적에 그대가 하는 짓거리를 보고서 밥맛이 떨어졌던 적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 프로? 실버가?

        – 실버 아닙니다. 실버(진)입니다.

        – 브론즈까지 떨어졌어?! 와…

       

       – 엔육수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 어디가서 말하지 말라기엔 이미 다 소문이 났어요.]

       

       내 방송을 보는 이들도 본인의 심정에 공감해 주었지만 그를 엔리에게 전하진 않았다.

       

       얼굴이 벌게진 것이 그녀의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도 한 소리를 듣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꾸나.”

       

       아무리 허황된 발언이라도 직접 증빙하면 허세가 아니지 않으냐.

       

       엔리. 내 그대를 믿지는 않고 있다만 본인에게 신뢰를 주었으면 좋겠구나.

       

       내가 어깨를 두드리며 그리 말하자 엔리가 억지로 어깨를 폈다.

       

       “가보죠!”

       “그래. 그래.”

       

       *

       

       “흐갸아아악! 화령 씨! 손! 손!”

       “다 알고서 움직이고 있으니 호들갑 좀 그만 떨거라.”

       “그치만. 그치마아아안! 꺄아아악!”

       “귀가 아프군.”

       

       오늘 하루종일 저 자들을 보고 있었으면서 왜 아직도 겁을 먹고 있는 것인가.

       

       이쯤 되면 아무리 징그러운 것이라도 익숙해 질 때가 되지 않았나?

       

       첫 좀비들의 밤이 끝난 이후로 게임 속에서 며칠의 시간이 더 흘렀다.

       

       실제 시간으로는 거의 열 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고.

       

       그 동안에 우리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선택지가 죽느냐 아니면 탈출하냐 밖에 없다면 당연히 후자를 골라야 하지 않겠나.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엔리가 스스로 총기를 다루는 실력이 형편없음을 증명한다거나.

       

       처음 총기를 다루어 보는 본인의 움직임이 그녀보다 훨씬 더 나았다거나.

       

       두 번째 좀비들의 밤이 찾아왔을 적 저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더럽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거나.

       

       그 동안 백신이 안 나온 것을 보상하듯 노란가방을 든 좀비를 쓰러트릴 때마다 백신을 얻을 수 있었다거나.

       

       무전탑이 있는 곳에 머무르고 있는 변종 좀비의 목을 날려야했다던가.

       

       이루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의 끝에 간신히 맞이한 세 번째 좀비들의 밤.

       

       우리들은 탈출을 위해 죽은 자들이 득시글거리는 백화점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엔리를 짐짝처럼 맨 체 좀비들의 얼굴을 짓밟으며 뛰는 중이었다.

       

       이를 악물고서 연전을 벌인다면 저들 모두를 제압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허나 지금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엔리와 함께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겨우 헬기를 부르는 데 성공했거늘 백화점 옥상에 도착하지 못해 저 멀리서 헬기가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움직여 백화점 앞까지 도착한 우리지만 그 곳도 좀비들로 가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예 입구를 틀어막고서 서 있구나.

       

       우리를 빠져나가게 하지 않겠다는 악의가 느껴지는 듯 해.

       

       입구로 들어가려 했다간 좀비 무리에 휩쓸려 그대로 압사당할 듯하니 다른 곳을 노려봐야겠구나.

       

       – 좀악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창문으로 가죠!]

       

       창문?

       

       그거 괜찮군.

       

       “화령 씨?! 지금 이대로 가다간 벽에 박을 것 같은데요! 교통사고가 날 것 같은데요오오오오!”

       

       옆에서 호들갑 떠는 목소리를 무시한 채 좀비의 머리를 밟고서 한 걸음.

       

       그리고 벽을 밟으며 두 걸음.

       

       체공하는 상태에서 그대로 창문의 난간을 붙잡아서 몸을 끌어 올린다.

       

       흐으. 빌어먹을.

       

       여태까지 육신을 혹사시킨 탓일까.

       

       게임 속의 몸이 한계를 호소하고 있구나.

       

       여태까지 따라와 준 것도 신기한 일이지.

       

       삼류도 못 되는 일반인의 몸을 가지고서 온갖 일을 벌였으니.

       

       아무리 본인이 몸을 잘 사용했다 거기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팔을 가만 바라보다 유리창 안 쪽으로 눈을 돌렸다.

       

       “살… 살았다!”

       “아직이다. 엔리.”

       

       살았다는 이야기를 하기엔 우리의 앞에 도사리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구나.

       

       이 게임을 만든 자가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아주 악독한 자로구나.

       

       “미친.”

       

       우리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창 너머에 있는 좀비들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향한다.

       

       이대로 있다가는 그대로 난간에서 밀쳐져 죽은 자들의 바다에 합류하게 될 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럴 수는 없지.

       

       마음 같아선 또 다시 저들의 머리를 밞으며 나아가고 싶다간 천장의 높이가 낮다.

       

       움직임이 제한되는 상황에선 좀비들이 바둥거리는 것에 얽매일 가능성이 높으니 그보단 돌파를 시도하는 편이 낫겠지.

       

       등에 맨 산탄총을 꺼내 들고서 심호흡을 했다.

       

       “엔리. 길을 열테니 알아서 따라 오거라.”

       

       발로 걷어참으로써 창을 깨버린 나는 맨 앞에 서있는 것들에게 총알로 세례를 내려주었다.

       

       이전에 엔리가 소리를 치길 신성한 화약의 축복이라 했던가.

       

       죽은 자를 있어야 할 것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니 일종의 정화라 봐도 무방하긴 하지.

       

       그 후 백화점 바닥에 착지한 나는 전방에 세 번의 총알을 난사함으로써 좀비들을 밀어냈다.

       

       하하. 빌어먹을 것들 같으니.

       

       이 놈들은 바다에서 밀어닥치는 파도와도 같구나.

       

       인간의 힘으로 살짝 밀어낸다 하여도 다시금 자리를 메우는 것이 말이야.

       

       징그러운데다 냄새나고 시끄럽다는 점만 아니라면 감탄했을 게다.

       

       미친 듯이 산탄총을 난사해가며 계단까지 길을 열었더니 총알이 모두 다 떨어졌다.

       

       장전을 하기에는 여유가 부족하구나.

       

       나는 산탄총의 머리로 내게 손을 뻗는 놈의 머리를 박살내고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엔리! 잘 따라오고 있느냐!”

       “네에!”

       “뒤쳐진다면 내 그대에게 특강을 내릴 것이니 알아서 하거라.”

       “네에?! 아니! 특강이요?!”

       

       비명을 내지르며 방아쇠를 당기는 엔리를 흘깃 보며 검을 휘둘렀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갈 즈음에 검신이 꺾였다.

       

       부러질 기색이 없었음에도 반으로 갈라진 것을 보면 게임시스템 상의 무언가인 듯 싶었다.

       

       그래서 난 미리 챙겨두었던 방망이를 꺼내었다.

       

       3층에서 5층까지 함께해주었던 방망이는 6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나칠 즈음에 툭하고 부러져 버렸다.

       

       그 때부터는 어쩔 수 없이 권을 사용해야 했다.

       

       그렇게 옥상에 도착을 했더니 그 곳에도 좀비들이 그득그득 거리고 있었다.

       

       하이고. 이 놈들은 이 곳에서 생겨나기라도 하는 것이냐?

       

       뭐가 이리 많은가.

       

       이 도시에 죽은 자가 도사리지 않는 곳이 없기는 하다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구나.

       

       “아직도 이렇게나.”

       

       뒤에서 필사적으로 옥상의 문을 잠그고 온 엔리는 옥상에 도사리는 좀비들은 보고는 한탄하듯이 이야기했다.

       

       그 때였다.

       

       엔리의 품 안에 있던 무전기가 지지직거리더니 그 곳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지금 어디지? 우린 카이트 라인의 강을 지나고 있다. 2분 뒤에 목적 장소에 도착할 예정이다.

       

       “백화점 옥상이에요!”

       

       – 그 곳의 상황은 어떻지?

       

       “좀비들이 좀 많긴 한데요?!”

       

       – 곤란하군. 좀비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우리가 사다리를 내려줄 수 없어.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처리할 수 있겠나?

       

       “아니. 그게 될 리가 없잖아요!”

       

       – 그럼 우리도 도와줄 수가 없다.

       

       “당신 돌았어? 지금 우리가 여기에 어떻게 왔는데!…”

       

       엔리가 무전기를 붙잡고서 목에 핏대를 세웠지만 그렇다 하여 저 쪽의 대답이 달라지진 않았다.

       

       저들도 좀비가 두려운 것이다.

       

       허어. 그러니까 일종의 시간제한이구나.

       

       2분 내로 여기에 있는 모든 자들을 처리하라는 말이지?

       

       내 몸을 관조한다.

       

       지금 이 몸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본인의 의지로 억지로 움직이고는 있으나 툭하고 건드리면 무너져 내릴 상태.

       

       아무런 무기도 없는데 이 상태로 저 좀비무리들을 2분 안에?

       

       “엔리. 그대의 무기 상황은 어떠한가.”

       “진작에 다 고장났어요! 맨몸이에요!”

       

       짐덩이가 되었단 소리구나.

       

       “흐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구나.”

       “네?”

       “게임이 이토록 억지를 부리니 본인도 억지를 부려야 하지 않겠나.”

       

       2분 정도면 본인의 생명을 탄환 삼더라도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 터이니 문제없겠지.

       

       반칙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들을 어떻게든 죽이고자 했던 것은 그 쪽이지 않나.

       

       먼저 당했으니 거기에 되갚아 줄 뿐.

       

       혈도를 짚는다.

       

       몸 안의 진기를 사용해 폭발적으로 생겨나는 기운을 다스린다.

       

       무공을 익히지 못한 몸인지라 기운을 사용할 때마다 몸이 붕괴되지만 무어 어떠냐.

       

       저 잡 것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한 걸음이면 족한 것을.

       

       하늘을 짓밟는 걸음이 세상에 내리앉으니.

       

       그 위압을 견딜힘도 지성도 없는 좀비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널부러졌다.

       

       흐음. 오늘 하루 종일 저 잡것들을 손수 상대하다가 무공을 사용하니 속이 시원하구나.

       

       말끔해진 옥상을 둘러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저 멀리서 헬기가 시끄럽게 날갯짓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엔리. 저들에게 전하거라. 이 곳은 안전하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크리슴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노력하는 작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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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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