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6


    ​
    ​
    개그 신에 의해 어영부영 넘어가긴 했지만, 리안은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이 된 걸 후회하지 않았다.
    ​
    ​
    그에게 유일한 애정과 사랑을 알게 해준 세상을 리안 또한 사랑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진정한 신이라기엔 부족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그의 사랑만큼은 신의 무한한 자비만큼 방대했다.
    ​
    ​
    리안은 천국에 도착하자마자 지상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
    ​
    리안이 신좌에 앉게 되면서 외신들은 모두 차원 너머로 강제로 쫓겨나거나 개그 신의 간식이 되었다. 종종 그녀는 외신을 초콜릿이나 사탕의 형태로 만들어 리안에게 간식처럼 주었다.
    ​
    ​
    리안은 이유 없이 성장하는 신격에 당황했지만, 개그 신은 설명해주지 않았다.
    ​
    ​
    (전)다크 판타지 신이 사라지게 되면서 마계 주민들은 만들어진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은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거기다 죄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진짜 죄인들도 넘쳐났다. 
    ​
    ​
    리안은 죽음과 삶의 영역을 다시 구축하고 죄인들을 전부 ‘지옥’이라 명명한 곳에 집어넣었다.
    ​
    ​
    그나마 죄를 후회하는 이들은 ‘마계’에 밀어 넣어 생물이 살 수 없는 땅을 가꾸라 명령했다. 죄를 짓지 않거나 외신에 의해 강제로 죄를 지어야 했던 이들만이 마왕성에 남게 되었다.
    ​
    ​
    리안은 태생적으로 ‘악’성향을 가진 종족을 차별하진 않았다. 선이 있으면 악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악’성향을 타고난 이들은 지옥의 간수로 임명했다. 그들은 마음껏 죄인을 벌하면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
    ​
    그런 리안의 강압적인 행동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있었지만 한 명도 빠짐없이 지옥으로 끌려갔다.
    ​
    ​
    리안은 (전)다크 판타지 신과 달리 막대한 힘을 가졌기에 굳이 빙빙 돌려서 힘을 쓸 필요 없었다. 그냥 말 안 듣는 놈은 손가락으로 집어 지옥 보내면 된다.
    ​
    ​
    제국은 -… 혼란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기에 들어섰다. 마왕군에게 무너졌던 나라들도 하나, 둘 제자리를 찾거나 새로운 왕국이 생겨났다. 
    ​
    ​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리안은 전쟁까지 막진 않았다. 대신 학살 같은 일은 최대한 막았다. 
    ​
    ​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되는 생명을 일부러 죽여 피가 마르지 않게 하려는 나라엔 신벌이 떨어졌다. 무려 ‘개그의 신’의 도움을 받은 개그의 벌이!
    ​
    ​
    벌은 받은 이들은 죽기 전까지 ‘개그’적인 일을 겪다 죽을 것이다. 맨정신으로…
    ​
    ​
    리안은 개그 신의 도움을 받아 세상을 조금씩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꿔나갔다. 
    ​
    ​
    그런 노력 덕분일까? 
    ​
    ​
    다크 판타지 세계는 -… 판타지 세계로 바뀌었다! 이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리안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외쳤다.
    ​
    ​
    대륙의 일 같은 거 말고, 다른 애들은 어떻게 살아가냐고?
    ​
    ​
    “파트너, 파트너! 빨리 와서 물 뿌려라!”
    “허…”
    ​
    ​
    리안과 계약했던 마검은 그가 신이 되었음에도 마검 상태 그대로였다. 다만 격이 상승해서 신에 근접해 있었다. 
    ​
    ​
    리안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일하는 동안 인간 형태로 변해 개그 신과 놀러 다니더니 어느 순간부터 힐링 게임에 눈이 돌아가 버렸다. 지금도 스타X밸리에 빠져선 온종일 게임만 하고 있었다.
    ​
    ​
    개그 신에게 컴퓨터는 판타지 장르를 파괴한다고 들고 돌아가라 했다가 마검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서 징징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
    자신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쁜데 혼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배가 아팠다.
    ​
    ​
    “이런…! 너희가 왜 다 여기에!”
    ​
    ​
    마검이 게임에서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다가 카사노바 엔딩으로 뺨 맞고 차이는 모습을 보니 속이 편안해졌다.
    ​
    ​
    “…”
    ​
    ​
    카사노바 엔딩을 생각하니 꾸역꾸역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존재들이 떠올랐다.
    ​
    ​
    노아, 제스, 아이리스 -… 네스트 조직원들.
    ​
    ​
    리안이 신좌에 앉은 후 지상에 있는 모든 존재는 ‘리안’을 잊었다.
    ​
    ​
    신이 되기 전이라고 해도 신의 일부를 머릿속에 담게 된다면 미쳐버리는 게 당연했기에 어쩔 수 없이 지울 수밖에 없었다.
    ​
    ​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
    ​
    리안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
    ​
    ‘나중에 모두의 생이 끝났을 때, 영혼을 거둬들여 천사로 만들면 되니까. 그때 지웠던 기억도 다시 돌려주면 되겠지.’
    ​
    ​
    리안은 제 사람들을 단 한명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물론 그들이 원한다면 세 번 생각해 보고 놓아줄 수도 있었지만, 그가 신이 된 이상 돌고 돌아 결국 그의 품으로 돌아올 터였다.
    ​
    ​
    순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집요한 집착이었다.
    ​
    ​
    애써 쓰린 마음을 겨우 달랜 후 밀린 일을 처리했다. 해가 열 번 정도 떠올랐다가 졌지만, 천국은 리안의 마음에 따라 밤이 되었다가 낮이 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에 집중했다. 
    ​
    ​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더 흘렀을 때쯤에야 리안은 몸을 가볍게 풀며 쉬는 시간을 가졌다.
    ​
    ​
    “어디… 다들 뭘 하고 있나 볼까?”
    ​
    ​
    리안은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
    ​
    “응? 뭘 하는 거지?”
    ​
    ​
    네스트 조직원들은 물론, 노아와 제스, 아이리스… 공작까지 전부 용맹한 전사들이 검을 맞부딪치는 명예로운 콜로세움에 모여있었다.
    ​
    ​
    무슨 큰 이벤트라도 하는 건가 내려다보고 있는데 -…
    ​
    ​
    “자! 이런 기회가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닙니다!”
    “…?!”
   
    ​
    개그 신이 피에로 복장을 한 채 진행자 자리에서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
    ​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
    ​
    리안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음에도 쩝쩝거리며 나타난 고양이나 개를 발견한 주인처럼 다급히 개그 신에게 말을 걸었다.
    ​
    ​
    개그 신처럼 분신을 만들어 내려보내기엔 아직 그의 기술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말을 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
    ​
    [ 거기서 뭘 하는 거야! ]
    “어엇?! 지금 태양께서 시합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신성한 전투의 승자를 직접 맞이하고 싶은 신 거겠죠?!”
    ​
    ​
    그녀의 말에 환호성이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 퍼졌다. 리안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천국에 닿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
    ​
    ​
    [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빨리 안 올라와?! ]
    “태양께서 시합을 시작하라십니다! 자! 그럼! 첫 번째 시합은 -…!”
    ​
    ​
    철저히 제 말을 무시하는 개그 신의 태도에 익숙한 아찔함이 느껴졌다. 리안이 짜증을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지상에서 시선을 떼자, 엘렌시아가 차분한 얼굴로 리안에게 다가왔다.
    ​
    ​
    “힘들어?”
   “아니, 괜찮아. 이 정도는…”
    “힘들면 키스해줄 -…안 힘들면 말고.”
   “힘든 것 같아.”
    ​
    ​
    리안은 엘렌시아가 개그 신에게 이상한 걸 배워오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오늘은 감사하기로 정했다.
    ​
    ​
    ‘오늘만 봐준다.’
    ​
    ​
    리안은 겸허히 오늘만큼은 그녀가 무슨 사고를 치든 내버려 두자고 생각했다.
    ​
    ​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
    ​
    ***
    ​
    ​
    “자, 새로운 여신들이니까 박수로 환영하기!”
    ​
    ​
    삐이익 -!
    ​
    ​
    개그 신이 괴상한 뺑뺑이 안경을 쓴 채 파티용 호루라기를 불었다. 고깔모자까지 꼼꼼하게 쓰고 케이크 살 때 주는 작은 폭죽까지 터뜨렸다.
    ​
    ​
    작은 종잇조각이 날아다니는 꼴을 보며 리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
    ​
    “지금 뭔, 이…”
    “하핫, 감격해서 말도 안 나오지?”
    ​
    ​
    개그 신이 히죽거리며 허리에 척 손을 올렸다. 저 미친 신이 뭐라는 거야?
    ​
    ​
    리안은 너무 어이가 없어 말도 제대로 뱉지 못했다. 이러다가 신 최초로 고혈압으로 쓰러질지도 몰랐다.
    ​
    ​
    그만큼 그녀가 친 사고를 컸다.
    ​
    ​
    “왜 하필…”
    ​
    ​
    더 이상 여자인 걸 숨김 없이 내보이려는 듯, 폭력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노아가 갈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제스가 코를 킁킁거리며 귀를 쫑긋거렸다. 그 옆에 아이리스가 새하얀 머리를 찰랑거리며 팔짱을 낀 채 도도하게 서 있었다.
    ​
    ​
    리안이 열심히 잊고자 노력했던 세 사람이 더욱 성숙한 여성이 되어 천국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개그 신에 의해서!
    ​
    ​
    “빨리 돌려놓고 와!”
    “에엥 -.. 이미 천국으로 온 순간부터 영혼의 격이 상승해서 못 돌아가. 적어도 천사 정도는 시켜줘야… 아야야야!”
    ​
    ​
    리안이 그녀의 말랑한 볼을 냅다 붙잡아 당기자 그녀가 눈물을 찔끔 보였다. 살벌하게 노려보자, 개그 신이 “히이잉!”소리를 내며 껑충 뒤로 도망쳤다.
    ​
    ​
    “내가 억지로 데려온거 아니다! 쟤네들이 신되고 싶다고 자원한 거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훗훗, 무려 영광된 신의 자리를 원하는 신성한 영웅들의 시합에서 승리한 이들이니까! 애초부터 신이 되길 원해서 시합에 참가한 영웅 -…아야야야!”
    “헛소리 그만하고 돌려놓고 와!”
    ​
    ​
    마치 무턱대고 고양이를 주워온 아이를 혼쭐내듯 리안은 개그 신을 혼냈다. 
    ​
    ​
    “안된다니까? 뭣보다… 너도 이대론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응?”
    ​
    ​
    리안은 어디 변명은 들어보자는 태도로 턱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개그 신이 열심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
    ​
    “보통은 주신은 하위 신을 못 해도 백명씩 두고 응? 천사도 수천 명씩 두는 게 일반적이라니까? 나야… 세상 관리를 잘 안 해서 괜찮지만. 너는 아니잖아! 이대로 있다간 과로사할지도 몰라 과로사!”
    ​
    ​
    그녀는 검지를 까딱거리며 동생을 가르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
    “당장 외신을 끌어들일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잖아? 믿을 수 있는 놈들이 한 명도 없으니까! 외부에서 채울 수 없다면 어쩌겠어? 내부에서 채울 수밖에!”
    “저 세 사람이 신이 된다고 해도 그 전과 큰 차이는 없어. 알면서 말도 안 되는 궤변 늘어놓을래?”
    ​
    ​
    그녀의 말대로 하위 신들이 필요하긴 하다. 대륙 전체를 살피기엔 자신 한명으론 무리였기 때문이다. 물론 하려면 할 수 있지만 쉴 틈 하나 없이 시스템처럼 일해야 했다.
    ​
    ​
    하위 신이 필요한 건 맞지만 한, 두 명으로 일이 쉬워지는 건 아니었다. 끽해야 서류 한 장 더 줄어들고 말 것이다. 고작해야 하위 신 세 명으론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었다.
    ​
    ​
    ‘…거기다 아직 마주할 준비가 되지도 않았고..’
    ​
    ​
    리안에 대한 모든 기억과 사랑을 잊은 채 그저 신을 향한 경외만을 담은 눈이 두려워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
    ​
    ​
    ​
   
다음화 보기

개그 신에 의해 어영부영 넘어가긴 했지만, 리안은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이 된 걸 후회하지 않았다.

그에게 유일한 애정과 사랑을 알게 해준 세상을 리안 또한 사랑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진정한 신이라기엔 부족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그의 사랑만큼은 신의 무한한 자비만큼 방대했다.

리안은 천국에 도착하자마자 지상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리안이 신좌에 앉게 되면서 외신들은 모두 차원 너머로 강제로 쫓겨나거나 개그 신의 간식이 되었다. 종종 그녀는 외신을 초콜릿이나 사탕의 형태로 만들어 리안에게 간식처럼 주었다.

리안은 이유 없이 성장하는 신격에 당황했지만, 개그 신은 설명해주지 않았다.

(전)다크 판타지 신이 사라지게 되면서 마계 주민들은 만들어진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은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거기다 죄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진짜 죄인들도 넘쳐났다.

리안은 죽음과 삶의 영역을 다시 구축하고 죄인들을 전부 ‘지옥’이라 명명한 곳에 집어넣었다.

그나마 죄를 후회하는 이들은 ‘마계’에 밀어 넣어 생물이 살 수 없는 땅을 가꾸라 명령했다. 죄를 짓지 않거나 외신에 의해 강제로 죄를 지어야 했던 이들만이 마왕성에 남게 되었다.

리안은 태생적으로 ‘악’성향을 가진 종족을 차별하진 않았다. 선이 있으면 악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악’성향을 타고난 이들은 지옥의 간수로 임명했다. 그들은 마음껏 죄인을 벌하면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 리안의 강압적인 행동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있었지만 한 명도 빠짐없이 지옥으로 끌려갔다.

리안은 (전)다크 판타지 신과 달리 막대한 힘을 가졌기에 굳이 빙빙 돌려서 힘을 쓸 필요 없었다. 그냥 말 안 듣는 놈은 손가락으로 집어 지옥 보내면 된다.

제국은 -… 혼란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기에 들어섰다. 마왕군에게 무너졌던 나라들도 하나, 둘 제자리를 찾거나 새로운 왕국이 생겨났다.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리안은 전쟁까지 막진 않았다. 대신 학살 같은 일은 최대한 막았다.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되는 생명을 일부러 죽여 피가 마르지 않게 하려는 나라엔 신벌이 떨어졌다. 무려 ‘개그의 신’의 도움을 받은 개그의 벌이!

벌은 받은 이들은 죽기 전까지 ‘개그’적인 일을 겪다 죽을 것이다. 맨정신으로…

리안은 개그 신의 도움을 받아 세상을 조금씩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꿔나갔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다크 판타지 세계는 -… 판타지 세계로 바뀌었다! 이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리안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외쳤다.

대륙의 일 같은 거 말고, 다른 애들은 어떻게 살아가냐고?

“파트너, 파트너! 빨리 와서 물 뿌려라!”

“허…”

리안과 계약했던 마검은 그가 신이 되었음에도 마검 상태 그대로였다. 다만 격이 상승해서 신에 근접해 있었다.

리안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일하는 동안 인간 형태로 변해 개그 신과 놀러 다니더니 어느 순간부터 힐링 게임에 눈이 돌아가 버렸다. 지금도 스타X밸리에 빠져선 온종일 게임만 하고 있었다.

개그 신에게 컴퓨터는 판타지 장르를 파괴한다고 들고 돌아가라 했다가 마검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서 징징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쁜데 혼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배가 아팠다.

“이런…! 너희가 왜 다 여기에!”

마검이 게임에서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다가 카사노바 엔딩으로 뺨 맞고 차이는 모습을 보니 속이 편안해졌다.

“…”

카사노바 엔딩을 생각하니 꾸역꾸역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존재들이 떠올랐다.

노아, 제스, 아이리스 -… 네스트 조직원들.

리안이 신좌에 앉은 후 지상에 있는 모든 존재는 ‘리안’을 잊었다.

신이 되기 전이라고 해도 신의 일부를 머릿속에 담게 된다면 미쳐버리는 게 당연했기에 어쩔 수 없이 지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리안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나중에 모두의 생이 끝났을 때, 영혼을 거둬들여 천사로 만들면 되니까. 그때 지웠던 기억도 다시 돌려주면 되겠지.’

리안은 제 사람들을 단 한명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물론 그들이 원한다면 세 번 생각해 보고 놓아줄 수도 있었지만, 그가 신이 된 이상 돌고 돌아 결국 그의 품으로 돌아올 터였다.

순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집요한 집착이었다.

애써 쓰린 마음을 겨우 달랜 후 밀린 일을 처리했다. 해가 열 번 정도 떠올랐다가 졌지만, 천국은 리안의 마음에 따라 밤이 되었다가 낮이 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에 집중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더 흘렀을 때쯤에야 리안은 몸을 가볍게 풀며 쉬는 시간을 가졌다.

“어디… 다들 뭘 하고 있나 볼까?”

리안은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응? 뭘 하는 거지?”

네스트 조직원들은 물론, 노아와 제스, 아이리스… 공작까지 전부 용맹한 전사들이 검을 맞부딪치는 명예로운 콜로세움에 모여있었다.

무슨 큰 이벤트라도 하는 건가 내려다보고 있는데 -…

“자! 이런 기회가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닙니다!”

“…?!”

개그 신이 피에로 복장을 한 채 진행자 자리에서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리안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음에도 쩝쩝거리며 나타난 고양이나 개를 발견한 주인처럼 다급히 개그 신에게 말을 걸었다.

개그 신처럼 분신을 만들어 내려보내기엔 아직 그의 기술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말을 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 거기서 뭘 하는 거야! ]

“어엇?! 지금 태양께서 시합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신성한 전투의 승자를 직접 맞이하고 싶은 신 거겠죠?!”

그녀의 말에 환호성이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 퍼졌다. 리안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천국에 닿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

[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빨리 안 올라와?! ]

“태양께서 시합을 시작하라십니다! 자! 그럼! 첫 번째 시합은 -…!”

철저히 제 말을 무시하는 개그 신의 태도에 익숙한 아찔함이 느껴졌다. 리안이 짜증을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지상에서 시선을 떼자, 엘렌시아가 차분한 얼굴로 리안에게 다가왔다.

“힘들어?”

“아니, 괜찮아. 이 정도는…”

“힘들면 키스해줄 -…안 힘들면 말고.”

“힘든 것 같아.”

리안은 엘렌시아가 개그 신에게 이상한 걸 배워오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오늘은 감사하기로 정했다.

‘오늘만 봐준다.’

리안은 겸허히 오늘만큼은 그녀가 무슨 사고를 치든 내버려 두자고 생각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

“자, 새로운 여신들이니까 박수로 환영하기!”

삐이익 -!

개그 신이 괴상한 뺑뺑이 안경을 쓴 채 파티용 호루라기를 불었다. 고깔모자까지 꼼꼼하게 쓰고 케이크 살 때 주는 작은 폭죽까지 터뜨렸다.

작은 종잇조각이 날아다니는 꼴을 보며 리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 뭔, 이…”

“하핫, 감격해서 말도 안 나오지?”

개그 신이 히죽거리며 허리에 척 손을 올렸다. 저 미친 신이 뭐라는 거야?

리안은 너무 어이가 없어 말도 제대로 뱉지 못했다. 이러다가 신 최초로 고혈압으로 쓰러질지도 몰랐다.

그만큼 그녀가 친 사고를 컸다.

“왜 하필…”

더 이상 여자인 걸 숨김 없이 내보이려는 듯, 폭력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노아가 갈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제스가 코를 킁킁거리며 귀를 쫑긋거렸다. 그 옆에 아이리스가 새하얀 머리를 찰랑거리며 팔짱을 낀 채 도도하게 서 있었다.

리안이 열심히 잊고자 노력했던 세 사람이 더욱 성숙한 여성이 되어 천국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개그 신에 의해서!

“빨리 돌려놓고 와!”

“에엥 -.. 이미 천국으로 온 순간부터 영혼의 격이 상승해서 못 돌아가. 적어도 천사 정도는 시켜줘야… 아야야야!”

리안이 그녀의 말랑한 볼을 냅다 붙잡아 당기자 그녀가 눈물을 찔끔 보였다. 살벌하게 노려보자, 개그 신이 “히이잉!”소리를 내며 껑충 뒤로 도망쳤다.

“내가 억지로 데려온거 아니다! 쟤네들이 신되고 싶다고 자원한 거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훗훗, 무려 영광된 신의 자리를 원하는 신성한 영웅들의 시합에서 승리한 이들이니까! 애초부터 신이 되길 원해서 시합에 참가한 영웅 -…아야야야!”

“헛소리 그만하고 돌려놓고 와!”

마치 무턱대고 고양이를 주워온 아이를 혼쭐내듯 리안은 개그 신을 혼냈다.

“안된다니까? 뭣보다… 너도 이대론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응?”

리안은 어디 변명은 들어보자는 태도로 턱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개그 신이 열심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보통은 주신은 하위 신을 못 해도 백명씩 두고 응? 천사도 수천 명씩 두는 게 일반적이라니까? 나야… 세상 관리를 잘 안 해서 괜찮지만. 너는 아니잖아! 이대로 있다간 과로사할지도 몰라 과로사!”

그녀는 검지를 까딱거리며 동생을 가르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장 외신을 끌어들일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잖아? 믿을 수 있는 놈들이 한 명도 없으니까! 외부에서 채울 수 없다면 어쩌겠어? 내부에서 채울 수밖에!”

“저 세 사람이 신이 된다고 해도 그 전과 큰 차이는 없어. 알면서 말도 안 되는 궤변 늘어놓을래?”

그녀의 말대로 하위 신들이 필요하긴 하다. 대륙 전체를 살피기엔 자신 한명으론 무리였기 때문이다. 물론 하려면 할 수 있지만 쉴 틈 하나 없이 시스템처럼 일해야 했다.

하위 신이 필요한 건 맞지만 한, 두 명으로 일이 쉬워지는 건 아니었다. 끽해야 서류 한 장 더 줄어들고 말 것이다. 고작해야 하위 신 세 명으론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었다.

‘…거기다 아직 마주할 준비가 되지도 않았고..’

리안에 대한 모든 기억과 사랑을 잊은 채 그저 신을 향한 경외만을 담은 눈이 두려워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